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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십칠년만에 쓰고 지웠던 시

뫼르달(61.78) 2017.06.25 10:57:02
조회 215 추천 3 댓글 1

좌우명이라는 제목으로 어설픈 시를 지었다.

그리고 차마 한 입도 떠먹지 못하고 지워버려야만 했다. 

공책을 찢어버리며 '이까짓 시가 무슨 위로야.'라며 씩씩거렸다.

부치지 못한 무수한 글들과 함께, 휴지통은 휴지에 가까운 것들로 그득했다.

어머니가 그것을 비우면 괜히 짜증을 내었다.

찢어버린 글자들에 대한 미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전히 부족한 솜씨로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쓴다.

3년 전에 버린 엉성한 시가 아직도 가슴께에 응어리져 있다는 사실이 우습다.

어쩌면 나는 그저 외면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기도와 유사한 무언가를 통해 스스로에게 내밀어진 작은 손과 위로의 낱말들을.

누군가 손에 펜을 쥐고, 그것이 은연중에 스스로에게 말을 건넬 때에 그는 기도를 하는 것이다.

기억에 남은 부족한 시를 남기고, 뒤늦은 악수를 한다.




'시인의 삶을 살길 바라'

너의 입술과 가장 친한 말이었다

그것이 어떠한 길인지

그리운 날들에

너는 말해주지 않았다

다만 무언가를 그려나가는

삶이라고만 믿었다


꿈들은 별처럼 아득히 멀어가고

행성에 중력이 있다는 것을

처절히 깨닫게 되는

서글픈 나이가 되어서야

누군가 한참 전에 새기고 떠난

짤막한 메모를 보았다


펑펑 울었던 날조차 사랑하며

옛날얘기만 늘고

홀로 외로운 날들을 씹겠지

앞으로 나는

무엇을 그려나가야 좋을는지

쓸쓸히 떠나던 너는

진즉에

떠나는 뒷모양으로,

나즈막히 일러두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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