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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툰] 딸과의 약속을 지킨 딸바보 이경검 이야기.jpg

역사만화가(183.109) 2017.08.09 17:25:04
조회 52565 추천 480 댓글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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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주나라 성왕은 아우와 함께 장난하며 놀기를 좋아했다. 


하루는 제후 책봉의식을 흉내내어 오동잎을 오려 동생에게 건네며 이것으로 너를 제후에 봉한다”고 했다. 


물론 장난이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삼촌 주공이 하례를 드리자 난처해진 성왕은 재미삼아 한 말이라고 발뺌하였지만 


천자는 농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마침내 아우를 당나라 제후로 봉한 일이 있었다.

장서각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산이씨의 고문서 중에도 아버지와 딸 사이에 얽힌 유사한 사례가 담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분재기(分財記:재산을 나눠주는 기록)의 일종인 이경검부부 별급문기(李景儉夫婦別給文記·1596)가 그것이다.

성종의 현손 중에 순녕군 이경검이란 사람이 있었다. 


왕손으로서 학식과 교양이 있었던 그는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피난길을 도와 공신에 책봉된 충신이기도 했다. 


그에게는 효숙(1588~1668)이라는 딸이 하나 있었다. 


금지옥엽의 외동딸에 대한 애정이 더욱 각별했던 이경검은 


난리통에 파손된 가옥을 수리할 때에도 늘 효숙을 등에 업고 다니며 공사를 감독하곤 했다.

바로 이 무렵 이경검은 딸에게 무심코 실언을 하게 된다. 


지금 수리하고 있는 이 집을 효숙에게 주겠다는 말이었는데, 물론 이 또한 농담삼아 한 말이었다.

그러나 정작 효숙은 아버지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날 이후로는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이라 굳게 믿었다. 


그만큼 아버지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이경검은 성왕의 고사를 떠올리며 자신의 무책임한 언설을 크게 뉘우치게 된다.

원래 큰 믿음은 문서로서 증명을 남기지 않는 법. 


옛 사람들에게 있어 군신간의 신의, 부모와 자식간의 믿음보다 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딸을 향한 은연중의 실언이라 할지라도 상대가 약속으로 받아들였다면 그 약속은 이행되어야 한다.

상황을 직감한 이경검은 먼저 딸이 받을 마음의 상처를 우려하고, 


또 아버지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하게 된다. 


서울 남쪽 명례방에 위치한 반듯한 기와집 한 채를 따로 구입하여 부부 공동명의로 이를 효숙에게 양도하게 된 것이다. 


분재기의 말미에는 다른 자식들이 여기에 대해 불평하지 말라는 단서조항이 명시되었고, 


효숙의 오빠 이안국은 증인으로서 이날의 양도를 흔쾌히 공증해 주었다. 


이 때 효숙의 나이 겨우 아홉살이었다.

이후 현숙한 규수로 자란 효숙은 열여덟에 영의정 이산해의 손자며느리가 된다. 


이때 효숙이 친정 부모로부터 받아둔 가옥을 가지고 왔음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효숙의 남편 이구(李久)는 진사시와 문과에 장원한 엘리트 문신이었지만 그녀의 결혼생활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신혼의 단꿈이 채 가시기도 전인 스물둘에 청상의 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고난 여장부였던 효숙은 시련 속에서도 시댁 어른들을 지성으로 봉양하였고 


아들, 손자, 증손자를 줄줄이 과거에 합격시키며 명가의 전통을 지켜나갔다. 


〈김학수/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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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검이 딸 효숙이에게 명례방 집을 증여한 별급문기 해석. 


만력 24년(1596년, 선조29년) 3월 초 女 효숙에게 별도로 주는 증여문서. 


오른쪽 명문의 일을 말할 거 같으면,


효숙이 너는 나의 외동딸로서 사랑하는 정이 어느 자식보다도 컸다.


왜란이후 재물을 주고 산 집을 수리하던 때에 


내가 너를 등에 업고 일을 감독하면서, 


이 집은 효숙이 너에게 주겠다라고 말했었다. 


너는 본디 천성이 총명한 까닭에 


그날 이후, 항상 그 집은 나의 집이라 말하고 다녔으니, 


어린 자식을 어찌 속일 수야 있겠느냐? 


주나라 성왕께서 오동잎을 잘라, 그동생을 제후로 봉한 옛 고사를 생각해본다면


진실로 이러한 까닭일 수밖에 없다. 


충의위 이종규에게 남부 명례방 가옥 일좌를 사서 영구히 너에게 별급하니, 


이후 다른 자식놈들에게서 여타 불평불만의 말이 나오거든 


장차 이 문서를 가지고 아로 가서 바로 잡거라. 



재주(財主) 아버지(父) 정의대부 전 순녕군 (서명)


어머니 (母) 평양 현부인 김씨(인장)


증인 자(子) 이안국 (서명)






출처: 카툰-연재 갤러리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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