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일단 독주회에서 롯콘홀의 쓴맛을 봐서 피아노 소리에 대한 기대감은 낮았음. 어차피 목욕탕 사운드가 변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함.

1부
베토벤
삼중 협주곡
삼중 협주곡은 베토벤이 발트슈타인 소나타와 교향곡 '영웅'을 작곡하고 있을 무렵에 완성한 곡이라고함. 사실 평론가들 입장에서는 이 곡이 다른 곡들에 비해 형식이나 곡의 특징 등이 많이 아쉬운 곡으로 평가됨. 그래도 유명 오케스트라와 현연자들이 여러 음반을 내면서 알려진 곡임

피아노와 지휘를 함께 하는 오케스트라는 15년인가 빈필 크로스토프 에센바흐 모차르트 피협 23번 이후로 처음 듣는 것이고 정명훈이라서 기대가 컸음. 정확히 말하면 지휘와 피아노를 겸하는 정명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는데 정명훈의 역량이 곡에도 그대로 살아난 것 같음. 이번 연주는 전 악장을 통틀어서 1악장이 가장 좋았음. 송영훈이랑 이경선, 정명훈의 호흡은 괜찮았는데 뭔가 전체적으로 조금씩 어긋나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음.

앵콜곡 : 뭔지 모름
아마 베토벤이겠지? 어쨌든 오히려 앵콜곡이서 정명훈의 피아노 연주가 돋보여서 그런지 앵콜곡이 아주 좋았음.

2부

베토벤 교향곡 '운명'

'운명'이라는 제목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한다고함. 베토벤이 1악장에 대해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라고 말했던 인탄 쉰들러의 증언에 따르면 어느정도 어울리는 제목임.
내 생각인데 정명훈이 이 곡에 엄청 공을 들인 것 같음. 안그래도 서울시향 은퇴 이후 처음 꾸린 오케스트라인데 자신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베토벤 교향곡에서 어긋나면 그 이후의 길이 막막했을 것임.
어제 연주를 한번 해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이 흘러가는 것 같았음. 특히 2악장에서 플룻, 오보에, 클라리넷의 조화기 매우 좋았음.
다만 내가 앉은 자리가 합창석이라 그런지 맨 뒤에 있는 금관악기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림. 특히.. 트롬본 소리 너무 거슬렸음. 예당 합창석도 이정도는 아닌데 이건 롯콘홀이 고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음.

2부 앵콜곡
4악장 재연주함.

종합
이전 서울 시향 단원들이 말하기를 정명훈이 지휘할 때 자기 파트 연주자들을 쳐다보면 꼭 본인을 바로 앞에서 응시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고함. 또 정명훈이 지휘 실력도 대단하지만 피아노 실력은 현역 피아니스트들에 견주어도 훌륭한 수준인 것 같음. 1974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콩쿨에서 정명훈이 안드레이 가브릴로프에 이어 2위를 했는데 지금은 정명훈이 더 위에 있는듯. (사진에서 앞줄 가운데가 가브릴로프 그 오른쪽이 정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