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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하나은행 FA CUP 결승전은 시작 전부터 FC서울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있었다. 스플릿A와 B 그룹으로, AFC챔피언스리그 주인공과 주변인으로, 인기팀과 무명팀으로 FC서울은 거의 모든 면에서 성남FC에 앞선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팩트'가 그러하니 분위기도 자연스레 따라 붙었다.

10월 27일, 스플릿A 미디어데이에서 조민국 감독은 "서울이 성남 쉽게 못 이긴다"라고 말했다. 바로 옆에 앉았던 최용수 감독은 재미난 제스처로 선보였다. 취재석에서 웃음이 나왔다. 서울 선수단은 버스 안에서 "성남 알레"를 외쳤다. 서울이 성남을 이길 것이다. 서울이 우승할 예정이었다. 성남의 FA컵 우승은 우리 모두에게 '조크'였다.

결승전 당일 현장도 매한가지였다. 중립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운영자가 대한축구협회가 아니라 홈팀 서울이었다. 협회의 게으름인지 자비인지 몰라도 그 덕에 서울은 홈어드밴티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선수 입장시 서울의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성남은 처음부터 오프닝밴드이자 하객이었다.


그라운드에서 환호했던 성남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돌아가 기념촬영을 했다. 벽면 위로 흰색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얼마 전 논란이 되었던 서울 선수단 동영상에 대한 대답이었다. 경기 전 서울은 "홈경기라서 좋아했을 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성남은 '그 비웃음'을 쓰디쓴 쓸개처럼 핥으며 복수를 다짐했다.

성남 선수들은 서울 선수단의 동영상에 대해서 한 마디씩 말을 보탰다. 오해의 소지를 인정하면서도 다들 "그래도 우리가 보기엔 기분이 나빴으니까"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결승전을 앞둔 승부욕까지 성남이 더 컸고 더 뜨거웠다. 플래카드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성남은 서울 측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지금도 서울의 일명 '성남 올레 동영상'은 유투브 구단 공식계정으로 걸려있다. 마음의 여유에서마저 서울이 졌다.

모든 것이 서울이 이길 거라고 말하는 듯했다. 모두 속았다. 거짓말이었다. 알고 보니 경기 시작 전부터 성남이 이겼던 2014년 FA컵 결승전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찌질찌질 졸렬졸렬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