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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회 엽편 경연] 11년전,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식사

mc(125.138) 2008.01.27 21:48:32
조회 136 추천 0 댓글 16


  그러니까, 오늘처럼 비가 막 쏟아지는 밤이었지라, 지딴에는 세상에
무슨 억화심정이 있어서 그랬을지 모르겠지만서도 영문도 모르고 죽어
야했던 죄없는 사람들 넋은 어떻게 달래줄수 있을지 모르갔소. 그 많은
 사람들 목구녕을 단박에 작살을 내고 마지막으로 내한테 걸어오는데,
와,이건 미동도 못하겠는거라, 점점 의식이 몽롱해져오는 속에서, 아,
시간아 멈춰라, 제발 멈춰라, 이건 꿈이다 이건꿈이다, 아주 노래를 했
구마이. 솔직히 그 미친놈이 히번덕한 칼날을 내 목에 들이댔을때 오줌
을 찔끔 지렸지라. 시발 이거 꿈이 아니구나,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내
가 여기서 생전 듣도보도 못한미친놈 때문에 죽는구나 싶었지라. 하도
무서워서 눈을 질끈감았는데, 이 미친놈이 미동도 없는거라, 살짝한쪽
눈을 떠보니까말이여라, 그 미친놈 눈동자가 막 흔들리는게 아니것소.
그리고는 내게 묻는기라,


-당신 언제부터 여기 살았어.


하도 음산하게 물어보는지라 결국 거기서 오줌을 싸버렸지. 형사님도
 눈치챘을지 모르것지만서도 내가 큰집에서 나온지 벌써 10년이 됐구
마이. 내도 이쪽으로는 뼈가 굵다 이 말이여라, 근데 내가 오줌을 싸버
릴정도로 겁먹은 상대는 그 미친놈이 처음이었다는거 아니것소. 그...
어디까지 했더라, 하, 그래서 이제 10...10년쯤됐소. 했지, 뭐 제대로
알아들었는
지도 모르지. 하도 무서워서 이빨이 따닥따닥거리는 통에
발음도 새버렸거던. 그러더니 오른손을 펴더니 엄지손가락부터 하나씩
 접어나가기 시작하는거라. 다섯손가락을 순서대로 하나씩 다 접더니
그래도 모자랐는지 이젠 손가락을 펴면서 한번더 새는거라. 엄지손가
락 하나만 남겨놓고 손가락 펴는걸 그만두더니 내 정수리를 칼뒤로 내
치고나서 부터는 기억에 없소. 아, 근데 그날 그 식당 주인이 사라졌다
문서, 내는 그날 그집 주인 똑똑히 봤는데 말이여...





  11년전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었지, 우리집은 다른 집처
럼 그렇게 화목한 집이 아니었어, 앞을 볼수 없는 누나와 갓 10살이 된
나와 무능력한 아버지, 그리고 새어머니. 기억에도 없는 친어머니는 나
를 낳다가 돌아가셨다고 하고 아버지는 얼마지나지않아 근처 술집 여
자와 눈이 맞아 새장가를 드셨지. 갓난아이 키우는게 보통 힘이 들었을
까, 아무도 아버지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는데 그 여자는 상관없다면서
아버지에게 달라붙더래, 거기에서 수상하게 생각하셨어야 했는데 아버
지는 사랑이라 생각하셨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그여자는 아버지
가 평생 모아놓은 전재산을 갖고 도망가버렸지, 아버지는 돈을 잃었다
는 슬픔보다 친어머니 다음으로 자기 마음을 준 여자에게 배신당했다
는 것 때문에 반쯤 실성하셔서 술로 세월을 보냈고 누나는 나를 엄마처
럼 키웠던거야, 가끔씩 정신이 돌아온 아버지는 항상 눈물을 흘리시
며 다 자기잘못이라며 오열을 하셨지만 그것도 잠깐이었어, 이내 술을
 찾기 급급하셨지. 아버지의 술주정이 심해지면 누나와 나는 그길로 밖
으로 뛰쳐나와 밤길을 걸으며 노래를 하는걸 좋아했지, 그러면 어느새
배고픔도 잊혀지거든...그런데 그날은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배에서 꼬
르륵 거리는 소리가 멈추지를 않는거야, 철없던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
겠지만 누나한테 떼를 썼어,


-누나, 나 배고파, 나 배고파 죽겠어, 누나, 누나,누나,응?,누나.응?


  배가 고픈거로치면 누나가 훨씬심했겠지, 항상 얼마 안되는 누나 밥
공기에서 수저로 절반가까이를 푹 퍼서 내게 주던 누나였으니까. 그날
국밥이라는걸 처음 먹어봤어, 왜그렇게 그 집에 사람들이 끊기지 않는
지 알것같더군, 어린마음에 이 국밥만 평생 먹을수 있으면 무슨일이든
지 하겠다고 생각할정도였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조용히 내가 먹고 있
는 모습을 지켜보던 누나가 눈앞에서 사라진거야, 난 먹느라고 누나가
 없어진것도 몰랐지. 아 글쎄 보니까 손으로 떠듬떠듬 해가며 저 앞에
 있는 식당 주인아저씨한테 간게아니겠어? 무슨 이야기를 하더군, 이
 아삭아삭거리는 깍두기라도 더 달라고 하려고 하나 했지. 근데 말이
야, 식당주인 얼굴이 점점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누나의 뺨을 때리고 발
로 짖밟는게 아니겠어? 근데 나는 그걸 보면서도 너무 무서워서 누나
를 때리던 그 주인아저씨를 말리러 가지도 않고, 그 세상에서 가장 맛
있는 국밥 한수저를 입에 넣고는 다른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울면서
말했지.


-아저씨! 아줌마! 우리누나 살려주세요. 네? 네? 네? 우리 누나좀 살려주세요.


  아무도 나서지 않았어, 그냥 인상만 찌뿌리고 먹는데에만 집중하더
군. 그래도 누군가는 말려줄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런데 우리누나를 때
리던 아저씨가 때리는걸 멈추더니 눈이 이-만해져가지고는 우리누나
볼을 툭툭치는거야, 정신좀 차려보라고. 그제서야 엉엉 울면서 누나한
테 달려갔지.


-누나! 누나 왜그래! 누나! 눈좀 떠봐! 누나!!










  아저씨, 그렇게 고개만 숙이고 계시지 말고 저좀 보세요. 아저씨. 앞
도 못보는 여자였잖아요. 가녀린 소녀였잖아요. 아저씨의 억척스러운
 손이라면 누나가 어떻게 될지 생각도 못하셨던거에요?
  저는요 아저씨.비가오는날이면 가슴이 터질것같이 아파와요. 처음부
터 아저씨를 말리지 못했던 내 자신과,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그 사람
들, 그리고 아저씨에 대한 생각때문에말이에요.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
게도 덜 아파오네요. 
  아, 그렇구나. 이제 아저씨와 저만 남았어요.
이제 아저씨와 저만 남
았다구요. 여기 5천원 받으세요. 움직이지마세요. 움직일수록 묶인 밧
줄은 더 죄여올거에요. 돈은 제가 아저씨 주머니에 넣어드릴게요.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이제 우리 둘만 남았어요. 11년전 그날 자알 먹었습니다. 세
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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