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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뷰북동의) 2~5회 나으리와 저하, 연모와 충심 그 어느 사이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8.235) 2021.11.30 17:11:34
조회 1713 추천 62 댓글 8
														

스압주의... 쓰다보니 엄청 길어젔네..
덕본 화제성 1위 소식에 뻐렁쳐서 의식의 흐름으로 써봤어.
덕임이 맘 사실 잘 몰라... 알고싶다 덕임아..
  
나으리와 저하, 연모와 충심 그 어느 사이

1. 나으리
  
패관소설을 즐겨읽는 낭랑18세 생각시 덕임은 분명 사랑에 대한 환상이 있었을 것임. 걸렸다간 단근형 정도가 아니라 곤장 100대를 맞고 쫓겨나는.. 입에 담기도 무서운 일인 '위험한 사랑'(feat. 화사 in 나혼산). 왕의 여인이자 궁중여관인 자신의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인 걸 알면서도.. 즐겨 읽던 <운영전> 처럼 궐 밖 선비와 사랑의 서신을 주고 받는 꿈도 분명 꾸었을 거야.
  
근데 생각시 신분에 찐 사랑은 못하니 할 일이라곤 덕질뿐임. 기생과 선비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에 밤새 눈물 흘리는 거지. 한술 더 떠 친구들은 한양 제일 가는 미남자 겸사서 나으리까지 덕질함. 어째 덕임이는 그와 옷깃조차 스친 인연이 없는데 동기들은 어디서들 그렇게 만나고 반해서 팬클럽까지 가입하는지. (팬미팅은 1일 1인 추첨제로 매일 아침 우물가에서 진행된다더라ㅋㅋ)

아니 근데 그 귀하디 귀한 겸사서 나으리 직관 기회가 덕임에게 저절로 떨어졌네? 어느 봄날, 아무도 찾지 않는 서고을 지키며 여느날 처럼 시연을 귀동냥하던 그 날. 갑자기 들이닥친 오만방자한, 그러나 어딘가 앳됨을 감추지 못하는 청년. 첨에는 나를 고작 닷냥에 매수하려고 하더니, 담날 또 들이닥쳐서는 세작으로 의심하지 않나. 별 이상한 인간 다 보겠다 생각했지.
  
근데 본인이 겸사서직을 맡고 있는 예의 '그' 호옹~덕로래.
뭐야 복연이 시력에 문제있는 거 아냐? 자타공인 궁궐 아이돌을 향한 실망의 낯빛을 감추기엔 덕임이는 너무 솔직하지. 그치만 이 남자, 풍문대로 한양 제일 가는 미남자는 아닐지리도 하얀 얼굴에, 오똑한 코. 반듯한 입매와 날키로운 옆선, 넓은 어깨와 단정한 외모가 어쩐지 서늘한 느낌을 주는 호남인건 사실이긴해.


까칠한 말투에 예민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 꼭 소문의 세손저하와 닮았지. 근데 저런 성질머리 정도는 되어야 호랑이 동궁의 스승을 할 수 있는 건가 싶고. 근데 이 사람 당상관이나 달 법한 그 귀한 옥관자는 왜 달고 있는겨? 크게 경을 칠 분이네.


여튼 겸사서건 당상관이건 저 치의 저 깔보는 듯한 말투 진짜 재섭써!! 해명도 다 했건만 행동거지 조심 어쩌구 타령을 하면서 또 신경을 긁네?! 지가 내 웃전이야 뭐야? 지가 정6품 겸사서면 다야? 이 몸두 언젠간 정5품까지 갈 몸이라구!!(아냐 더기미 너 나중에 정1품ㅋㅋㅋ)

  
덕임이는 결국 욱하는 성질 어디 못 버리고 끝내 잘난 낯짝에 소금을 투척해버리고 말아. 아니 저런 거지같은 인성으로 궁녀들의 아이도루 행세를 하고 있다니. 열이 받아 안 받아.

  
소금 세례까지 받았으니 이제는 안오겠지. 방심하던 차에 그가 그날 밤에 바로 들이닥칠 줄이야. 아무도 없는 서고에서 조용히 잔업 좀 하고 가려했더니, 귀신마냥 그러고 멍때리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너는 책을 읽어주면 안될 사람이다"


패관소설 읽는 남의 취미(이자 부업)를 깔아뭉개더니 저리도 처연한 표정으로 저 말만 남기고 사라지는 겸사서의 뒷모습을 보며 덕임은 생각했겠지. 아니 님아 취존 모르셔요. 니가 뭔데 나한테 글을 읽어라 마라야!


근데 그의 조금은 슬픈 것도 같았던 표정 때문인지, 어둠 속에 홀로 남겨져 있던 잔상이 눈에 밟혀서인지 덕임은 겸사서가 매우 거슬려. 심지어 담날 아침까지도 그 생각이 사라지지 않아 결국 영희에게 간밤의 일을 상세히 고하는 지경에까지 이르지.

  
책을 읽지 말라니.. 저 말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아놔 지금 세손저하가 내준 반성문 쓰기도 벅찬 상황인데. 저 말의 속뜻을 해석해 내느라 그를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그를 알고 싶어 저 말의 저의를 생각하는 건지. 극성 덕로빠들한테 큰일 당하기 싫으면 그 입 다물라는 영희 말에 덕임의 마음만 갈수록 알쏭달쏭해질 따름.


이유도 모르게 불통된 반성문을 들고 찾은 서고에서 그를 다시만난 덕임은 처음으로 그가 반가웠어. 서상궁님한테 답을 물어봤다가는 되려 혼날 것이 자명하니. 좀 재수탱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 치가 시강관인데 그럴 듯한 답을 알고 있지 않겠어? 호랑이 자료를 찾아주는 거래 관계가 있긴 했지만 제법 성의 있게 지도 편달해주는 모습에 그래도 실력은 있는 겸사서란 생각이 들었겠지. 게다가 글이나 읽는 샌님인줄 알았더니 백성을 위해 직접 호랑이를 잡겠다고 그 옛날 척호갑사들 자료들부터 샅샅이 뒤지는 모습에 그간 가지고 있던 부정적 첫인상도 조금씩 흐려져가.
"훌륭하십니다"

덕임이 그에게 내뱉은 진심어린 최초의 칭찬에, 슬며시 올라가는 그의 입꼬리...  덕임은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을거야.
그가 저리 웃으니 좀 잘생긴 거 같기도 하고.  좀 선해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자꾸 쳐다보고 있자니 뱃속이 뭔가 뜨거워지는 거 같고. 이 생경한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저 미소는 왠지 뇌리에 남아 호랑이보다 용보다 무서운 상감마마 앞에서도 계속 생각이 나는거지.

  
서고에서의 만남이 계속될수록, 덕임이는 이 나으리가 진짜 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해. 그가 동궁의 스승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세손저하가 성군이 되기는 글렀네하는 막 말도 막 날리지. 본능적으로, 이 자가 내가 하는 말을 동궁에게 고자질하는 속좁은 사람이 아니라는 계산도 섰을거고. 나중에라도(동덕회??) 나에게 해가 될 일은 왠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고. 썽은 낼지언정 내가 이렇게 조잘조잘 떠들어도 내 말을 다 들어준다는 걸 깨딜았을 것이기도 하고...


후에 산이가 "너와 서고에서 보낸 시간이 특별했다"고 회고한 것처럼...이 짝퉁 겸사서 나으리와의 시간은 덕임에게도 몹시 특별했을거야. 어릴 적부터 함께 했던 동무들이 아닌, 새로운 인연.


궁녀들의 축제에서 덕임은 번을 서. 반성문을 제대로 못써간 벌인지 뭔지 모르지만 일단 세손이 시키니 어째. 다들 유과 입에 물고 강강술래 하는 즐거운 시간에 외롭게 서고를 지키지. 그런데 또, 언제나처럼 그가 들이 닥치지.


"책을 읽어라.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부탁한다."

  
덕임이는 수많는 궁인들 중에 하나지만, 늘 선택이라는 걸 하면서 살고 싶었어. (원작과는 달리) 궁인이 되는 것이 비록 나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궁녀가 된 이후의 삶은 내가 스스로 꾸리고 싶은거지. 그게 목숨 걸고 나의 생을 지켜준 오빠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는거고.


저 사람은 내 윗전이 아니지. 저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고 아니고는 나의 선택의 영역이야. 근데 이 선택엔 댓가가 따르지. 위험한 일일 수도 있고, 허락 없이 서고를 비웠다간 이번엔 진짜 반성문만으론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덕임은 크게 계산하지 않아.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가 나에게 허튼 일을 부탁하진 않으리란 믿음이 생겼어. 덕임은 저이의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선택해.
  
그리고 그 믿음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가 내 목숨을 구하는 것으로 보답받아. 꼼짝없이 호랑이 밥이 될 뻔한 위기를 그는 화살 한 방으로 벗어나더니,  담담히 말해.


"상한 곳은 없느냐. 걸을 수는 있고?"


거기서 나아가 그는 약속대로 호랑이를 잡아 나와 내 동무들의 생명을 구하지.

  
극도의 긴장감 속에 생긴 신뢰가 한층 단단해져서인지, 멀어지던 그 뒷모습을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인지.. 덕임은 그의 안위를 확인하지 못해 잠도 오지 않을 정도야. 아침이 밝기만을 기다렸다가 겸사서가 자주 들린다는 우물가에서 그를 기다리는 마음은 어땠을까.


고마움.. 미안함.. 인간적 신뢰감.. 태어나 처음으로, 친구가 아닌, 그것도 남자에 대해 온갖 감정이 생겨나. 아직 이 마음이 뭔진 모르겠지만 잘 모르는 관료(찐덕로)까지 붙들고 그의 안위를 묻게되는 지경에 이르지.


근데 그 사람이 나랑 내 동무를 구한 일로 벌을 받는대. 그건 막아야지 싶어 열일 제쳐두고 곽장양문록을 필사하지. 나의 재능으로 그를 구명할 수도 있단 생각에 시간 가는지도, 손이 아픈지도 몰라. 이런 감정이 처음이라 섣불리 이름 붙일 순 없지만, 그 하룻밤 덕임이의 머릿 속엔 오직 나으리 생각뿐이었을거야.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는 일"


나으리의 미소를 떠올리며 덕임이는 영조 앞에서 또다시 과감한 '선택'을 해. 용감하게 일단 세손을 구해달라 질러. 영조의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정치적 계산과 감정적 동요를 알리 없는 덕임이는 우리가 본 바대로 그렇게 그의 히스테리에 속절없이 당하지. 특유의 기지와 지혜로 그 상황을 벗어난 후 크게 앓을 때에도, 나으리는 무사할까.. 혹시 관직을 잃진 않을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이 덕임이를 지배했을거야.
  

마침내 세손이 용서받았다 들었을 때, 덕임이는 한걸음에 서고로 뛰어가. 나으리를 만나면 그때 구해줘서 고맙다고 해야지. 그간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나으리 참 좋은 사람이라고. 부푼 마음으로 닿은 서고에 그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지. 어쩌면 호랑이를 잡아 볼일이 끝난 그는 더이상 이 서고를 찾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덕임이는 앞으로도 여기서 서연장에서 울려퍼지는 그의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다는 기쁨에 젖어들었을거야.


아니면.. 어쩌면... 혹여나 나의 안부가 궁금하여, 서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잠시 나를 보러 들려줄까. 그가 항상 앉아있던 자리에 그런 설렘이 남아있었을지도.


덕임이에게 나으리는 '처음'이야. 나에게 궁녀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선택을 하게 해줬지. 처음 나와 내 세상을 지킬 기회와 용기를 준 사람이기도 하고, 나를 죽음의 위기에서 처음 구해준 사람이도 하지. 누군가를 위해 주상전하 앞에서 간청을 드린 것도 처음이야. 생각만해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 위에 놓여있을 때 처음으로 떠올린 사내인거지.

나으리는 그렇게 어느새 덕임이의 삶에 성큼 들어왔어. 그리고 덕임이는 이런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계속 지속될 거라 기대했을지도 몰라. 적어도설마 나를 구해주고 뛰어가던 늠름한, 조금은 외로워보이던 뒷모습이 마지막일 줄은 몰랐겠지...


연못에 비친 세손의 예안을 보기 전까지는.


나으리가 사라진 자리에 세손 저하가 서있어. 나에게 잔소리를 퍼붓고, 햇살을 담은 채 피식 웃어주고, 또렷한 눈빛으로 부탁을 하고, 나를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줬던 나으리는 이제 없어. 그는 겸사서도 아니고 홍덕로도 아니지. 이 나라의 국본이고 세손저하야. 서고에서 우리는 눈을 맞추었지만 이젠 나는 항상 그보다 한 걸음 아래에 있어야 해. 우리 사이엔 부탁과 선택이 있었지만, 이젠 하명과 복종만 남지.


덕임이가 소금을 뿌린 것은 사실 세손을 향한게 아닐지도 몰라. 어떻게 이름 붙이기조차 망설여지는, 보답받을 길 없는 그 마음을 품게한 나으리에 대한 것이지.


하지만 그 나으리는 쉬이 사라지지 않아. 익선관 없이 궁 여기저기를 마음껏 활보하던 나으리는 여전히 덕임의 마음 속에 남아 정처없이 배회해. 더이상은 나으리가 아닌 걸 머리로는 알아. 그치만 세손 저하에게 따끔하게 사과하시라 충언하는 순간에도, 중궁전에서 그를 구하기 위해 고갯짓을 하는 순간에도, 세손이 여인은 세심하구나 라고 해준 순간에도 그의 예안 어딘가에 나으리가 스쳐 지나가지.


그리고 마침내 푸른 곤룡포가 아닌 미복을 입은 그를 다시 마주하는 동덕회에서... 세손이 너를 죽일 수도 있다고 윽박지르는 그 순간에, 덕임은 마주한 그의 얼굴에서 자신만의 겸사서 나으리를 봐. 부정하고 또 부정했지만 결국 다시 나으리로 돌아오는 그의 얼굴.


결국 덕임이는 세손을 향해 "나으리" 라는 부름을 내뱉지.



산의 말대로, 여전히 덕임의 마음은 나으리와 함께하던 서고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었던 거야. 나으리의 말투, 표정, 몸짓에 한없이 휘둘렸던 그 서고 어딘가에.


하릴없이 떨군 서책들 사이로 덕임이의 심장도 쿵 떨어져.

  
이 분은 나으리가 아니구나. 내가 충심으로 모셔야 하는 세손저하시구나. 좁힐 수 없는 그 간극에 덕임이의 마음은 여전히 휘둘리고 있어.



(+) 리뷰북 동의했어~ 소금이들이 좋아해주면 2. 세손저하 도 써볼게...ㅋㅋ 쓰다보니 짭덕로 나으리 또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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