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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상플] 납치범 (상)

ooo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2.03 07:49:33
조회 1273 추천 19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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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오스트리아 국경 근처 작은 도시 Pfunds 외곽의 빌라 >

 

보스!! 말씀하신 도회장 아들 세명에 대한 자료입니다!!”

 

윤재는 경례를 붙이며 밤새 정성 들여 만든 파워포인트 파일을 벽으로 쏠 준비를 한다.

마이클 잭슨처럼 올려 붙인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목에 힘을 주는 윤재.

 

어서 돌려봐!”

섹시한 미니 스커트 차림으로 다비도프 담배를 맛있게 빨아들이며 눈을 반짝이는 보스, 천송이!

 

첫째 아들 도유석!!! 나이 37!”

와우.... 잘 생겼네! 완전 훈남인데...? 얼굴 좀 클로즈업 해봐!”

보스! 지금 잘생긴 놈을 고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몸값을 뜯어낼 까가 우리의 목ㅍ....”

셔럽!!! 이 시키가 누굴 가르치려 들어 지금?? 데리고 있는 동안 매일 봐야 될 얼굴이니까 이왕이면 빨간치마라고

못 생긴 놈보다는 좀 잘 생긴 놈을 고르겠다는 거 아냐??”

빨간 치마요?”

빨간 치만지 까만 치만지.. 암튼 그런 거 있어! 보스 말하는데 자꾸 토 달지 말랬지???”

넵 죄송합니다!!!  .... 도유석은 잘생긴 외모뿐 아니라 뛰어난 경영 능력에

행동거지 하나하나까지 바른 생활 사나이의 표본으로 도회장 부부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 바른 생활 사나이?? 차아 남자 샛기가 어디 할 짓이 없어서 바른 생활을 하다니... 븅신 같은 놈!”

179센티 몸무게 70킬로그램 S대 경영학과 수석 졸업

 

알았고..... 다음!!”

화려한 은 재털이에 담뱃재를 톡톡 털며 송이는 긴 다리를 바꾸어 꼰다.

소시적의 샤론 스톤이 왔다가 언냐, 하며 울고 갈 정도로 치명적인 섹시함을 뿜뿜 내뿜는 천송이.

 

둘째 아들 도휘경!! 나이 34!!”

어우 얜 더 잘 생겼는데???? 나이도 나랑 동갑이네??  클로즈업!! 클로즈업!!!!’

 

젠장..... 저 얼빠!! 하 우리 보스는 얼빠 기질만 좀 고치면 레알 퍼펙트할텐데!! ㅠㅠㅠ

윤재는 한숨을 쉬며 도휘경의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확대 시킨다.

 

나이스!!!” 만족한 듯 소리치는 송이.

 

큰 형과 달리 공부 머리가 안돼서 도회장 부부가 고등학교 때 일찌감치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습니다.”

공부 머리??  그딴 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 필요도 없는 거야!! 짜식, 마음에 들었어!!”

당근이십니다!!!  그깟 공부 머리!!!!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와 형 도유석 밑의 경영 기획팀에서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얼굴만 잘 생긴게 아니라187센티, 74킬로! 모델 찜쪄먹는 몸매를 자랑합니다!”

 

헐 구래??? 좋아 좋아!!!” 흐뭇한 얼굴로 마구 고개를 끄덕이는 송이.

 

해맑고 밝은 성격에 착한 남자 스타일! 하나 있는 유일한 단점은 심한 눈새!”

눈새???? 우우..... 내가 딴 건 다 봐줘도 눈새는 진짜 못 봐주는데.... 젠장...”

송이는 충격을 받은 듯 주먹을 부르르 떨며 담배를 눌러 끈다.

윤재는 그녀의 눈치를 보며 눈새 휘경에 관련된 각종 에피소드를 더 털까 말까 잠시 궁리한다.

 

에잇!! 다음 돌려 봐!!”

!!! 셋째 아들 도민준!!!”

 

보스 심기 건드려 봤자 득 될 건 아무 것도 없지!!

윤재는 얼른 도회장의 셋째 아들을 클로즈업 시킨다.

 

뭐야 이 시키는? 어디서 사람을 꼬나봐???”

뭔가 잔뜩 불량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노려보는 도민준의 사진을 보자

가뜩이나 열이 밭은 송이가 냅다 소리를 지르며 엄한 윤재를 째려본다.

 

!!  울 보스 열 받았어,,,,,!!

윤재는 폭발 직전의 송이를 겁먹은 표정으로 힐끔거리며 얼른 도민준의 사진을 바꾼다.

멍뭉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으로 금세 뒤바뀐 도민준의 얼굴.

보스의 눈치를 살피며 심호흡을 크게 한 윤재는 도민준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 도회장 부부의 늦둥이 아들입니다.  도민준!! 나이 27!! 180센티, 67킬로!”

늦둥이?? 흐음.... 아직 얼라네?”

 

오예!  보스의 목소리로 미루어 보건대 화가 좀 풀린 게 틀림없었다!!

얼빠 아니랄까봐 도민준도 마음에 든 모양이지?

하긴 도회장의 세 아들은 대한민국 재계의 연예인이라 할 만큼 내노라하는 인물들로 각자 팬클럽까지 있다잖아?

팬클럽 숫자가 톱 연예인을 능가한다든가 뭐라든가... 뭐 암튼!

 

, 늦둥이 막내라 도회장 부부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그래? 도회장 부부가 쟤만 열라 예뻐 한다 이거지?”

딱히 쟤만 열라 예뻐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뭐 막내니까 아무래도 그런 면이 있기도 하겠으나....”

하겠으나...?”

도회장 부부는 워낙 부부 금슬도 좋고 자식이라면 사족을 못쓴다고 소문이 자자하므로 셋 중에 누구를 납치하든

저희 계획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으흠....”

도민준의 성격은 막내답게 제멋대로고 싸가지가 없다는 소문입니다. 그리고 왕자 병이 아주 심함!”

싸가지? 그딴 건 없어도 돼! 근데.... 왕자 병이라.... 그건 골 때리는데....”

 

담배가 타 들어 가는 줄도 모른 채 송이는 생각에 잠긴다.

과연 소문답게 도회장의 세 아들들은 배우 뺨치는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건 일단 무척 흐뭇한 일인데....

 

왜냐??

일단 납치를 하면 이게 하루 이틀에 결판 날 일이 아닐 거란 말이지!

한 달이 걸릴지 두 달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고!

그건 인질 놈과 생활해야 할 기간이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모른다는 얘기란 말이야

매일 얼굴을 맞대고 지낼 인간인데 외모를 안 따질 수는 없잖아??

다행이 세명 모두 외모는 합격이야!!

그런데 불행히도 셋 다 엄청난 결함을 한가지씩 갖고 있는 게 문제란 말이지!!

 

바른 생활, 눈새, 왕자병......

 

제엔장!!! 진짜 막상막하구만!!!!

송이는 어느 거 하나 용서가 안되는, 치명적인 삼형제의 단점들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그나마 어떤 결점이 덜 짱날까, 생각해 본다.

 

휴우,,, 일단 바른 생활은 탈락이야!!

그건 아니지...

 

일찍이 세상에 태어나 바른 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송이는 일단 첫째 유석을 탈락시킨다.

바른 생활하는 인간이랑 함께 지낸다는 건 생각만 해도 온몸이 뒤틀리고 짜증이 솟구쳤다.

 

일단 첫째, 바른 생활 하는 못난 놈은 제껴!!”

알겠습니다!”

송이의 명령에 윤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외친다.

 

그럼 둘 중에 누구??

송이는 다시 심각한 고민이 빠져든다.

 

눈새... 왕자병.... 눈새 눈새.... 왕자병 왕자병.....

눈새와 왕자병은 어떤 게 더 밥맛일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팽팽했다.

 

으으....눈새 샛기를 도대체 어떻게 봐주냐고??

내가 또 눈치 하면 천 눈치! 눈치가 천 단인데....

누군가가 옆에서 매일 눈새 짓을 한다는 걸 상상하는 순간 벌써 눈치 천 단 그녀의 가슴이 분노로 벌렁거린다.

 

왕자 병이 콩알만큼 이라도 좀 나으려나???

근데 내가 알기로 그거 불치병인데....

 

이런 빌어먹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송이는 죄 없는 윤재와 그의 노트북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정 하셨습니까?”

사진 다시 한번 돌려봐!”

!!!!”

 

도휘경의 사진과 도민준의 사진 몇 장이 다시 송이 눈앞에 클로즈업 된다.

대조적인 인상의 두 남자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는 송이.

이윽고 마음을 정한 송이는 테이블 위의 샴페인 잔을 들며 엄숙하게 선언한다.

 

도민준으로 결정한다! 눈새 보다는 왕자 병이 그나마 덜 빡 칠 것같은 느낌 적 느낌이야!”

!! 그럼 도민준으로 최종 결정!!! 명령 수행하겠습니다!!!”

 

윤재는 크게 소리치며 보스의 엄중한 명령을 받든다.

이제 일선에 나가있는 행동대장 이재경에게 목표물을 알릴 차례다.

 

도회장 일가는 지금 스위스 로잔과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거쳐 곧 인스부르크를 방문할 예정이다.

IOC 총회에 참가한 도회장의 로잔 일정은 도유석이 동행했고,

바르셀로나에서는 한국으로 돌아간 유석과 교대하며 휘경이 도회장의 곁을 지켰다.

마지막 일정지인 인스부르크에는 막내인 민준이 합류해 휘경과 함께 도회장 내외의 일정을 함께 할 예정이었다.

 

도회장 일가가 인스부르크에 머무는 시간은 단 사흘.

그 기간 내에 도민준을 납치해야 한다.

마치 나쁜 짓을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세상의 온갖 나쁜 짓에 일가견이 있는 이재경의 솜씨라면

도민준 하나를 납치하기엔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특히 납치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나쁜 짓 중 이재경이 가장 재능을 발휘하는 분야이다.

 

이제 도회장으로부터 얼마나 빨리 3천만 유로를 받아낼까 만 생각하면 된다.

섹시한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담배를 꼬나 무는 송이.

 

자 작전 개시!!!!!!!!!

빰빠라빰 빠바바 빰빠라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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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부르크 중심가>

 

일정을 대략 마무리 지은 도회장 가족은 수족 같은 비서실 직원 몇명만 대동한 채 쇼핑을 즐기고 있다.

물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유럽 지사의 주재원들이 혹시라도 회장 일가가 불편한 점은 없는가 열심히 뒤를 쫓고 있다.

 

아유 다리 아프다! 이제 겨우 다섯 시 넘었는데 벌써 깜깜하네? 우리 커피나 한잔 하면서 좀 쉴까? 달달한 것도 먹고...”

양미연 여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비서실장이 옆의 문 차장을 바라본다.

 

! 인스부르크에서 가장 맛있는 케잌을 만드는 카페 자허가 바로 길 건너에 있습니다! 그리로 모시겠습니다!”

의전을 맡은 문 차장은 샤샤샥 앞서가며 도 회장 일가를 카페 자허로 인도한다.

 

도회장의 오른 손은 양미연 여사의 손을 잡고 있고 다른 손은 둘째 아들 휘경의 손을 잡고 있다.

셋째 아들 민준은 양여사의 손을 잡고4명이 나란히 늘어서 길은 건너는 일가족.

바쁘게 걷던 현지인들이 부티 나는 일가족과 그 뒤를 따르는 양복 입은 남자들을 힐끔거린다.

 

동양의 왕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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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Sacher, 인스부르크>

 

VIP를 위한 특별 룸에 앉아 맛있는 커피와 함께 달콤한 마카롱과 자허 토르테를 오물거리며

화기애애하게 수다를 떨고 있는 도회장 일가.

비서실장과 의전을 맡은 문차장 등은 룸 바깥의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열심히 다음 동선을 체크 중이다.

 

여보 오늘 보니까 당신 옷 발이 보통이 아니야! 아까 키톤에서 수트 입어볼 때 세상에....

요즘 당신 열심히 운동하더니 배도 하나도 없고...... 어쩜 그렇게 멋있는지!! 진짜 요즘 당신 장난 아니야!”

양미연 여사는 도민구 회장의 비위를 살살 맞추며 폭풍 칭찬을 쏟아놓는다.

양여사의 칭찬에 코를 씰룩 거리며 기뻐하는 도회장.

 

그래? 막상 체중은 많이 안 빠졌던데....  운동 효과가 좀 나는 건가?”

그럼 그럼!!! 무슨 소리야? 체중은 얼마 안 빠졌어도 라인이 살아났쟎아, 라인이!!”

 

한국에 들어가기 전에 그리스의 섬에 가서 며칠 더 놀다 가자고 조르기 위해

미연은 일단 도회장의 기분을 최고치로 올려놓는다.

요즘 정국도 어수선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아 햇빛 좋고 방해자 없는 그리스에 가서

며칠 푹 쉬다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다행히 아들들도 모두 동의를 했지 않은가?

영감만 구워 삶으면 되는 거지!!

 

특히 그 블랙 수트 입었을 때 당신 너무 멋졌어!! 얘들아, 그치??”

과장된 몸짓으로 동의를 구하며 아들들을 둘러보는 미연.

 

엄마, 시력 검사 받아봐야 되는 거 아냐??  블랙 수트 입으니까 가뜩이나 똥똥한 아빠 몸이 막 강조돼서

꼭 무슨 터지기 일보 직전 김밥 같던데.... 사람이 보는 눈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크흠.....”

말도 안된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휘경의 말에 헛기침을 하며 인상을 쓰는 도회장.

미연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는 아들을 어이없다는 듯 노려본다.

 

엄마 왜 그렇게 쳐다 봐?? 엄마는 그게 멋있어? 진심??? 아빠 수트 빨은 진짜 꽝인데.... !!”

야 너 조용히 안해??? 엄마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니가 뭘 안다고 김밥이니 뭐니 지적질이야 지적질이!!!”

 

미연은 눈새 아들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빽 소리를 지른다.

지금 엄마가 아빠를 살살 구슬리고 있는 상황이란 걸 어찌 모를 수가 있냐고????

아까 점심 먹고 나서 오늘 아빠한테 단체로 왕창 아부해서 그리스 가기로 해놓고...

이렇게 눈치가 없으니 같이 일하는 유석이가 그렇게 힘들어 하지,

 

엄마, 난 이거 맛없어. 엄마 거랑 똑같은 거 줘! 그거.... 분홍 색이랑 오렌지색 내가 먹을래!”

이제서야 찔끔한 휘경이 잠시 찌그러지는 사이에 셋째 민준이 제 앞에 있는 하늘색과 연두색의 마카롱을 밀어 내며

미연의 앞에 있는 핑크와 오렌지 색의 마카롱 접시를 끌어 간다.

 

어머 우리 왕자님..... ? 맛이 없어? 아까 니가 고른 거잖아 그거?”

아깐 저거 먹고 싶었는데 이젠 이게 먹고 싶어.”

입을 쫑긋 내밀며 분홍색 마카롱을 입에 넣는 민준을 바라보며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미소를 짓는 미연.

 

그래 그래 엄마꺼 먹어 왕자! 여보, 당신 것도 이리 내! 우리 왕자님이 이게 먹고 싶다잖아?”

 

미연이 엄마 미소를 머금은 채 민준에게 접시를 밀어주며 우쭈쭈를 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

!!!!!!!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실내는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인다.

 

뭐야???”

정전이야??”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어유 깜깜해!!!!!”

어두워진 실내에서 모두들 우왕좌왕 하며 소리를 지른다.

 

!! !! !! !!! !! 엄마.....!!!!

 

둔탁한 소음들과 함께 사람들의 비명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민준의 음성이 들리는가 했더니

갑자기 카페 내부가 다시 환해진다.

 

이게 뭔 일이야?”

아니 정전이었어?”

얼떨떨한 얼굴로 실내를 둘러보던 도회장과 양여사는 탕 비어 있는 앞자리를 보며 경악한다.

 

민준아!!!!!” 동시에 외쳐대는 두 사람.

 

도회장 내외와 휘경은 정신없이 민준을 찾았으나 막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도회장의 막내 아들 민준이 깜쪽같이 사라지는 바람에 평화롭던 카페는 졸지에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비서들과 주재원들이 미친듯이 주위의 거리를 뛰어다니며 민준을 찾아 헤맸고,

신고를 받은 경찰도 출동했지만 도민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이고 아이고 우리 왕자!!!!”

민준아! 도민준!!!!!!! 아 이 자식 도대체 어디 갔어??”

도대체 눈 깜짝할 새 어디로 없어졌다는 거야?? 어서 썩 찾아오지 못해?????

 

멘붕 상태가 된 도회장 가족이 저마다 소리를 지르며 생난리를 피우는 동안

민준을 태운 차는 이미 인스부르크 시내를 유유히 벗어나고 있었다.

이재경은 도민준 납치 용으로 승용차가 아닌 구급차를 준비했고, 예상대로 구급차는 경찰의 제지 하나 받지 않았다.

마취제에 의해 깊이 잠든 민준은 구급차에 환자처럼 묶인 채 누워있었다.

 

삐뽀삐뽀삐뽀!!!!!!   삐뽀삐뽀삐뽀!!!!!!!

방정맞게 사이렌을 울리던 구급차는 인스부르크 시내를 벗어나자 사이렌을 멈추고 차들 속으로 섞여 든다.

윤재는 만족한 웃음을 띠며 보스에게 그들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음을 알린다.

 

----------------------------------------------------------------------

 

<스위스 국경 가까운 작은 도시 Pfunds 외곽의 빌라>

 

모두 수고했다!”

송이는 윤재와 재경에게 짧은 격려의 말을 던진 후 인질이 있는 이층으로 경쾌하게 걸음을 옮긴다.

 

깨어 났어?”

아직 비몽사몽 입니돠!!”

 

송이를 따라 올라온 재경과 윤재가 격리된 이층 룸의 문을 활짝 연다.

커다란 방의 한가운데 있는 넓은 침대에는 잡혀온 도민준이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민준.

그는 제 눈 앞에 서있는 긴 머리의 아름다운 여자를 넋을 놓고 응시한다.

정신은 아까부터 들었는데 도무지 여기가 어딘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들었고 머리도 띵했다.

분명히 식구들이랑 마카롱을 맛있게 먹으며 엄마한테 혼나는 휘경이 형을 보며 낄낄대고 있었고....

그러다가 갑자기 전기가 훅! 나갔는데....

그 다음은 암흑이었고, 깨어나보니 이상한 방의 덩그런 침대에 누워있다.

 

당신.... 뭐야?”

겁먹은 음성으로 문 앞에 서있는 보디가드들과 송이를 번갈아 보며 묻는 민준.

 

웰컴 도민준! 내가 누군지는 차차 알게 될 거야.”

요염한 미소를 흘리며 손을 내미는 긴 머리의 여자.

 

민준은 얼떨결에 그 손을 잡으며 멍하니 송이를 올려다 본다.

 

여기가 어딘데??? 내가 여기 왜 있는 건데??”

여긴 당분간 니가 머물 곳이야. 니가 여기 와 있는 이유는 아주 간단해!

넌 나한테 납치 됐어! 그리고 난 이제부터 널 인질로 잡고 니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할 거야.”

 

?????? 납치???? 몸값???”

느닷없이 들이닥친 끔찍한 재앙에 민준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 부풀어 오른다.

 

그래, 맞아, 그러니까 얌전히 잘 지내고 있어. 갇혀있는 동안 쾌적한 환경에서 부족한 것 없이 지내도록 해줄 거야.

내 인생을 바꿀 귀중한 인질이니 브이아이피 대우를 해줘야지!”

입 꼬리를 올리며 다비도프 담배를 무는 송이.

 

갇히다니...... ...... 안돼!!! 엄마!!!!!”

돌아버린 민준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무서운 속도로 입구를 향해 돌진한다.

 

하지만 입구를 지키고 있던 재경이 긴 다리를 내밀며 슬쩍 발을 걸자 그 자리에서 콰당!! 꼬꾸라지는 민준.

 

아야!!!!!!”

비명을 지르는 민준을 보디가드들이 양쪽에서 잡아 일으키며 커다란 주먹으로 그를 위협한다.

 

됐어! 몸에 상처 내지마! 걔가 얼마짜린지 몰라? 조심조심 다루라고,,. 오케이?”

송이의 일갈에 부하들은 머리를 숙이며 민준을 다시 끌고 와 침대로 밀어뜨린다..

 

어엉..... 난 몰라.... 엉엉.....” 하도 기가 막혀서 엉엉 울기 시작하는 민준.

 

좀 씻긴 다음 옷도 새 걸로 갈아 입혀! 먹고 싶다는 건 뭐든지 최상으로 해주도록! 잠도 실컷 자게 해주고!”

송이의 지시에 머리를 숙인 부하들이 우선 민준의 네이비 블루 자켓을 벗긴다.

 

뭐야 이건??”

훌렁 벗겨진 자켓의 안감을 보며 송이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 자켓을 집어 든다.

 

하늘색 실크 안감에 잔잔한 쟈카드로 새겨진 글자들.

왕자왕자왕자왕자왕자.....

 

놀고 있네....” 안감에 프린트 된 왕자 도안을 응시하며 중얼거리는 송이.

 

이리 내놔!!”

소중한 제 애칭이 새겨진 안감을 비웃고 있는 송이로부터 자켓을 확 낚아채는 민준,

하지만 우악스러운 보디가드들이 다시 자켓을 빼앗는다.

세 명의 거구가 동시에 달려들더니 수치스럽게도 팬티만 남긴 채 민준의 모든 옷을 다 벗겨 버린다.

연회색 삼각 팬티에 커다랗게 새겨진 검고 굵은 두개의 글자를 어처구니 없다는 듯 들여다 보는 송이.

 

.

 

, 이건 또 뭐야??? 팬티에 뭐래?? ..?”

 

말로만 듣던 왕자병이 설마 이토록 재수없는 것일 줄은....

 

젠장..... 안 본 눈 삽니다!!!!!”

송이는 뼛속까지 왕자 병으로 찌든 미친놈의 옷가지들을 하나씩 들고 살펴보며 휙휙 사방으로 집어 던진다.

 

!!!! 왜 남의 옷을 더러운 바닥에다 집어 던져?”

절규하는 민준을 본체만체 하고 그의 청색 셔츠를 집어 드는 송이. 

최고급 오뜨꾸뛰르 간지가 폴폴 나는 셔츠의 포켓에는 정교한 필기체로 이니셜이 수 놓아져 있었다.

 

“P?? 이건 뭐 누구 다른 사람 거 얻어 입었어?”

우씨..... 내 이니셜이야!!”

니 이니셜이 왜 P? 넌 도민준인데?  P는 너랑 1도 상관없잖아?”

왜 상관이 없어? 프린스!!! !! P.r.i.n.c.e!!!”

미친...... 가지가지 한다...”

참고로 말해두는데 난 왕자 표 아니면 안 입고 인 신으니까 그런 줄 알아!!!!”

 

왕자표에 액센트를 콕 찍어 누르며 개기는 민준을 바라보며 송이는 뺨이 포옥 파이도록 담배를 빨아들인다.

 

아 젠장할....

눈새 샛기로 할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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