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는 감상찌끄래기 몇 개 남기고 갑니당.

1. 

방심했다. 마지막화의 그 환한 웃음만 기억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복습 들어갔다가...망했다ㅋㅋㅋㅋㅋ

진이에 대한 작가의 가학성에 이를 갈면서도 같이 우느라 힘들었다....... 

2. 

황진이 사극톤 진짜 맛깔난다.

백무랑 매향, 부용이한테서 보이는 간드러지는 기생 어투도 잘 살렸고 

사극스러우면서 생소한 단어들; 반편이, 얼치기, 달초하다, 물색없다, 비루하다, (마음이)고단하다, 풀풀거리다, 대서다 등등이

들마의 특색으로 기억에 남더라. 

특히 진이는 "~해요, ~했어" 같은 현대적 종결어미를 많이 쓰는데(워낙 버릇이 없다보니ㅋㅋㅋㅋ) 자칫 어색할 수 있는 대사가 특유의 단어들이나 어투 때문에 전혀 어색하지 않게 녹아들었어. 

3. 

진이의 감정선이 진솔하게 전달된다. 

독백은 기본이고 시조, 편지 그리고 모든 주변인물들이 진이의 감정이 드러나도록 돕는다. 

현금, 엄수아재, 단심이, 후반부에는 매향이, 하다못해 덕팔이까지 진이가 '말하게' 해줘. 

그리고 인물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감정을 표현한다. 

비교를 안 하려 했지만 왜 자꾸 ㄱㅎㅎ가 생각이 나지.........? 

4. 

3번 덕분에 드라마의 모~든 상황과 인물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새삼 이런걸 개연성이라 하는구나..감탄.

5. 

적절한 과거회상씬+착실한 떡밥 회수. 

으노도령 회상씬은 말 할 것도 없고 추억의 장소를 극 전개의 주요 요소로 가져가면서 과거와 매끄럽게 연결시켜. 

특히 기억에 남는건, 정한이랑 활래정에서 채록하다가 은호가 그림그리던 장면 떠올리는거. 

그리고 백무 죽은 뒤에 진이가 함께 앉아있던 나룻터 평상에서 회상하는거.. 

그리고 어른 진이 등장 첫 에피소드(계곡에서 도령들 때문에 놀라고 혼나는거)에서 백무가 "마음을 내보이지 말랬다" 뭐 이런 대사를 하고 

진이는 싫다하는데, 마음을 줄수록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기녀들의 애환을 응축하고 있는 대사라고 봐. 

이후 진이의 고단한 삶을 예고하는 대사이기도 하고. 

백무가 잡혀가면서 '마음줄을 내보인 벌'을 받는다 할 때도 바로 생각나더라. 

이 외에도 백무 죽고 매향이랑 궁중문턱 넘을 때나, 정한이 사형당하고 진이 진연하는 날 주상전하 우는 거 등등. 허투루 있는 대사가 없었어. 

6. 

시조.. 자막에다가 독백까지 깔아서 촌스러울 수도 있는데 워낙 상황에 맞게 감정에 맞게 잘 깔려서 졸라 멋지더라ㅜ 

황진이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동짓달 긴긴 밤을.. 이거 활용할 때 소오름.

7. 

근데 김정한과의 관계는 끝까지 좀 애매했다고 봐. 

꽤 무게감 있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백무와의 관계정리 회차가 중간에 껴있어서 몰입하기도 어려웠고, 

마지막에 주상전하가 둘이 튀라고 할 때 진이가 '그 사람은 백성들이랑 있어야 한다'며 거절하는 것도 이해 안 감. 

상대방을 너무 아껴서 내 사랑을 포기한다는 느낌보다는, 차라리 재예에 대한 열망과 사랑받는 평범한 여인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후 회차와 더 연결이 잘 되었을텐데. 

김정한이 갑자기 진이를 예인으로 아껴줄 수 없다, 자기 여자로 소유해야겠다고 눈 뒤집히는 것도 오버스러웠고.

7.5.

임신-유산에피는 진이의 비극을 더 심화시키고 나중에 진이와 정한이 감정을 정리하게 되는 계기로 넣은 것 같은데.....

애초에 정한과의 관계가 잘 몰입이 안 되었었기 때문에 그닥. 

1회부터 급전개할거 급전개해서 22회차로 줄였으면 시청률 30 찍었을 것 같음.  

8. 

내 듣는 귀와 보는 눈이 비루하여.. 진이의 천재적 재예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 

그냥 대사랑 연기, 브금, 연출로 오오오 할 뿐이지 춤에서 뭘 느낄 수가 없었(....) 

누가 잘 추는지도 모르겠고 진이가 잘 추는지도 모르겠곸ㅋㅋㅋ 나름 진짜 무용인들 섭외해서 전통무용 고증에 공을 들인 것 같지만;;

9. 

누구 말마따나 들고 나는 예가 없다. 

남의 방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기, 벌컥벌컥 들어가기 너무 많앜ㅋㅋ 

들어간다고 말하고 들어가는 경우를 거의 못 봄ㅋㅋㅋㅋ

10. 

햇님...너무 잘 울어요. 이건 모든 작품에서 느끼는 거지만..진짜 너무 잘 우세요ㅜㅜㅜㅜㅜ

오열하는 거, 울먹울먹 하는거, 분노로 눈물 차오르는 거, 무표정으로 한쪽 눈물 뚝 흘리는거 등등. 

가끔 저게 대본에 있는거였을까 의문이 갈 정도야.

11.

햇횽 황진이로 살아줘서 진짜 고마워요.... 정말로 눈물나게 고마워요ㅠ 

12. 

무플방지용 질문~ 그래서 횽들 황진이 최애장면은 뭔가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