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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예전에 지었던 초보적 시 하나

뮤즈의속삭임 2008.06.20 21:42:11
조회 213 추천 0 댓글 6


땅거미

땅거미는
구멍을 파고 들어가
거미줄로 뚜껑을 만들어 쓰고서
억센 두다리로 잡고 있는다

그러다 먹잇감이 지나가면
잽싸게 뚜껑을 열고 나가 잡아먹는
어두운 굴 속에서 사는 거미다

우리동네에도 땅거미가 살았다
술과 축구를 좋아하는 땅거미였다
술이 모자라거나 축구에서 진 날 그는
잽싸게 방문을 열고 자신의 아이를 잡아와
거칠고 털이 무성한 두팔로 때렸다
먹잇감으로 삼기엔 살이 잘 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이의 비명소리는 둔탁한 주먹소리보다 약했다

땅거미는 평소엔 절대로 뚜껑을 열지 않는다
두다리의 갈고리가 부러질 때 까지 뚜껑을 놓지 않는다
우리동네의 땅거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도 두팔로 방문을 붙잡았다
그 털이 무성한 팔로
주민들의 신고에 출동한 경찰과
문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아이는 홀로 남았는데
그 아비와는 다르게
그 누가 지나가도 문을 여는 법이 없었다

=

굉장히 초보적 감상을 담고 있는 시인데, 그때 박성우의 시집과 권혁웅의 시집을 읽고서 머릴 굴리다가 쓴 기억이 나네.
뭐, 가볍게 씹어줄만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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