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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대공분실 이야기 2

김유식 2010.02.10 17:35:57
조회 24205 추천 36 댓글 19

  내가 조사 받으면서 제일 황당하고 짜증났던 것은, 그런 글을 올리게 된 동기와 목적을 계속해서 묻는 것과, 있지도 않은 내 성향을 찾아내 보겠다고 눈을 부릅뜨며 윽박지르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차근차근 설명했다. 뭘 잘못 알고있는것 같은데 나는 반정부 체질도 아니고 운동권에 동조해 본 적도 없다. 내 게시판을 가보면 반대하는 글들이 있을 텐데 왜 그런 건 읽지 않느냐? 라고 했더니 박부장의 대답이 내가 생각해도 멋있다. 그 요약은 "너같은 새끼들이 겉으로는 친정부인척 하면서 무슨 일이 터질 때만 반체제로 돌아서는 거야. 미친 놈아. 그런 놈들이 뭐 계속 반정부 활동만 하는 줄 알아? 한 편에서는 제일 가는 반공 투사로만 활동하는 척 하지만 실제는 아니란 거야. 인마. 바로 너같은 놈이지!"

  기가 막힌다. 그러면서 말을 잇는다. "너를 보면 말야. 아버지도 신문사에 다니시고, 어머니도 그런 대로 괜찮으시고 동생도 학생이고, 직장 다니고, 너는 운동권 경력도 없고 집회나 시위에 참가해 본 적도 없고, 나이도 많고....." 이렇게 말하기에 나는 속으로 다음과 같은 말이 이어서 나올 줄 알았다. "그러니깐 너는 반정부, 반체제하고는 거리가 먼 놈이다." 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네가 이런 성향을 가지게 된 동기가 무엇이냐?" 였다. 이거야말로 사람 환장하고 미치게 만드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컴퓨터 통신이란 "개인 언론" 이다.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는 그 전달 과정이 한쪽으로만 일방적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도한 사실은 꼭 사실이어야만 되고 그 정보를 접한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믿게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컴퓨터 통신은 각각의 개인이 정보의 주체자이며 쌍방향으로 통신이 가능하다. 즉, 신문처럼 항상 올바른 글만을 올려야 되는 것도 아니고 올린 글에 대해서는 누구나 반박을 할 수 있다. 또 해당 정보는 접하는 쪽에서 어느 것이 맞는지는 스스로 판단해서 취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신문에서 "등소평이 죽었다." 라고 보도한다면 그것은 그 기사를 읽은 대부분의 독자가, 아니 100%의 독자가 사실로 인지하지만 컴퓨터 통신 게시판에서 "등소평이 죽었다." 라고 한다면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해야 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말 죽었나요?" 하는 게시물이 올라올 수도 있고 "저 새끼 또 뻥치네!" 라는 게시물이 올라 올 수도 있다. 즉, 컴퓨터 통신 게시판에서는 각각의 개인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고 그 게시물이 꼭 사실이어야만 할 의무는 없다. 추측이나 가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올렸다가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그 개인에 따른 이미지 손상 정도만 있을 뿐이지 그 일로 인해서 사법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면 통신망 사용자는 누구나 기자가 되어야 하며 통신망에서의 활발한 정보 교환은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어쨌든 내가 의심 가는 상황에서 올린 글에 대해서는 아군의 피해가 있고부터 바로 삭제했으며 사과의 게시물도 올렸으나 이곳에서는 아무도 이를 믿어 주지 않았다. 내가 하나씩 올라왔던 다른 의심 가는 내용의 글을 모두 모아서 만들었다고 설명해 봤으나 남의 글이던 자기 글이던 게시한 것은 너이고 따라서 그 글을 올리게 된 너의 목적이 무어냐고 묻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의견은 이런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내 의견에 동의하거나 아니면 반박하거나 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려고 했다. 고 말했더니 "미친 놈 아냐?" 라는 대답만 들었다.

  만약 당시의 내 의심이 얼토당토 않은 것이라면 그에 따른 반박의 게시물이 올라왔거나 메일이 왔을 테지만, 그 때 당시로서는 워낙 의심 가는 사안이
많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내 글에 대해서는 한 개의 동조성 게시물과 메일이 두 통 왔었는데 한 통은 "왜 꼭 그렇게만 생각하느냐?" 라는 메일이고 다른
한 통은 "나도 정말 의심 간다." 는 메일이었다. 여기까지 설전이 오가자 힘이 빠진다. 그래서 나는 박부장을 설득시키는 것을 포기했다. 통신을 모르는 사람한테 통신에 대해서 알린다는 것도 힘든 일인데, 하물며 나를 구속하려고 하는 사람한테는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생각해서 풀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힘을 잃고 말았다.

  잠시 후 점심이 들어왔다. 김치와 김, 소고기 무우국에 나물 무침이었다. 맛있게 밥 먹을 기분도 아니고 해서 국물만 조금 떠먹고는 말았다. 뒤에서 있던 김부장이 의경 한 명을 불러서 커피를 뽑아 오라고 시켰는데 자판기가 고장났단다. 식판을 치워 가자 다시 조사가 진행됐다. 내가 내 글을 올리게 되었던 이유를 아무리 설명해 봤자, 또 그 당시에는"조작" 이라고 검색해도 해도 수십 개의 게시물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충분히 의심갈수 있던 상황이라고 해도 믿지 않으니 소용없었다. 오히려 그런 반정부 빨갱이 녀석들은 모두 잡아다가 조사하고 있다는 투로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말을 한다. "네가 처벌 받게 되는 것은 이 자술서가 아니고 PC 통신에 올린 문건때문이다. 그러니까 남자답게 모든 것을 털어놓아라." 라는 식이다. 그러니까 처벌을 받는 것은 플라자에 게시한 의문성 글 때문이지 자술서 때문은 아니니 자술서에는 얼마든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우습다. 나는 있지도 않은 동기, 목적, 성향을 밝힐 필요도 없거니와 지어서 말하려고 해도 그럴 만한 지식이나 능력이 없다. 혹시 나중에 여러분들도 경찰, 또는 검찰에서 조사 받게 된다면 자술서 쓰는 것을 주의하라. 물론 자신이 확실한 죄가 있다면 부인해서는 안되겠지만 억울한 상태에서라면 주의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 판사가 구속을 결정하는 것은 자술서를 보고 결정한다. 나중에 처벌은 게시물로 받게 될는지는 몰라도 일단 구속이 되고나면 하소연해도 소용없고 하소연 할 곳도 없다. 내가 당한 긴급 구속은 지휘 검사가 결정하며 시효가 48시간이다. 따라서 경찰 에서는 48시간 내에 나를 조사해서, 서류를 만들어 판사 앞으로 구속 영장 신청을 하고 영장이 발부되면 한시름 놓는 것이다. 수사관들이 하는 일이 어떻게 되던 간에 구속시켜 수사하는 것이 목적이니만큼 구속 영장 발부는 그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 일한 보람을 느낀다.

  만약 구속 영장 청구가 기각되면 석방시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 최고 열흘간 경찰에서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 동안에는 경찰서 유치장내에서 생활하다가 조사를 마치면 검찰로 넘어가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유치장이 아닌 대공분실에서 최고 12일을 조사할 수 있다. 경찰 손에서 열흘이 지나면 검찰로 넘어가는데 이때부터는 구치소(교도소)에서 생활하게 된다. 서울에서 거주한다면 성동, 서울, 안양, 영등포 등지의 구치소에서 생활하며 검사 밑에서 다시 열흘의 조사시간이 있다. 이때 재판에 회부하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검찰에서 열흘 간의 조사가 너무 촉박하다고 생각될 때는 판사에게 연장 신청을 할 수 있고 그 기간은 최대 열흘이다. 따라서 검찰의 조사는 최고 20일까지 할 수 있는 셈이다. 우리가 빠져나올수 있는 길은, 먼저 구속 영장이 기각되어야 하고 만약 발부되었다면 구속이 합당한지 재심을 요청하는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수 있다. 이것도 기각되면 검사의 기소유예를 바랄 수 있지만 힘든 일이고, 만약 기소가 되었다면 보석을 신청할 수 있다. 보석마저 기각된다면 재판을 통해서 나가는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병보석으로도 나가지만 일반인들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 1996년 당시의 상황이므로 현재 사정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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