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또를 사는 여름.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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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노괴와 결혼한 먹방유튜버 평소 즐겨보던 광마니채널인데뜬금 와잎생겼다 발표했는데 40살동갑ㅋㅋㅋㅋㅋㅋㅋ거기다 급임신공개댓구경하다 뿜었네 먹방찍는데 옆에서 온갖 가스라이팅에 오지랖떨면서 시청자들 밥맛 떨어지게 만들더니 댓글로 시청자들하고 기쌈까지ㅋㅋㅋㅋㅋㅋ아이고 마니형 어쩌다 작성자 : 주갤러

스피또를 사는 여름.txt앱에서 작성

밥주는데왜때려

2017.06.26 15:35:07

조회 439 추천 0 댓글 2

후덥지근한 여름. 아스팔트에선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길가의 매장 TV에선 지구온난화로 때이른 폭염이 기승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덥다, 더워!'

저 앞에 복권 판매점의 아이스크림 냉동고가 보인다.

나는 냉큼 달려가 냉동고 유리를 껴안았다.

더위를 식히며 한숨 돌리고 일어나니, 가게 아줌마가 나를 째려보고 있다.

'안 사면 안될 분위기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이스크림 종류는 누가바와 메론바 두가지 뿐이다.

내키진 않지만 메론바를 집어들고 계산대로 간다.

"안녕하세요?"

무안하게 웃으며 오천원을 내밀었다.

"흐흐 날이 많이 덥죠?"

아줌마도 그제야 웃으며 동전을 센다.

"어디보자, 동전이..하나, 둘"

'다 짤랑이로 주시려고?..'

"저 그냥 남는돈은 스피또로 주세요"

"아~ 예 고맙습니다 흐흐"

'이 아줌마 노린건가....'

천장에 매달려있는 스피또를 부욱 찢어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긁으려면 동전이 필요하겠는데? 젠장...'

하는 수 없이 연필꽂이에 있던 수성 사인펜 꼭다리로

스피또 500, 1000, 2000을 천천히 긁어냈다.

'음.. 어디보자.. 행운 번호는 33.. 없네.. 이건 21.. 오호.. 1000원 벌었다.. 그리고 이건.. ..??'

"억!"

나는 지진이라도 난 듯 떨리는 두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맞다. 이건 10억이다.

온몸에 전율이 허리를 타고 머리 끝까지 흘렀다.

나는 한참을 숨도 안쉬고 스피또 종이만 쳐다봤다.

'이거 진짜야?.. 어떡하지?.. 억을?.. 돈으로 주는 거야?.. 내가?.. 꿈인가?..'

범죄자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오분을 엄청난 고뇌 속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스피또2000, 10억+10억.. 잠깐.. 이거 설마 붙은거야?'

나는 그대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계산대로 갔다.

"왜 당첨되셨나? 바꿔줘? 흐흐~"

아줌마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지갑에서 허겁지겁 돈을 끄집어내어 내밀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뇨, 저 스피또2000 한장 더 살게요."

곧 아줌마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사라졌다.

"...왜?"

조금 전까지 넉살좋고 푸근한 인상이던 아줌마의 얼굴에서, 지금은 살기까지 느껴진다.

"안 팔어. 청년."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네??"

"판매 거부니껜, 나가라고!!!!!!!!!!!!!"

아줌마의 무서운 호통에 나는 매우 당황해서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났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가게 밖으로 달아났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나 할까.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 내 얼굴은 귀신을 본 것보다 더 창백할 것이다. 겁에 질린 강아지 꼴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가게 문을 향하고 보니, 가게 불은 꺼져있고 그곳엔 이미 아무도 없었다.

'그냥 말없이 이천원을 내려놓고 얼른 매달린 스피또를 북 찢어들고 나왔어야 하는데...' 라는 한탄 속에, 세상의 무서움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잠깐.. 내 스피또는?'

그랬다. 남은 1등 스피또를 사려 급한 나머지 테이블에 스피또를 놓고 온 것이다.

나는 온몸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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