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체인지>의 한 장면(출처:야후재팬)

허나 사회의 조류(潮流)나 보편의 에토스가 그러하다는 것만은 재론의 여지도 없이 분명하다.
그런고로 이 점을 감안해야만 日本人 특유의 행동양식을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법이다.
예컨대 기무라 타쿠야(木村拓哉)가 필생의 연기를 선보인 정치드라마 <체인지チェンジ>에서 후카츠 에리(深津繪里)의 배역인 미야마 리카(美山理香)의 패턴이 바로 日本人들 에토스의 전형(典型)이라 할 수 있겠다. 한 번 살펴보자.
<체인지>를 보신 분들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후카츠 에리가 연기한 미야마 리카는 원래 재무성의 관료였다가 정우당의 중진인 칸바야시 쇼이치(神林正一)의 발탁으로 그의 비서가 된 설정이다. 그러다 칸바야시의 지시로 평범한 교사에 지나지 않았던 아사쿠라 케이타(朝倉啓太)를 정계에 입문시키는 역할을 맡고, 급기야 총리대신이 된 그의 수석비서관까지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미야마는 아사쿠라에게 인간적으로도 끌리게 되는데……
8화에서 미야마 리카는 아사쿠라의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수석비서관직을 사임하겠다고 말한다. 까닭은 칸바야시가 돌아오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8화까지 진행된 스토리상으로 보면 미야마는 굳이 자신의 연정(恋情)을 억누르고 아사쿠라의 곁을 떠나지 않아도 될 형편이었다. 아마도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서구인들이라면 십중팔구 그 상황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칸바야시가 미야마를 정계로 이끌었다 하더라도, 그 점을 은혜로 여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됐을 터다.
그것은 헤드 헌팅(head hunting )에 지나지 않는, 일한 만큼 월급을 받는 공적(公的)인 일이다. 그러나 日本人의 정서상 그것은 틀림없이 은혜다. 왜냐하면 미야마는 정계로 진출하고 싶어 했고, 그 길을 처음으로 열어준 것이 칸바야시였기 때문에 공적 이상의 의미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은혜를 입었기에 칸바야시는 미야마에겐 둘도 없는 은인(恩人)이 된다. 그 말은 미야마가 칸바야시에게 부채를 지고 있다는 의미로 깊숙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채무를 변제시키는 것처럼 미야마는 은인에게 반드시 보은해야만 한다.(恩返し) 그게 보편적 日本人의 에토스다. 그래서 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칸바야시 곁으로 휘청휘청 돌아간다. 자신의 간절한 감성이나 절실한 소망을 심히 억누르면서까지. <보은 정서>를 모르면 실감될 수 없는 시퀀스다.
물론 日本人들에겐 충분히 설득력 넘치는 장면이 아닐 수 없겠다.
「<체인지チェンジ>는 오래전 작품이지만 당시(2008년) 평균 시청률이 27.7%나 나왔던 걸작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 한 번 찾아서 감상해 보시길. 특히 10화에서 카메라 앵글이 수평으로 놓인 채 현실의 소신 표명처럼 진행되었던 기무라 타쿠야의 버스트 쇼트(bust shot) 신은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강력히 추천합니다.」
다시 <緊急取調室3> 6화 얘기로 돌아오자. 6화의 범인도 <체인지>의 미야마와 마찬가지의 에토스를 구축하고 있다. 보편의 日本人 전형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스포가 될지 모르겠지만 양해해 주셔요. 아니, 범인을 찾거나 트릭을 푸는 것에 중점을 둔 드라마는 아니라서 이름 정도는 얘기해도 될 듯싶지만. 으음. 그래도 범인의 단서를 조금이라도 접하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이쯤에서 읽기를 멈추면 되겠습니다. 흠흠.^^」
범인 시바타 나나미(柴田七海)는 사회에 부채를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년 전에 일어난 어떤 사고 때문이다.
허나 자신은 다시 보육사로 일하고 있다. (공동체로부터) 가없는 은혜를 입은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담임을 맡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지나치다고 생각될 만큼, 부모 이상으로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루스 베테딕트 여사의 주장을 실천하는 것처럼.
<자식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것은 자신이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아이를 부모가 자신을 키워준 것처럼 잘 양육함으로써 부모로부터 받은 恩의 일부를 갚는 것이다.>
그리고 사건이 터진다. 그녀는 “누군가”를 자신이 희생되더라도 끝까지 보호하려 한다. 그것이 자신이 입은 은혜를 갚는 길이기 때문이다. 혈육도 아닌데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것을 단순히 보육사란 직업의식의 발로로 해석하면 많이 부족하다. 보다 깊은 원형의 마음, <보은>이란 에토스로 봐야 자못 실감할 수 있다.
따라서 그녀가 눈물을 쏟으며 사건의 진실을 털어놓는 시퀀스는 과장도 아니고 비현실적이지도 않다. 아니, 그 무엇보다 現實感이 생생히 넘치는 가운데 더없이 비장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말하면 거룩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TV 너머 방외자(方外者)에 불과한 小生마저 뜨겁게 오열하고 말았다.
시바타를 통해 日本人 에토스의 일단을 현현(顯現)시킨 이노우에 유미코 선생의 <緊急取調室3>은 리얼리티 관점에서도 압권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전혀 모자라지 않다. 日本드라마의 위엄을 지엄히 과시하여, 시청률 톱을 달렸던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참고로 시바타 배역을 맡은 이는 쿠라시나 카나(倉科カナ)입니다.
최근 국내에도 개봉된 영화 <아이아이 가사あいあい傘>에서 타카시마 사츠키(高島さつき) 역을 맡아 열연했는데요, 이 작품의 내러티브도 보은 의식과 연관해 보면 사뭇 의미심장합니다.
25년 전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 나선 타카시마가 아버지의 새부인에게 토로하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에서 살아 숨 쉬는 보은의 절절함에는 정말이지 당해낼 도리가 없었답니다.
사내 주제에 극장에서 펑펑 울고 말았는데요, 이거 참, 극장을 전세 낸 거나 다름없어,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보은의 에토스가 사회의 동력을 이끌고 있는 日本이라서, 매사 서로에게 감사하고 신세를 졌으면 반드시 보답하는 문화가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를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지요.
이건 말 그대로 복중(伏中)에 문안을 여쭙는 행사인데요, 보통 신세를 지고 있는 친지나 이웃에게 편지로 상대의 건강을 걱정하고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풍습으로서 보은의 정서가 관습화되어 있지 않다면 진작 없어지고도 남았겠지요. 생각해보세요, 연하장도 아니고 한여름에 보내는 문안 편지라니…… 보은의 정서가 아니고서는 설명될 수 없습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볼까요.
보통 日本人들은 어디를 여행하든 그 지역의 토산품을 선물로 사서 주변 분들에게 나눠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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