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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오늘도 심야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방송모바일에서 작성

나폴리파스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11 20:05:48
조회 1384 추천 15 댓글 0
														


언제나 방송을 청취해주시는 불멸자와 필멸자들, 하찮은 것들과 위대한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25시에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는 청취자 여러분의 진행자, Static Whisper Frequency의 롭입니다.


(멀리서 들리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장엄한 박수 소리, 기계음처럼 한 번 끊겼다 이어지는 관악기)


오늘의 방송에서는, 잊혀진 청취자들의 이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그 이름이 세상에서 지워지고만, 그로 인해 존재마저도 잃은 가여운 나의 청취자들을 위하여. 

당신들이란 세상에선 이름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그럼, 지워지고 남은 것들은 대체 뭘까요 찌꺼기? 환영? 아니면... 실패작? 하하!


이름이란 건 참 편리하면서도 참 잔혹하지요. 우습기도 하고 말입니다. 부르면 돌아보고, 잊히면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그건 존재일까요? 아니면, 습관일까요.


어쩌면, 당신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누구도 부르지 않으면, 누구도 기다리지 않으면?

존재는 그저, 기척 없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녹아내리는 법이지요.


(짧은 노이즈)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한때 이 방송을 찾아주었던 오래된 이름들을 불러볼까 합니다.

아마 그들 대부분은 듣고 있지 않겠지요. 

아니... 듣고 있다면 그게 더 무섭지 않겠습니까? 

자신의 이름이 지워진 줄도 모른 채, 자신이 무너진 줄도 모른 채.

그저 이 전파 속 어딘가에서 똑같은 얼굴로, 똑같은 목소리로. 언제나처럼 이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면 말입니다.


아, 그건 제 방송이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뜻도 되겠군요?


(롭의 유쾌한 웃음소리)


하하! 걱정하지 마시길. 저는 그런 걸 모으고 불러내고 들춰보는 데는 이력이 난 존재니까요. 세상에, 이런 기묘하고 불쌍한 청취자들을 그냥 놔둘 만큼 내가 무른 성격이면 진작 은퇴했겠지요?


그럼, 오늘의 방송을 시작해볼까요.


첫 번째 이름.

나르크 엘.

무척 오래된 이름이군요. 전파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어떻게 이 방송을 청취한 거냐고 묻는 말에 굉장히 분노하던 분입니다.

요즘은, 아무도 당신을 부르지 않지요. 하하! 세상은 참 조용해졌습니다.


두 번째.

비-24B.

아, 흠... 정확히는 청취자라 부르기 모호한 존재로군요.

뭐, 당시 기준으로 청취율은 높았지요.

... 감청과 청취의 사소한 차이를 무시한다면 말입니다. 


세 번째.

리세테아.

청취자가 거주하는 은하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의 이름을 따왔던가요? 스스로를 별처럼 아름답게 여기던 청취자. 하하, 맞아요. 아름다웠죠.

그런데 그런 자들이 가장 빨리 꺼지고 마는 걸, 나는 여러 번 보았습니다. 힘껏 빛난 만큼 추해지고 마는 법이지요


그 외에도 많습니다. 불러도 대답 없는 자들, 대답할 입을 잃어버린 자들, 처음부터 인간으로 태어나지도 않았던 것들이나,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들. 수많은 존재가 이 전파 끝에서 내 목소리를 듣곤 했지요.


그러니 오늘 이 자리에서 그 이름들을 부르는 건 나를 사랑했던 청취자들에 대한 나름의 예의입니다. 존재했던 것들은 반드시, 한 번은 불려야 하니까요. 


거기다. 잊혀진 그 이름의 마지막 호명이 제 목소리라면 그들도 기쁘지 않겠습니까? 명예로운 축복이고, 더없는 영광일 테지요.


자, 계속 불러보도록 하죠. 이 시간, 이 파장, 이 어둠 아래에서만 다시 살아나는 이름들입니다.


칼 벤츄라, ■■■■■, 시리우스 F-0, 잠들지 못하는 거울, 리나, 유리병 속에 갇힌 바다, 이혜성.


아아, 이 얼마나 쓸쓸하고 덧없는 청취자들인지!

하지만 그들의 사연을 기억하는 이가 있다면.

그러니까 바로 제가, 또 저를 통해서 여러분이 이렇게 듣고 있다면. 그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누구건, 어디에 존재하건 기억하십시오.

당신이 내 방송을 듣는 한, 나는 잊지 않습니다.

나는 부릅니다. 나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뭐. 사실, 이렇게 이름을 불러도 그들이 돌아오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당연히도 저. 롭이 불렀을 때 거의라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부르면 전혀 고요.


흠, 아무튼간에. 이름은 부르면 울림이 남지만, 그 울림이 다시 형태를 갖추는 일은 드물죠.


그래도 나는 오늘처럼, 가끔 이렇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들의 이름을 불러줍니다.


하하, 그게 다운 방식이지 않겠습니까? 망각 속에 잠긴 자들을 위한, 상냥한 진행자의 작은 위령제.


자자, 오늘의 밤도 이제 끝나갑니다.

남은 이름들은 다음에 또 부르도록 하지요.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 잊으셔도 좋습니다그편이 더 쉬울 테지요.

하지만 만약, 내 목소리가 당신 꿈속까지 스며든다면...



(롭의 웃음소리)

(끊어질 듯 얇은 바이올린이 같은 구절을 무한 반복하다가, 끝끝내 틀어져버린다)



그럼 내일 25시에 또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저와 함께 즐거운 하루 되셨길 바라며. Static Whisper Frequency의 진행자, 여러분의 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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