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시즌 1부터 차근차근 덕질하고 있는 게이야. 요즘 주변에 셜록 늦덕이 급증하고 있는데, 대부분 시즌 3부터 크게 호불호가 갈리더라고.

여기에 대해서, 시즌 3이 싫은게 자기가 빠는 캐릭터가 바뀐게 싫어서 그런거다, 브로맨스가 깨져서 그런거다 하면서 까는 말이 많던데. 

어쨋든 그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해봤어.

일단 시즌 12는 보다 '추리물'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야. 사건 해결과 추리가 주제니까 느낌상 더 체계적이고 탄탄하게 느껴져. 

인물들이 크게 감정적으로 휘말리지도 않으니까 별다른 감정해석에 매달릴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셜록이 고기능 소시오패스로만 남기를 바란 것도 아닌게 셜록의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똘끼를 바탕으로 동시에 조금씩 감정적 면이 드러날 때가 더 감동적이었어.

셜록도 사람이구나 싶고 그 억제되어있던 감성을 존이 이끌어주는 모습에서 그 둘의 우정이 진짜 든든하게 빛났달까. 그 유대감을 지켜보는 것도 좋았어. 

셜록과 존의 진짜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으니 복습하기도 편안하고 그들과 정말 가까이 있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3 4 부터는 완전히 셜록이 소시오패스에서 조금씩 사회성이 나타난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혼란스러워하는 셜록, 존이 없어서 쓸쓸한 셜록, 외로운 셜록, 추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감정때문에 이성이 마비되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까 지켜보는 입장에서 안타깝기까지 한거지. 중요한건 그런 셜록의 모습 자체가 싫은게 아니라 12와 34 셜록의 갭이 너무 갑작스러워. 

모티스가 의도한 것은 셜록이 보다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시즌12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아마 시즌 3에 대해서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훨씬 적어지지 않았을까? 셜록이 성장하고 변화하는게 싫은 게 아니라, 3 부터 휘뚜루마뚜루 감정적 면이 확 드러나는게 적응이 안됐어. 솔직히 셜록의 뇌섹을 기대하기도 했는데 그런 점이 확 줄어들었다는 것도 한몫 하겠네. 차라리 시즌별로 회차가 조금만 더 있었으면 이런 점이 부드럽게 해결되었을까 싶기도 해. 추리물에 집중한 회, 성장에 집중한 회 이렇게 에피가 구분되었음 좋겠는데 이건 뭐 통으로 어떤 시즌은 추리물이고 어떤 시즌은 그냥 드라마고 하니까 아쉽달까.

거기다 스케일 자체도 커지고 빌런도 모리아티보다 훨씬 짧고 허술하게 나와버리니까 (402까지 기준이야) 그냥 딱 체계가 잡힌 느낌이 아니라 그냥 정신이 없다고 해야하나.

한편으로는 영상 편집이랑 색채도 전반적으로 바뀐 것 같고. 이거야 정말 취향의 차이겠지만.

새벽에 깨서 갑자기 쓰는 글이라 병신같고 주절주절 하긴 한데 혹시 전 시즌이 좋아도 1 2의 느낌이 그리운, 나같은 게이 있을까 해서.

뭐 402에서 생각보다 막강한 캐릭터가 나타났으니 그래도 기대는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