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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솔티 시드, 포니빌 일대기 -27

ㅁㅇㅁ(222.113) 2018.06.24 04:58:26
조회 562 추천 7 댓글 4



"네 마음 속의 완벽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민주주의 바이킹 전사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뭘 넣어야 할까~? 아! 설탕이 아닌 만용과 향신료 대신 불굴의 정치적 소신, 뒷일에 대한 생각 없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자기 목숨의 위기의식이 없는 용기같은 온갖 좋은 것들도 포함해서~~ 흠, 마지막으로 필요한 완벽한 것이 뭘까? 아! 그래! 상대방의 무엇도 배려하지 않는 솔직함!"


디스코드, 부활한 혼돈의 정령이 솔티 시드의 어깨를 붙잡고는 꼬리로 허리춤을 긁적이는 듯 하더니 무언가를 꺼내듯 말아서 감은 꼬리를 들어 빳빳하게 굳어있는 솔티 시드의 무력할 저항조차 없이 그의 귀에 몇번이고 쑤셔넣는 모습에 얼굴을 일그러트린 셀레스티아 공주가 소리쳤다. 
  

"그만! 디스코드! 놀이라는 이름 아래, 무고한 이를 괴롭히지 마!"

"워허허! 셀레스티아, 지금 이 친구의 머리를 헤집으며 알아낸건데, 결코 무고하지 않아. 사슴들의 영토에 무단침입을 하고, 정부의 허가도 받지 않고 개간도 먼저 하고... 무고하지 않다고."


눈을 새하얗게 까뒤집고 입에서 하얀 거품을 바글바글 끓어올리는 솔티 시드의 행적이라면 셀레스티아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4 년 전, 그가 포니빌에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니빌의 메이어 시장의 보고를 읽은 즉시, 신변 보호를 위해 포니빌에 위장 잠입해 있는 캔틀롯 극비 대-괴물 부서의 요원 스위티 드롭스를 통해 4년 전부터 매 월 처음보는 종족의 위험성에 대한 분석과 근황에 대한 보고서를 받아왔기에 그 일들은 진작 알고 있었던 것이다.

포니들보다 육식 성향이 강한 잡식이라는 자신의 식성으로부터 가족과 이웃을 배려하려는 것인지, 한 달에 한 두 번 남 몰래 에버프리 숲으로 들어가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여 부족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과 해바라기 밭을 만들기 위해 허가없이 산을 밀어버리고는 인근 농가인 스위트 애플 에이커의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무마했던 일, 그리고 사슴들의 왕국 덤불숲의 왕, 숲의 심장 아스펜으로부터 솔티 시드가 그의 아들인 브램블 왕자를 사냥하기 위해 뒤쫒았다는 분노어린 한탄의 서신 또한 받았으며,.

물론 그 일이 사슴이란 종족을 단순한 동물로 오인했었다는 사실을 솔티 시드와 근위대장 블랙쏜의 조우와 대화를 통해 밝혀지고나서 그가 사슴의 영토에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지만, 그가 비록 포니는 아닐지라도 포니 일가족의 일원이며 성실한 납세자이자 조금 이해하지 못할 면과 아무리 보아도 사악하기만 해 보이는 전쟁신을 섬기고 영원한 전쟁터를 옮겨놓은 사후세계를 신봉하기까지 하며 심지어 어린애에게 무기를 쥐여주는 불안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해도 제자의 친구 중 하나이며 충실한 조력자이기에 셀레스티아 공주는 솔티 시드를 이퀘스트리아의 백성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솔티 시드의 두개골과 물리법칙을 왜곡해가며 자신의 굵직한 꼬리를 귓구멍에 몇번이고 쑤셔박던 디스코드가 흡족한 웃음과 함께 솔티 시드의 등을 살며시 밀어내는 동시에 그의 어깨 옆으로 고개를 내밀고 능청스러운 웃음을 한가득 띄운 얼굴로 셀레스티아 공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거 알아? 셀레스티아? 여기 우리 멀대 친구는 너를 무서워 해. 네가 가진 권력과 끝을 알 수 없는 알리콘 마법의 힘과 네가 달에서 돌아온 루나의 문제를 해결한 네 제자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용도를 다했다며 냉혹하게 내친 것이 아닐까 싶어 네 제자가 그 사실을 깨닫고 상처받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그 때문에 너를 감정이 메마른 냉혈한 정치꾼으로 보는 것이 이 헛똑똑이의 공포의 근원이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말에 셀레스티아 공주의 보라색 눈이 초점을 잃고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당황과 분노와 분노에 대한 죄책감과 수치심에 이어 솔티 시드를 향한 연민이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가운데 히죽히죽 웃으며 셀레스티아를 바라보던 디스코드는 껄껄 웃으며 정신을 차리라는 양, 솔티 시드의 등을 가볍게 때리며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니 이제부터 이 친구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눠 보라고."

"잠....."


갑작스러운 상황에 셀레스티아 공주가 당황하는 도중에 까뒤집었던 눈을 내리며 정신을 차린 솔티 시드가 가장 처음으로 한 행동은 헛구역질 이었다.


"웁! 우부억! 부엑!"

"으익."


바닥으로 떨어지는 거품이 잔뜩 섞인 침을 보고 질색하는 디스코드를 향해 몸을 돌린 것이 두번째 행동이었고.

황급한 움직임에 바닥에 떨어진 팝콘 몇 알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주워들은 것이 세번째였으며,

개 중 하나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 디스코드를 향해 들이민 것이 네번째였다.
     

"이 똥덩어리 같은 게 대체 뭘로 보여?"

"흠... 가열되어 부풀어오른 옥수수 낱알로 보이는데? 이른바 팝콘이라고들 하지."


찡끗! 윙크와 함께 활짝 웃으며 양 앞발의 엄지와 검지를 총처럼 만들어 자기를 가리키는 디스코드의 행태를 본 솔티 시드의 얼굴이 험악하게 굳어졌다.


"팝콘이 아니라 똥덩어리겠지!"


힘차게 던져진 팝콘 한알이 디스코드의 가슴털에 가볍게 닿더니 붉은 카펫 위로 떨어졌다.


"이걸 누가 먹을 거라 기대라도 하는거냐? 머저리 같은 똥쪼가리 새끼야!"


디스코드가 자기 가슴팍에 맞고 떨어진 팝콘을 물끄러미 내려보는 동안, 솔티 시드가 등에 짊어진 팝콘 자루를 끌러 자루 입구가 벌어지도록 왼손으로 잡아 남은 오른손을 갈퀴처럼 펼쳐 자루 안에 처박고 끄집어 낼 때는 한 주먹 가득히 하얀 팝콘이 들려 있었다 

 
"넌 존나 혓바닥도 똥으로 된 똥같은 새끼야! 이딴 소금도 설탕도 기름도 없는 옥수수 사료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제대로 된 팝콘 하나도 못만들면서 일을 벌여서 맛까지 없는데 양은 더럽게 많잖아!"

"워우! 워우! 워우! 진정해! 반대쪽으로 뒤돌아 가라고!"


손바닥을 들어올린 디스코드의 앞에 낮은 나무울타리가 나타났지만 거침없이 앞으로 걸어가는 동안 울타리를 걷어차 무너트린 솔티 시드는 손에 든 팝콘을 양손에 나눠쥐며 계속해서 악에 받친 소리를 질러댔다.


"이 울타리 좀 보라고! 니가 만든 걸 봐! 이 팝콘처럼 좆같이 끔찍해! 이 똥같은 똥덩어리 같으니라고! 도대체 여기서 뭘 하는거야!"

"험담은 그 쯤하고, 네 오랜 공포를 극복하고 정치적 고민을 끝내고 싶다면 뒤로 돌아보는................"


대수롭지 않은 모습으로 눈을 감은 채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고 어깨를 으쓱하는 디스코드의 양 볼에 기름기 없이 버석거리고 거칠거칠하게 부풀어오른 팝콘 무더기가 닿더니, 쉴새없이 문질거리는 손바닥 아래서 부스러지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눈을 감은 채로 눈썹과 한쪽 입가를 움찔거리며 일그러트리고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눈을 뜬 디스코드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한껏 벌려진 입과 위 아래로 닫혔다 열렸다 하는 하얀 치아들과 그 뒤에서 꿈틀거리는 혓바닥과 얼굴로 쉴새없이 튀어오는 침방울들이었다.


"말해! 나는 팝콘 하나도 제대로 못만들어 농부를 모욕한, 뇌에 똥덩어리 팝콘만 들어찬 얼간이 팝콘입니다! 말해!"

"이건 재미가 없군 그래."

"준대로 받은 거겠지. 디스코드"

 
의외의 유쾌한 상황에 피식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셀레스티아 공주의 빈정거림에 입을 비죽인 디스코드가 여전히 자신의 볼에 팝콘을 갈아대는 솔티 시드의 얼굴을 부여잡고는 반대편으로 냅다 돌렸고, 흉악하게 일그러진 얼굴이 우드득 소리와 함께 반회전해 자신을 바라보는 광경을 목격한 셀레스티아 공주가 흠칫거리며 기겁했다.


"이쪽 말고 저쪽으로 가라고. 친구."

 
뒤이어 솔티 시드의 한쪽 어깨를 붙잡고 팽이돌리듯 힘차게 밀어버리니, 눈으로 사지를 구분할 없을 정도로 빠르게 뱅글뱅글 회전하던 솔티 시드의 몸이 셀레스티아 공주를 향해 우뚝 고정되었고 고함과 함께 달려들었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들에게 있다!"

"진정하세요! 솔티 시드!"


파괴불가능한 육체에 완력으로는 알리콘의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는 이 존재를 어떻게 제압했냐는 물음에 공중에 띄워두니 편했다는 자매의 대답을 떠올려 염동력을 사용해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솔티 시드를 잡아둔 셀레스티아 공주를 향해 디스코드가 앞발가락을 튕겼다.


"너무 쉬운 일인걸? 난이도가 조금 올라야 재밌겠지."


딱! 소리와 함께 닭다리 끝에 끼우는 왕관 같은 종이캡이 파란빛과 함께 마법의 힘이 일렁이던 뿔에 씌워지니 자신을 묶고있던 염동력이 사라지자마자 허공에서 뚝 떨어져 바닥을 뒹굴던 솔티 시드도 몸을 일으켜 셀레스티아 공주를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국가의 통수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는 것이며, 종족적 혈통과 천체로부터 내려지는 것이 아니다!"

"귀에 새겨들어. 셀레스티아, 저 친구의 정치적 소견에는 꽤나 흥미롭고 참고할만한 얘기가 많을 테니까."

"모든 포니는 평등하며 누구든 차별받을 이유는 없지만 로얄 가드들은 나를 차별했기에 직위해제 되었다!"

"그만! 솔티 시드! 멈추세요!

   
휘둘러오는 주먹을 뒷걸음질치고 고개를 뒤틀어 피해내며 소리치는 셀레스티아 공주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솔티 시드는 그 광경을 보며 껄껄 웃어대는 디스코드가 선물해준 불굴의 정치적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앞발을 튕겨 선글라스를 만들어 걸치고 초콜렛 밀크쉐이크를 빨대로 쪽쪽 빨아마시던 와중에 씹을거리가 필요해 바닥에 놓인 팝콘 자루로 손을 뻗던 디스코드는 방금 전의 불쾌한 경험과 뺨에 닿던 버석거리는 감촉을 떠올리고 이 팝콘이 보기와는 달리 대단히 맛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녹은 치즈가 듬뿍 올려진 나초를 만들어 입에 털어넣고 우적우적 씹으며 눈 앞의 흥미진진한 대담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로얄 가드와 루나 가드는 군사 훈련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원거리 무기 또한 없다! 이는 국가 방위의 커다란 약점이 될 것이다! 이퀘스트리아는 주변을 둘러싼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정예 군인들이 필요하다!"

"그 일을 대체 얼마 동안 담아두고 있던 거죠?!!"

"왕실은 페가수스들로 이루어진 공군과 보급부대를 창설하고, 구름을 다방면으로 전략자원화 하는 연구를 실시하라!"

"이런~ 이런~ 셀레스티아! 이런 군사적 선견지명과 훌륭한 안보 의식을 가진 열정적인 친구를 내친거야?"

"닥쳐! 디스코드!"

"캔틀롯은 포격과 공습에 취약한 자리에 위치했다! 캔틀롯 외곽에는 대공부대와 아래의 평야에 방어전에 특화된 경계부대를 설립하라!"  

    
끊임없이 주먹질을 해도 도저히 맞출 수 없어 보이는지 고함을 지르며 팔을 벌리고 덮쳐오는 솔티 시드를 피하기 위해 카펫깔린 바닥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라 자신을 잡기 위해 폴짝거리며 뛰고 있는 솔티 시드를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는 셀레스티아 공주의 모습에 디스코드는 끌끌 혀를 차며 소리쳤다.


"쯧쯧쯔...... 저 친구가 하는 말을 조금은 이해 하겠어? 네가 지금 하는 행동이 공군이 지닌 궁극적인 이점이라는 거야. 그나저나 그것도 꽤나 불공평하군."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사자의 앞발이 튕겨지자마자 셀레스티아 공주의 허리 부근에 커다란 벨트가 만들어지더니 날개를 몸통에 파고들게 만들 정도로 단단히 옭아매며 그녀를 왕궁 복도로 곤두박질 치게 만들었고, 쿠당탕 소리와 함께 아래쪽에 있던 솔티 시드를 깔아뭉개며 갑작스러운 추락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셀레스티아 공주는 또렷해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솔티 시드와 눈이 마주쳤다.


"이런 일이 벌어져서 미안하지만, 지금 것으로 정신을 차리...................."

"에버프리 숲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출입통제 시키고 경계를 설 부대를 주둔시켜라!"

"............ 앞발 떼요!"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옥수수 냄새 섞인 입김이 코끝에 훅 닿을 정도로 열렬하게 이퀘스트리아의 안보를 걱정하는 솔티 시드의 손을 고개를 흔들어 내치며 소리지른 셀레스티아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났다.

공격을 피할 비행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마법을 써봐도 뿔에 눈이 아플 정도로 밝은 빛밖에 맺히지 않는 현실에 약간의 낙담을 느낀 셀레스티아는 점차 몸을 세우며 자신을 노려보는 솔티 시드와 자신의 뒤로 펼쳐진 왕궁 복도를 흘깃거리며 어떻게 저 정치적인 괴물을 막을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


"어떤 훈련도 받지 않은 포니 여섯에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쥐여준다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들었어? 셀레스티아?"

"우리는 그 무기도 없이 집채만한 용과 마주해야 했다! 군사적인 지원조차 없이 성질 더러운 날아다니는 화산을 찾아가야 했다!
  
"거 누가 시켰는지 몰라도, 정말 너무했구만."

"이퀘스트리아 왕실에 조화의 원소 사용자들의 보호와 지원을 요구한다! 조화의 원소 사용자들 중 하나가 국가 지도자의 수제자이고 나머지 모두와 친분과 우정을 쌓고 있다면 그들의 우정을 고려해 갈라 초대장은 원소 사용자 모두에게 보내야 했다!"

"참고로 저 친구는 처음 단 두 장만 온 초대장을 보자마자 어이없어 했다고. 네 우정에 대한 안목은 겨우 그 정도라는 거지."


해와 달에 맹세컨데 둘 중 하나의 입은 반드시 다물게 만들겠다고 다짐한 셀레스티아는 우선 자신에게 불리한 좁은 복도를 벋어나기 위해 몸을 돌리고 왕궁의 홀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고, 솔티 시드도 팔을 붕붕 휘두르며 뒤따랐으며 그 뒤를 콧노래를 부르는 디스코드가 이었다.


"도망치는 꼴 좀 보게! 달려 셀리! 달려!"

"제자에게 장기간에 걸칠 연구를 지시했다면 그에 걸맞은 지원을 해라! 스승과 제자는 악덕 상사와 힘 없는 부하의 관계가 아니다!"

"그건! 전부! 트와일라잇을 위한 시험이라구요! 솔티 시드!"

"시험 범위조차 알려주지 않은 시험은 시험이 아니다! 제자의 성장을 바란다면 방치가 아닌 약간의 조언이라도 하라!"

"으아아아악! 세상에! 이 일이 끝난다면 차근차근 대담을 나누도록 하죠!  
 
"왕국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보석 달린 보석함이 아니라 경비를 세운 방 안의 보안성 높은 금고에 넣고 엄중히 관리하라!"

"...................."

"으하하하핫! 들었지? 저 친구가 왕을 했어도 너보단 나았을거야!"


지금 가장 아픈 곳을 찔러오는 솔티 시드를 고개를 돌려 째려보는 셀레스티아 공주의 눈에 그의 뒤를 따라오며 낄낄거리는 디스코드와 그 너머의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쏟아지는 색색의 햇빛이 들어왔다.

만약 키비츠가 본다면 자기 후계자로 손색과 망설임 없이 점 찍을 정도로 뼈 아픈 소리를 해대는 솔티 시드를 어떻게 무력화시킬까 끊임없이 생각하던 셀레스티아의 머릿속에 얼핏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사악하고 강력한 적에게서 왕국을 구했다면 그대로 감금하지 말고 공개처형하고 효수해라! 그가 힘을 되찾을 것을 대비하느니 차라리 후환을 없애라! 지도자가 강력한 힘을 가진 불멸자라 해서 모든 국민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이런 그것 참 좋은 이야기지만 내게는 달갑지 않은 소린데?"

"......... 아니, 아주 유익한 얘기로 들리는군."

 
홀을 지나 이어지는 복도의 너머 은밀하게 숨겨진 지하로 통하는 문을 포착한 셀레스티아는 더욱 속도를 높여 달려나갔고, 솔티 시드도 안간힘을 쓰며 꼬리털이라도 붙잡기 위해 뒤따라 달렸다.


"조금 더 빨리 달리는 것이 좋을거야! 셀리! 곧 있으면 그 바람 없이 휘날리는 꼬리를 붙잡히게 생겼거든!"

"평화를 바란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그것만으로도 적은 섣불리 침공하지 못할거다! 페가수스들에게 기본교육이라도 시켜라! 그들에게 구름을 사용할 창의력을 키워줘라! 비어있는 캔틀롯 북쪽 평야에는 겨울을 내리지 말고 기근을 대비한 거대한 곡창지대를 만들어 연작을 시켜라! 제발 화약 무기를 개발해라! 엔진도 있는데 전차가 없는 것은 어째서냐! 농기계도 개발해라!"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돌입한다면 분명 계단을 구르겠지만 알리콘의 튼튼한 신체를 믿고 셀레스티아는 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약간의 부유감을 느꼈고, 이윽고 추락과 함께 찾아오는 흐르는 격통과 함께 한참 동안 계단을 구르다 바닥에 미끄러지며 역시나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계단을 데굴데굴 구르는 솔티 시드를 어지러운 시야로 바라보고 고개를 돌려 찾고 있던 물건을 향해 끔찍한 고통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식자재..... 자급을... 최우선으로! 농사기술의 발전과 종자 개량을.......... 농기계의 발달은 노동력의 낭비를 줄이고 작물의 대량 생산과 빠른 수확을......."

"이런! 이런! 아파보이는 걸? 셀리? 내가 간호는 못해줘도 흐트러진 몸가짐만큼은 고쳐주지."


계단참에서 미끄러지듯이 내려와 들고있던 밀크쉐이크를 쪼옥 빨아먹은 디스코드가 히죽히죽 웃으며 검은 육구가 나 있는 사자의 발을 튕겼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눈 앞에 커다란 빨간색의 구체가 생겨났다.

자신의 코 끝에 달린 빨간 공을 보며 셀레스티아 공주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디스코드를 노려보았다.

딱! 힘 없이 늘어져 있던 갈기가 사라지고 시야 윗쪽에 부풀어오른 솜 내지는 곱슬거리는 털로 이루어진 커다란 공같은 것이 보였다.

그것이 자신의 갈기와 똑같은 색이라는 것을 깨닫고 셀레스티아 공주는 이를 갈았다.

딱! 가슴팍의 묵직한 갑옷의 무게가 사라져 고개를 내리니 파란색의 우스꽝스러운 상의와 붉은 리본과 함께 그 모든 것에 프릴이 달렸다는 것을 보고 셀레스티아는 눈을 찌푸렸다.

디스코드는 명백히 자신을 광대 취급하고 있었다.   

하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구르고 했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면 그럴만도 하겠다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을 떠올린 셀레스티아는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노려보는 솔티 시드를 향해 뿔을 세웠다.


"그래! 지하에서 벌어지는 세기의 매치라니! 이런 걸 원했어!"


양 앞발을 주먹쥐는 바람에 쉐이크 컵이 찌그러지고 발을 적셨지만 개의치 않고 흥미와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둘의 대치를 바라보던 디스코드는 솔티 시드가 고함과 함께 셀레스티아를 향해 달려들자 숨을 들이키며 주먹 쥔 앞발들을 턱 아래로 끌어모았다.


"각성하라! 이퀘스트리아! 국가는 국민 모두의 것이다! 정치는 귀족과 왕족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다못해 군주제는 입헌으로! 국가정책은 국민 여론이 반영되어야 한다!"

"풋!"

"응?"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솔티 시드를 막은 것은 셀레스티아 공주가 있는 힘껏 내뱉은 작은 초록색 병이었다.

알리콘의 강력한 신체적 능력이 더해져 일반적인 포니였다면 머리가 터져나갔을 위력으로 이마에 맞아 깨지고 흘러내리며 눈과 입으로 들어가는 초록색 액체를 눈에서 훔쳐내고 뱉어내는 솔티 시드를 향해 셀레스티아 공주가 소리쳤다.


"현재 이퀘스트리아는 쌍두정이예요! 솔티 시드."

"입헌인가! 전제인가!"


눈을 비비고 혀를 털어내는 것을 멈추고 다시 달려드는 솔티 시드를 향해 뿔을 겨눈 셀레스티아 공주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강력한 마법을 떠올렸고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실현했다.


직시하면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밝은 빛이 어두운 지하를 채웠고 서 있는 것은 바닥을 내려보는 셀레스티아 공주와 맥빠진 모습으로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 앞발을 축 늘어트린 디스코드 뿐.

디스코드와 셀레스티아, 둘 모두 바닥에 드러누워있는 솔티 시드를 말 없이 바라보았다.
 

"이것 참, 소름끼치는 광경일세."

".......... 그것만큼은 인정하겠어."


번개맞은 개나 고양이, 혹은 벌레처럼 팔다리가 바싹 쪼그라들어 몸통에 달라붙은 자세로 드러누워서는 마치 튀어나올듯이 치켜뜬 눈에 안면근육이 어딘가 잘못된 것은 아닐가 싶을 정도로 잇몸까지 드러내며 활짝 웃고 있는 솔티 시드를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은 디스코드가 툴툴거리며 셀레스티아 공주를 향해 사자의 발을 튕겼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이지만, 어쨌거니 네가 이겼어. 셀레스티아."


딱! 셀레스티아의 뿔과 날개를 구속하고 있던 물건들과 광대차림의 갈기와 옷을 없애버리고 원상복귀시킨 디스코드는 안개와 같은 형상으로 사라졌다.


"차라리 네 제자랑 노는 편이 더 재밌겠군."

"그리 쉽지는 않을 거야."

"그건 두고 보자고."


디스코드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셀레스티아는 한숨과 함께 소름끼치는 형상으로 뻣뻣하게 굳어있는 솔티 시드를 염동력으로 들어올리고 왕궁의 복도로 올라갔다.


"캔틀롯의 시민들을 전부 대피소로 피난시키고 왔습니다. 자매..........여?"

"디스코드가 이 아이에게 장난을 쳤단다. 나 또한 무력해진 상태에서 간신히 제압했지."

"............. 이건 어디서 본 듯한 광경이군요."


캔틀롯의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왕궁으로 귀환한 자매의 앞에 솔티 시드를 내려놓은 셀레스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향수를 썼단다. 그랬더니 이런 반응을 보이더구나."

"포니와 용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군요."


그저 나른한 모습으로 빛을 바라보는 중독자들의 모습과는 달리 살충제 맞은 벌레처럼 보이는 솔티 시드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는 루나에게 셀레스티아가 한가지 의견을 꺼냈다.


"이제 향수와 관련된 이 아이의 혐의는 없애도 될듯 싶구나."

"흠.......... 하긴 그렇겠군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이 이런 반응을 보일 약품을 제조할 리는 없겠지요. 게다가 혼자 제조했다기에는 양도 상당했고, 스위티 드롭스의 보고에 의하면 향수와 관련된 어떤 물증도 없다 했으니까요. 그럼.........."

"뭔가 할 말이 있니?"


솔티 시드를 내려보며 군화 끝으로 턱을 살살 쓰다듬는 루나의 실실거리는 웃음 속에서 셀레스티아는 짖궂은 악동의 모습을 찾아냈다.


"그 사진기라는 기물은 어디있습니까? 사진이라도 하나 남겨야겠습니다."

"좋은 생각이구나. 그리고 작은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스테인드 글라스도 하나 맞추자꾸나."

"그건 더 멋진 생각이군요!"


솔티 시드를 배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는 동시에 비스듬히 기울이고 사진기를 올려보며 볼을 부풀리고 입술을 모은 셀레스티아 공주를 찍은 루나 공주는 기대가 잔뜩 어린 얼굴로 자매에게 사진기를 넘기고 두 발로 서서 양 앞발을 위 아래로 한껏 벌리고는 그 가운데 쪼그라든 솔티 시드를 띄워두고 렌즈를 보며 활짝 웃었다.


"혼돈의 정령이 풀려났지만, 지금 이 순간이 내 최고의 기쁨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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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퀘스트리아는 입헌군주제일까 전제군주제일까.
셀레기의 행적을 보면 전제군주제처럼 보임. 
자기가 불사신이니까 위기의식이 없고 그래서 적에 대한 방비가 느슨한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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