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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를 지키며 엘빈을 기다리는 리바이가 ㅂㄱㅅㄷ 3 끝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7.111) 2017.03.25 23:24:26
조회 1074 추천 17 댓글 5


"엘...빈...?" 호흡이 잘 되지 않았다. 공포와도 같은 기분을 맛 보면서 리바이는 상체를 무너트렸다. 양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어 겨우 바닥을 기려는 몸뚱이를 멈춰세우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감정이 거세지면 사람은 말은 커녕 숨쉬는 것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러나 반대로 머릿속은 맹렬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움과 원망과 환희가 뒤섞여 시끄럽게도 떠들고 있다. "아...아아..으아아아..." 결국엔 차오르는 감정을 버텨내지 못하고 뚝이 터진 것처럼 리바이는 눈물을 터트렸다. 호흡을 되찾기 위해 한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자꾸만 바닥으로 추락하는 몸뚱이를 한팔로는 버티기 힘들었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리바이의 몸을 기대게 하듯이 엘빈이 가까이 다가와 어깨를 가져다 댄다. 그 단단한 팔에 얼굴을 묻고 리바이는 쉼없이 울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생물이다. 그럼에도 리바이는 혼자 폐허에 남아 오지않을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외로움이, 고통이, 환희가 와르르 무너져 내려 가슴속에서 떨어져 내린다. 감정의 잔해에 파묻혀 리바이는 발버둥쳤다.

눈물이 멎은 후에도 감정의 발작은 가라앉지 않아서 리바이는 한동안 더 엘빈의 팔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그런 리바이를 엘빈은 그저 고요한 표정으로 내려다볼 뿐이었다. 이윽고 완전히 지쳐버린 리바이를 엘빈은 부축해 침대에 눕혔다. 목이 마르다는 말에 물을 가져다 준다. 그냥 물 말고 차를 타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이 갈라져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진정이 되자 방금전까지 울며 매달리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져 리바이는 조금 얼굴을 붉혔다. 베개에 머리를 묻고 붉어진 뺨을 숨긴다. 스스로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더 자신은 외로움에 사무쳐있었다고 새삼 깨달았다. "왜 그래?" 하고 물어오는 그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어려있어서 리바이는 그가 조금 밉살스럽게 느껴졌다. 남의 속도 모르고. "피곤해..."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엘빈이 손을 뻗어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뒤통수에 와닿는 타인의 손길. "그럼 조금 더 잘까?" 속삭이듯, 부드럽게 운율을 타는 어조는 마치 자장가 같아서 리바이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까무룩 잠들고 말았다.

일어난 것은 해가질 무렵이었다. 눈을 감으면 붉은 눈꺼풀 안쪽이 낙조에 한층 더 붉게 보인다. 벽난로 앞에 앉아있던 엘빈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일어났어?" 온화한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가 돌아왔다.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리바이는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 되었다. 한바탕 울고 났더니 감정도 함께 쓸려내려간 것 같은 기분이다. "하하.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엘빈은 벽난로 앞의 의자를 침대로 끌고와 옆에 앉았다. 까맣게 그을린 벽난로의 벽면 보인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지. 미안해 리바이." 해주고 싶은 말이 아주 많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 맞아... 꽃씨.." "꽃씨?" 리바이는 주머니로 손을 가져갔다. 작은 주머니가 손에 잡히자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느껴진다. "약속했잖아. 같이 꽃씨를 심자고...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알아낸거야? 다시 땅을 되돌릴 방법이." 응. 하고 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표정은 조금 굳어있었다. "되돌릴 방법은 이미 있었어. 우리가 어렷을 적부터 말이야. 실험도 성공했었데." 엘빈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완벽한 것이 아니었고 아주 많이, 오랫동안 기다려야만 했어." 실험실의 흙에서 곡물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것이 성공했다. 그러나 그 실험실의 토양은 오랜시간을 들여 만들어낸 것이었다. 영양분을 공급하고 미생물을 배양시키고 흙 스스로가 순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 한줌의 흙을 위하여 대체 얼마만큼의 자원과 시간을 들여 관리했던 것인지... 이 별의 토지 모두가 원래대로 돌아가기까지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기약없는 기다림인 것이다. 그러나 그 옆에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보다 쉽고 빠른  방법이 있었다. 그것이 기계화였다. "만약 이 땅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날이 있다면 그건 인류가 모두 멸망하고 난 뒤일거야. 그래서 모두들 기계화를 선택했어. 누구도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낙조가 두 사람의 몸을 붉게 적신다. 그 금빛 머리카락과 새파랄터인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 지금은 어떤 색인지 확인할 수 없다. 그것이 불안해 리바이는 작게 몸을 떨었다. "그럼 너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도 그 사람들 안에 있는거야?" 태연하게 묻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리바이." 그가 웃는다. 엘빈 스미스는 웃었다. "두려워하지마. 우린, 인류는 영원한 봄을 찾아낸거니까."

거짓말이야. 말도 안돼. 리바이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안돼. 진정해. 양손으로 스스로의 뺨을 세게 두드렸다. 통증이 느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보다못한 엘빈이 리바이의 양손을 단단히 붙잡아 멈추게 했다. "리바이, 그만해." "거짓말이야. 이건 다, 꿈이야... 그렇지만, 그렇지만 엘빈 네가 말했었어! 기계가된 인간은 더는 진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잖아!" "맞아. 그땐 그렇게 말했었어. 나는 아직 어렷었고 제대로된 지식이 없었으니까." "지식? 그 지식이 뭔데! 기계 놈들의 지식이잖아! 그걸 믿는거야? 어떻게 믿으란거냐고! 사람들을 잡아갔어! 누구도 돌아오지 않아... 날 혼자로 만들었어... 그 자식들이 전부....나쁜거라고..." 외로움에 지친 남자는 양팔을 겹쳐 스스로의 몸을 끌어안았다. 자신의 체온이라도 느끼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아침에 실컷 울어둔 덕인지 눈물은 말라버린 것 처럼 더이상 흐르지 않았다. 그러나 눈알이 뽑힐 것 처럼 아팠다. 눈물 없이, 울고 있었다. "들어줘 리바이." 그런 리바이에게 엘빈은 호소하듯이 말했다. 그러나 그 표정은 미소를 띄고 있어서 기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모든 생명은 환경에 맞춰 살아남기 위해 진화해. 인간의 기계화도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일종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말이지. 기계도시는 정말로 좋은 곳이야. 음식물을 섭취할 필요가 없어서 배설물의 처리에 곤란할 필요도 없고 노화와 수명도 없어. 거리는 깨끗하고 시민 모두에게 집이 주어져. 오락 시설도 충분하고 또... 괴로움을 없앴어. 사람은 지금까지 쓸대없는 고민이나 공포, 괴로움을 안고  살아왔어. 죽음에 대한 공포. 타인에 대한 시기심. 스스로에 대한 자격지심 등. 그 모든걸 우린  없앴어." "없앴다...고..? 어떻게..." 힘없는 목소리로 물어오는 리바이의 몸을 엘빈은 세게 끌어안았다. "뇌에서 그런 감정들만 배제시킨거야. 그런 기술이 있어. 우리들은 이제 타인을 미워하지 않고 행복만을 느끼며 살아가는거야." 그래서 그렇게 웃고만 있었던건가. 리바이는 아연해졌다. "그렇다면 그건..." 뇌를 조작할 수 있다는건 사람들을 체제에 순응하고 절대로 의구심이나 반발심을 품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걸 의미하기도 한다. 리바이는 비명을 내지르듯이 소리쳤다. "전부 가짜야...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엘빈 너도 조종당하고 있는걸지도 몰라. 행복하다고 착각하며 사는거라고...!" "리바이 그렇지 않아." 엘빈은 리바이를 끌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만약 그렇다면 이 감정은 왜 남겨두었겠어! 정말 로봇처럼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만드는게 나을텐데 왜 굳이... 널 잊지 않게 놔두었겠냐고..." "엘...빈..." "기계도시로 가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는 선택해야 했어. 네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었어... 그런데 기계도시에는 내가 그렇게 찾고 있었던 꽃밭과 푸른 초원이 있었어... 모두 정밀하게 만들어진 것이야. 진짜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건...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워서... 이곳에 있고 싶다고 생각해버렸어. 널 남겨두고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든 내가 나빠. 하지만 그들은 더이상 시민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어. 너와 함께 그곳에서 살기 위해서 나는 그들에게 인정 받을 필요가 있었어. 그들은 그런 내 생각을 알면서도 받아줬어! 이 마음을 내버려두고... 내가 행동하게 해주었어. 리바이, 내 말을 믿어줘. 기계도시는 분명 처음엔 사람들을 멋대로 잡아가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건 그들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고 선택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을 뿐이야." "...모르겠어..." 리바이는 눈을 감아버렸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믿고 있었던 모든 것이 통채로 부정당했다. 왜 지하에 숨어들었던 사람들은 기계도시를 두려워하며 멸시했던 것일까. 엘빈은, 그때의 사람들은 기계도시를 인간이 아닌 괴물들의 집단이라고 말했었다. 저것들을 사람이라 볼 수 있겠냐며 물었다. 그렇다면 사람이란 뭘까? 붉은 피와 근육과 뼈.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것을 의미하는가. 그러나 기계인간은 본래 붉은 피로 이루어졌던 사람들에게서 만들어진 것이다. 내부를 기계로 바꾸고 뇌를 노종해 일부의 감정을 느끼지 않게된 사람.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 믿을 수 없어..." 그저 이 남자와 함께 꽃씨를 심는 날만을 기다렸을 뿐이었는데. "리바이..." 간절하게 이름을 부르는 남자의 옷자락을 세게 쥐었다. 더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터져나온 감정이 단말마처럼 가느다란 비명을 내지른다. "그렇다면 증명해 보이란 말이야... 니 말이 사실이라면, 너의 그 감정이 사실이란 걸 증명하라고...!" 밀착하고 있던 몸이 멀어져 자세가 바뀐다. 리바이의 어깨를 붙잡고 엘빈은 힘을 줘 그대로 리바이의 몸을 쓰러트렸다. 침대위로 엎어진 몸 위로 올라타 거칠게 입을 맞춘다. 겹쳐지는 호흡에 홧홧하게 몸뚱이에 열이 번졌다. 호흡을 고르기 위해 한번 떨어졌던 입술이 허겁지겁 다시 겹쳐지고 입안을 휘젓는 살덩어리의 감각이 생경해 리바이는 몸을 떨었다. 리바이는 엘빈이 하는데로 몸을 맞겼다. 복잡한 머릿속도 생경한 감각에 혼란스러운 몸뚱이도 모두 스스로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하반신이 알몸이 되고 엘빈은 리바이의 몸을 정중히 열기 위해 노력했다. 열기를 간직한 커다란 손이 민감한 부위를 계속해서 자극해 온다. 손등에, 목덜미에 계속해서 키스를 퍼부으며 엘빈은 제 몸에 걸친 것들을 모두 벗어던졌다. 깨끗한 몸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희미하게 금이 간 것처럼 세로줄이 그어져 있었다. 몸을 열고 수술을 한 흔적이다.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어 리바이는 눈을 감아버렸다.

모든 것이 생경했다. 몸의 이곳 저곳을 만져오는 손길이나 중심을 잡아 쥐는 타인의 손. 뒤쪽을 긁어내리는 간질간질한 느낌이 신기했다. 바짝 긴장한 몸의 근육들이 아프다. 땀에 젖은 몸뚱이가 찝찝하다. 그러나 기분 좋다는 감각이 무엇보다 선명하고 확실했다. 엘빈은 리바이의 허벅지를 잡고 들어올려 허리가 들리게 했다. 허벅지에 닿는 타인의 살덩어리가 천천히 비벼져 그것이 뜨겁고 점차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기계가 됐는데도 어떻게 저런 것이 가능할까? 그런 생각을 멍한 머리속으로 해본다. 이불과 벗어던진 옷가지가 함께 구겨져 허리 밑으로 들어가고 이윽고 엘빈은 천천히 리바이의 안에 제것을 밀어넣었다. "아..." 입술 사이로 가볍게 신음이 샌다. 고통은 있었지만 소리를 지를 법한 통증은 아니었다. 그런 것보다 이물을 받아들인 입구가 파열된 것 처럼 쓰라려서 피를 본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엘빈... 아파..." 절로 찡그려지는 얼굴 위로 부드럽게 입술을 떨어트리며 엘빈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입구의 통증과는 달리 내부는 간질간질한, 무언가 안달나는 감각에 휩싸였다. "아... 아..."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리는 몸. 홧홧하게 달아오른 몸뚱에 땀이 배어나오고 점점 숨이 찬다. 리바이의 앞을 매만지며 엘빈은 점차 움직임에 속도를 높였다. 파정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크게 숨을 토해낸 엘빈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몸안에서 꿈틀대는 것의 감각을 느끼며 리바이는 그가 절정에 달한 것을 알았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엘빈은 제것을 꺼내 이번엔 리바이의 허벅지를 겹쳐 양팔로 끌어안았다. 허벅지 사이에 제것을 끼우고 리바이의 중심 위로 문지른다. "으아앗...아..!" 예민해진 기관에 닿는 낯선 타인의 중심에 진정되려던 호흡이 확 차올랐다. 저릿저릿해서 참을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다. 삽입이 처음인 리바이에게는 역시나 앞을 자극하는 쪽이 더 기분이 좋았다. "아, 읏... 후우, 후아아..."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면서 엘빈은 리바이의 뒤쪽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함께 자극했다. "아, 아, 아...!" 새된 신음성을 내지르며 리바이도 얼마지나지 않아 파정했다. 배 위를 적신 탁한 액체에도 신경쓰지 않고 엘빈은 널부러진 리바이의 몸을 끝없이 끌어안고 키스하며 절절한 감정의 말을 토해냈다. 아마 누구도 의심하지 않겠지. 짙은 정사 후에 애정의 말을 토로하는 남자의 마음을. 아마 그 누구도.

붉게 타오르던 낙조는 정사가 끝나고 난 뒤에는 타고남은 재처럼 새카맣게 변해버리고 난 뒤였다. 물에 적신 타올로 대충 몸을 닦아내고 두 사람은 알몸으로 침대위에 누워있었다. 지쳐 나른한 목소리로 리바이가 물었다. "거기에 가면 말이야... 꽃씨를 심을 수 있을까?" "꽃씨를...?" 주머니 속에서 리바이는 접혀있는 종이를 꺼냈다. 그 안에 꽃씨가 들어있다. 엘빈이 맡기고 약속했었던. 그러나 엘빈은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듯이 무심하게 대답한다. "글쎄... 장담은 하지 못하겠어. 그런건 아무 필요도 없는 물건이니까." "필요가... 없어?" 맞다고 대답하며 엘빈은 웃었다. "그곳엔 영원한 봄이 있어. 꽃들은 시들지 않아. 나비와 벌도 죽지 않아. 모두가 행복해." "....그래..." 리바이는 싱겁게 대답했다. 그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엘빈은 말을 덧붙인다. "심을 수 있을거야. 학술적으로는 진짜 꽃도 가치가 있을테니까." "응....그래..." 대답 후 리바이는 눈을 감아버렸다. "리바이, 자?" 하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눈을 감은 채로 어서 잠에 빠지기를 기도했다. 엘빈의 숨결이 정수리에 닿았다. 마치 자장가라도 되는 냥 엘빈은 끊임없이 리바이에게 기계도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곳에선 모두가 행복하다고. 너도 분명 그렇게 될 것이라며. 그 탓인지 그날 밤 리바이는 꿈을 꾸었다. 바보같을 정도로 모두가 행복하게 웃고 있는 꿈이었다. 영원한 봄이었다. 수많은 꽃들이 엉켜 흐드러져 지독하다고 느낄 정도로 향기가 아찔했다. 그곳엔 엘빈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행복하다는 듯이 웃고 있다. 리바이. 하고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그곳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발 밑에서 두명의 소년이 땅을 파고 있었다. 매마른 흙 위로 두 사람은 꽃씨를 심는다. 부디 꽃이 피어나기를. 그렇게 기도하며. 함께.

해가 떠오른다. 잠에서 깨어난 리바이는 옷을 입고 벽난로에 불을 지폈다. 차를 마시고 싶었다. 우려낸 차가 조금 식기를 기다리며 창밖을 바라본다. 비로소 한 모금을 입에 가져갔을 때 쯤에 엘빈이 눈을 떴다. "일어났어?" 기계라면 수면을 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이 기계인간들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인간과 가깝다. 그렇게 생각하며 리바이는 엘빈에게로 찻잔을 들어올려 보였다. "한잔 마실래?" 엘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수분도 섭취할 필요가 없어." "그..래... 그렇구나..." 리바이는 다시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인간의 신체는 수분을 정상적으로 섭취했다. 리바이가 차를 마시는 동안 엘빈도 옷을 단단히 입고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문득 리바이가 말했다. "기계도시는 아름답겠지." "응. 물론이야." 영원한 봄. 한숨과 함께 눈을 감았다 떴다. 아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역시... "...그래도 난, 너랑 꽃씨를 심고 싶었어." 테이블 위로 손끝을 쭉 뻗는다. 닿는 것은 항상 가지고 다니던 자동권총이었다. 그것을 쥐고 리바이는 총구를 자신에게로 향했다. 차를 마시던 것 처럼 입술로 가볍게 문다. 탕 하고 총성이 일었다. 분수처럼 터져나가는 피보라. 엘빈은 멍하니 그것을 응시했다. "리바이?" 의자째 뒤로 넘어가는 몸뚱이에 발끝이 테이블에 걸려 와장창 소리를 내며 찻잔이 바닥위로 내 쳐졌다. 찻물이 피와 뒤섞여 나무 바닥위로 스며든다. 요란하게 뒤로 넘어가는 모습에 엘빈이 달려왔다. "리바이?" 엘빈은 어린아이의 실수라도 보는 것처럼 웃었다. "뭐야. 또 잠든거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지우기 위해 죽음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게 된 남자는 사랑스럽다는 듯이 쓰러진 몸뚱이를 안아들었다. 리바이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접혀진 종이가 새빨갛게 물들어 녹아들어 가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일어나면 우리 같이 그곳으로 가자." 어서 일어났으면 좋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엘빈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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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근 미래를 배경으로
폐허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무미건조한 분위기와
허망한 결말을 보고 싶어서 쓴거임
리바이가 죽음을 택한건

리바이에겐 꽃씨가 엘빈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뜻했는데
그걸 엘빈에게 부정당하게 되면서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소년과
지금의 엘빈이 다르다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임
지금의 엘빈의 사랑이 얼마나 진심이건
긴 시간동안 리바이를 지탱해왔던 것이 과거의 엘빈이어서 마음이 무너지는건 어쩔 수 없었음
봐준 거붕들에게 압도적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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