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축축한 공기. 아니 공기가 맞던가. 물. 이건 물이다.

"후-욱"

물을 삼킨다. 내뱉는다. 폐가 축축하다. 이건 안개 같은 거다. 폐 깊은 곳까지 들어가 곰팡이를 피우고 녹슬게 만드는 떠도는 안개.

다시 호흡. 거품이 올라온다. 거품은 벽에 부딪혀 사라진다. 눈 앞에 투명한 벽이 있다. 손을 뻗어 벽을 만진다. 갈퀴가 달린 손가락이 보인다.

그리고 갈퀴 사이로 푸른 별이 보인다. 때론 하얗고 황색이 있던 별은 완전히 파란색이 되었다.

맞아. 인류는 멸망했지. 물에 휩싸여서.

몸을 한바퀴 돌았다. 나처럼 몸이 바뀐 사람들이 올챙이알같은 둥근 유리통 안에 움크리고 있다. 그런 유리통이 포도송이처럼 마구 메달린 '뭔가'가 어느 방향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 지구가 점점 멀어지며, 달이 점점 가까워진다.

그거 알아? 달의 뒷면에는 나치가 세계정복을 위해 개조한 기지가 있대.

한 때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내뱉은 개소리가 왜 떠오르는걸까. 하긴 그 년, 지구가 평평하다고 지껄였어. 저렇게 둥근데 말야. 그래도 음모론, 그건 인정해줘야겠다.

달의 뒷면엔 정말로 기지가 있다.

[정말 그래야겠습니까?]

블롭피쉬를 닮은 어인이 거품을 보르르 내쉬었다. 블롭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문어를 닮은 어인이 자신의 촉수로 빨판을 다듬고 있다.

[유 전하. 이 은하에는 많은 종족이 있습니다. 얼마나 많습니까.]

[명선생. 그 많은 수를 어찌 센단 말이오.]

[그럼 거꾸로 묻겠습니다. 충인은 그 중 몇 퍼센트를 차지한다 생각하십니까?]

[그것이...]

[충인은 본디 번식이 강하고, 어인과 달리 맨몸으로 우주를 유영할 수 있으며, 알 하나만 남아도 원시 행성에서 생명을 퍼트립니다. 또 기계인들은 어떻소. 스스로 몸을 고치고, 광물을 캐내 동료를 만드는 그들이 가진 동지애 말입니다.]

[명선생 말이 맞소. 신이 사라진 우주에서 그들. 충인과 기계인들이 이 우주를 쥐락펴락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소. 하지만...]

명선생은 촉수를 휘저으며 말을 끊었다.

[제 계략은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것!

충인과 기계인이 득세한다면 남은 종족들이, 셀 수 없이 많은 종족들이 지리멸렬하다 흡수될 뿐이오!

그러기 전에 남은 종족들이 저희 어인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는 것. 이것이 제가 말한 천하삼분지계! 

분명 유 전하도 동의하셨습니다!]

[후우. 명선생. 그렇지만 저는 두렵습니다. 설령 이 졸자가 우주를 통일한다 하더라도 이런 방식으로는 또 다른 분란만 낳을 뿐입니다.]

[그들을 어인으로 만드는 것이 두렵습니까. 그들을 전쟁에 몰고 가는 것이 두렵습니까? 어차피 그들이 어인이 되지 못하면 죽음뿐.]

명선생이 촉수를 휘저었다.

[연락이 왔습니다. 위성에 세운 기지에 새로운 동족 도착했다합니다. 본디 땅이나 걷던 그들을 맞이합시다.]

[하나만 짚고 싶소 명선생. 만약, 저희가 그들의 문명을 부수고 모습을 바꿨다는 걸 들키면 약속합시다.]

[...저번에 그것 말이오?]

명선생은 길게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한 것이오. 능력이 된다면 명선생 자리뿐만 아니라 내 왕좌도, 그들에게 넘기겠다는 약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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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가라

물고기 벌레 기계 삼국지 스페이스오페라

+ 주인공은 삼국지 내용이랑 똑같이 흘러가는 상황을 눈치채고 꿀빠는 전개

대문호 설마 삼국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참고로 블룹피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