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구에서 교문까지 가는 도중에 테니스코트가 있다고 치자.

  학교에 남자 테니스부는 없으니까, 코트에서 노란 테니스 공을 쫓는 것은 모두 여자다. 테니스라고 하면 짧은 스커트. 스커트라고 하면 여자 테니스. 보아라, 상쾌하게 ?터져나오는 저 맨 다리.

  흘끔흘끔 살짝 보이는 금단의 삼각지대. 분명히 말하자면 상당한 눈보신이다. 그러나 이토록 위험한 절대영역의 가까이서 평범한 사내놈이 그만 휴대전화 같은 것을 꺼내들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마사무네의 눈 앞에선, 방금 말한 그 사례가 엄숙하게 진행중이었다.

  「그러니까, 오해라고! 잠깐 문자 보내던 것뿐이야!」

  「정말-? 그런 각도에서 문자 같은 거 보통 안 치잖아-」

  「도촬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

  정말로 지독한 이야기다.

  코트를 감싼 철조망의 저편에선 눈을 삼각형으로 부라린 여자 테니스 부원들이 쭈욱 정렬. 그녀들의 타겟이 된 평범남 군은, 손에 든 스마트폰 탓에 도촬 의혹을 받은 듯하다. 필사적으로 항변하고는 있으나, 통하진 않는 모양,

  이럴 대 의혹을 해소할 수단이 없다는 건 괴롭지. 남자아이란 가엾네.

  마사무네는 바늘방석에 앉아 기름진 땀을 줄줄 흘리는 평범남 군에게 마음에서부터 동정하며, 똑같이 다가섰다.

  MP3 플레이어의 이어폰을 떼고, 도중에 주운 테니스 공을 들고는.

  「──이거, 떨어졌어.」
  그야말로 희극적인 변화라고 해야겠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경찰서 형사부 조사1과 형사장@함정의 야마 씨』도 이러하랴 싶을 만한 표정으로 평범남 군을 몰아세우고 있었는데, 그 분노한 테니스 걸즈는 순식간에 물러빠진 『딸기 초콜렛 파르페☆장래의 꿈은 새신부입니다』로 변한 것이다.

  「고, 고마워, 마카베 군!」

  「부활동, 열심히 해.」

  「마카베 군도!」

  마사무네는 공을 펜스 안으로 던져줬다. 꺄아-거리면서 앞다투어 그것을 주워드려는 여학생이 반, 아직껏 가만히 서 있는 여학생이 반. 마사무네는 생긋 웃어보이며, 발꿈치를 거꾸로 돌렸다. 그러나 마음은 여태껏 풀리지 않았다. 웃기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로.

  멍하니 있는 평범남 군은 이미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다. 그래, 상대받지도 못하는 것이다.

  마사무네는 평범남 군의 어깨를 두드렸다.

  「재난이었구나.」

  「아, 아아…?…??」

  ──정말, 재난이라고밖엔 말할 수가 없지. 그런 얼굴로 태어나 버렸을 뿐인데.


ㅂㄷㅂ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