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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갤문학] 윤수의 '나비효과' 10화

1313(211.212) 2015.10.27 17:22:34
조회 4933 추천 25 댓글 18

9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tarcraft_new&no=3861362&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나비









10화









2036년






아담한 산 바로 밑에 위치한 봉안당.




평일이라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어 더욱 쓸쓸해 보이던 이곳에 차량 한 대가 서서히 들어섰다. 

검은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채 차에서 내린 사람은 중년의 준호였다. 


준호는 보조석에서 제사용 술인 정종을 꺼내 들고 익숙한 걸음으로 안으로 향했다. 

수많은 유골함이 안치된 방들을 지나, 입구로부터 안쪽 깊숙이 위치한 안치실로 들어선 준호의 앞에 한 남자가 보였다.




“내가 제일 먼저 온 줄 알았는데 벌써 와 있었네”


“나도 방금 왔어”



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답한 이는 중년의 영호였다. 

영호 역시 전과 달리 말끔한 검은색 정장을 챙겨 입은 채 안치된 유골함을 응시하고 있었다.




“벌써 1년인가...”


준호가 술잔을 채워 유골함 앞에 예를 취한 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래... 벌써 1년이나 되었어. 그렇게 떠난 지”


영호가 착잡한 말투로 내뱉었다. 

이미 나이를 먹어 중년에 이른 그들의 눈가에 아쉬움이 한가득 맺혔다.




“정말로 그걸 할 셈이야?”



잠시동안 말없이 유골함을 바라보던 준호가 묻자,

영호는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준호를 바라보았다.




“해야지”


영호의 눈이 슬픔에서 승부사의 눈으로 바뀐 것을 준호는 놓치지 않았다.



“모든 준비는 끝났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해낼 거야”








영호의 단호함 너머로 보이는 유골함에는, 어윤수란 이름 세 글자가 선명히 쓰여 있었다.













2015년 정윤종 vs 한지원 결승 당일






“조중혁...?네가 무슨 일이야?”


지원은 갑작스레 들어온 중혁을 보고 의아해져 물었다. 

지원은 중혁과 별다른 친분도 없었고 대화조차 나눌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렇게 대기실에 혼자 불쑥 찾아올 관계는 더더욱 아니었다.



“지원이 형.”

중혁이 가까운 대기실 의자에 앉으며 말을 꺼냈다.




“우승하고 싶죠?”


“응?으응 그야 우승하고 싶지”

지원은 당황했으나 일단 답했다.




“근데 말이죠. 형은 우승 못 해요”


“뭐?”

중혁이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한 말에 지원은 기분이 확 상했다. 

당돌한 애라고는 들어왔지만 이토록 무례할 줄은 몰랐다.




“그런 소리 하러 온거면 그만 나가줘”


기분이 상한 지원이 몸을 돌리며 차갑게 말했으나 중혁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잘 들으세요. 형은 이번 결승에서 4대1로 져요. 그리고 스베누 스타리그 시즌3에서 준호형한테 4대2로 져요. 

또한 동시에 올라간 GSL에서도 신형이형한테 4대2로 져요.”





지원이 이제는 분노에 찬 눈길로 중혁을 훽 쏘아보았다.

“지금 나한테 저주라도 하러 온 거야?”



“아뇨 아죠. 난 사실을 알려드리러 온 거에요. 뭐 물론 지금은 믿을 수 없을 거에요. 

난 당장이라도 형을 우승시켜줄 수 있지만 날 믿을 수 있을 때까진 시간이 필요할 거란 것도 알죠”




중혁은 슬슬 몸을 일으켰다. 

너무 여유 부린 탓에 벌써 시간 여행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세 번의 결승이 끝나고 날 믿을 수 있게 되면 찾아오세요. 다음 결승은 언제인지... 어떻게 해야 우승할 수 있는지 알려드리죠”



중혁은 음흉하게 웃으며 대기실 밖으로 나왔다.




‘말 한마디가 가지는 나비효과... 넌 내 뜻대로 움직이게 되있어’





곧이어 중혁은 현실로 돌아왔다.


여전히 정신을 잃고 있는 윤수와 령우를 뒤로하고, 중혁은 숙소로 돌아갔다.













2016년 현재









“령우 너는 숙소로 돌아가서 중혁이랑 감독님 동향을 좀 살펴줘. 성대 너도 KT 숙소에 가서 중혁이 때문에 바뀐 게 없는지 좀 살펴주고”


윤수는 그렇게 둘을 옥상에서 내보냈다. 

물론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지만 이제부터 일어날 대화를 자신 혼자 들어야 할 거 같은 생각에서였다.




절친이며 아직 상황파악도 못하고 어리둥절하던 성대는 흔쾌히 내려갔고 령우도 조금 꺼림직한 표정이긴 했지만 숙소로 돌아갔다. 

둘이 옥상에서 내려가고 나서야 윤수는 머리 큰 아저씨를 향해 되물었다.




“내가 죽는다구요?”



윤수의 말엔 가시가 돋혀 있었다. 

그러나 정작 대답한 사람은 옆에 투명하게 서있던 중년의 아저씨였다. 


“그전에, 우리가 누군지 모르겠냐 윤수야?”


흡사 친구를 대하듯 친근한 말투에 윤수는 멈칫했다. 


그러나 투명한 아저씨는 아무리 봐도 투명한 것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머리 큰 아저씨 역시 머리만 커 보였다. 

마지막으로 산세베리아를 들고 있던 남자는 산세베리아 잎에 가려 눈동자만 보일 뿐 얼굴 자체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잼종아 이제 그것 좀 내려놔. 개그 욕심 좀 그만 부려”


투명한 남자가 한숨을 쉬며 나무라듯 말했다.




“잼종...?잼종이면 윤종이 별명인데...어?”

윤수는 산세베리아를 내려놓은 남자가 윤종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희한하게도 세월의 흔적이 윤종만 비껴간 듯 얼굴이 소싯적 그대로 남아있었다. 




나이 먹는 것마저 재미없는 남자였다.




“윤종이... 정윤종?”

그제서야 윤수는 다시 머리 큰 아저씨와 투명한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넌... 김준호? 그리고 넌... 영호?”

윤수는 이제야 중년이 된 그들의 얼굴에게서 친구들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이제야 알아보냐 멍청한 놈아”


중년의 영호가 예의 그 30cm자로 윤수의 어깨를 툭툭 쳤다.





‘머리가 크고 자동문에 포카리를 마시고 30cm자를 휴대... 내가 왜 못 알아봤지?’



실소가 나오는 윤수였다.




“하지만 왜 다들 나이를...설마?”



윤수의 머릿속에 가정하나가 떠올랐다. 


영호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우린 모두 미래에서 왔어.”



 “!!!”

여태껏 잘 돌아가던 윤수의 뇌가 한꺼번에 파워off된 느낌이었다. 





“뭐 설마 너 시간여행을 하면서 너만 시간 여행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냐? 되게 창의력 없는 놈이네 이거. 그러니까 4윤수하지 임마”



영호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타박햇으나 윤수는 여전히 어벙벙한 상태였다.





“뭐부터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니까 내가 하나씩 설명해줄게 듣기나 해. 

우리는 20년 뒤 미래에서 왔다. 온 방법은, 너랑 똑같으니까 설명할 필요 없겠지”




영호는 목이 타는지 품속에서 포카리를 꺼내 드링킹했다. 



준호가 그 뒤를 이어 말했다.





“우리가 미래에서 온 목적은, 너를 살리기 위해서다.”

"살려요?"




영호가 포카리를 양 볼 빠방히 채운 채 계속하라는 손짓을 내보였다.



“에이씨 맨날 어려운 말만 나 시키더라”



“준호가 옛날엔 순둥이였는데 어쩌다 저런 성깔이... 내가 너무 순둥이라고 인터뷰까지 해줬는데”

화를 내는 준호를 보며 윤종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손에는 어느새 산세베리아가 다시 들려있었다.





“저걸 진짜... 아 뭐 암튼, 윤수 너는 20년 후에 죽는다. 자살로. 원인은 우울증”




“자살!?”

윤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자살이요?내가 왜요? 겨우 4연준했다고 자살을 해요? 나 그렇게 약한 놈 아니”

발끈해 횡설수설하는 윤수의 말을 영호가 툭 끊었다.





“4연준이 아냐”





“군심 4연준 더하기 공허 2연준. 총 6윤수다”

















“어 성대야 오랜만이다”

성욱이 일어나 성대를 반겼다. 성대가 들어온 곳은 KT의 숙소였다.


“형! 웬일이야?”

옆에 있던 태양 역시 반갑게 나와 성대를 반겨주었다. 


그 외의 멤버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엉 지나가다 들렸어. 다들 얼굴이나 볼까해서...근데 넌... 여기 웬일이야?”

순간적으로 나올 뻔한 방출이란 단어를 삼키며 성대가 물었다.




“난 태양이 만났다가 잠깐 들렀어. 어떻게 은퇴한 지 좀 됐는데 잘 지내? 이 근처는 누구 만나러 온 거야?”




“어어 윤수좀 만나고 오는 길이야”

성대는 윤수나 중혁만큼 영악하지 못한 순수한 아이였다. 


성대의 답변에 성욱은 눈을 빛내며 성대와 어윤수가 절친이란 사실을 상기했다.




“이런 행운이... 잠깐 얘기 좀 할까 성대야?”


성욱의 팔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6준우승... 6준우승.... 하하...”


윤수는 바닥에 앉은 채 실성한 사람처럼 대뇌이고 있었다. 6준우승이라니. 

4연준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는데도 정말 힘들었던 윤수였다.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프로게이머를 관두겠다는 생각만 하루에 수십 번씩 하곤 했었다. 

특히 4연준 직후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조롱하거나 불쌍하게 본다는 생각에 외출까지 삼가곤 했던 윤수였다. 



겨우 그걸 극복했는데 그 후에 또다시 2연준을 한다라. 남들 다하는 별창짓은 쳐다도 안보고 연습만 했건만...





윤수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고개를 젖혀 하늘을 쳐다보며 물었다.




“우승은....?”




“...우없.”

영호가 냉랭하게 답했다. 



그러나 윤수는 곧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미 자신은 과거를 뒤바꿔 2회우승을 차지한 몸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된 거 아닌가요. 난 우승을 했어요. 이제 자살 할 일은 없겠죠”




“조중혁”

윤수는 흠칫 몸을 떨었다.




“전에 말했듯이 다시 과거로 가면 그전의 과거는 리셋되게 된다. 

허나 중요한 것은, 같은 과거여도 바꿨던 과거보다 미래로 돌리면 그 전에 바꿨던 과거는 그대로 유지된다. 

즉 너가 지금 상황에서 추가로 김도우나 이신형과의 결승전으로 돌아간다면 그 전에 바꿨던 과거보다 미래의 때이기 때문에 

전에 바꿨던 동준과의 결과는 그대로 유지되는 거지. 물론 다시 돌아간 시점부터 새로운 미래가 쓰여지는 것이고. 

그래서 내가 너를 여러 번 만나러 왔음에도 시점상 리셋되지 않고 너가 나를 기억하고 있던거다”




“아....”




윤수의 의문점 하나가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같은 때로 돌아가거나 전에 갔던 때보다 더 이전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 앞에 바꿨던 과거는 모두 리셋이 되는 것이다. 

알아먹냐? 즉 아예 모든 걸 첨부터 시작하려면 니가 처음 갔던 백동준 때로 돌리면 되는것이고, 

이미 2회 우승한 걸 유지하려면 그 일이 일어난 후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등장 후 가장 많은 대사를 소화한 탓에 영호의 포카리 흡수량도 어느때보다 늘고 있었다.




“하지만 중혁인 너와 다른 사람이다. 내가 처음에 말했듯이 ‘한 사람’당 하나가 가능하다. 

즉 너가 바꾼 과거와 중혁이 바꾼 과거 두 개는 공존한다는 거지. 그리고 넌 성공한 것처럼 말하는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거 알고 있다. 

의심받고 있다는 것도.”




윤수는 뜨끔했다.





“결국 너가 해야 할 건 하나다. 쪽지를 다시 찾아 실수 없이 다시 원하는 과거를 돌리는 것. 그리고 중혁을 막아라”



“중혁이는... 아무것도 안 한 거 같은데요? 기사보니까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요”



“그보다 더 큰 일이다.”



설렁설렁 말하던 영호가 갑자기 단호하게 말했다.




“니가 막고 쪽지를 되찾아라. 조중혁은 네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아이다. 지금도 무슨 일을 꾸미고 있을지... 아 이거 시간이 다 돼가는군”


영호가 준호의 손목시계 제스쳐를 쳐다보며 말을 마무리했다.




“니가 궁금해하는 것들은 다음에 오면 전부 알려주겠다. 우선은 네 목적을 위해서라도 중혁이를 막아라”




황망해 하는 윤수를 뒤로 하고 셋은 그대로 옥상을 떠나기 시작했다.



떠나는 그들을 쳐다보는 윤수를 힐끔 뒤돌아본 준호가 영호에게 말했다.


“거짓말도 잘하셔...그리고 왜 아직 ‘그건’ 말하지 않는 거야?”






영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최후의 수단으로 해두자”
















“이제 그만 말 좀 해주지?”

성욱이 성대의 머리채를 잡아 올리며 물었다.


“모...몰라...이제 그만...”


“하... 태양아 성대가 모른다는데. 넌 이게 믿기냐?”


성욱의 물음에 태양은 잔뜩 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성욱은 윤수를 만나고 왔다고 실수로 내뱉은 성대를 숙소 지하실로 끌고 온 뒤 의자에 앉혀놓고 질문하던 참이었다. 

일반적인 질의응답과 다른 점은 성욱의 손에 커다란 각목하나가 들려있다는 점이었다. 




벌써 몇 대를 맞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성대의 눈높이를 맞추며 성욱이 타일렀다.

“성대야... 내가 뭐 대단한 걸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 어윤수 어디 있는지만 알려달라니까”


태양은 성욱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무서움에 눌려 아무 말 못하고 있었다.

평소엔 자상하고 공정하기로 게이머와 팬들 사이에 이름난 성욱이었지만 얌전한 사람이 이성 잃으면 더 무섭다고 한 번 돌면 정말로 무서워지는 게 성욱이었다. 

함께 숙소 생활했던 그 긴 시간동안 한 번 정도밖에 못봤던 성욱의 모습을 오늘 다시보자 태양은 쫄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 편 성대는 성욱에게 끌려올 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눈치 챈 상태였다. 

그러나 설마 성욱이 윤수를 찾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성대였다.




‘참...성욱이는 윤수가 바꾼 과거의 희생자였지...’

어떻게 알았는지 뭘 알아냈는지 성대가 알 리 없었지만 이대로 윤수를 만나게 해선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려 입을 다물고 고문을 당하는 중이었다.



“하아... 정말 모르나보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을께 성대야”

성욱이 끼고 있던 가죽 장갑을 팽팽하게 고쳐 맨 후 각목을 움켜잡았다.



“어윤수 어디 있다고?”


“모...몰라...”

성욱의 각목이 풀스윙으로 성대의 배를 직격했다.


“컥...!”

성대의 앉아있던 몸이 반으로 접혔다.


“어윤수 어디있어?”

“...모..몰...”


이번엔 등이었다. 빠악소리를 내며 각목이 휘둘러졌다.


“어디 있어?”

“...그만....”


퍼억-!


“zest is ?"

"???"



다른 질문 때보다 감정실린 각목이 성대에게 날아들었다.

씩씩거리며 각목을 던져버린 성욱이 이번엔 태양을 바라보았다.


“베...베스트... ”

정답이었다.




성욱은 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도 알 수 없었다. 


평소 이성적이고 공정하게 생활하는 것이 좌우명이었던 성욱이었는데, 어제 그 빌어먹을 꿈을 꾼 후로 뭔가 감정적이고 다급해졌음을 스스로도 느꼈다. 



‘알 수 없지만... 뭔가 께름칙해’

성욱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성대의 폰을 들어보았다.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도 성대가 저렇게 감추는 걸로 봐서는 어윤수에게 뭔가 있는게 분명했다. 


꿈도 꿈이지만 성욱이 묻고 싶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현재 케스파로부터 연성과 윤수가 받고 있는 혐의.


‘만약 백동준과의 결승에서 빌드를 사전에 알아낸게  맞다면... 나와의 결승에서도...’


한참을 앞서간 가정이었지만 성욱에겐 인생이 걸린 일이었다.


“이 전화기... 암호로 되어있네”

어떻게 암호를 알아낼까 궁리하던 차에 갑자기 성대의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이는 윤수였다.













아무도 없는 숙소에서 지원은 멍하니 기사 속 사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진 속 자신은 웃고 있었다. 우승 후 기쁨의 웃음이면 더 좋았겠지만 현실은 3윤수였다.


지고도 웃는 자신의 모습에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지원의 인터뷰대로 정말 최선을 다한 후 나온 웃음이었다. 딱 반쯤은.



다른 반은 허탈함의 의미였다. 몇 개월 전 첫 결승 때 나타난 조중혁의 말대로 되었다는 허탈함. 

처음 결승에서 중혁이 말한 스코어대로 패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원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예상 스코어를 맞추는 것쯤이야 흔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자신이 정말로 스슬 결승에 오르고 준호와 붙게 되자 그때부터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 스코어까지 그대로 되자 지원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렇다면 이신형과의 결승도...’


지원은 신형과의 결승 준비 내내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랬기에 최선을 다했다. 

중혁이 정말 자신의 앞을 예언한 거라면 그걸 깨리라는 성실한 마음가짐이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했다. 

중혁의 말은 한치의 틀림없는 사실이었고, 자신은 중혁이 말한 스코어 그대로 패했다. 

지원이 지고도 지었던 웃음엔,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중혁의 말이 진짜였음을 인정하는 허탈함의 의미도 포함되어있었다.




‘조중혁은... 분명 다음 결승이 언제인지 어떻게 해야 우승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고 했다’




한참을 생각하던 지원은 옷을 챙겨입었다.



‘다음 결승에서 어떻게 해야 우승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는 말은 바꿔말하면,... 또 준우승을 한다는 이야기다’



지원은 티원의 숙소로 향했다. 어쨌건 들어둬서 나쁠 건 없다는 판단이었다.












“생각보다 금방왔... 아 형 입장에선 한참 뒤에 온거겠군요”


숙소로 찾아가자 근방 커피숍에서 기다리라고 했던 중혁이 마주 앉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지원은 한담을 나눌 생각 따윈 없었다.




“어떻게... 안거지?”


지원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중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걸려들었군’




“글쎄요... 미래에서 왔다고 하면 믿으실래요?”


“난 지금 장난할 마음 없어”


지원이 나름 정색을 해봤지만 살면서 누구한테 화를 내본 적이 별로 없는 터라 전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흐음... 형. 지금 중요한 건요, 내가 어떻게 알았느냐가 아니라 앞으로는 어떻게 될 까에요”


“... 앞으로 일어날 일도... 알고 있어?”





중혁은 주변을 살핀 후 자리에서 일어나 지원의 귀에 속삭이듯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중혁이 앞으로의 일을 알 리 없었지만, 중혁은 표정하나 안 바뀌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물론 알고 있죠. 형의 다음 상대는... 조성주에요. 그리고 형은 4대0으로 지고 은퇴의 길을 걷게 되죠”




눈이 휘둥그레진 지원에게 중혁이 덧붙였다.


“그리고 나는... 형을 우승시켜 줄 거에요.”




10화 끝


ps. 공허랑 폴아웃나오면 겜하느라 정신없을거 같아서 그전에 빡세게 달려서 완결내기로 맘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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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7427 비제이 영상 주작티 나는건 [1] ㅇㅇ(39.113) 00:50 61 3
5357426 트로이는 진짜 먼생각으로 만든지 모르겠는 맵이네 ㅋㅋ [1] 스갤러(175.123) 00:40 83 0
5357425 질럿은 야마토 한방에 안죽어 [1] 거소그(119.197) 00:00 42 3
5357424 요즘 아비터 안씀?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1 78 0
5357423 초본데 저그 ㅈㄴ재밌네 스갤러(175.223) 05.01 41 0
5357422 포크새끼들이 착각하는게 테란은 그냥 막 나가는 종족이 아니야 [4] 스갤러(175.123) 05.01 115 2
5357421 탱크 모드 삭제해야한다 [4] ㅇㅇ(1.253) 05.01 88 2
5357420 퀸의 스타1과 스타2 다른점 ㅇㅇ(211.206) 05.01 58 0
5357419 몰멀이 생각보다 좋은거 같지가 않네? ㅇㅇ(221.165) 05.01 44 0
5357418 저그로 점수 올리고싶으면 무조건 서문지훈 김윤환 처럼 해라 [1] 스갤러(182.31) 05.01 76 0
5357417 프로들도 저그로 쇼부치는데. ASL 김민철이 쇼부만 8번친거 안봤냐? [2] wixbdebb(211.234) 05.01 108 0
5357416 나 100살넘으면 타임머신 개발완료되네 스갤러(210.223) 05.01 44 0
5357415 공방에서 처음으로 이겨봤습니다 스갤러(211.200) 05.01 48 2
5357414 저그로 정석 = 패작 외워라 ㅇㅇ(211.223) 05.01 62 5
5357413 저그한테 쇼부충이라고 하는 놈들 특징 [2] 스갤러(58.29) 05.01 93 4
5357412 트로이에서 3멀은 중립가스통 깨는게좋음? [1] 루이14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1 62 0
5357411 스타1 랭크돌리려는데 안됍니다 도와주세요 ㅠㅠ 스린이 [6] 스갤러(118.128) 05.01 73 0
5357410 스트리머중에 스타 하는애들좀 알려주세요 스갤러(121.172) 05.01 39 0
5357409 역대 테란 순위 분석해봤다.txt [5] ㅇㅇ(115.136) 05.01 154 4
5357408 질럿은 야마토 한방에 안죽어 [1] 거소그(119.197) 05.01 31 0
5357407 빨무 저그 테란 픽하는 새끼들 왜케 일찍뒤지노 [2] ㅇㅇ(211.36) 05.01 82 0
5357405 빨무에서 저그 픽만큼 양심 뒤진 새끼가 없음 [3] 스갤러(125.131) 05.01 97 2
5357404 스타 2400이면 아마 초고수에 2600이상이면 프로라고 보면됨? [6] ㅇㅇ(223.38) 05.01 11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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