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이 흘렀다. 6년, 참 긴시간이였다. 흔적도 없이
깊은 향기만 남긴채 사라져버린 참 찌질게하게 바보
처럼 속도없이 처음으로 좋아했던 너와 이별아닌
이별을하고 6년이라는 시간, 나에겐 참 긴 시간이였다.



6년이라는 시간동안 나에게 내 주변에 찾아온 변화가
무엇이냐고 언젠가 너와 다시 만나 네가 묻는다면.



먹는것만 밝히던 우리아빠는 크게 성공해 아직까지도
마음껏 부를 누리고 계셔. 꽤 큰 한의원의 원장이셨던
우리 할아버지는 퇴임하시고 우리 엄마가 원장으로 운영
을 하고 계시고, 그리고 이민을 간다며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범이는 떠난지 딱 1년이 되던 날 혼자의 몸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어. 나와는 아직까지도 제일 절친한 친구야니가 그렇게도 싫어했던 너의 담임 선생님, 우리 삼촌은 너와 고스톱을 맞붙던 여자분과 한 살림을 살고있고, 준이는 이제 초등학교에 곧 입학을 해. 우리 할머니는 주방에서 요리하는일을 끊었고, 요즘은 할아버지와 산책을 다니시는게 유일한 취미셔. 그리고 너의 친구이기도했고 나의 동생인 윤호는 작년에 결혼을 했어. 기억나? 윤호네 반 담임선생님 울보영어쌤 그래. 우리가 장난스럽게 놀렸었잖아. 윤호 이녀석이 해냈어. 그리고 너의 웬수 나혜미는 졸업을 하자마자 누구랑
결혼을 했는 줄 알아? 날라리 염승현. 정말 웃기는 조합이지?
그리고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해서 열심히
학교로 등교했던 그때의 나처럼 여전히 열심히 회사에 출근
을 하고있어.




6년이라는 시간동안, 넌 어떻게 변화했어? 아직도 내가
알고있는 그 모습 그대로야? 언젠가 만난다면 너도
꼭 알려줘.




이제 우리 할아버지가 예전처럼 팔팔하시지도 한의원에
원장님도 아니시지만, 우리 할머니가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요리를 하시진 않으시지만, 우리 아빠,
엄마, 이젠 바빠서 집에 있는 날보단 없는 날이 더 많지만
삼촌과, 윤호 모두 결혼 해 집을 떠났지만, 범이도 이젠
회사일에바빠 집에 자주 오지 못하지만, 제일 따듯하고
우리집이 제일 북적였던 그때 그 장소 그 시간 그 느낌
너의 자리는, 너의 모습은 여전하다.




이렇게보니 6년이라는 시간 참 짧네. 그치?





넌 어디있는걸까? 사실 너랑 함께했던 시간들이 지금
생각해도 꿈 같이 느껴져. 넌 항상 나한텐 꿈같았으니까.
마지막 사라지던 그 순간까지도. “행복해 민호야”
그 한마디를 남기고 행복했던 꿈에서 깨어나듯 넌 항상
나한테 꿈 같았어. 내가 정말 꿈을 꾼 걸까? 강유미라는
꿈을, 전교꼴등에 자존심은쎄고 사실 간첩이였던
모든게 비밀같았던 내가 아는거라곤 하나도 없었던
너무 예뻤던 황홀하게 예뻤던 나의 첫사랑. 강유미.
꿈일리가 없지. 꿈은 항상 신기루처럼 그 기억이
사라지는데 넌 더 선명해지잖아. 꿈일리가 없지.





“민호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해요. 점심시간이에요”





“아, 네...”







*







“부장님 진짜 완전 꼰대! 왜그렇게 우리한테만
지랄하는지 진짜 짜증나요.”




“신입사원들이라 만만하다 이거죠. 굴리기 쉽고”





“신입이 죄에요? 안 그래요 민호씨? 민호씨?
뭐야 어디갔어”





“민호씨 있잖아요. 일 할때는 진짜 완벽한 것 같은데 가끔
엄청 멍해보이지 않아요?”





“맞아요. 나도 그거 느꼈는데”





유미야. 난 아직도 네 이름만 들어도 가끔 정신을
팔기도 해. 강유미 어떻게보면 진짜 흔한 이름인데.




“야! 유미야! 빨리 와!”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어, 가잖아 어? 누구세요?”





“아 죄송합니다. 아는사람인줄알고”





“아, 네”






네 이름만 듣고 이렇게 길을 헤메잖아.




“민호씨! 뭐해요! 아직도 거기있었어요? 신호등 바꼈어요!
얼른 건너와요!”





“아 네!”




어느순간 진짜 네가 내 옆을 지나갈지도 모르니까.
진짜 거짓말처럼 넌 다시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여보세요? 아 진짜 저 감시하는것도 아니고 그만 좀
하세요. 당신도 그랬잖아요. 이제 나 안 위험하다고.
한국 들어온지 이제 1시간도 안됬어요.





정말 어느순간 진짜 네가 내 옆을 지나갈지도 모르니까.





“그래요. 어디갈때마다 연락할게요.”





“민호씨 빨리와요! 점심시간 끝나요!”





“네! 가요!”





“어...아, 아니에요. 어떤 이름을 들었는데... 아닌 것 같아요.
알았다구요. 진짜 귀찮게. 호텔 들어가서 연락할게요.”





우리 만나야하는데. 다시 언젠가 꼭 만나야하는데.
그냥 스쳐지나간다면 진짜 슬플텐데. 그치 유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