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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la vie en rose 마지막회 (중)

ooo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4.26 06: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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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IMVz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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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e en rose [la vi ɑ̃ ʀoːz] 장밋빛 인생

 

 

허겁지겁 서로를 끌어 안는다.

미친듯이 뺨을 부비고 키스하며 서로의 등을 안은 팔에 힘을 준다.

알마나 정신없이 몸을 부딪히며 껴안았는지 뼈마디가 욱신거리며 아파온다.

 

겨우 정신을 차리며 송이의 얼굴을 들여다 보는 민준.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달은 그의 가슴이 불안정하게 뛰고 있다.

 

 “여기 오면 .... 어떡해?” 거칠어진 호흡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의 목은 꽉 잠겨있다.

 

송이는 민준의 품으로 파고 들며 눈을 감는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1 1초가 아까워서 견딜 수가 없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이제 가야해...

 

억장이 무너지듯 가슴 속에서 오열이 터져 나온다.

그와 떨어지기 싫어서 그녀의 심장이 소리내어 통곡한다.

당신과 조금만 더 있을 수 있다면

아주 조금만 더

 

지금 이 순간 단 10분이라는 시간을 더 얻을 수 있다면 제 목숨에서10년을 잘라 줘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어서 가!” 억지로 송이를 몸에서 떼어내는 민준.

 

이제 곧 앙리가 여기로 온다.

저를 부둥켜 안고 있는 이네스 청의 모습을 보게 할 수는 없었다.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올려다 보는 송이의 슬픈 눈.

오늘따라 너무 가슴 아픈 너의 눈빛.

온갖 고통에 단련되어 있는 민준의 강인한 정신도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끝없이 허물어 진다.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송이.

입맞춤의 시간은 애처로울 만큼 짧았다.

아주 잠깐 서로의 눈을 들여다 보던 두 사람은 이제 신속하게 서로의 품에서 빠져 나온다.

앙리는 곧 도착할 것이다.

 

갈게.”

그래, 조심해!”

당신도...”

어서 가!”

 

어서 가라고 말하면서도 제 손을 못 놓고 있는 민준의 손을 그녀는 먹먹한 심정으로 내려다 본다.

이윽고 몸을 돌리며 재빠르게 컨벤션 센터를 빠져나가는 송이.

순식간에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그녀의 등에 식은 땀이 흘러내린다.

 

이네스, 아직 안 갔어?” 갑자기 들려오는 앙리의 음성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드는 송이.

회의실에서 나와 바쁜 걸음으로 컨벤션 센터로 걸음을 옮기던 앙리가 그녀 앞에 멈춰 선다.

 

? 잠깐 일이 있어서....” 송이는 말끝을 흐리며 때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나중에 봐, 앙리!”

오케이! 나중에 봐.”

문이 닫힌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던 앙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컨벤션 센터로 향한다.

 

잠깐 일이 있었다고? 세르지오는 어디 갔지?

뭔가 미심쩍은 이네스 청의 행동에 앙리는 잠시 의문을 품었지만 이내 도민준과의 미팅에 모든 정신을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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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DGSE 내부에 북한의 스파이가 침입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앙리의 말에 민준의 몸이 전율을 일으킨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흔들림없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조용히 되묻는 민준.

 

나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우리도 이제 막 입수한 정보니까요.

DGSE 내부의 문제이긴 하지만 북한이 얽혀있는 상황이니 NIS와 공조해서 간첩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민준은 아무 움직임없이 그의 말을 경청한다.

 

가르니에 국장님의 극비 메시지이니 만큼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며 문국장께 전해 주십시오.”

말을 끝맺은 앙리는 민준의 표정을 유심히 지켜본다.

일단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가르니에 국장은 왜 이런 정보를 흘리는 걸까? 이 정보는 거짓일까, 진실일까?

정말 우리 조직 내부에 북한의 스파이가 존재하는 걸까?

온갖 의문이 앙리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한 민준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군더더기 없는 민준의 태도에서 앙리는 그의 심리를 조금도 파악할 수 없었다.

 

악수를 나눈 도민준은 몸을 돌려 컨벤션 센터를 벗어난다.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앙리는 가르니에 국장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전화기를 꺼내 든다.

 

--------------------------------------------------------------------

 

<20174, 평양>

 

양종국은 뜻밖에 날아든 엄청난 정보에 어쩔 줄을 모른다.

이게 무슨 예상치 못한 행운인가?

 

원수같은 천민구, 그 자는 몇 십년 째 양종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 자만 아니었으면 그는 이미 예전에 공화국의 2인자로 군림했을 터였다.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천민구 때문에 늘 3인자 일수 밖에 없었던 그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인재였다.

과거에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에도 3인자일 수 밖에 없는 신세.

일평생 그를 이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결국 불가능했다.

서로의 위치가 너무 확고해 이젠 거의 포기하고 있던 차에...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천민구의 외동딸, 공화국이 자랑하는 전사 천송이.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의 자랑스러운 딸이 남조선 요원과 연애 질을 하고 있다?

게다가 상대는 일반인도 아닌 남조선의 특급 요원이란 말이지!

조국의 원쑤와 사랑 놀음을 하느라 정신이 나간 반동 분자!!

정보에 의하면 천송이가 일전에 장영목 암살에 실패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이 귀한 정보를 제게 은밀히 넘겨준 홍진규의 존재가 좀 껄쩍지근 하긴 했으나 일단 그건 나중 문제였다.

양종국은 홍진규의 보고서를 다시 넘겨본다.

그 에미나이의 애인이라는 남조선 최고 요원 도민준은 천송이가 장영목을 암살하려던 장소에 나타났다.

그자가 어떻게 천송이를 꼬드긴 건지는 몰라도 공화국의 미래가 걸려있는 암살 작전은 깨끗하게 실패로 돌아갔다.

천송이의 부상은 공화국을 속이기 위한 가증스러운 트릭이었겠지?

 

천인공노할 반역자!!

조국을 배신한 천송이는 이제 그 벌을 받을 것이고, 반역자 딸을 둔 천민구는. 피의 숙청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치는 마음을 간신히 다독이며 양종국은 주석 궁에 긴급 독대를 신청한다.

지금 천송이는 빠리에서 남조선의 개 자식과 또 다시 연애 행각을 벌이고 있다!

당장 처치하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 남조선의 개노릇을 할지 모르는 일이다!

양종국의 두 눈이 야비하게 번쩍인다.

 

------------------------------------------------------------------------

 

민준의 연락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국장.

드디어 벨이 울리자 침을 꿀꺽 삼키며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댄다.

빠리 현지 상황과 경호 계획에 대한 민준의 보고를 들으며 이제나저제나 가르니에의 메시지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그럼 또 연락 하겠습니다.”

긴 보고를 마친 민준의 평범한 인사에 국장의 안색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 보고 할 건 없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조그만 일도 빠짐없이 다 보고하도록!”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한번 더 민준에게 기회를 주는 국장.

 

물론 이제 와서 도민준이 아, 잠시 잊어 버렸습니다! 사실은 가르니에 국장이 전하라는 특급 비밀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라고 한다면 그건 현실이 아닌 코미디일 것이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준은 의도적으로 제게 보고를 안 한 것이지 멍청하게 그걸 잊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국장은 다시 한번 물어본다.

도민준이 저를 배신하는 이 기막힌 순간을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더 보고할 건 없어?”

없습니다.”

간략한 민준의 대답에 문국장은 어금니를 물며 터져나오는 울분을 참기 위해 애쓴다.

 

알겠다.” 그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평소와 같은 톤으로 전화를 끊은 국장은 펄펄 뛰며 광분한다.

 

도민준은 가르니에의 메시지를 제게 전하지 않았다. 조국의 안보와 관련된 엄청난 사안을!!

그가 누구를 지키려고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끓어오르는 배신감을 주체하지 못한 국장은 이를 갈며 NIS 내부 사격 연습장으로 향한다.

 

탕 탕 탕 탕 탕!!

연속으로 총을 쏘아대며 차근차근 머릿속을 정리한 국장은 세심하게 오늘 밤의 작전을 계획한다.

 

도민준이 조국을 배신하면서까지 보호하려는 천송이.

그 여자는 오늘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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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은 민준은 미동도 없이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DGSE는 내부에 북한의 간첩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NIS와 연계해 간첩의 정체를 파헤치려고 한다.

문국장과 가르니에가 합심해서 매달린다면 천송이의 정체가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가르니에의 메시지를 국장에게 전하지 않고 잠시 시간을 벌었지만 그래봤자 하루 정도 시간을 확보한 것에 불과하다.

 

그 여자는 어떻게 될까?

이네스 청이 북한의 천송이 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녀는 결코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가르니에의 무서운 보복이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하고, 문국장 역시 그녀를 제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이제 단 하나라는 생각에 민준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는다.

 

간첩 천송이는 하루라도 빨리 프랑스를 떠나야 한다.

그녀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평양으로 가는 길뿐이었다.

이중 스파이 생활을 청산하고 공화국의 딸로 돌아가는 것만이 그녀가 살길이었다.

 

그렇게 되면 아마 다시는 그녀를 못 만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럴테지만

 

심장을 죄어오는 극심한 고통에 민준은 눈을 감는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

 

K는 국장의 괴이한 명령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명령은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장의 이번 명령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박사의 힘을 빌려 도민준을 감쪽같이 재워야 했고, DGSE의 이네스 청에게는 거짓 메시지를 전해야 했다.

국장은 세세한 디테일까지 정확하게 지시했다.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그는 이내 마음속의 의문을 털어버린다.

국장의 명령은 무조건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의문을 품거나 분석을 할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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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양쪽 경호팀은 엘리제 궁에서 다시 만난다.

그들은 국빈과 프랑스 대통령의 내일 동선을 함께 체크한다.

 

민준은 어떻게든 틈을 내 송이를 만나야 했다.

많은 인원이 움직일테니 아마 잠시 이야기 할 시간은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현재 상황을 알려줘야 하고 그녀가 한시라도 빨리 프랑스를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오늘 밤이라도 당장...  천송이는 떠나야 한다.

 

머릿속으로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체크하며 한국 요원들이 모여 있는 룸으로 걸어가는 민준.

시내에 나가있는 요원들과 공항에 나가있는 요원들이 이제 모두 돌아올 시간이다.

민준은 경호 책임자로서 오후 회의를 진행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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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분위기는 어때?”

대통령 전용기가 착륙할 오를리 공항에 나간 요원과 통화중이던 K가 민준에게 눈인사를 건넨다.

 

요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자리에 앉는 민준.

모든 자리에는 투명한 컵과 생수가 준비되어 있다.

전화를 끊은 K는 오를리 공항의 상황을 민준에게 전하기 위해 그의 맞은 편에 앉는다.

별 생각없이 앞에 놓인 생수병을 따서 물을 마시며 K가 내미는 보고서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민준.

그들은 공항 경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고, 요원들은 하나 둘 롬으로 모여든다.

민준은 KP의 보고를 들으며 눈으로는 치밀하게 서류를 검토한다.

드디어 모든 요원들이 집합하자 민준은 회의를 시작한다.

요원들 각자의 임무를 정확하고 일목요연하게 배정하며 세세하게 모든 부분을 점검한다.

 

회의가 끝나갈 무렵, 갑자기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며 잠시 호흡을 멈추는 민준.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주춤한 그는 순식간에 정신을 잃으며 쓰러진다.

옆으로 푹 기울어지며 쓰러지는 민준을 부축하며 놀란 요원들이 저마다 술렁거린다.

K는 황급히 민준을 옆 침실로 옮기도록 하고 프랑스에 동행한 NIS의 강박사를 호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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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정보를 전해들은 최고 위원장의 성난 고함 소리가 주석 궁을 쩌렁쩌렁 울린다.

제 예상보다 더 분노한 위원장 동지를 바라보며 양종국은 오늘이 만년 3인자이던 제 인생을 바꿀 날이라는 걸 깨닫는다.

 

양종국이 내민 자료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는 김 위원장의 입꼬리가 묘하게 비틀렸지만 양종국은 알아채지 못한다.

최근 천민구는 너무 세력이 커졌고, 김 위원장은 공화국의 2인자인 그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천민구는 오랜 세월 공화국에 충성해온 인물이지만, 분수를 모르고 너무 자라난 가지는 적당한 때 쳐내야 하는 것이다.

그 적당한 시기와 마땅한 명분을 찾기 위해 몹시 고심하던 그에게 오늘 양종국이 들고 온 정보는 가뭄의 단비였다.

위원장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이 상황을 잠시 음미한다.

 

역시 하늘은 제 편이 분명했다.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김 위원장.

천민구를 쳐내기로 결심한 이상 속전속결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했다.

군에 막강한 세력을 가진 천민구가 제가 숙청당할 것이라는 눈치를 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는 당장 천민구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양종국에게 천송이의 제거를 명령한다.

그 겁없는 에미나이는 이 비상 시국에 남조선의 애인과 오늘 밤에도 몰래 만날 예정이라지 않는가?

 

빠리에 당장 쓸만한 암살자가 몇이나 있나?”

서너 명 대기하고 있습네다!”

오늘 밤 천송이를 빠리에서 해치우고, 천민구는 바로 군법회의에 넘겨 숙청한다! 날래 움직이라우!”

알겠습니다!!”

경례를 붙이며 일어선 양종국은 빠리의 암살자 중 가장 잔인한 자를 머리에 떠올린다.

공화국을 위해서라면 불 속에도 뛰어들 충성스러운 요원이 마침 빠리에 있다.

 

--------------------------------------------------------------------------------

 

초조하게 대기 중이던 강박사는 침대에 누워있는 민준에게 다가온다.

주사기로 플라스틱 생수병에 주입한 약의 효과로 도민준은 의식을 잃고 있다.

몇 시간 후면 의식이 돌아올테지만...

문국장의 결정 여하에 따라 어쩌면 그는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강박사는 국장의 명령대로 치사량의 독극물을 준비해 놓고 있다.

명령만 떨어지면 정맥 주사를 통해 맹독이 도민준의 몸 안으로 투입될 예정이었다

링거를 매달아 놓은 채 국장의 명령을 기다리는 강박사.

 

NIS 최고 요원 도민준이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이르렀을까?

도대체 무슨 일일까? 국장은 정말 그를 제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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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 엘리제 궁>

 

민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책임 요원인 그가 왜 오지 않았을까?

송이는 알 수 없는 가슴 속의 불안을 누르며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을 찾고 있다.

 

이네스?” 갑자기 제게 다가온 한국 요원을 경계하 듯 바라보는 송이.

 

도민준으로부터 메시지가 있어요.”

주위에서 의심하지 않도록 업무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듯 평범한 표정으로 K는 말을 잇는다.

 

오늘밤 9, 빠리 외곽의 옛 미셀린 공장에서 기다린다고 합니다.”

재빨리 말을 마친 K는 빠른 걸음으로 송이를 앞지르며 걸어간다.

 

경직된 표정으로 K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는 송이.

 

그 사람이 나를 기다린다고? 오늘밤 9시에?

송이는 고개를 흔든다.

 

그는 누군가를 통해 제게 이런 메세지를 전할 사람이 아니다. 그럴리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 그 사람이 안 보이는 건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 사람은 어디 있을까?

 

시계를 보는 송이.

그 사람이 정말 거기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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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장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어떤 판단이 옳은 걸까.

도민준은 분명 목숨을 내놓을만한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국가를 배신한 배신자는 용서해서는 안되었다.

그러나 도민준은 지금까지 국가를 위해서 제 청춘을 바치며 헌신해온 인물이다.

그는 NIS 역사상 가장 뛰어난 요원으로 국가의 이익에 무수히 기여했다.

 

그 여자만 사라지면.... 천송이 그 여자만 없애면 되는 거 아니겠나?

드디어 결심을 굳힌 국장은 전화기를 들어 강박사를 연결한다.

도민준은 일생일대의 죄를 지었으나 그는 이번 한 번만 민준을 용서하기로 결정했다.

천송이만 없앤다면 요원 도민준은 얼마든지 예전의 그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영양제나 한 대 놔줘! 깨어나면 과로로 쓰러졌다고 적당히 둘러대! 내일 아침까지 쉬게끔 조치하도록!”

 

국장의 명령을 받은 강박사는 민준을 죽이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노란 약물을 가방에 다시 집어 넣는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영양제 링거를 매다는 강박사의 손이 긴장에서 풀린 채 마구 떨려온다.

 

--------------------------------------------------------------------

 

가르니에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문국장이 전송한 메일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이네스 청?? 그가 말하던 배신자가 이네스라고???

문국장은 미친 것이 틀림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네스라니?

모든 DGSE 요원들이 배신자라고 해도 이네스만은 그럴리가 없었다.

이네스는 가르니에가 가장 신뢰하는 요원이었고, 그녀는 단 한번도 가르니에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네스가 북한 실세 천민구의 딸 천송이라는 놀라운 정보에 가르니에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다.

그럴리가... 이건 문국장의 음모야!!  말도 안돼!!!

 

하지만 그의 믿음을 배신하 듯 문국장이 보내온 자료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로 채워져 있었다.

정신을 초 집중해서 자료를 정독하는 가르니에.

지난 12,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 장영목을 암살하려던 음모를 NIS에서 막아냈을 때 술렁거렸던 각국 정보부.

그 배후가 미국이었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한술 더 떠 북한이 함께 개입하고 있었다니!!!

상상도 못햇던 끔찍한 사실에 그는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춘다.

게다가 장영목을 노린 암살범이 이네스였다고?? DGSE의 이네스 청이??

오로지 내 명령에 복종해야 할 이네스 청이 북한의 명령을 받고 프랑스가 지지하는 장영목에게 총을 겨눴다고?

 

냉철한 가르니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이마와 목에 핏대가 솟아오른다.

그는 갑자기 어깨에 부상을 당한 채 나타났던 이네스를 떠올리며 주먹 쥔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이네스는 이중 스파이 노릇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NIS 요원 도민준과 연애 행각까지 벌였다.

가르니에는 문국장이 보낸 두 장의 사진을 노려본다.

끓어오르는 배신감과 분노에 치를 떠는 가르니에.

 

벌떡 일어선 그는 강력 전담 요원들 3명을 호출하고 차를 대기시킨다.

가르니에가 실전에 개입하는 일은 좀처럼 드문 일이지만 오늘 그는 직접 출동한다.

리볼버를 허리 춤에 꽂은 그는 순식간에 달려온 요원들과 함께 빠리 외곽의 공장으로 향한다.

 

--------------------------------------------------------------------------------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외딴 공장 앞에 차를 세운 송이는 시동을 끈 후 시커먼 괴물같은 건물을 살펴본다.

미세린의 버려진 공장이 있는 이 곳은 사람을 죽여도 모를만큼 외진 지역이다.

그 사람이 정말 여기 있는 걸까.

 

심호흡을 크게 하며 차에서 내리는 송이.

층고가 엄청나게 높은 건물 입구에 다다른 그녀는 커다란 문에 손을 댄 채 생각에 잠긴다.

 

어쩌면.... 함정 일지도 모른다.

요원으로 단련된 그녀의 본능은 다가오고 있는 위험을 직감한다.

 

하지만...

그 사람은 분명히 있어야 할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도민준은 어디에 있을까?

만약 그 사람이 어떤 위험에 빠졌다면...?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설사 함정이라 해도....

지금은 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다.

 

민준이 정말 여기서 그녀를 기다리는지, 그게 아니라면 그 사람은 어디 있는 건지..

그녀는 알아야 했다.

 

망설이던 그녀의 손이 녹슨 손잡이를 돌리며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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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973 별그대 10주년축하!!2 [3] 죽먼지(112.169) 23.12.18 333 2
234972 별그대10주년 축하!! [3] 죽먼지(112.169) 23.12.18 334 2
234971 10주년 기념 상플) 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 집들이 (하) [5] ooooo(2.39) 23.12.18 425 8
234970 10주년 기념 상플) 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 집들이 (중) [1] ooooo(2.39) 23.12.18 359 5
234969 10주년 기념 상플) 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 집들이 (상) [3] ooooo(2.39) 23.12.18 436 8
234968 딥디 추가씬 별갤러(124.59) 23.12.17 213 0
234967 난 별그대 ost 다 좋은데 잠자기 전에 듣는 음악은 이게 젤 좋아 [1] 별갤러(106.102) 23.11.26 375 0
234964 날 추워지니 슬슬 생각나서 들어온 먼지들아 [12] 별갤러(125.189) 23.10.26 472 1
234963 어제부터 정주행중입니다 [1] ㅇㅇ(211.234) 23.09.17 390 2
234962 여긴 아직도 글 쓰는 사람 잇네 [1] ㅇㅇ(220.84) 23.08.23 472 1
234961 너의 모든 순간 City pop 버전 ㅇㅇ(211.251) 23.08.07 258 0
234956 별하 [1] 모여 23.06.21 483 0
234955 천송이는 도민쥰이 옛날에 자기 구해준 아저씨인줄 [1] ㅇㅇ(175.203) 23.06.12 609 0
234954 혹시 별그대는 대본집 없어? [1] ㅇㅇ(117.111) 23.06.04 651 0
234953 올해 10주년인데 뭐 없겠지? [4] ㅇㅇ(211.110) 23.04.19 718 1
234948 별그대 보기 시작했는데 [2] ㅇㅇ(39.7) 23.03.20 658 0
234947 별그대 오스트 진짜 다 좋음 [1] ㅇㅇ(211.110) 23.02.23 562 1
234946 블레로 다시 정주행하고 있어 ㅇㅇ(101.235) 23.02.22 367 5
234945 정주행함 [1] ㅇㅇ(221.141) 23.02.14 540 3
234944 블레 질문ㅜㅜ ㅇㅇ(175.198) 23.01.28 428 0
234943 이 드라마 초3 될 때 봤는데 [1] ㅇㅇ(114.206) 23.01.17 699 2
234942 (속보)도민준 발견 [1] ㅇㅇ(121.139) 23.01.11 711 0
234940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별그대 ㅇㅇ(125.189) 22.12.29 606 15
234939 오늘 별요일이네 ㅠㅠㅠ ㅇㅇ(125.130) 22.12.18 442 18
234938 먼지들아 ㅠㅠㅠㅠㅠ 작가님이랑 도민준 본체 재회한대 [2] ㅇㅇ(183.109) 22.11.18 882 9
234937 앙어아아아아엉어ㅓ엉도도도도도도도도도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11 409 0
234936 추억팔이4 [2] 죽먼지(112.169) 22.09.13 926 7
234935 추억팔이3 죽먼지(112.169) 22.09.13 45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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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921 본방때도 느끼고 다시 보는데도 느끼지만 주인공 지능에는 문제가 있다 ㅇㅇ(110.9) 22.04.27 727 0
234919 도민준 주민등록증 한자 나만 이상하냐 [4] ㅇㅇ(112.154) 22.04.06 113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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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916 예전에 재밌게봐서 다시보는데 설정오류임? [5] ㅇㅇ(220.79) 22.03.12 116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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