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여느때와 같이 폰과 헬스장 회원카드 한장만 덜렁 들고 들어간 헬스장은 

후텁지근했다.

비단 헬스장이 더운 것은 여름충들의 열정 때문만은 아니리라 하며

카운터를 지나치던 찰나 어머니와 앉아 트레이너와 

상담하고 있는 중학생을 보았다.

트레이너는 마이프로틴 티셔츠를 입고 거대한 마이프로틴 물통에

무식하게 물을 채워 마시며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정확히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리진 않았지만

그의 제스처로 가늠컨데 아마도 어깨가 넓어지고 싶다는

얘기였으리라.

슈프림 따위의 가성비는 개나줘버린 브랜드로 무장한 중학생과는 다르게

자신에게는 한푼도 써본적 없어 보이는 어머니는 

그저 트레이너와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탈의실에서 펌핑되지 않은 비루한 몸을 무음카메라로 살짝 찍어둔 뒤

옷을 갈아입고 나온 뒤에도 그들은 대화 중 이었다.

가볍게 몸을 풀고 프리웨이트 존으로 들어가자 

마이프로틴 트레이너와 중학생은 함께 프리웨이트존으로 들어왔다.

어깨가 넓어지고 싶다는 얘기를 했을거라는 나의 짐작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안 것은

트레이너가 그에게 첫 운동을 핑덤으로 사레레를 가르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내가 GVT 스쿼트를 장장 30분에 걸쳐 마치는 동안

트레이너는 그에게 사레레, 프론트 레이즈, 벤트오버 레이즈를 가르칠 뿐이었다.

중학생의 어머니는 몰랐으리라

우리 헬스장의 PT는 회기당 30분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거대한 어깨뽕을 가진 마이프로틴 트레이너가

그의 아들의 어깨를 갉고 있다는 것을.

원래는 7만원이지만 학생이니 특별히 5만원에 해주겠다는 

트레이너의 영업멘트도 모두에게 한다는 것을 몰랐으리라.

그 트레이너의 근무 중 최대 업적은 인포녀랑 사귀다 헤어져서 한달에 한번씩 헬스장 인포녀를

바꾸게 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도

초보자에게 사레레는 푸쉬업보다도 어깨뽕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려줄 수 없었다.

영업방해 일 뿐만 아니라 나는 고작 3대 300치는 비루한 헬갤러였기 때문이다.

그 중학생은 이틀뒤에도 사레레를 하고있었고

그 이틀뒤에도 사레레를 하고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볼 수 없었다.

아마도 운동시간을 옮겼으리라.

꽤나 시간이 지나 날이 선선해진 뒤에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헬스장 관장이 몰고 나가는 BMW를 푸른 광택을 보며

그 아이가 떠올라서이다.

나는 여전히 그 헬스장을 다니고

그 트레이너는 여전히 마이프로틴을 좋아하며

인포녀는 한달에 한번씩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