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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정주행하다 못 참고 역주행 중인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안남폭력교교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7.09 03:26:32
조회 827 추천 3 댓글 2

오늘 스완송과 마지막 화를 봤어.

내가 하우스를 처음 본 게 열세 살 때야. 

열세 살의 나는 그레고리 하우스라는 캐릭터에게 사랑에 빠졌지.

생각해보면 열세 살짜리가 뭘 알고 그랬을까 싶어.

난 항상 어둡고 위태롭고 취약해 보이는 남성 캐릭터 좋아했으니까 그랬던 게 아닐까 싶어.

CSI의 후속작으로 OCN에서 방영되었던 그 프로를, 나는 엄마 따라 봤어.

그 당시 하우스 덕질을 하던 고등학생 블로거 분의 글을 챙겨보았던 것이 생각나.

휴로리 팬 홈페이지에도 들렀던 것 같고. 

당시에 시즌 1 보면서 하우스와 카메론이 잘 되기를 바랐었던 게 기억나네.

진통제를 먹지 못해서 아파하는 상태에서 환자 아버지에게 맞고 쓰러졌던 하우스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애가 탔는지 그런 것들이 생각나.

중1 때 첫 중간고사 기간 2주 전부터 엄마가 하우스를 보지 못하게 금지해서 못내 아쉬웠던 게 아직도 떠올라.

스테이시 캐릭터를 미워하는 한편 하우스가 스테이시와 다시 잘 되기를 바랐던 내 양가감정도.

그 당시에 나는 하우스를 시즌 2까지밖에 보지 못했어. 

학원이니 뭐니 해서 TV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챙겨볼 시간이 없었지.

학원 수업이 끝난 뒤에 영어 학습을 하는 척 하면서 학원 컴퓨터실에 숨어서 몰래 하우스를 보다가 알바생에게 발각되어서 쫓겨났던 일도 생각난다.

중 3 때였지.

나는 외고 입시 준비하느라 한창 바빴고.

중학생일 때 같은 반 아이들도 하우스를 봤는지 체육시간에 운동장에서 2, 3명의 여자아이들이 하우스가 어떻니 체이스가 어떻니 떠들던 게 생각나.

왕따였던 나는 아는 척을 하며 그 대화에 끼어들 수도 없었고

괜히 야속함을 느꼈지. 

나만의 작품이어야 할 것 같은데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 드라마가 인기가 있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는 유치한 심리였지. 

그 당시의 나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내가 잘난 줄 아는 바보 같은 어린애였으니까.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1학년 담임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미드가 하우스라고 해서 괜히 반가웠던 것도 기억 나고.

중학교 시절 나를 아껴주셨던 사회 선생님께 하우스를 추천해서 선생님께서 결국 보셨던 기억이 나.

방과후에 선생님과 함께 길거리를 걸으며 앰버의 죽음이 어떻고 하우스가 생각보다 너무 쉽게 무너져서 놀랐다는 등의 말을 했던 것도 떠오르네.

2012년. 내가 대학교에 입학했던 해에 하우스는 종영되었어. 

인터넷에서 마지막화를 보고는 슬픔과 허무감을 느꼈던 것 같아.

믿을 수 없었지.

그러고 2015년에 갑자기 하우스를 정주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법적으로 성인이 되어서 본 하우스는 10대 때 봤던 것과 아주 느낌이 달랐어. 

5시즌까지밖에 보지 못했지만. 

대사 하나하나가 더 마음에 꽂히더라.

10대 때는 작품이나 캐릭터의 전체적인 이미지에 많이 매혹되었다면

대사와 상황, 인물이 분리되어 생각이 되더라고. 

어릴 때의 내 취향에서 변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건 하우스일 거야.

며칠 전 다시 하우스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갑자기 스테이시를 떠나보내고 났을 때 윌슨이 하우스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거든.

비참한 것은 당신을 다른 사람보다 낫게 만들어주지 않아요, 하우스. 그건 그냥 당신을 비참하게 만들 뿐이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사랑을 믿고, 다른 사람과 지속적이고 평생 가는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서 그런 확신이 흔들리더라.

그냥 나한테 그럴 자격이나 의지가 있기는 한가 싶고.

그냥 나는 평생 이렇게 누군가에게 버림이나 받고 비참하게 살다 죽어야 하는 게 아닌가. 

사실 지금도 모든 관계를 다 단절하고 죽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 때 갑자기 그레고리 하우스가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더라고.

커디의 집 밖에서 집 내부를 훔쳐보다가 결국 다시 자신의 비참함 속으로 되돌아가던 모습도.

그래서 며칠 전부터 1시즌 정주행을 해오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역주행을 하기 시작했어.

스완송에는 드라마 속의 시니컬하고 휴머니즘을 부정하는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스태프들에게 친절하고 정중한 모습의 휴 로리가 나오더라. 

드라마의 제작에 관여하는 삶을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나왔어. 

나의 인생과 가치관을 크게 변화시킨, 변화시키고 있는 드라마를 직접 만든 사람들의 심경은 어떤 것일까.

어쩐지 소외감까지 들더라.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허탈감일까. 

어쩌면 이 드라마와 나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일지 모른다고, 나 혼자 매혹되어서 착각한 것일지 모른다는 의심? 그 씁쓸함?

모르겠다. 

8시즌의 마지막화를 2012년에 보고 다시 보니까 더욱 허탈하더라.

작품 속 다른 캐릭터들이 잠시 하우스를 추억하듯이. 

하우스가 곧 윌슨을 영원히 잃어버리게 되듯이. 

나도 그 사이에 무언가를 너무 많이 잃어버린 것 아닐까. 

나는 이제 스물다섯 살이고, 하우스를 처음 보고 입덕한 해로부터 12년이나 흘렀고.

평생 함께할 것을 약속했던, 평균 2년 반 이상씩 사귀었던 4명의 연인들과도 헤어졌고.

정말 사랑하던 친구와도 절교했고.

13살에 하우스를 보며 가슴 뛰어 하던 내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에일 듯 아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인생이라는 건 영원한 애도의 과정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휴. 어쩐지 여기다 이런 뻘글이라도 남기지 않으면 오늘 밤은 잠들지 못할 것 같아서.

역시 드라마가 끝난 지 오래 돼서 그런가. 글 리젠도 뜸하네.

"하우스 오브 그레고리"가 만들어진다면 이런 내 허탈감도 좀 덜하려나. ㅋㅋㅋ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윌하 커플 백년해로하길 바람. 

한드였으면 막 암세포가 자연적으로 죽어서 기적적으로 살아나고 그럴 텐데.

자연 속으로 하우스랑 요양을 떠났더니 그 동안 도심 속에서 느꼈던 스트레스가 치유되어서 그런지 암세포가 저절로 죽었어요.

우리 둘 서로에 대한 감정을 깨달아서 결혼해요. 

존나 유치하고 오글거리지만 이런 해피엔딩도 한 번 떠올려본다. 

하 우리 윌수니 죽으면 하우스는 어떻게 사냐.

사람이 어떻게 교체 가능함 ㅠㅠㅠ

안 그래도 커디에게 버림받은 것도 슬픈데.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둘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 가상의 캐릭터이지만 가상 같지가 않아.


+스완송에서 제니퍼 모리슨이랑 휴 로리랑 서로 몸에 팔 두르고 세트장 걷는 것 보기 좋았다. 

로버트 숀 레너드랑 휴 로리가 페인트볼 건 쏘고 나서 서로 나란히 앉아서 대화하는 것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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