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디어뉴스] 김상진 기자 =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거리에서는 귀여운 외형의 배달 로봇이 보도를 따라 음식을 전달하는 풍경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비대면 수요, 그리고 배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등장한 이 로봇들은, 단순한 기술 시범을 넘어 실질적인 서비스 운영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표적으로 '코코(Coco)'라는 이름의 로봇은 자율주행과 원격 조작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현재 미국 주요 도시와 유럽 일부 지역까지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매우 흥미로운 진화다. 하지만 문화라는 렌즈로 바라본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로봇이 도시를 걷고, 음식을 전달하는 장면은 단지 배달 방식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도시의 질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감각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배달 문화의 밀도를 가진 사회다. 좁고 빠르고 정밀한 이 문화는 단순히 기술과 인프라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 익명의 고객이라도 반찬 하나 더 챙겨주는 정서, 그리고 골목이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정다운 긴장의 결합이다. 그런데 만약 로봇이 그 골목을 걷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그 풍경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선, 한국의 도시 보도는 물리적으로도 복잡하고, 정서적으로도 섬세하다. 노점상, 반려동물, 퇴근길의 인파, 가끔은 느슨한 질서가 조화를 이루는 이 보행 환경은 단순한 통행로가 아니라 도시민들의 감정과 삶이 교차하는 문화적 공간이다. 이 공간을 로봇이 차지할 경우, 보행자의 경험은 어떻게 달라질까? 혹은 우리는 로봇과 함께 걷는 길에서 여전히 '사람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관계의 소멸'**이다. 한국의 배달 문화는 단지 물건을 받는 기능적 서비스가 아니다. 때로는 배달원과 점주의 눈인사, 혹은 고된 하루를 위로하는 따뜻한 한마디까지 포함한 감성적 체계다. 로봇은 이런 '온도'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가 이 기술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쩌면 도시 일상 속에서 사람 사이의 작은 정서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물론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약간의 불편함과 낯섦을 동반하며 도입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그것을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문화란 효율성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인간의 감각, 사회적 관계, 도시 공간이 주는 상징성, 이러한 것들이 조화롭게 작동할 때 비로소 '문화적 수용'이 이루어진다.
배달 로봇은 분명 도시문화를 바꾸는 하나의 신호탄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이 변화가 사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사람을 밀어내는 것인지에 대한 깊은 질문 없이 도입된다면, 그것은 일상의 편리함을 대가로 인간성을 지우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문화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변화해야 한다. 기술은 급하지만, 도시의 정서와 사람의 감각은 천천히 익어야 제맛이다.
우리는 지금,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문화를 계속 지켜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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