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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삼촌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옹기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29 14:51:09
조회 3170 추천 55 댓글 15
														



최근에 삼촌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요즘 글을 쓰고 있다고 하니, 보기 좋으시다며 크게 격려해 주시더라.

 

낭만이 살아 있네, 삼촌도 아직 시를 쓰고 있네. 등등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셨는데.

글은 추억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진정한 것이라고 조언해 주신 게 계속 기억에 남더라.

 

추억. 추억이라.

그 말에 나는 강원도의 작은 시골 마을 강가를 떠올렸어.

주변에 특출난 것이 연못밖에 없어 그리 이름 지어진 곳이 우리 외할머니댁이었거든.

 

이름 그대로 죄다 산과 논밭에 강만 보이는, 어디 유배 생활하기 딱 좋은 감성이지만.

10살 이전까지 살아서 그런가, 이상하게 마음이 아려오는 무언가가 있었어.

 

시골길 특유의 풀벌레 소리와 강바람에 실려 온 논밭 냄새.

골목을 지나면. 여전히 기억 속 여전히 웃어주고 있는 울 할머니.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시지 않았다면 아마 그 동네에 더 오래 살았겠지.

 

동네같이 살던 친구들하고 메뚜기를 한가득 잡아 집에서 튀겨 먹기도 했고,

고추잠자리 잡았다가 걔들이 서로 머리를 뜯어먹어 기겁하기도 하고,

강가 근처에 살던 동네 잡종 들개와 하루 종일 놀기도 하고.

 

어찌 보면 낭만이기도 하고 야만의 시대기도 했네.

적다 보니 진짜 사무치게 그립다. 미치겠네 ㅋㅋㅋㅋ

 

그때 거기 살던 친구들하고 지금은 아무 연락도 안 닿아.

정말로 이름조차 가물가물하다.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 급하게 할머니를 모시고 큰 병원이 있는 지역으로 이사 갔던 게 컸던 것 같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동네의 소리, 색감, 냄새는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라.

자주 가던 풀숲 옆 빛바랜 건물, 비가 오면 미꾸라지 잡던 연못.

심지어 마을 중심의 큰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던 할아버지들이 장기 두는 모습도 생각나더라.

 

내친김에 로드맵으로 그때 살던 마을을 찾아봤어.

인터넷으로라도 확인해야겠다 싶더라고.

사실 주소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았는데, ‘기억이 단어가 진짜 무섭네.

그 길이 맞는지 아닌지 내 몸이 먼저 반응하는 느낌이랄까.

 

더듬더듬 시외버스 역에서부터 찾아가다 묘하게 익숙한 곡선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어.

그렇게 옛 생각 붙잡고 살펴보다 보니 진짜로... 마을 입구가 눈앞에 딱 나타나더라.

손끝이 얼얼해질 정도로 그 순간은 말로 표현이 안 되네.

 

많이 바뀌긴 했더라...

마을 초에 분명히 있던 구멍가게는 이름 그대로 폐가로 바뀌었고, 할머니 집도 완전 리모델링되어서 다른 사람 집이 되어있고. 심지어 마을회관 옆 느티나무도 베어졌더라.

 

그걸 보는 순간 좀 이상하게 서운했어.

왜 그리운 건 하나같이 없어지는 건가 하고.

 

그런데. 딱 하나 기억하고 똑같은 게 있더라.

풀숲 옆 빛바랜 건물.

아니 과장 하나도 안 보태고 옛날 그 모습 그대로인 거 있지?

벽은 금이 가 있고, 창문은 반쯤 깨져 있는데,

희한하게도 그 낡은 형태, 페인트 벗겨진 자국까지 그대로였어.

왜 저기만 같지? 위화감이 많이 들더라.

 

컴퓨터 뒀다가 뭐 하겠어. 바로 확인을 해봤지.

무인가압장(無人加壓場). 가압장이라고 들어봤어?

수도 시설의 일부로, 수압을 높여서 고지대 등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시설.

그중에서도 운전 직원도 없이 그냥 자동으로 돌아가는 무인 시스템.

어릴 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꽤 위험했을지도 몰라.

 

어설프게 쳐진 울타리 뒤로 녹슨 팻말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

[상수도사업본부] 본 시설은 수돗물을 공급하는 주요시설입니다. 문의, 협의, 특이 사항이 있을 시에는 아래 연락처로 전화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팻말 아래, 번호는 녹슬어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어.

슬쩍 발끝으로 풀을 헤치니,

거미줄에 묶인 작은 철문이 하나 보였어.

 

기억나더라.

어렸을 적, 친구들이랑 거길 아지트처럼 쓰던 거.

썩은 판자 올려서 비밀 기지라며 낄낄대던 거.

 

그러다 아래가 깨졌는데.

그 안에 사람들이 살던 거.

 

미친.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

 

처음엔 그냥 큰 쥐인가 싶었는데,

아니었어.

분명 사람이었어.

그 아래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어.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어.

 

몸은 뼈만 남은 듯 앙상하고,

피부는 해묵은 흙먼지처럼 회색빛이었어.

 

그런데도

눈빛만은 이상하리만치 또렷했지.

 

나는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렀고,

눈물까지 터뜨리며 뒤로 주저앉았어.

 

친구들은 어찌 된 일인지 놀라기는커녕

익숙하다는 듯 내 어깨를 다독이며 날 위로했어.

그리고 가압장 위로 조심조심 나를 끌어올렸지.

기억 속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어.

 

대체... ?

 

엄마에게 전화에서 물었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그 밑에 살고 있던 사람들 누구냐고.

 

엄마가 짧게 말했어.

엄마가 그 마을 왜 떠났을 것 같냐고.

관심 주지 말라고.

 

그때는 몰랐지.

그 밑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 대해.

마을의 이름을 듣고,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보고 난 뒤에야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어.

 


강원도 산골 마을 가압장에 모여든 사람들.. “이곳 물이 병을 낫게 해줘요

[강원 ㅇㅇ시 본지 취재팀]

 

강원도의 한 외진 산골 마을작은 마을 외곽에 위치한 오래된 무인가압장에서 기이한 거주 흔적이 확인돼 지역 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가압장은 원래 시 수돗물 공급을 위한 무인 시설로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구역이다그러나 최근 지역 여행객의 제보로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이 시설 내부 지하 공간에 수년간 사람이 거주해 온 정황이 발견됐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다말기 암 환자만성 결핵정신질환자 등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된 환자들이 스스로 이곳으로 모여들었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은 커지고 있다.


당국 불법 거주 맞지만... 일괄 퇴거는 어려워


 



...그 안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선가 병을 앓고 도망쳐온 사람들이라더라.

 

폐병에 말기 암에 정신질환... 병원에서도 완치는 힘들다고 판단한 사람들.

오갈 때 없던 그들이 모여 이상한 믿음을 형성한 거지.

 

그곳 안에 있으면 낫는다.’

강 아래서 나는 물이, 살린다.’

거긴 순수한 물이라 괜찮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황당하고 불쌍한 이들의 이야기지만.

그 시절 내 눈엔 그냥 무서운 사람들로만 보였던 거지.

 

어쩌면...

그날 날 쳐다보던 그 눈들도,

간절한 사람들의 불우한 눈이 아니었나 싶어.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어.

 

어떠한 신문 기사에도.

거기 아이들에 대한 기록은 없었어.

아이들이 가압장에 있었다는 기록은 없었다고.

 

진짜 사람 미치게 하는 부분이 뭔 줄 알아?

내가 살던 그 동네, 그 시골 마을.

거기에 유일한 어린아이가 나였다는 거야.

아무리 찾아보고 아무리 확인해 봐도.

 

그럼 내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은?

내 추억을 공유하던 이들은.

이름조차 가물가물하고 얼굴도 떠오르지 않던 그 아이들은?

내 추억은 대체 무엇이 되는건데?

 

며칠을 혼자 끙끙 앓았어.

그리고 무언가를 깨닫고.

큰 결심을 하나 했지.

 

연휴를 활용해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가 오래된 친구를 만나볼까 싶어.

만약 혹시라도,

옛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이렇게 말해 볼까 싶어.

 

안녕이라고.

 

조금은 두렵기도 하지만.


조금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추억을 확인하러 다녀올게.


글은 추억에서야 비로소 우러나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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