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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Sweet Dream 18

ooo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7.21 07:51:48
조회 873 추천 1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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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는 누굴까?

송이가 분명히 맞는 것 같은데 또 어찌보면 아닌 것도 같고...

이렇게 가까이 마주 앉으면 좀 명확해지지 않을까 했던 건 휘경의 착각이었다.

빌어먹을 놈의 가면..!!!

여자들이 쓰고 있는 하얀 가면은 하나같이 눈꼬리가 서늘하게 올라가 있고 붉은 입술은 새초롬하게 다물려 있었다.

가면 아래 있는 눈이 어떤 모양이든 가면을 쓴 여자들은 위로 찢어진 똑같은 눈매를 갖고 있다,

 

절대 말을 해서도 상대방을 터치해서도 안됩니다! 오로지 서로 바라보는 것만 허용됩니다!”

룸에 함께 들어온 보조 진행자가 또 다시 오늘밤의 규칙을 강조한다.

 

바라보는 것만 허용?? 아니 뭐가 보여야 말이지!!!

앞에 있는 여자를 살피고 또 살폈지만 불행히도 여자의 완벽한 변장은 그에게 작은 단서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가면 아래 감추어진 얼굴.

손은 물론 손목까지 완벽하게 감싸고 있는 새틴 장갑.

여자의 몸에서 그나마 살짝 밖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목을 가린 레이스의 작은 틈으로 보이는 목 근처의 어딘가였다.

 

쇄골 부분일까?

분을 뒤집어 쓴 듯 새하얀 피부가 레이스의 틈새로 보이긴 했지만,

약간 튀어 나온 듯 한 것이 아마도 쇄골의 어디쯤이 아닐까 짐작만 갈 뿐

그 작디 작은 틈으로 보이는 하얀 피부만으로 여자의 정체를 짐작하기는 불가능했다.

이 여자는 송이일 수도 있었고 송이가 아닐 수도 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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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누굴까?

보조 진행자의 안내로 화려한 벨벳 소파에 앉은 세미는 제 앞의 남자를 유심히 살펴본다.

키를 보면 분명 도민준일 가능성이 있는 남자.

 

민준아.... 너야?

민준의 흔적을 찾아보려 애를 썼지만 가면과 장갑과 모자는 그 남자의 정체를 철벽처럼 가리고 있다.

 

한마디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주 잠깐 저 검은 장갑만 벗겨볼 수 있어도... 민준이 손은 금방 알아볼 수 있는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서로 마주 보는 것만으로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한눈에 그를 알아볼 수 있는 동작이 나올만한,

예를 들면 넓은 공간을 걷게 해본다든가... 뭐 그런 거라도 요구할 수 있다면

성큼성큼 걷는 민준이 특유의 걸음걸이를 금세 알아볼 수 있을텐데

익숙지 않은 구두로 인해 모두 조심스럽게 보행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유추할 수 없었다.

 

마주 앉아 그녀를 보고있는 남자는 불필요한 동작이 전혀 없는 것이 분명 민준인듯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남자와 비슷한 남자가 세 명은 더 있었지....

혹시 제가 뭔가 놓친 게 있는 건 아닌지 세미는 이미 수십번 살펴본 남자의 가면과 옷을 다시 뜯어본다.

25프로의 확률로 이 남자는 도민준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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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말을 해서도 상대방을 터치해서도 안됩니다! 오로지 서로 바라보는 것만 허용됩니다!”

말을 마친 보조 진행자는 두 남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감시한다.

 

그는 미동도 없이 앉아 눈 앞의 여자를 바라본다.

말이나 터치 같은 건 굳이 하지 않아도 되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녀가 누구인지 민준은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다른 여자들은 누구 누구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지만 그 여자만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여자의 목을 가린 레이스의 작은 틈으로 보이는 가느다란 쇄골을 민준은 물끄러미 응시한다.

저 섬세한 뼈의 감촉을 기억하는 손끝이 시큰하게 저려온다.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은 걸 참느라 몇 번이나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는 민준.

 

나는 그 여자에 대한 거라면 무엇이든 알고 있었다.

내 쇄골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랐지만 그 여자의 쇄골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향기와 냄새에 무관심했지만 그 여자의 향기는 눈을 감고도 알아챌 수 있었다.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여자는...  바로 천송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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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상했다.

조금 전 홀에 모두 모여있을 때만 해도 누가 누구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휘경이인듯 싶은 남자가 둘이었고, 도민준인 듯싶은 남자가 다섯이었다.

 

세번째 카사노바가 내 앞에 와서 섰을 때까지도 나는 그가 누군지 몰랐다,

도민준일 수 있는 키와 체형을 가진 남자 중 하나라는 것이 내가 알 수 있는 전부였다.

나와 골드 드레스의 여자를 번갈아 보며 그 여자와 내 손을 잠깐씩 잡아보던 세번째 카사노바.

 

정말 이상했다.

세번째 카사노바가 내 손을 잡은 그 순간 나는 그가 누구인지 거짓말처럼 깨달았다.

아주 잠깐 내 손을 잡아본 그의 손은 금세 제 자리로 돌아갔는데 말이다.

그 남자는 망설이지 않고 내게 장미꽃을 내밀었다.

 

내 앞에 앉아있는 남자가 도민준이라고 확신하면서도  

마음 한 켠은 어쩌면 그게 내 착각일 수도 있다고 악마처럼 속닥거린다.

나는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의 표정없는 가면을 마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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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모든 카사노바와 앙트와네트들의 파트너가 결정되었고,

참가자들은 다시 중앙의 홀로 나와 사회자의 지시대로 파트너를 마주 보며 일열로 늘어선다.

 

지금부터 댄스파티가 있겠습니다만,,,, 통상 우리가 알고 있는 춤을 추는 것이 아닙니다!

, 참가자들은 모두 저희 진행자들의 동작을 보며 따라해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외침과 함께 앙트와네트와 카사노바로 분장한 진행자 두 명이 나타났다.

 

이제 저희는 안타까우면서 에로틱하고, 슬프고 치명적인 유혹의 춤을 출 예정입니다!

참가자들은 절대 말을 해서도 안되고, 서로의 몸이 닿아서도 안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서로 유혹하는 에로틱한 춤인데 서로의 몸이 닿으면 안된다고??.... 그런 춤이 어디 있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싶어 멈칫하는 참가자들.

 

진행자 두 명이 서로를 마주 보며 서자 조명이 한층 어두워지고 몽환적인 음악이 홀 안에 울려 퍼진다.

그 몽롱한 음악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기묘한 춤.

그들의 동작은 때로 느리고 나른 했지만 때로는 격정적이고 섹시했다.

끌어안을 듯 가까워지던 두 사람의 몸은 매번 서로에게 닿지 못하고 안타깝게 다시 멀어진다.

 

어색하게 그들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던 참가자들도 어느새 그 분위기에 취해

이루어질 듯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을 표현한 듯한 슬픈 춤을 추기 시작한다.

멀어진 채 바라보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듯 가까워지더니 순식간에 또 멀어진다.

멀어진 상태에서 잡히지 않는 상대를 향해 애절하게 손을 내민다.

조금씩 다시 다가온 남녀는 서로의 입술을 찾는 듯 남자는 얼굴을 숙이고 여자는 턱을 치켜든다.

뜨거운 키스를 할 것처럼 가까워진 두 남녀의 얼굴이 최고조로 올라가는 음악과 함께 또 다시 서로에게서 멀어진다.

 

참 신비하고 기묘한 밤이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이상한 댄스 파티

애타게 서로를 원하면서도 서로에게 절대 닿지 못하는 사랑의 춤은

끈적한 음악과 함께 더할 수 없이 섹시하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간이 갈수록 그 춤에 익숙해진 참가자들은 이제 진행자를 보지않고도 저마다 그 기막힌 춤을 추고 있다.

 

빠르게 또는 느리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흥분으로, 가까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슬픔으로

절대 서로에게 닿으면 안된다는 가혹한 규칙의 춤에...

이제 사람들은 저마다 처절하고 막막한 사랑에 빠져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눈 앞의 상대는 절대절명의 사랑이었고 숙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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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는 사막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처럼 목이 말라온다.

가까이 있는 듯 하면서도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이 남자는 민준을 꼭 닮아있다.

 

눈 앞으로 훅 다가왔다가 금세 저 멀리로 가버리는 내 사랑.

아무리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어도 절대로 틈을 내주지 않는 남자.

 

민준아... 민준아... 안타까운 그 이름을 몇 번이고 안타깝게 되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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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으로 다가온 여자를 확 끌어 안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느라 휘경은 어금니에 힘을 준다.

규칙 따위는 무시하고 저 여자를 품에 안아보고 싶다.

가면을 벗기지 않아도 끌어안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여자가 송이인지 아닌지...

 

품에 안고도 가늠이 안된다면 저 새하얀 가면을 벗겨버릴 수도 있었다.

야릇하게 웃고 있는 기묘한 가면만 벗긴다면 한 순간에 알 수 있는 걸...

그걸 참고 이 미친 게임을 계속 하자니 가슴이 터져나갈 것처럼 조바심이 난다.

숨이 턱턱 막히더니 이제 점차 호흡이 가빠온다.

송이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다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염한 얼굴이 빠르게 다가왔다가 다시 천천히 멀어진다.

가까워질 듯 가까워지지 않는 여자에게 너무 애를 태운 나머지 눈 앞의 여자에 대한 소유욕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천송이, 너 맞지? 나를 이렇게 애태우는 여자가 너 아니면 또 어디 있겠어....

 

시간이 갈수록 상대 여자가 송이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해졌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휘경은 확인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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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작인 댄스 파티가 점점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는다.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는 안타까운 사랑의 춤에 참가자들은 영혼을 갉아 먹히는 듯한 고통 속으로 빠져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민준은 가면에 가려진 그녀의 얼굴을 오래도록 보아둔다. 동이 트면 이제 모든 게 끝이었다.

 

자아! 이제 댄스를 멈추어주세요!!!” 사회자의 외침과 함께 음악이 뚝 끊어진다.

최면에 빠져있다 현실 세계로 돌아온 듯 몽롱한 눈으로 사회자를 쳐다보는 참가자들.

애간장을 녹이던 댄스가 드디어 끝났다는 것만으로 그들은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 미친 춤을 더 추다 가는 눈 앞의 파트너를 끌어안고 서로의 옷을 벗겨버릴 지경이었다.

 

지금부터 30분간 휴식 시간입니다! 앙트와네트의 휴게실과 카사노바의 휴게실은 물론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 진행자들이 이끄는대로 자리를 옮겨주시기 바랍니다!!

여자들은 살롱에서 휴식을 취하며 머리와 화장을 수정합니다!

남자 분들은 자유롭게 움직이셔도 됩니다! 답답하면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어도 좋아요!

영혼과 육체가 피폐해지는 듯한 댄스파티였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이쯤에서 파티를 마무리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그럴 자유를 드립니다!!!

1부를 끝으로 돌아가실 분들은 저희 스텝에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하지만 파티를 계속 즐길 분들은 30분 후 이 자리로 다시 모여주세요! “

 

여자들은 카페 플로리안의 옆 건물에 있는 호화로운 헤어살롱으로 향했고, 남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각자 흩어진다.

소파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카페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화장실에 가기도 한다.

 

밖으로 나간 민준은 인적이 끊어진 두오모 근처를 정처없이 배회한다.

몇 시간 전까지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던 곳이 맞나 싶을 만큼 베네치아의 심장 두오모는 적막에 잠겨있다.

작은 골목길로 들어서자마자 불현듯 눈 앞이 환해지며 그를 가로막는 눈부신 은빛.

 

어유 이 바보!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니가 지금 상황 파악이 잘 안되는 모양인데.... “

상황 파악 완벽하게 하고 있으니 내 걱정하지마!”

수다스럽게 떠들기 시작하는 운명의 말을 단칼에 끊어버리는 민준.

 

넌 그 여자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어! 이제 몇 시간 후면 지옥불에 갇히는 거야!!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고!!”

알아...”

아니 유세미만 받아들이면 안죽고 살 수 있다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 목숨이 아깝지 않아?”

아까워, 목숨.... 지키고 싶고, 그 여자가 사는 세상에 나도 살고 싶어.”

븅신아, 그럼 살면 되잖아?? 지금도 안 늦었어! 빨리 가서 유세미를 데리고 나와! 오늘밤 유세미를 니 여자로 만들어!”

세미는.... 내 여자가 아니야... 나 역시 세미의 남자가 될 수 없고...”

 

덤덤하게 할말을 마친 민준은 가슴을 치는 운명을 뒤로 하고 플로리안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파티에 참석할까... 아니면 이만 집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최후를 맞이할까...

 

---------------------------------------------------------------------------

 

휘경은 조심스레 비상구의 문을 연다.

막대한 경비를 지불한 S전자 이휘경 전무에게 진행 에이전시는 행사 장소에 대한 도면을 보냈 왔음은 물론

이틀 전 이휘경 전무에게 카페 내부와 지하 와인 창고, 지금 여자들이 모여있는 살롱 등을 전부 보여주었다.

미로처럼 얽힌 지하와 옆 건물로 통하는 비상구까지 샅샅이 보여주며 그들이 얼마나 멋진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지 열변을 토하던 행사 책임자 덕에 휘경은 살롱으로 가는 비밀 통로까지 알고 있었다.

 

최대한 발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살롱의 복도로 들어서는 휘경.

살롱은 1800년대 베네치아 귀부인들의 헤어를 담당하던 장소가 그대로 남아있는 곳으로서

한 개의 의자와 하나의 거울이 있는 작은 룸에 손님들이 한 명씩 들어가는 철저히 프라이빗한 구조였다.

손님들은 각자의 룸에서 방해 받지 않고 전담 헤어드레서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지금 이 곳엔 15명의 앙트와네트들이 룸에 앉아있고 코디네이터가 그녀들의 가발과 옷차림을 정돈해주고 있었다.

넓은 복도에 양쪽으로 늘어선 룸의 문들은 모두 열려 있었으나

그렇다고 그가 복도를 활보하며 일일이 그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복도의 조명이 무척 어둡다는 것에 감사하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휘경.

몇몇 룸의 문 밖으로는 앙트와네트 들의 화려한 드레스자락이 삐죽이 모습을 내밀고 있다.

 

!!! 저건...!!

오른 쪽 첫째 룸의 문밖으로 나와있는 호화로운 드레스 자락.

그 드레스의 빛깔이 핑크색이라는 건 아무리 복도가 어두워도 뚜렷이 알 수 있었다.

복도는 컴컴했으나 룸 내부의 조명은 아주 밝은 듯 밖으로 환한 조명이 새어나왔고

방금 전까지 저와 애절한 사랑의 춤을 추던 그 핑크 드레스 자락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으니까.

 

핑크 드레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휘경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거의 포복에 가까운 자세로 오른쪽 룸 근처로 몸을 움직인다.

그때 핑크 드레스의 룸에서 들려오는 앙트와네트의 목소리.

 

드레스가 좀 길어서 걸을 때 넘어질 것 같아요. 굽이 좀 높은 구두는 없나요?”

살금살금 걷던 휘경의 심장이 덜컹 소리를 내며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난다.

코디네이터에게 영어로 부탁하고 있는 목소리는 더 들을 것도 없이 그녀였다.

 

송이야!!!! 휘경의 얼굴이 기쁨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드레스 앞을 들어서 코디네이터에게 보여주는 것인지 핑크빛 드레스 자락이 아래 위로 움직인다.

 

오케이! 금방 차에 다녀올 테니 잠깐만 기다려요! 아마 조금 높은 구두가 있을 거예요!”

시원스레 대답한 코디네이터가 룸에서 나오는 기척이 나자 휘경은 재빨리 몸을 움직여 비상구를 빠져나온다.

 

이제 안심이다!! 내가 선택한 여자는 역시 송이였어!!!

 

-----------------------------------------------------------------------------

 

아무래도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나았다.

어느 순간 제 생명이 꺼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파티를 계속할 수는 없었다.

플로리안 근처에 도착한 민준은 마침 살롱에서 나와 파티장으로 다시 들어가는 앙트와네트들을 발견한다.

저도 모르게 화이트 드레스의 여자를 눈으로 찾는 민준.

핑크, 골드 앙트와네트들과 섞여 카페로 들어가는 하얀 드레스의 앙트와네트가 이내 그의 망막에 들어온다.

방금 전까지 분명했던 그녀에 대한 확신이 갑자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어쩌면 저 여자는 니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너는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있었던 건지도.

죽음을 눈앞에 둔 마음은 결국 이렇게 약해지는 걸까.

차올라 오는 눈물때문에 흐릿해진 시야처럼 그녀에 대한 확신도 전부 흐릿해 진다.

천송이 너라고 믿었던 여자는 어쩌면 니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을 견뎌왔던 내사랑..... 영원한 이별은 이제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

 

도민준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도민준이라고 믿었던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를 찾느라 송이의 눈동자가 가면 아래서 불안하게 움직인다.

 

다시 모여든 참가자들은 2부 파트너를 정하기 위해 진행자 주위로 모여든다.

누가 송이인지 이미 확인한 휘경은 이제 오로지 핑크 드레스의 앙트와네트만 쫓고 있다.

 

이상한 밤이었다.

휘경은 송이를 쫓고, 송이는 민준을 찾고 있었다.

세미의 눈동자 역시 민준을 찾아 사방을 헤매고 있다.

 

-------------------------------------------------------------------------

 

창밖으로 어둠 속에 잠긴 베네치아의 바다를 내려다 본다.

오천년이라는 긴 세월은 하룻밤의 꿈처럼 무상했다.

예니콜의 웃음소리를 떠올리는 민준.

그러고보니 이번 생에서는 한번도 그녀와 마주 보며 웃어본 기억이 없다.

 

서로 다정하게 웃어 보지도 못했구나....

아득하게 그리움에 빠져들던 민준은 갑자기 쾅쾅 울려대는 문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본다.

 

세미...?

민준이 없어진 걸 알고 달려와 저렇게 문을 두드릴 사람은 세미가 유일했다.

물론 그는 지금 그녀를 만날 생각이 조금도 없었지만.

저러다 가겠지, 생각하며 창가로 다시 고개를 돌리는 민준.

그 순간 다급하고 절망적인 외침이 날카로운 송곳처럼 그의 귀를 파고든다.

 

도민준!!!.... 도민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심한 충격에 그의 안면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벼락처럼 달려가 정신없이 문을 여는 민준.

익숙한 화이트 드레스와 가면을 벗어던진 천송이의 얼굴이 망막을 가득 채운다.

 

꿈인가......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에 발을 딛고 서있는 것처럼 현기증이 느껴진다.

 

인사 한마디 못 나누고 한국 행 비행기를 타게 될까 봐 파랗게 질려 있던 송이의 얼굴에 다시 혈색이 돈다.

조바심으로 타 들어 가던 마음이 그를 보자 급격히 안정을 되찾는다.

 

어떻게.....” 어느새 집으로 들어선 그녀를 보며 말을 잇지 못하는 민준.

 

꿈은 아닌데....

 

송이는 구불구불한 금빛 가발을 말없이 벗으며 민준의 검은 눈동자에 눈을 맞춘다.

가발을 쓰기 좋도록 발레리나처럼 깔끔하게 올려붙인 머리를 매만지는 도중에도

그녀 눈의 초점은 민준에게 맞추어져 있다.

여러 개의 실핀을 빼낸 그녀의 손은 이제 머리카락을 묶어올린 검은색 끈을 더듬고 있다.

 

호흡을 멈춘 채 송이의 손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는 민준의 놀란 눈동자.

머리카락을 꽁꽁 싸매고 있던 끈을 풀어내리자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물결처럼 어깨 위로 쏟아진다.

섬세한 턱 선을 감싸며 흘러내리는 길고 풍성한 머리카락.

환영처럼 나타난 예니콜의 얼굴에 민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가늘게 뜬다.

 

아무래도 이건 꿈이다.

그게 아니면... 혹시 난 이미 죽은 걸까

이미 저 세상인가....

 

민준은 천천히 손을 뻗어 조심스레 그녀의 얼굴을 만져본다.

부드러운 뺨에 묻어있는 차가운 밤공기의 감촉.

그에게 보라는 듯 언제나 깔끔하게 묶여있던 그녀의 머리카락은 이제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다.

 

제 뺨을 어루만지는 민준의 눈을 들여다 보며 나지막이 속삭이는 송이.

 

머리카락 길게 늘어뜨린 거.... 보고 싶다고 했었지?”

 

 

=========================================================================

 

<에필로그> - 미용살롱

 

팀장님, 그럼 좀 있다 봬요!”

 

송이의 룸으로 놀러 왔던 강대리가 가면을 쓰며 일어선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끄덕인 송이는 코디네이터에게 드레스 앞자락을 들어 보인다.

 

드레스가 좀 길어서 걸을 때 넘어질 것 같아요. 굽이 좀 높은 구두는 없나요?”

 

송이의 말에 강대리는 걸음을 멈추며 그렇지않아도 자꾸 걸리적거리던 제 드레스 자락도 들어본다.

룸의 문 밖으로 삐져 나가 있던 강대리의 핑크 빛 드레스 자락이 아래 위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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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973 별그대 10주년축하!!2 [3] 죽먼지(112.169) 23.12.18 294 2
234972 별그대10주년 축하!! [3] 죽먼지(112.169) 23.12.18 294 2
234971 10주년 기념 상플) 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 집들이 (하) [4] ooooo(2.39) 23.12.18 374 8
234970 10주년 기념 상플) 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 집들이 (중) [1] ooooo(2.39) 23.12.18 315 5
234969 10주년 기념 상플) 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 집들이 (상) [3] ooooo(2.39) 23.12.18 381 8
234968 딥디 추가씬 별갤러(124.59) 23.12.17 185 0
234967 난 별그대 ost 다 좋은데 잠자기 전에 듣는 음악은 이게 젤 좋아 [1] 별갤러(106.102) 23.11.26 335 0
234964 날 추워지니 슬슬 생각나서 들어온 먼지들아 [11] 별갤러(125.189) 23.10.26 430 1
234963 어제부터 정주행중입니다 [1] ㅇㅇ(211.234) 23.09.17 352 2
234962 여긴 아직도 글 쓰는 사람 잇네 [1] ㅇㅇ(220.84) 23.08.23 425 1
234961 너의 모든 순간 City pop 버전 ㅇㅇ(211.251) 23.08.07 234 0
234956 별하 [1] 모여 23.06.21 441 0
234955 천송이는 도민쥰이 옛날에 자기 구해준 아저씨인줄 [1] ㅇㅇ(175.203) 23.06.12 563 0
234954 혹시 별그대는 대본집 없어? [1] ㅇㅇ(117.111) 23.06.04 608 0
234953 올해 10주년인데 뭐 없겠지? [4] ㅇㅇ(211.110) 23.04.19 671 1
234948 별그대 보기 시작했는데 [2] ㅇㅇ(39.7) 23.03.20 616 0
234947 별그대 오스트 진짜 다 좋음 [1] ㅇㅇ(211.110) 23.02.23 522 1
234946 블레로 다시 정주행하고 있어 ㅇㅇ(101.235) 23.02.22 350 5
234945 정주행함 [1] ㅇㅇ(221.141) 23.02.14 503 3
234944 블레 질문ㅜㅜ ㅇㅇ(175.198) 23.01.28 407 0
234943 이 드라마 초3 될 때 봤는데 [1] ㅇㅇ(114.206) 23.01.17 659 2
234942 (속보)도민준 발견 [1] ㅇㅇ(121.139) 23.01.11 667 0
234940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별그대 ㅇㅇ(125.189) 22.12.29 581 15
234939 오늘 별요일이네 ㅠㅠㅠ ㅇㅇ(125.130) 22.12.18 422 18
234938 먼지들아 ㅠㅠㅠㅠㅠ 작가님이랑 도민준 본체 재회한대 [2] ㅇㅇ(183.109) 22.11.18 840 9
234937 앙어아아아아엉어ㅓ엉도도도도도도도도도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11 390 0
234936 추억팔이4 [2] 죽먼지(112.169) 22.09.13 882 7
234935 추억팔이3 죽먼지(112.169) 22.09.13 428 1
234934 추억팔이2 죽먼지(112.169) 22.09.13 44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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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931 상플 추천 부탁해도 될까? ㅇㅇ(119.64) 22.09.03 455 0
234929 거의 10년전 드라마인데도 하나도 안촌스러움 [1] ㅇㅇ(117.111) 22.07.29 858 17
234928 너의 모든 순간 듣다가 생각나서 옴 [1] ㅇㅇ(58.239) 22.07.17 703 4
234921 본방때도 느끼고 다시 보는데도 느끼지만 주인공 지능에는 문제가 있다 ㅇㅇ(110.9) 22.04.27 708 0
234919 도민준 주민등록증 한자 나만 이상하냐 [4] ㅇㅇ(112.154) 22.04.06 1087 0
234917 별그대 1화에 서이화랑 [1] 천송이만송이(58.122) 22.03.21 898 1
234916 예전에 재밌게봐서 다시보는데 설정오류임? [5] ㅇㅇ(220.79) 22.03.12 111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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