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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4화 [BGM 주의]

밀라(112.184) 2016.02.11 02:11:23
조회 1229 추천 20 댓글 7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vF0jx





엘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1화


엘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2화


엘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3화






  엘사는 정처없이 거리를 걷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미용실에 들어와 있음을 알게되었다. 그녀는 습관처럼 우울 할 때 미용실을 찾곤했다. 그녀는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엘사는 한번도 같은 미용실을 이용한 적이 없다. 그녀는 늘 미용실에 갈때 말없이 안나의 사진을 미용사 언니에게 보여주며 똑같이 염색해달라고 부탁해왔다.


손님의 염색상태를 보고 미용사가 물었다.


ㅡ손님 컷하러 오셨어요?

ㅡ아니에요.


안나가 잠시 눈을 감았다.


ㅡ염색물을 뺄려구요.











만약 천년이 세번 지나고 후대 역사가들이 이 비극적인 아렌델 왕가의 최후를 기술 한다면 이 두자매를 정치 감각이 없었던 현대 왕가의 최후라고 경박하고 짧게 서술하고 넘어갈지 모른다. 그 이유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발생한 단 한번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수많은 사건과 불행이 적힌 거대한 백과사전에서 안나와 엘사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한없이 축소되고 작아져 하나의 문장 그리고 몇개의 단어로 잊혀질 것이다. 엘사가 모든 것이 가볍다고 생각하다는 것은 그러한 의미인지도 모른다. 안나라는 전부를 상실한 엘사에겐 모든 것이 가벼웠다. 자신에게 끈질기게 달라붙는 한스도 진지하게 자신을 좋아해주는 크리스토프의 진심까지. 그 모든 것은 깃털보다도 가벼워 하늘에 날아가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만약 이 아렌델 왕가의 이별이 무한히 반복된다면? 이것이 한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영겁의 세월동안 반복되는 현실의 하나라면? 그렇다면 결코 아무도 이 모든 것을 가벼이 여길 수 없을 것이다. 영원히 서로 이별해야하는 엘사와 안나. 영원히 재판 받아야하는 안나. 영원히 안나를 그리워하는 엘사. 심지어 한스와 크리스토프의 연정도 우스꽝스러운 애정의 발작이 아닌 무언가 묵직한 응어리로 변할 것이다. 마리아나 심해에서 견뎌야하는 그 하중처럼 모든 것은 한 없이 무거워져 결코 아무도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는 깃털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엘사는 아틀라스의 굽은 어깨처럼 결고 등을 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영원한 회귀는 불가능하다. 영원한 반복과 단 한번간의 결코 닿을 수 없는 간극. 그것이 엘사와 안나에게 닥친 비극이다. 모든 것은 한번이기에 너무도 가볍고 무의미하다. 그리고 어떠한 슬픔과 불행도 보상받을 수 없으며, 어떠한 행복도 동일하게 반복되거나 영원 할 수 없다. 행복이 지나갈 뿐이라면,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불행이 계속해서 기억될 뿐이라면, 그 모든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것이 엘사가 생각하는 가벼움이다. 


하지만 안나는 달랐다. 안나의 성격상 그녀는 가벼움을 택해야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긍정과 활기 그 모든 웃음은 하나의 이정표를 가리킨다.


결코 농담으로 치환될 수 없는 삶의 무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 세상에서 하나 뿐인 언니인 엘사.


안나에게 삶은 무거움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엘사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한다.














미쉬킨 변호사가 어렵게 입을 뗐다.


ㅡ그러면 모든 조건을 받아들으시는 겁니까...? 공주님...


미쉬킨은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며 무릎 아래에 놓인 손을 움켜쥐었다. 이래서는 안된다. 부당하다. 미쉬킨은 국가가 개인에게 제한없이 가하는 폭력의 대변자가 또다시 되어야하는 자신의 모습에 깊은 회한을 느꼈다. 안나가 교도소에 창백한 백열등 아래에서 힘없이 웃으면서 말했다.


ㅡ평생 연금당하면서 살바에야... 조국이 아닌 곳에서 힘들더라도 자유롭게 살래요.


그녀의 발언은 스스로 정치적 자살을 택하는 말이나 진배없었다.


ㅡ위즐튼으로 망명신청을 하셔도 난민으로도 공주님은 분류되지 않는데다가 전과때문에 정치범 망명으로 그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을거에요. 아마 위즐튼은 신 아렌델 공화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할겁니다. 여왕님은 사실상 불법입국자 처럼 위즐튼으로 가셔야 할겁니다...

ㅡ그렇게 설명해주지 않아도 되요. 그래서 제게 여권과 위조신분증을 그쪽에서 준비해주는 거니까요.

ㅡ정부에서는 그 외에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을겁니다... 공주님... 죄송합니다...


미쉬킨이 말을 다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그녀의 왕족으로서의 신분이 박탈되고 모든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번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아렌델 왕가의 마지막 두 자매는 대체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대가를 치뤄야하는가? 미쉬킨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어른들의 잔혹한 왕좌의 게임에서 이 두 자매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먹잇감일 뿐이었다.


안나가 조용히 남자의 손을 잡았다. 그 따뜻한 손길은 마치 자기는 괜찮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ㅡ변호사님은 도청이 있는 걸 알면서도 제게 최대한 친절을 베푸셨고 절 도와주셨어요. 고마워요.


ㅡ공주님...


ㅡ이제 이별인데 아저씨라고 불러도 되나요? 어린 딸이 있으시다고 했죠?


미쉬킨은 대답을 하지 않고 책상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ㅡ정말 엘사 언니를 보고 싶으시겠지만 절대로 만나시면 안됩니다. 공식적으로 연금상태기 때문에 엘사님께서 공주님이 위즐튼에 있는건 꿈에도 모르실거에요. 분명히 아렌델 안보부에서 파견한 요원들이 엘사님이나 안나님을 찾고 감시할지도 몰라요. 엘사님은 성인이 되실때까지 밖에 나가신 적이 없고 공주님도 언론에 노출을 한적이 거의 없으시니 일반인들이 얼굴을 알아볼리는 만무하지만... 공개재판때 얼굴이 노출된 것도 생각하셔야하고, 정부 요원들에겐 안나 공주님의 신상이 정확히 파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해요. 두 분이 만나신다면... 정말 위험해요. 공주님 아시겠죠...?


안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미쉬킨이 애써 유쾌하게 말을 이었다. 그가 쇼핑백에서 책을 꺼냈다.


ㅡ작별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요. 공주님께서 재밌게 읽으신 책의 한정판 양장본이에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이에요. 공주님과 이름이 같은 안나라는 여인이 속기한 책이랍니다.


침울해있던 안나가 애써 웃으면서 선물을 받았다.


ㅡ와! 아저씨 고마워요. 생각도 못했어요. 정말 정말 고마워요. 위즐튼에 가서도 잊지 않을게요.


잠시간에 침묵이 흐른다. 미쉬킨이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에 이마를 얹고 눈을 한번 감는다.


ㅡ아니에요. 우리를... 용서하지 마세요. 저희를 잊으세요. 그곳에서 새 삶을 사세요... 부디 행복하세요.











안나는 3등석에 몸을 싣고 기차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겨울이라 들판엔 눈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그녀는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엘사를 생각했다. 그 사진에서 엘사 언니는 내 머리 색깔을 하고 있었어. 왜였을까. 단순히 내가 그리워서 그랬을까? 아니면 날 보호하기 위해서? 언니... 너무 보고싶어. 잘 지내고 있는거지? 언니가 많이 그립다... 안나는 용기를 잃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언니... 삶이 너무 무거워. 계속해서 가라앉는 느낌이야. 하지만 포기하진 않을거야. 가라앉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신분을 드러낼 수 없는 추방된 왕족이 할 수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먹고 살기 위해선 아무 일이나 닥치는대로 해야겠지. 그녀는 이제껏 한번도 먹고사는 문제로 의식적으로 고민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잘 곳을 걱정해야했다. 그녀가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있다가 종이팩에서 책을 꺼냈다. 죄와벌이란 그 책갈피에선 미쉬킨 아저씨가 자신을 위해서 준비해준 카드가 들어있었다. 이걸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고마워요 아저씨. 그녀가 혼자 중얼거린다. 그녀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부분을 펼쳤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은 겉보기엔 무신론과 초인사상을 논박하고 그러한 인본주의적 형이상학이 어떻게 인간의 실질적인 삶과 영혼을 망가트리는지 다루는 범죄 심리 소설이었다. 하지만 안나는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안나는 이 책이 탄생할 수 있었던 로맨틱한 과정과 이 책속의 두 젊은 연인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겹치는 불행과 자학에 가까운 도박벽에 빚독촉에 시달리며 호텔에 갇혀, 마감에 쫓기며 글을 쓰는 절망에 빠진 작가. 그리고 그를 홀로 찾아와 그가 구술하는대로 속기하며 책을 완성시킨 젊은 여속기사. 그 속기사의 이름은 안나였고 도스토예프스키의 후기 5대 장편은 모두 안나의 속기와 교정에 의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그녀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책을 안나는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나의 사랑으로 탄생한 이 책은 불멸의 고전으로 남았다.


그녀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사람이 속기한 책을 꺼내 좋아하는 부분을 펼쳤다. 로쟈가 소냐의 방에 찾아오는 부분이었다. 안나는 이 두 연인이 처음에 사랑에 빠지는 부분을 정말 좋아했다. 하지만 로쟈는 범죄로 인한 극심한 죄책감과 사랑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해 이 감정을 다만 혼란스러운 발작적인 감정으로 취급했다. 그녀의 대한 감정도 그녀도 이해할 수 없었던 로쟈는 그녀를 찾아와 사변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로 그녀를 괴롭혔다.




["그냥 이대로 거꾸로 물속으로 뛰어들어 그것으로 모든 일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더 정당하고, 맞아, 수천 배는 더 정당하고 이성적인 일은 아닐까?" "그럼, 그들은 어떻게 하지요?" 소냐는 고통스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그의 말에는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이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로쟈는 이상스럽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시선 속에서 모든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녀 자신에게도 이런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어쩌면 절망에 빠져서 단번에 모든 일을 끝내 버렸으면 좋겠다고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여러번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그의 제안에 전혀 놀라지 않을 정도로 그 생각을 진지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말이 잔인했다는 것조차도 그녀는 알아 채지 못했다.(그가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그의 비난의 의미, 그녀의 수치에 대한 그의 특별한 견해의 의미도 알아채지 못했다.)그러나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운 상황에 대한 생각 때문에 오래전부터 끔찍할 정도로 그녀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 단번에 삶을 청산하고자 하는 결심을 그녀가 자제할 수 있었던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제서야 비로소 그는 가난하고 어린 아이들과 반미치광이가 되어 머리를 벽에 찧는 불쌍한 폐병 환자 까제리나 이바노브나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쨋든 약간이나마 받은 교육과 타고난 성품으로 미뤄 보아 소냐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런 생활을 지속할 수 없으리라는 점 또한 그에게는 분명한 사실로 여겨졌다.........................중략.........................


그녀는 작은 식탁에 팔을 괴고, 두 손으로 뺨을 가리고 앉아있다가 로쟈를 보자 얼른 일어나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맞으러 다가왔다.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녀는 방 한가운데서 그와 마주치자, 서둘러 말했다. 그녀는 한시 바삐 그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음에 틀림없었다. 그러고는 잠자코 기다렸다. 로쟈는 책상을 지나 그녀가 이제 막 일어난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꼭 어제처럼 그에게서 두 걸음 떨어진 앞에 서 있었다. "어때요, 소냐?"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모든 일은 <사회적인 위치와 그에 따라 얻어진 습관>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당신은 아까 그 말을 이해했습니까?" 그녀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나타났다. "제발 어제처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그녀는 그의 말을 가로 막았다. "제발, 아무 말도 말아 주세요. 고통은 충분히 받았으니까요..."]




안나가 책을 덮었다. 안나는 타고난 따뜻한 성품과 풍부한 감성으로 비록 유복하게 자랐지만 이 뻬제르부르그의 빈민가에서 벌어지는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다. 안나는 비정하고 잔인한 세상 속에서 폭력과 부조리로 고통받지만 희망과 삶을 포기하지 않는 소냐를 좋아했다. 주인공 로쟈의 말처럼 당장 다리에 떨어져 자살을 하거나 정신병동에 실려가거나 음탕한 창녀로 전락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소냐가, 친동생도 아닌 뾸라와 리다를 위해 삶을 견디고 희망을 가지는 부분은 안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작고 연약하며 소심한 그녀가 사람을 죽인 죄책감과 잘못된 사상으로 우울과 고독속에 하루하루 영혼이 증발해가는 로쟈를 구원해낸다. 속기사 안나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절망 속에서 구한 것 처럼. 안나는 생각했다. 나에게 그럴 힘은 없지만... 그래도 엘사 언니에게 새 삶을 시작할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그 댓가로 죽음까지도 생각했다. 비록 무일푼에 모든 신분과 재산을 박탈당했지만 살아남았고 언니가 어딘가에 새 삶을 꾸리고 있을 것이 분명한 위즐튼에 가고 있다. 안나는 생각했다. 평생 언니를 볼 수 없다고해도, 언니가 새 삶을 살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좋아. 하지만 갑자기 미쉬킨 아저씨의 말을 떠올라 이제 엘사 언니를 이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왼쪽 뺨에 눈물이 흘러내려왔다. 그동안의 참아왔던 서러움과 언니의 대한 그리움이 폭팔해 그녀는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엉엉 울었다.


ㅡ아니야. 거짓말이야... 

그나마 안나에게 다행인 것은, 엘사가 술과 약물로 스스로를 파괴해가고 있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 뿐이다.



울다가 잠이든 안나를 깨운 것은 기차의 안내 메시지였다.


ㅡ기차는 정시 일곱시 반에 출발하오니 승객 여러분 께선 출발 오분전까지 탑승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시골 플랫폼에서 멈춰선 기차는 숨을 크게 들어내쉬며 작동을 정지했다. 한산한 시골 정차역. 안나는 꼬르륵 거리는 배를 달래며 간단하게 저녁을 먹기위해 샌드위치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지갑을 얕은 주머이가 있는 가디건에 넣고 점원에게 물었다.


ㅡ안녕하세요. 샌드위치 하나만 주문할게요.


뒤에 있는 손님이 그녀를 툭 치고간다. 줄이 길다. 먹을 곳이 별로 없어서 사람이 몰리는 모양이다.


ㅡ드레싱은 어떤거 하시겠어요? 기본토핑으로 괜찮으신가요?


ㅡ아니에요. 괜찮아요. 카드로 계산할게요.


안나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다. 없다.


ㅡ어? 여기 집어넣었은게 떨어졌나봐요.


안나가 바닥을 요리조리 살피며 흝어보지만 지갑이 없다. 그 사이에 금방 조립되어 나온 샌드위치는 차갑게 식어간다.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다. 당장 샌드위치를 계산할 돈도 없었다. 



안나는 그렇게 맨몸으로 위즐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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