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총기 구조가 한 단계 더 발전한다면 어떤 물건이 나올까.

아마 저는 무탄피식 전기격발 총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 현 세대보다 월등하게 성능 좋은 배터리가 나온다면, 휴대용 코일건이나 레일건 정도...

그러고보면 영화 에얼리언에 나오는 M41A 펄스 라이플이 무탄피 전기격발식이었죠. 펄스 라이플이라는 이름도, 전기 펄스로 격발한다고 해서 펄스 라이플이라는 모양입니다.

무탄피 기술은 이미 HK G11이 현실화시키긴 했는데. 군대는 예산이 지배한다고 예산에 밀려서 짬처리 되었죠 ㅠㅠ

민수용 무탄피식 탄약도 조금 있는 걸로 아는데, 역시 그다지 호응은 없던 거 같습니다.

하여튼 기반 기술 자체는 이미 확보됐으니까, 현재의 구리 탄피를 어떻게든 갈아치우게 된다면 무탄피가 대신하지 않을까. 그렇게 망상해봅니다.

전기격발하려면 총에 배터리도 붙여야 하나 싶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이미 총에 배터리 붙는 옵틱을 많이 쓰죠. 총이라고 쓰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나 생각해요. 게다가 공이가 제대로 때려주지 못해서 격발불량이 나는 탄이 꽤 있는 걸 생각하면, 전기로 확실하게 격발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죠.

물론 무탄피든 전기격발이든 현재의 탄피총 그 자체보다 뭐가 더 좋은 이유가 없다면 채용될 것 같지도 않지만요... 아, 요새 구리값 너무 오르던데 무탄피탄보다 구리탄피가 비싸지면 채택될지도 모르겠군요 ㅋㅋ

전기격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전기격발 총기라는 발상 자체는 별로 신박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시장에 나온 적도 있습니다.

메탈스톰 아시죠? 총신에 다중장전한 탄약을 전기격발해서 미니건을 뛰어넘는 신박한 속도로 발사했던 물건. 그것도 전기격발식이죠.

하지만 매우 특수한 총기라서 군수시장에서도 반응이 영 그랬고...

민수시장으로 가자면

이건 레밍턴 700의 변종인 레밍턴 700 eTronix라는 제품인데. 센터파이어 탄피식입니다만, 전기격발용 뇌관을 사용한 특제탄을 씁니다.

방아쇠가 기계적 구조에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트리거 반응이 매우 빨라서 명중률이 높다는 장점을 내세웠습니다만... 뭐 별로 들어보신 분 없겠죠? 안 팔렸습니다.

그거 말고도 표준 .22 LR 림파이어탄을 쓰는 물건이라든지, 루거 10/22에도 전기식 트리거 컨버전이 있고요. 몇 종류 기억이 있습니다만 다들 성공은 못했습니다.

전기격발식의 장점이 저 방아쇠라는 건 확실합니다. 방아쇠가 전기 스위치일 뿐이다보니, 얼마든지 가볍고 스무스하게 만들기 쉬운 거죠. 일반 총기의 트리거는 시어라든지 여러가지 기계적 요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손대기 까다롭습니다.

다만 특제 탄을 쓰거나, 신뢰성이 아직 검증되지 못한 전기 방아쇠 구조를 쓰는 물건이라서, 미세한 장점에 별로 매력을 못 느낀 거겠죠.

제가 재밌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이번 글의 주제는 전기격발식 흑색화약 총기죠.

예전에 인라인 시스템 소개에서 설명했듯이, 미국엔 흑색화약 전장식 총기 시장이 아직 꽤 있습니다.

구식 머스킷은 그 특유의 멋과 재미가 있거든요. 그게 어떻게 이상한 방향으로 가다보면 인라인 시스템처럼 전장총이긴 한데 뭔가 요상하게 발전한 놈이 나오죠.

그걸 좀 더 심한 방향으로 발전하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애초에 흑색화약 전장총은 탄피식도 아니니까 탄피식 총기와는 달리 시장의 도입 저항이 적을거 같은데? 그리고 플린트락이나 퍼커션캡은 격발 신뢰성이 낮은 게 문제잖아? 하지만 전기격발식으로 확실하게 점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 장전 절차도 한 단계 줄어들거 같은데?"

문제는, 정말 흑색화약이 전기격발되느냐? 죠.

교과서적으로 말해, 불꽃 뿐만 아니라 정전기도 흑색화약을 격발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실험을 해보니...

피카츄, 10만볼트 공격!

우씨.

10만볼트짜리 스턴건으로 지져도 보다시피 격발 안 합니다.

사실 현재 판매하는 흑색화약은 정전기에 의한 불필요한 격발을 방지하기 위해, 흑연을 도포해서 판매하고 있거든요.

무연화약이나 유사흑색화약은 더더욱 원래부터 전기격발에 둔하고요.

저걸 제대로 격발시키려면, 전기 자체로 격발시키는 건 무리이고, 전기가 지속적이고 뜨거운 아크를 발생시키게 저항 같은 걸 끼워넣어서 전기를 열 에너지로 바궈서 화약을 점화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하여튼. 이런저런 개량 끝에 실제로 만들어진 흑색화약 전장식 전기격발 총이 있습니다.

CVA Electra라는 총입니다. 9볼트 리튬 배터리로 구동해서 500발 정도 쏠 수 있다고 합니다.

흑색화약 총기는 원래 방아쇠 반응이 조금 느린 경향이 있습니다. 플린트락은 화약접시의 점화화약을 불붙이고 약실 메인 장약을 불붙이다보니, 종종 방아쇠 틱 한 직후에 펑 하는 일이 많아요. 특히 점화용 FFFFg가 아니라 메인 장약하고 같은 화약을 화약접시에 뿌리는 경우.

퍼커션 캡 역시 반응은 플린트락보다는 확실합니다만 불발이 꽤 있죠.

하지만 저 전기격발식은 기계적 구조에 의한 트리거 로스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주 확실하게 격발시킵니다. 주 장약을 제대로 쓰기만 했다면 불발을 찾아보기가 힘들죠.

하지만 안팔려요. 시범적으로 초도물량 좀 내보내고, 더 수효가 없어서 단종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전기격발식에 대한 신뢰도 문제일까요?

하지만 너도나도 레드닷 달고, 야간투시경에다 전장컴퓨터라든지 이미 군사계는 전자기기 없이는 돌아갈 수 없게 됐습니다. 총이라고 전기격발 하지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EMP가 걱정이면 EMP 방호를 넣어 설계하면 될테고요.

전기격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