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카나 치킨 괴담에 대한 고찰.txt]

[길어도 꼭 읽는 편이 이로울 것임을 장담함.]

한 3년 전 쯤이었나.. 친구들 사이에 우스갯 소리로

맥시카나 치킨 괴담 이라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 내용인 즉슨.. 맥시카나 치킨의 양은 다른 치킨의 양과 같고 조각의 수도 같으며 심지어 무게마저 똑같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세조각의 치킨이 더 들어 있다는 말도 안되는 그런 괴담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치킨하면 비비큐만 고집했던 나고 맥시카나 치킨 같은 경우엔 손도 안대고 접할 일도 없던 환경이었던 지라 그냥 지나가는 애들 우스갯소리 정도로 치부하고 넘겼었던 기억이 난다.

잠깐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21년간 매우 많은 종류의 치킨들을 먹어왔고 정말 많은 닭들을 거름으로 만들었으며 중학교 2학년때 치킨을 시켜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책상 유리를 깨버린 전적이 있을 정도로 치킨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치킨을 먹어오면서 한가지 장담할 수 있는 점은 나는 1인 1닭 ,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정말 딱 1인 1닭 분량의 치킨위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어떤 음료와 함께 먹던 , 그 어떤 사이드 메뉴와 함께 먹던 나는 절대로 이 1인 1닭의 규칙을 어기지 않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나는 오늘 평소처럼 허기가 졌고 오늘따라 왜인지는 모르지만 갓 - 배달어플인 배달통을 통해서 생전 먹지 않던 맥시카나 치킨 반반을 주문했다 .

맛은 여느 치킨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고 콜라와의 조합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치킨은 차츰 나의 위장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건은 이때 일어난다.

뭔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들었다. 분명 1인 1닭을 매일 하는 내가... 점심을 굶은 내가.. 이 치킨을 다 먹지 못 할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분명 치킨은 평소와 다름 없는 페이스로 꾸준하게 내 위장 속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는데도.. 나는 뭔가.. 절대 이 치킨을 다 먹고 바닥을 보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 마치 무언가 제동이라도 걸린듯이 내 손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도저히 치킨을 들 수가 없었다..

\' 뭐야 양 되게 많네 .. \' 라고 생각하고 남은 치킨을 다시 포장해서 정리하려던 그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세조각.. 정확히 세조각의 맥시카나 양념 치킨이 지옥의 업화같은.. 사탄의 끝을 알 수 없는 그 눈과도 같은 붉은 빛을 띄며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문뜩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가지의 괴담..

\' 맥시카나 치킨은 항상 세조각이 남는다.. \'

그 괴담이 떠오른 순간 나는 미친듯이 치킨 박스의 뚜껑을 닫고 찬장을 열어 가장 윗칸에 급히 박스를 밀어넣었다. 그저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과연 이 세조각과 괴담속의 세조각이 겹치는 일은 우연일까..?

나는 오늘도 잠을 이루지 못 할 것만 같다.

2017년 9월  18일 월요일 차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