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일행은 셰링포드와 셜록의 옛 집 터를 오가며 유러스와의 접전을 펼치지. 어쩌면 접전이란 말은 옳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의 유러스가 일방적으로 문제를 내고, 셜록 일행이 거기 죽자사자 매달려 해답을 내는 거니까.

셰링포드에서 네 문제, 옛 집 터에서 두 문제.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여러가지 위기 상황이 존재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했던 순간은 셜록이 총으로 자기자신을 겨누던 순간이야. 그 순간을 경계로 유러스와 셜록의 균형은 크게 뒤집히게 되지.

유러스가 셜록을 휘두른단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여길 분기점으로 펼쳐지는 두 무대의 성격은 확연히 달라져.

먼저 앞선 셰링포드에서의 네 가지 퍼즐은 게임이었어. 유러스로 하여금 셜록을 마음껏 농락하며,

끝내는 셜록의 곁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될 때까지 셜록을 끊임없이 춤추게 만들고자 만들어진 게임.

바로 모리어티의 방식이지. 문제의 5분 미팅에서 두 사람이 같이 설계한거야.

그러니 모리어티 특유의 배신과 기만의 냄새가 날 수밖에.

(변덕을 부려 세 명의 게리뎁을 전부 죽여버린다거나, 사실 몰리의 집에는 폭탄이 없다 따위의 비겁한 술책)

퍼즐을 푸는 내내 심심하면 나오는 모리어티 녹화영상은 이 게임에 모리어티가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끼쳤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줘.

이 게임은 모리어티의 복수심과, 유러스의 질투심이 합쳐져 탄생한 만큼 셜록을 향한 적개심과 잔혹함으로 가득하지.

목적은 오로지 셜록을 파멸시키는 것. 물론 셜록도 바보가 아니니 당연히 그걸 눈치챘어.

그래서 게임의 잔혹함이 극에 달한 순간, 셜록은 총으로 자기자신을 겨눔으로써 이 거지같은 게임에 강제종료버튼을 눌러버리지.

그런데 셜록의 이 행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일으켜. 무려 그 자신만만한 유러스가 평정을 잃게 돼!

유러스는 자살을 시도하는 셜록을 보고서야 자기 껍질을 벗어던져.

셜록에 대한 파괴 욕구도 물론 크지만, 유러스의 내면에 숨겨진 진심은 그게 아니었어.

(표층심리와 심층심리 얘기로 들어가면 많이 장황해질것 같아서 생략할게ㅎㅎ)

거기서부터 유러스의 가면이 벗겨지고 그녀가 내면에 숨겨뒀던 진심이 절규하다시피 흘러나오기 시작해.

"넌 아직 레드비어드도 모르잖아!"

이게 무슨 의미일까?    그건 셜록이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야.

과거의 일을 모두 기억해내고, 자신의 존재까지 기억해낸 다음, 이 지긋지긋한 절대고독에서 자길 좀 구해달란 말이 하고 싶은거야. 

셜록을 자기랑 똑같은 외톨이에 상처투성이로 만들어주고 싶지만, 결코 목숨만은 잃게 해선 안되는거야.

왜냐면 셜록이 죽으면 유러스는 마지막 한 톨의 희망도 잃은 채 영영 우주미아가 되버릴테니까.

(그런 맥락에서 볼 때, 402에서 페이스의 얼굴을 하고 찾아온 유러스의 대사는 의미심장한 데가 있다.

"당신이 마지막 희망이예요. 당신마저 거절한다면, 전 더이상 갈 곳이 없어요."  )

스스로에게 총을 겨눈 채 카운트다운을 하던 셜록이 마취침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부터

모리어티의 모습은 어떤 형태로든 다시는 나오지 않아. 모리어티의 복수 게임은 끝났거든.

뒤늦게 뛰쳐나온 유러스의 내밀한 감정이 모리어티의 복수심도, 유러스 자신의 질투심조차도 짓누르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게 된 시점에서 이건 더이상 게임이 아니게 된 거야.

이제부터는 유러스의 진실이지.  명쾌하기 힘들며 결코 단순할 수가 없는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