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2024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40개 주요 소비시장에 대한 대규모 소비자 평가지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시장 친절도’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서비스 분야가 전반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가운데, ‘결혼서비스’ 시장은 네 가지 평가 항목 모두에서 꼴찌를 기록해 가장 비소비자지향적인 시장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결혼서비스가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상관없음
이번 평가는 신뢰성, 가격공정성, 선택가능성, 소비자불만·피해 등 네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은 총 40개 시장이며,
제품시장(14개), 서비스시장(21개), 유통/거래시장(5개)으로 구성됐다.
평가 항목의 가중치 또한 소비자의 인식과 체감도를 반영해 설정됐다.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항목은 ▲신뢰성(35.0%), ▲가격공정성(33.6%), ▲소비자불만 및 피해(17.0%), ▲선택가능성(14.4%) 순이었다. 특히 가격공정성의 중요도는 신뢰성과 거의 대등했지만, 정작 점수는 평균 58.2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는 소비자들이 가격 정보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시장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지향성 점수 종합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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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신뢰한 시장 1위는
‘새벽배송’
40개 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소비자지향성 점수를 기록한 분야는 ‘새벽배송’ 시장이었다. 종합점수 71.8점, 신뢰성 67.4점, 가격공정성 65.4점으로 모든 항목에서 평균을 상회했다. 특히 고령층(70대)의
신뢰 수준이 72.9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낮은 세대에게도 새벽배송 서비스가 비교적 일관된 신뢰를 얻고 있다는 뜻이다.
사업자 신뢰도는 69.4점, 법·제도 신뢰도는 65.4점으로 나타나,
제도적 기반과 업체의 운영 모두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양한 선택지 제공과 가격 투명성이
신뢰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새벽배송 시장의 신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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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서비스' 시장, 소비자 체감 최악
반면 ‘결혼서비스’ 시장은
소비자지향성 최하위를 기록했다. 네 개의 평가 항목 모두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특히 가격공정성 점수는 44.7점으로 전체 평균보다 13.5점 낮았다.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 1,000명 중 85.4%는 “가격
정보를 찾기 어렵다”고 답했으며, 83.2%는 “계약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78.1%는 결제 시 현금 결제를 유도받았다고 밝혔다.
가격표시의 불충분성에 대한 불만도 컸다. 응답자의 71.2%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관련
가격 표시가 부족하다고 답했고, 67.5%는 사업자의 가격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소비자 권익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소비자지향성 5대 상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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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권 제약 심각한 ‘교복’ 시장
‘교복’ 시장은 선택가능성에서 단 46.3점을 받으며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시장’으로 분류됐다.
실제로 학교가 교복 업체를 지정하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경우는 8.2%에 불과했다.
가격 역시 소비자의 기대를 훨씬 웃돌았다. 평균 예상 가격은 18만 2,457원이었으나, 실제
지불가격은 24만 8,814원으로 36.4% 더 지불한 셈이다.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독과점’ 구조가 가장 많이 지목됐으며(44.6%), 이는 경쟁 부재로 인한 가격 인상과 품질 저하 우려로 이어진다
.
서비스 분야 전반, 소비자 만족도 ‘낙제점’
40개 시장 중 소비자지향성이 가장 낮은 하위 5개 시장 가운데 4개가 서비스 업종이었다. 결혼서비스를 포함해 동물병원, 주택수리·인테리어, 산후조리서비스 등은 가격 투명성과 선택가능성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동물병원은 기대가격 대비 실제 지불 가격이 86.8% 높았고, 가격공정성 중에서도 ‘적정성’은 50.8점으로 전체 평균보다 6점 낮았다.
주택수리·인테리어 시장은 비교용이성 항목에서 47.9점을 기록하며, 서비스 비교가 어려운 대표 사례로 꼽혔다.
산후조리서비스는 전환성에서 52.2점으로 서비스 분야 평균보다 8.1점 낮았다. 가격 정보가 명확하지 않다는 응답도 22.9%에 달했다.
이처럼 서비스 업종 전반에서 소비자 권익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거래 과정에서의 가격 불투명성과 비교 불가능성은 소비자의 ‘정보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지향성 5대 하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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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중심 정책으로 이어질까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자체 누리집에 공개하고 ▲유관 부처에 제도 개선을 위한 참고자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하위 평가를 받은 결혼서비스 시장에 대해서는 별도 심층 연구를 통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평가는 소비생활지표, 소비자시장평가지표, 소비자역량지수 등 ‘3대 정책지표’를
구성하는 핵심 자료이며, 정부의 ‘증거기반 정책수립(EBPM)’에 직접 반영된다. 단순한 만족도 조사를 넘어 정책 설계의
지표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번 조사는 소비자의 체감 경험을 수치화하고 비교 분석함으로써, 소비자
중심의 시장 개편을 위한 근거 자료를 제공한다. 특히 서비스업 전반의 제도적 보완과 정보 투명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소비자 권리가 보장받는
시장 구조는 기업의 신뢰와 국가 정책의 신뢰로 이어진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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