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봄. 예쁜 그녀의 이름은 아버지가 지어주셨다. 생일이 이른봄이기도 했지만 그녀 아버지도 무척이나 봄이라는 계절을 좋아했다. 특히나 우리나라 봄은 정말 환상적이라며 제주도는 물론, 이르게 봄꽃이 피는 동네는 안가본곳이 없을 정도다. 동백꽃, 산수유, 매화, 벚꽃, 개나리, 진달래, 봄꽃을 너무 좋아해서 어느땐 된장 요리에도 넣어 먹고 비빔밥, 김밥, 튀김, 전에도 꽃과 함께였다. 진달래 비빔밥이나 벚꽃전, 산수유 샐러드랑 홍매화 김밥은 별미 중 별미이다.

그러나, 그렇게 봄을 아끼고 봄을 사랑하던 아빠는 그녀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둘 무렵, 취미인 암벽등반을 하다가 북한산에서 가장 험하다는 칼바위능선에서 사고를 당해 그만 일찍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 뒤 말수가 부쩍 줄고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 딸을 위해 엄마가 고양이를 기르자 제안했고 봄이도 고양이를 만나고는 다시 밝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고양이 이름을 지을때 봄은 잠시 고민했다. 아빠의 낙상사고 이후 산이 싫어진 봄은 그냥 강을 강이라 부르게 되었다. 왠지 강이는 산에서 돌아가신 아빠 대신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될 것 처럼...실제 강이는 하루 24시간 거의 봄이랑 함께 한다. 그녀가 글 쓸때는 따로 놀기도 하지만 어딜 여행을 가도 맛있는걸 먹을때에도 강이와 봄이는 딱 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아빠 없는 서럽던 사춘기시절도 강이와 버텨냈고 재수때도 그리고 지금 작 가가 되기 위해 밤낮으로 글 쓰는 지금도 봄이 곁에는 항상 강이가 있었다. 친구들은 우스갯 소리로 강이가 너 애인이냐? 이제 그만 내려놓고 연애 좀 하라며 농담 아닌 농담을 한다. 지금까지 그녀에게는 글과 강. 그 둘만이 전부였고 치유제였다. 지금 공모전에 낼 글도 봄이 사랑하는 고양이 강에 대한 글이다. 제목도 '봄고양이. 강'으로 가제를 붙여놓았다.

이런 봄에게 진짜 사랑이 찾아오려고 한다.
그것도 또 강. 이번엔 진짜 남자사람 강이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 남자 깊은 눈빛은 탐이 난다. 사람이 사랑에 빠졌음을 가장 잘 증명하는 것이 눈빛이고 속일 수 없는 마음 창이 눈빛 아니던가 특히 강의 눈은 작아도 투명한 바닷속 깊은 진주처럼 맑고 빛난다. 그런 눈으로 볼땐 팬들도 다 죽음이 된다고,,,강의 눈빛에 취해 오늘도 약빤듯 그에 취한다나 어쩐다나,,,공연때나 팬밋때 아이컨택하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다들 너스레를 떠니 말 다했다.

봄은 그에게 다가가 부끄럽지만 조심스레 인사를 건넨다.
"저 혹시 가수 아니세요? 제가 티비를 잘 안봐서 이름은 잘 몰라요. 그때 희야 부르는 모습은 잠깐 봤는데...."
"아 네 전 가수 백청강입니다. 그..오디션프로 그거...위탄이요 ㅎㅎ 고양이를 엄청 좋아하시나봐요? 저둔데 ㅎㅎ참 고양이 이름이 강이 맞아요? 저둔데 ㅎㅎ 참 인연이란게..." 강인 말끝을 흐렸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쑥스럽거나 어색한 자리에서는 말끝을 흐리는 버릇이 남아있다.
다행히 그의 이런 모습도 그녀에겐 진실해 보여서 좋단다. 연예인 답지 않은 그런 진솔함...
그녀는 그와 몇 마디를 더 나눠보고는 이내 내성적인 이면에 숨겨진 강인함과 활달함이 자신을 닮은 듯 정감도 가고 남자라도 참 은은하게 끌리는 매력있는 남자란걸 단숨에 파악하게 되었다. 서로 어색함은 고양이나 줘 버리고 금새 쫑알거리며 장난도 치는 사이가 되었다. 특히나 둘 다 솔직하고 꾸임없는 성격이라 손도 빨리 잡았고 허리를 쓰윽 감싸며 어깨에 살짝 기대는 등 스킨쉽 진도가 여느 연인들보다  빨랐다. 그녀의 고양이 그녀의 애묘, 강이가 질투할 정도로......

서로에게 급속도로 빠져든
그녀에게서는 복숭아 봄꽃같은 살구 냄새가 났고 그에게서는 야생초 풀꽃 같은 남자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