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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에서의 앨범의 위치 전면개정판-9.〈연석박물지〉

동프학선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8.04 20: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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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정리글: https://gall.dcinside.com/touhou/7032897


1.서론

〈토리후네 유적〉과 〈이자나기 물질〉 이후 동방은 그 앨범들이 예시한 사회로서의 환상향, 특히 그 양면성을 보여준다. 아마노자쿠는 체제의 전복을 꿈꾸며 점쟁이는 머리가 쪼개진다. 특히 후자는 많은 충격을 샀지만, 이미 지적한 대로 이것이 바깥 세계가 겪어온 체제의, 예컨대 치안유지법보다 특별히 가혹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어쨌건 이 시기에 환상향은 개개의 주체와 세력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사회로서의 성격을 더욱 명확히 했다. 영나암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은 이제 다른 개인들과 집단들은 물론이고 인간 마을조차도 멈춰있는 ‘공포의 배터리’가 아니라 객체적 위치에서나마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역동적인 하위 사회임을 보여주었다.


휘침성에서는 신령묘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었던 스탭롤 테마의 Dream(신령묘에서는 드림)이 제거되었다. 그리고 감주전에서는 환상향에서 분리되어 있는 꿈의 세계가 등장하였다. 이로써 환상향에서 ‘꿈의 세계’라는 속성은 관용적 형태로 남아있던 부분까지 완전히 분리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꿈의 세계가 분리되며 꿈은 다시 자신의 영지를 얻었다. 심비록에서 등장한 스미레코는 꿈을 통해 환상향에 진입하면서, 이미 확립된 사회적 환상향을 침범하지 않는, 개인적 차원의 ‘꿈의 세계’를 보여준다. ‘나이트메어’, ‘악몽’, ‘광몽’으로 대표되는 꿈에 대한 공포 정서 또한 이러한 개인적 차원의 위치와 조화된다. 동방은 공포 정서와 대결계 논리의 갈등의 마지막 흔적까지 제거함과 동시에 공포 정서의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였다.



2.〈연석박물지〉에 나타난 패러다임

〈연석박물지〉는 〈이자나기 물질〉에 이어서 정보가 범람하는 세계에 대해 말한다. 특히 후기는 이전까지의 논의를 충실히 이어가고 있다.


과다공급이 된 상품은 가치가 떨어지듯, 인류 전부가 유복해진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부자가 없어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정보가 전자로 기록될 수 있게 됐을 때부터, 막대한 정보가 순식간에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원시로부터 절대적인 권력을 지녔던 속도와 양은 가치를 잃었다.

그 대신 절대적인 가치를 손에 넣은 것이, 질이다. 그 중에서도 개인만이 가질 수 있는 우수한 정보는, 세상의 질적 부자(セレブ)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트랙 1 ‘보잘 것 없는 두 사람의 박물지’ 중에서)


정보의 발신이 누구라도 가능하게 되었으니까…라는 것이 제1의 이유.

제2의 이유는 정보가 과다한데도 아직도 정보의 가치가 크니까, 그래서겠죠.

(후기 중에서)


〈연석박물지〉에서 메리와 렌코가 나누는 이야기는 메리의 체험을 단편적인 과학의 언어와 결합시킨다. 이것은 〈이자나기 물질〉의 이자나기 오브젝트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비과학적으로 느껴지며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독자는 또 다시 질문 받는다. 그러나 메리와 렌코가 만드는 것은 과학적 이론이 아니라 동인지이다. 이것은 〈연석박물지〉의 서두부터 강조된다.


그런 서두로 시작되는 동인지를 두 사람이 만든다.

(서두 중에서)


‘누가 봐도 기이한 내용의 책이었지만’(트랙 11 ‘영원의 삼일천하’ 중에서)이라고 흔쾌히 인정하는 〈연석박물지〉의 메시지는 결국 이것이다.


과감하게 정보 신앙을 버려본다면 렌코와 메리가 쓴 동인지(?)를 즐기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후기 중에서)


패러다임, 정보 신앙 아래에서의 수수께끼 풀이는 단순히 정답이 그 안에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뿐이 아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정답 찾기’를, 특히나 ‘수수께끼’라는 특정한 포맷의 정답을 유일한 목표로 상정하고 있다. 정보 신앙을 버린다는 것은 단순히 정답이 정보 안에 없을 수도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굴레 자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상상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랙 1 ‘보잘 것 없는 두 사람의 박물지’에서 ‘보잘 것 없는’의 원문은 ‘他愛も無い’이다. 이것은 보편적인 번역대로 ‘보잘 것 없다’라는 뜻이기는 하지만, ‘他愛’(사려분별, 제정신)가 부재하다는 의미로서 ‘철없다’, ‘어린 아이 같다’의 뉘앙스를 포함할 수 있다. 실제로 ‘他愛のない’를 ‘어리석은[어린애 같은]’으로 번역한 예문이 존재하며, 他愛ない의 유사 어휘 중 하나로 子供だまし(아이에게나 통할 법한)를 제시한 자료도 있다. 동방 영어 위키는 이를 Childlike로 과감하게 번역하였으며, 일부 한국어 번역본은 ‘천진난만한 두 사람의 박물지’라는 번역을 시도하기도 했다.


〈몽위과학세기〉의 트랙 1 ‘동제 ~ Innocent Treasures’와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생각해보면 이 ‘보잘 것 없는 두 사람의 박물지’가 양면적인 의미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사람의 박물지는 어린 아이 놀이처럼 철없고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어린 아이 놀이처럼 천진난만한 상상이기도 하다. 동방은 이것을 〈몽위과학세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그러나 ‘질적 부자(セレブ)’들이나 ‘일부 황당한 책(トンデモ本) 마니아’(트랙 11 ‘영원의 삼일천하’ 중에서)들이 이 동인지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즐길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그 결론은 〈구약주점〉에서 제시된다.


〈연석박물지〉는 메리가 자신들이 보고 있는 세계가 단순한 꿈이 아니라고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마에리베리 한(메리)의 생각으로, 두 사람이 봐왔던 이상한 세계를 책으로 만들게 되었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보고 있는 세계가 그저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트랙 2 ‘얼어붙은 영원의 도시’ 중에서)


꿈이 아니라는 데에 대한 인정이 렌코와 같은 ‘현실’이라는 입장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몽위과학세기〉에서 밝힌 메리의 입장은 결국 ‘좀 더 머나먼 옛날 사람’의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않는’ 것(〈몽위과학세기〉 트랙 7 ‘밤이 내려온다 ~ Evening Star' 중에서 으로 수렴했다. 〈대공마술〉에서 렌코가 논한 ‘불로불사는 죽음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생과 사의 관계가 사라져서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가 되는 것 뿐’이라고 한 것과 연관 지으면 〈연석박물지〉의 이 서술이 〈몽위과학세기〉에서 보인 메리의 입장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트랙 5 ‘수유는 플랑크를 넘어’에서 메리는 ‘양자가 지배하는 인간이 보고 있는 세계를 「이 세상」이라고 한다면, 다른 양자가 지배하는 「저 세상」’에 관해 말한다. 〈대공마술〉에서 언급되기도 한 플랑크 질량 등이 포함된 단위계가 바로 플랑크 단위계이다. 이 플랑크 단위계는 ‘자연 단위계’라고도 불린다. 이 단위계의 구성 요소가 오직 우리우주의 자연적 성질에서만 온 것이고 인간이나 특정 물체·특정 입자에 기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랑크 단위계는 오직 다섯 가지 상수에만 기반하며, 각각이 현대 물리학의 부분들을 반영한다.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 c (특수 상대성 이론)

중력상수 G (일반 상대성 이론)

환산 플랑크 상수 h (양자역학)

쿨롱 상수 ke (전자기학)

볼츠만 상수 kB (열역학)


따라서 플랑크 단위계는 문학적 의미에서 현대 물리학으로 표현된 우리우주 자체의 상징이 될 수 있다. 트랙 제목의 ‘플랑크를 넘어’라는 표현은 메리가 말하는 ‘다른 양자가 지배하는 「저 세상」’의 의미를 함축한다. 그것이 ‘수유’라는 전통적인 단위인 것은 그 대안적 세계에서 전통이 가질 역할을 암시한다.


〈연석박물지〉는 메리와 렌코의 ‘시선’의 패러다임적 요소와 〈대공마술〉의 ‘Physicist is Magician’ 선언을 확실하게 직설한다.


무녀, 이타코, 영능력자, 초능력자, 경제학자…

보이지 않을 터인 것을 보는 눈동자의 소유자는 예로부터 존재했다. 그들은 모두 사기꾼 취급받는 대상이 되었다. 메리의 눈동자 또한 바이러스에 의한 섬망으로 진단받는 일도 있었다.

허나, 술을 마시고 냉정하게 되었을 때 문득 생각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부정당하는 것이라면, 관측 불가능한 물리학도, 너무 멀어서 손이 닿지 못하는 천문학도 이미 망상의 영역이 아닌가 하고.

(트랙 3 ‘Dr.레이턴시의 잠들지 못하는 눈동자’ 중에서)


같은 장소에서 다른 것을 본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최근 메리는 여러 세계를 동시에 보는 일이 있다고 한다. 메리에 의하면 사람은 제각각 조금씩 다른 세계를 보고 있다고 한다. 매우 흥미롭게도, 다른 세계를 보고 있어도 커뮤니케이션은 성립된다는 듯하다.

메리는 신기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부의 인간만이 보고 있는 이상한 세계의 이야기였다.

거기에선 극히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 세상의 상식이 성립하지 않는 기묘한 세계의 이야기였다. 소립자가 공간도 시공도 뛰어넘는, 기묘한 세계다.

「…일부의 인간이란 거, 물리학자 얘기야?」

「명답이야. 역시 대단한 걸.」

(트랙 4 ‘9월의 펌프킨’ 중에서)


「요괴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보이기 시작했어. 지금도 요괴가 사는 세계가.」

「그건 혹시, 다른 브레인 월드……」

「그게 뭐야」

「물리학자에게만 보이는 세계 중 하나야.」

(트랙 6 ‘슈뢰딩거의 둔갑 고양이’ 중에서)


‘등고선 지도를 놓고 학생은 종이 위에 그어진 성을 보고, 지도 제작자는 땅의 모양을 읽는다. 거품상자의 기록을 보고 학생은 끊어진 선을 보고, 물리학자는 익숙한 소립자의 궤적을 본다.’라는 쿤의 설명은 이것과 완전히 일치한다. 그리고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점에서, 〈대공마술〉이 Physicist is Magician이라고 한 것의 의미는 여기서 확언되었다.


트랙 6 ‘슈뢰딩거의 둔갑 고양이’와 트랙 8 ‘금기의 막벽’에서 언급된 ‘브레인 월드’는 〈몽위과학세기〉에서 렌코의 전공으로 언급된 끈이론, 특히 그것에서 파생된 다중우주 이론과 연결지을 수 있다. 현대 끈이론인 M이론은 11차원을 상정하며, 이 경우 우리가 보는 4차원 시공간 외에 차원이 다수 남는다. 이 여분의 차원을 처리하는 방법 중 하나는 3차원에서 9차원까지의 우주를 11차원 위에 띄우는 방법이다. 이 떠다니는 우주들이 바로 ‘브레인’이다. 기본적으로 이 브레인 다중우주의 주안점은 시간축 상의 다중우주에 있지만, 이 브레인 각각을 하나의 다중우주로 상정할 수도 있다. 이 브레인들은 각각 다른 차원을 가질 수 있으며, 따라서 다른 상식을 가질 수도 있다.


메리가 말하는 「저 세상」이란 살아있는 것이 있을 뿐만이 아니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기묘한 세계라는 모양이다.

(중략)「메리가 본 것은 그런 다른 브레인일지도 모르지.」

(트랙 7 ‘공중에 가라앉은 휘침성’ 중에서)


한편 끈이론에 의한 다른 해석은 트랙 5 ‘수유는 플랑크를 넘어’와 연결될 수 있다. 이 해석은 여분의 차원을 우리가 보는 4차원에 촘촘히 말아 넣는다. 4차원에 빼곡히 차있는 이 여분의 차원은 플랑크 길이 정도의 크기로 말려 있다고 상정된다. 이 여분 차원 또한 여러 가지 요인과 양자 도약으로 서로 다른 물리 법칙을 갖는 우주로 팽창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수유는 플랑크를 넘어’라는 제목이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끈이론에 따른 해석이 다른 양자, 다른 상식의 다중우주로서의 환상향을 상징한다면, 트랙 8 ‘금기의 막벽’은 환상향의 두 경계, 상식의 경계로 나누어지는 격리의 환상향을 대유한다.


환시가 가능한 물리학자에 의하면 이 세상은 얇은 막(멤브레인) 같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듯하다. 그리고 그 브레인이 몇 개나 존재한다던가.

메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 브레인 월드라는 것인가.

그녀가 말하길 「이 세상과 저 세상의 사이에는 작은 경계선이 있어서, 거기에는 왕래를 강하게 거부하는 무언가가 있어. 약간의 요령만 익히면 간단하게 건너갈 수 있게 돼.」라고 한다.

(트랙 8 ‘금기의 막벽’ 중에서)


일찍이 구문사기는 ‘알다시피 어떠한 존재는 경계의 존재로 성립’하며, 따라서 ‘경계를 다루는 능력은 논리적인 창조와 파괴의 능력’이라고 말했다.(구문사기 p.48) 브레인 월드는 그 자체로 세계인 동시에 왕래를 거부하는 구분과 격리의 막, 경계이다.


트랙 9 ‘고향별이 비치는 바다’는 〈토리후네 유적〉 등에서 살펴본 생물학적 생명력과 다양성의 모티프를 반복한다.


다이버시티가 풍부한 숲을 보았다. 저지대에 사는 생물을 들여보내지 않는 긍지 높은 영산도 보았다. 신비로운 안개로 자욱한 호수를 보았다.

그곳에는 아름다움뿐만이 아닌 자연이 있었다.

(트랙 9 ‘고향별이 비치는 바다’ 중에서)


이 세계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은, 다른 규칙을 가진 세계는 필연적으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걷는다. 인간의 통제와 관리에 얽매이지 않은 자연은 자체의 생명력을 가지고 서로 다른 형태의 생태계로 발산한다. 다이버시티(생물학적 다양성)가 풍부한 숲은 이것을 직설적으로 대유한다. 〈이자나기 물질〉에서 지적한 인간이 관리하여 그림으로 그린 듯한 정글(〈이자나기 물질〉 트랙 1 ‘녹색의 새나토리엄’)처럼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라 ‘자연이 있’다. 〈토리후네 유적〉에서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연석박물지〉에서도 이 진화론적 발산은 막벽에 의해 서로가 격리되고 서로의 생물을 ‘들여보내지 않’을 때 일어난다. 이 브레인의 경계선은 렌코에 의해 ‘그 왕래를 거부하는 무언가라는 건 삼도천 아니야?’라고 말해진다. 말할 것도 없이 강은 생태계의 지리적 분리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삼도천은 이렇게 전통적인 모티프로 기능하는 동시에 과학적 알레고리를 수행한다.


이 격리에 따른 종의 분리, 패러다임의 분리, 세계의 분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한 생태계의 생물이 다른 생태계에 떨어졌을 때에는 어떻게 되겠는가? 저지대에 사는 생물을 들여보내지 않는 영산에 저지대의 생물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염색물에 그려진 무늬가 능숙하게 강을 건너 다른 염색물로 옮겨간다.

(중략) 하지만 다른 염색물로 모양이 옮겨진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건 무늬가 아니라 더러움으로 인식되어 버리는 것이겠지.

(트랙 8 ‘금기의 막벽’ 중에서)


바깥 세계와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배제를 행하는 환상향은 〈토리후네 유적〉을 비롯해 예로부터 이미 지적된 것이지만, 〈연석박물지〉는 이것을 보다 심각하고 진지하게 다룬다.



3.〈연석박물지〉에 나타난 배제와 공포

〈몽위과학세기〉, 〈묘유동해도〉, 〈대공마술〉은 광기가 미래의 바깥 세계에서 배제되고 거부됨을 그려냈다. 〈몽위과학세기〉의 바깥 세계는 꿈과 환상을 같은 것으로 보기를 교모하게 배척했고, 〈묘유동해도〉의 일본은 호쿠사이의 광기를 거부하였으며, 〈대공마술〉의 바깥 세계는 광기는 물론 물리학도 종말을 맞은 세계이다. 〈토리후네 유적〉과 〈이자나기 물질〉은 관리에서 벗어난 것을 부정하는 인간의 오만과 메리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새너토리엄으로의 격리를 보여주며 이 광기의 배제를 이어나갔다. 동시에 〈토리후네 유적〉과 〈이자나기 물질〉은 〈몽위과학세기〉 이후 맹수의 습격과 지옥으로 표현된 신들의 세계로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던 메리의 공포를 복원했다. 또한 저편의 세계로부터의 배제의 단초를 보여주기도 했다.


〈연석박물지〉는 이제 그 광기의 배제가 메리의 개인적 차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주목한다.


「이물질이 섞여 들어온다면, 배제해야해」

(트랙 8 ‘금기의 막벽’ 중에서)


그런데, 성질이 다른 양자가 지배하는 브레인에 간다면,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메리는 상기하고는 공포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트랙 9 ‘고향별이 비치는 바다’ 중에서)


렌다이노 야행과 이자나기 물질에서와 마찬가지로, 메리가 ‘갑자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트랙 8 ‘금기의 막벽’ 중에서) 한 이물질에 대한 발언은 그 자체로 메리의 광기를 강조한다. 이 광기의 당사자인 메리가 ‘이물질’로서 느끼는 공포는 〈토리후네 유적〉에서 키메라의 습격에 대해 느낀 것에 비해 분명히 발전된 형태이다. 사실 메리는 그런 괴물의 습격에 대해서는 이미 익숙해져 있다.


「근데, 뭔가 메리는 괴물한테 습격당하는 버릇이 있네.」

「뭐, 그건 이미 익숙해졌어.」

(트랙 10 ‘퓨어 퓨리즈 ~ 마음이 있을 곳’ 중에서)


메리의 공포는 더 이상 그런 ‘사건’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배제를 행하는 세계에 대한 배제의 당사자로서의 공포이다. 휘침성과 영나암에서 보여줬듯이 이제 이 배제는 바깥 세계가 아닌 환상향에서도 사회적 차원에서 일어난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어느 세계에서나 나름의 패러다임에 따라 나름의 배제를 행한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그것은 ‘이물질’로 지목되는 그 대상 개인에게는 명백히 공포스럽다. 광기의 구조적인 배제와 평범한 공포는 〈연석박물지〉에서 이렇게 결합된다.


「나를 발견하면 거기 사는 요괴들이 공격해 오는 거야.」

(중략)「역시 이물질이라고 알아버린 거겠지. 내가 보기에는 요괴들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듯이, 상대한테도 내가 유령처럼 보이는지도 모르겠네.」

(Ibid.)


모든 세계가 각자 나름의 배제를 행한다는 것은 대결계 논리에 따른 환상향의 평범함을 강변하기도 하지만, 메리에게는 더욱 더 큰 공포로 기능할 수 있다. 바깥 세계는 통제에서 벗어난 메리의 광기를 간접적으로, 또 직접적으로 배제해 왔다. 그리고 이제 경계 저편의 세계에서도 단순한 사고가 아닌 이물질에 대한 구조적인 배제를 느꼈을 때, 메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현실의 세계와 대안 현실의 세계 사이에서,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으려는 메리의 자리는 있는가? 독자는 메리의 돌발 행동과 비봉클럽의 동인지를 보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감주전에서 분리된 꿈의 세계의 ‘악몽’이란 공포 정서와 이런 사회적 배제 하에서의 공포 정서는 다소 동떨어져 보인다. 사회적 배제 하에서의 개인적 공포는 그 사회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닌 개인적 차원의 것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그 근원을 사회적 차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악몽은 매우 원초적이며 개인적이다. 침대만큼 개인적인 공간은 없다. 특히 이후의 빙의화 엑스트라나 비봉 나이트메어 다이어리에서 등장한 ‘꿈의 세계의 자신’은 자신과 닮았지만 자신이 아닌 것, 자신을 대체하는 가짜 자신이라는 원초적인 공포의 모티프를 가지고 있다. 사회가 개입할 틈새는 없다.


가설적인 상상으로, 〈연석박물지〉의 기묘할 정도로 복잡한, 물리학의 언어를 빌린 세계관 설명과 꿈의 세계를 중심으로 한 빙의화와 비나이다의 설정 및 설명을 대칭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상상에서 ZUN은 〈봉래인형〉과 초기 신작 시대의 원초적인 공포 정서를 다시 사용하고 싶으면서도, 환상향이 다시 〈봉래인형〉의 모조 낙원으로 보이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공포의 구조적 요소로서 도입된 바깥 세계의 스미레코, 꿈의 세계의 스미레코, 환상향의 스미레코를 말하는 비나이다와 향림당의 설명은 이른바 설정놀음처럼 보일 정도로 복잡하다. 이것은 우리의 세계에서 일상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대결계 논리 하에서의 환상향의 현실성을 감쇄시킬 우려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복잡한 설명을 도입한 보람도 없이 여전히 환상향은 그 자체가 바깥 세계와 대비되는 공포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주인공으로 하여금 악몽과 같은 원초적인 공포를 마주하게 하면서도 환상향이 〈봉래인형〉 시기의 모조 낙원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 바로 〈연석박물지〉의 물리학적 소재가 아닐까? 〈연석박물지〉는 독자들이 바깥 세계와 환상향을 포함한 브레인 월드들 사이의 복잡함을 받아들이기를 기대하면서 그 복잡함에 딸린 맹수의 습격을 메리의 입을 빌려 ‘일상적인’ 것으로 한다. 이 방책으로 맹수의 습격과 원초적 악몽은 사회적 공포와 원초적 공포의 간극을 넘어 대칭적 관계를 맺는다.



4.결론 및 제언

〈연석박물지〉는 새로운 것을 제시하기보다는 계승하고 확실히 하는 앨범이다. 패러다임과 정보 신앙에 대한 비판, 광기의 배제는 말할 나위 없고, 공포 또한 이제까지 있었던 대결계 논리와 공포 정서의 상호작용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이것은 〈연석박물지〉에서 처음 제시된 것 또한 아니라 휘침성과 감주전에서 일어난 변화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연석박물지〉와 〈구약주점〉 이후의 동방의 한 시대가 아직 완결되지 않아서 일어나는 착시일 수 있다. 두 앨범 이후의 게임은 본편은 아직 천공장 하나만이 발매되었고, 빙의화와 비나이다는 상당히 강한 유대를 갖고 있다. 귀형수 이후의 본편은커녕 귀형수 자체도 발매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미래와 연관되는 내용을 앨범에서 찾아내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알지 못하는 소재로 아직 일어나지 않은 변화를 예언하는 것보다는 이미 본 변화에 맞춰 소재를 찾고 맞춰보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렌다이노 야행〉과 〈몽위과학세기〉에서 경계 탐사가 금지되어 있다고 언급된 것에 대해 〈연석박물지〉가 이를 심각하게 여기는 쪽을 지지하는 가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몽위과학세기〉 트랙 6 ‘영야의 대가 ~ Imperishable Night’ 등에서 렌코의 전공은 ‘초통일물리학’이라 불리고, 〈대공마술〉 트랙 7 ‘G Free’에서는 중력이 다른 힘과 완전히 통일되었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브레인 월드와 연관될 수 있다. 끈이론에서 대부분의 끈은 열려 있으며, 양쪽 끝이 한 브레인에 붙어있다. 한 우주 안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오직 중력자만이 닫힌 끈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브레인들을 자유롭게 오가며 상호작용 할 수 있다. 이 서술들과 〈연석박물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경우, 중력에 대한 이해는 〈연석박물지〉가 말하는 경계와 다른 세계에 곧장 연결된다. 비봉의 미래 세계의 경계 탐사 금지가 구체적인 형태로 실존할 경우 이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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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1825 쪼와요 쪼와요 물걸레질 쪼와요~ [1] ㅇㅇ(223.39) 12:24 35 0
8471824 근대원래좃밥사움이재미슴 [1] 불완전한강림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5 76 0
8471822 ‼+상하이⁉+앨리스‼+환악단‼+갤러리로‼+ 상하이갤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0 16 0
8471821 미마님 어디게세요 [1] =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0 21 0
8471820 미마님 어디계세요 [1] 무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0 19 0
8471819 갤이여 일어나세요 [1] =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31 25 0
8471818 갤이여 일어나세요 [1] 무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30 26 0
8471817 내가나인것인가 불완전한강림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8 78 0
8471814 내가 신고하는건데 ㅂㅅㅋㅋㅋㅋ [6] 동갤러(146.70) 01.12 280 2
8471813 동물글 신고삭은 그럴수있어 ㅇㅇ(211.235) 01.12 143 0
8471812 사실적시명예훼손과 통매음은 대표적인 악법임. ㅇㅇ(223.39) 01.12 91 0
8471810 게이에 퍼리에 지랄났노 사쿠라이쿠이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116 2
8471809 비봉하제 D-5 클라운피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105 0
8471808 ‼+상하이⁉+앨리스‼+환악단‼+갤러리로‼+ 상하이갤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34 1
8471806 인간의 끝없는 「악의」 ㅇㅇ(118.235) 01.12 93 3
8471799 불완전한강림자 이분은 뭔데 망갤에서 지박령처럼 계심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164 4
8471797 피자묵땨 클라운피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111 0
8471796 급식인거 많이 티나냐... [4] 허벅지벅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252 0
8471795 근데 ㅇㅇmouse는 민트초코소라빵한테 결국왜차단당함 ㅇㅇ(106.101) 01.12 141 7
8471792 동글밍 = 사쿠라이쿠임? [1] ㅇㅇ(106.159) 01.12 161 0
8471790 지듣노 재추천 sasin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76 0
8471789 지듣노 sasin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77 0
8471788 미마님 어디게세요 [1] =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50 0
8471787 미마님 어디계세요 [1] 무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49 0
8471786 갤이여 일어나세요 [1] =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32 0
8471785 갤이여 일어나세요 [1] 무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32 0
8471784 메이무라는 사람은 갱차목록에 없던데 왜 갱차먹임? [1] ㅇㅇ(211.234) 01.11 182 0
8471783 사건 터질때마다 소신발언 나오는 고닉이라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1 246 11
8471782 ㅇㅇ(14.35)<<<이새끼 게이인거임 아니면 여자인거임 [4] 동갤러(118.235) 01.11 327 8
8471780 짤좆목성희롱빼면암것도안남는도움반에뭘바람.. 동갤러(119.18) 01.11 193 8
8471779 스압) 신주쿠, 나카노 성지순례 다녀옴 castle06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1 173 14
8471778 자짤좀바꿔라 ㅅㅂ..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1 399 6
8471777 팩트 한접시 [6] ㅇㅇ(106.101) 01.11 512 24
8471776 산천어 소금구이 ㅇㅇ(211.235) 01.11 279 11
8471775 ‼+상하이⁉+앨리스‼+환악단‼+갤러리로‼+ 상하이갤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1 45 1
8471772 요즘 안보여서 즐거운 고닉 동갤러(211.169) 01.11 220 5
8471771 애는 착한데 살짝 하자가 있는 고닉임..... [1] 동갤러(117.111) 01.11 295 10
8471768 10년전 국내동방은 완전한 근첩픽이였구나 ㅋㅋㅋㅋㅋ [5] 동갤러(118.235) 01.11 346 6
8471766 미마님 어디게세요 [1] =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1 73 0
8471765 미마님 어디계세요 [1] 무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1 65 0
8471764 0O님 취업했다하지않음? ㅇㅇ(23.251) 01.11 208 5
8471760 우에엥~ 동갤에몽~ [2] ㅇㅇ(106.101) 01.10 335 10
8471758 신나자 이새끼부터 담그라고 ㅇㅇ(223.38) 01.10 20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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