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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워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1.03 19:45:41
조회 2714 추천 33 댓글 6








#1 조원전(낮)

당 사신 숙소. 덕만이 들어와 앉는다. 핼쑥한 얼굴의 정사, 다급하게 일어나는데.


정사: (급하게 예를 취하고) 폐하.
덕만: (여유롭게) 앉으시지요.


덕만, 먼저 앉고 정사가 따라 앉는다.


정사: (달래듯이) 폐하, 이러시면 아니되십니다. 황제폐하를 대신해 온 사신단을 감금하시다니요.
덕만: 예부대사 조위공이 당에 다녀왔습니다. 정사의 말이 거짓이 아니더군요.
정사: (흠칫)
덕만: 황제는 허언을 하지 않은 법. 당과의 외교를 단교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나...
정사: (눈치를 살피고)
덕만: 정사께서도 나름의 이유가 있으셨더군요.
정사: (!!)
덕만: (밖을 향해) 알천공.


알천, 들어와 들고 있던 오우선을 가운데 탁자에 놓는다.


덕만: 상대등의 세력과 밀약을 맺으셨더군요.
정사: 폐, 폐하. 이것은...
덕만: (비웃듯) 신국은 당과 고구려의 전쟁에 군사를 지원하고, 당은 여왕불가론을 주창한다.... 참으로 어리석은 짓을 하셨습니다. (싸늘하게 정색) 이것이 대역의 죄라는 것은 알고 계시겠지요.
정사: (흠칫 놀라다가 참담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모든 것은 저의 죄입니다. 죄는 제게만 물으시고 당과 신라의 우애에는 문제가 없도록 해주십시오.
덕만: (앞에 놓인 차를 마시고) 정사께만 죄를 물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정사: (간곡히) 폐하...
덕만: 죄를 물어야 한다면 이 일을 벌인 신국의 신료들에게도 물어야겠지요. 그러자면 짐 역시 만만찮은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할 것이구요.
정사: (!!)
덕만: 짐 역시 신국과 당이 단교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신국과 당은 서로 필요한 사이가 아닙니까.
정사: (반색하고) 그, 그렇습니다.
덕만: 정사께선 신국에 청병을 하기 위해 오셨지요.
정사: 예, 그렇습니다.
덕만: (미소) 그리하겠습니다. 군사 삼만을 내어드리지요.
정사: (!!, 환하게 웃으며) 폐하!!
덕만: 지금 신국은 군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군사 삼만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런 원군을 보내려면 짐은 꽤 많은 백성들의 원성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정사: (뭔가 원하는 것이 있구나) 무엇을... 원하시옵니까?
덕만: 정사께선 신라뿐만 아니라 백제에도 사신으로 왕래하고 계시지요.
정사: ...설마, 폐하!!
덕만: (정색하고) 당과 백제와의 단교.
정사: (...)
덕만: 정사께선 사신단의 수장이십다. 당 황제폐하와 상대국의 가교의 역할을 맡고 계시지요. 그런 정사께서 조금만 힘을 써주신다면 두 나라 사이에 (의미심장한) 조그마한 오해정도야... 쉬운 일일 것입니다.
정사: 그, 그것은 당치 않으신 말씀이옵니다. 신은 사신이옵니다. 어찌 감히 그런...
덕만: (피식 웃고) 그래요? 사신? 그럼... (매섭게) 이번 오우선의 밀약은 어찌된 것입니까.
정사: (하얗게 질리고)
덕만: 감히! 당황제의 사담을 함부로 전해, 상대국의 황제를 농락하고 희롱하였습니다. 굳이 신국의 기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당의 입장에서도 이는 실로 대역의 죄이니, 정사의 목을 베어 당 황실에 전하면 되는 것입니까?
정사: (복잡하다)
덕만: 신국은 원병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허나 백제가 원병을 할지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허니 정사께선 선택을 하셔야지요. 확실한 원병을 성사시키고, 백제와 당의 단교를 돕겠다는 맹약서를 작성해주실지... 아니면 정사의 목을 내놓으실지.
정사: (참담한데)
덕만: (몰아세우며) 선택을, 해주시지요.



#2 조원전 마당(낮)


춘추, 기다리고 있는데, 덕만이 나온다. 덕만은 손에 두루마리를 들고 있다.


춘추: 어찌 되셨습니까?
덕만: (내밀면)
춘추: (보고, 미소) 맹약서로군요.
덕만: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안그래도 무력이 부족한 마당에 원병을 보내려면 많은 힘이 들 것이야.
춘추: 희생 없이는 아무 일도 되지 않는 법입니다.
덕만: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인강전으로 향하려는 듯 몸을 돌리는데.)
춘추: (혼잣말 하듯, 원망조로) 비담이 통제하지 못한 일을 결국... 폐하께서 수습하시는 군요.
덕만: (!, 몸을 돌리고, 다그치듯) 춘추야.
춘추: (덕만의 눈을 회피하며) 저는 다만, 미실의 그림자에 폐하마저 잃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덕만: (!)
춘추: (덕만을 보고, 슬프게) 이제 제게 남은 유일한 혈족은... 제 가솔들을 제외하면 용춘공과 폐하 뿐이시니까요.
덕만: ......내게 남은 유일한 가족은... 너뿐이다.
춘추: (!)
덕만: (슬프게) 그래서 나는 꼭... 네가, 날 이해해주었으면 좋겠구나.

춘추, 고개를 돌려 덕만의 눈빛에 모른 체 한다. 덕만은 더 이상 채근하지 않고 인강전을 향해 다시 걸으려 하는데, 가슴에 욱씬거려 가슴을 부여잡는다.


춘추: (놀라 다가와) 폐하!
덕만: (진정하고) 괜찮다. 요즘들어 자주 이러는구나.
춘추: 어의를 부르겠사옵니다.
덕만: (고개를 끄덕인다.)


멀리서 달려오는 내성 관리, 춘추에게로 간다.


관리: 춘추공, 내성에 급한 장계가 올라왔사옵니다.
춘추: (걱정스런 얼굴로 관리와 덕만을 번갈아본다.)
덕만: (희미한 미소) 가보거라. 진맥정도는 혼자 받을 수 있어.
춘추: (고민한다.)
덕만: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3 인강전 침전(낮)


의원의 진맥을 받는 덕만. 의원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의원: (진맥을 끝내고)
덕만: 요즘들어 부쩍 흉통이 있다. (대수롭지 않게) 과로가 쌓인 것이냐?
의원: (안절부절 못하고) 폐, 폐하.
덕만: (?, 뭔가 심상치 않다.) 무엇이냐.
의원: (여전히 말을 하지 못한다.)
덕만: 어서 말하라!
의원: (내지르듯) 혀, 협심증이시옵니다.
덕만: (!!) 혹... (떨리는) 선왕께서 앓으셨던 그 병을 말하는 것이냐.
의원: 그러하옵니다.
덕만: (믿을 수 없는) 협심증이라니....
의원: 당장 국사를 물리시고 휴식을 취하셔야 하옵니다. 협심증은 절대안정만이 악화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옵니다.
덕만: (참담한, 눈을 질끈 감는다.)
의원: (간곡하게) 폐하...
덕만: (눈을 뜨고) 안정을 취하면 얼마나 살 수 있는 것이냐.
의원: 단언하여 말씀 드릴 수는 없사옵니다. 허나, 반년 정도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옵니다.
덕만: (허탈하게 웃으며) 반년.... 허면, 이대로 국사를 돌보면... 얼마나 살 수 있겠느냐.
의원: (!!) 폐하...
덕만: 물음에 답하거라.
의원: ...협심증은 강한 충격을 받으면 언제 어떻게 숨을 거둬도... 이상할 것이 없는 병이옵니다.
덕만: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냐.
의원: (차마 답하지 못한다.)
덕만: (허망한) 아직은... 안되는데. 아직은... (아득하다. 눈을 감고)



#4 인강전 침전(낮)


덕만, 현실을 받아들인 표정이다.

덕만: 내 용태는 누구에게도 발설해선 아니된다.
의원: 폐하...!
덕만: 나가보거라.
의원: ......하오나, 폐하.

덕만, 답하지 않고. 의원은 뒷걸음질로 물러난다.


#5 서라벌이 내려다보이는 누각(낮)


덕만, 먼 곳을 응시한다. 멀리서 지켜보는 알천. 유신이 알천에게 다가온다.

유신: 시위부령.
알천: (돌아보고) 상장군.
유신: 폐하께선 아직도 저러고 계시는가.
알천: 벌써 며칠째 저리 멍하니 앉아만 계시네.
유신: 그럴만도 하네. 일평생을 신국을 위해 살아오신 폐하가 아니신가. 헌데 여인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타국의 조롱을 받아야 한다니. 참으로 기막힌 일이 아니겠나.
알천: (안타까운데.)


#6 서라벌이 내려다보이는 누각(낮)

먼 곳을 응시하는 덕만.


의원(E): 협심증은 강한 충격을 받으면 언제 어떻게 숨을 거둬도... 이상할 것이 없는 병이옵니다.

회상

김서현의 부하들을 향해 칼을 겨누던 덕만.

설원에게 잡혀 끌려갈 때 소엽도로 줄을 끊고 자진을 시도하던 덕만.

미실을 향해 두 팔을 벌려 화살을 맞던 덕만.


덕만: ...(중얼거리듯) 몇번이고... 몇번이고 견뎌냈건만. (하늘을 향해 한탄하듯) 천의란,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라더니.



  #7 사찰(낮)


불당에서 합장하며 절을 올리는 덕만. 귀족복색이다. 앞에 놓여진 진평과 마야의 신위.
덕만, 진평제의 신위를 올려다본다. 죽은 아비도 같은 고통을 느꼈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고 그립다.


#8 사찰 방 안(낮)


앉아 차를 마시는 덕만. 그때, 주지 스님이 다가오고.

주지: (합장하고) 폐하.
덕만: (역시 합장하고) 오랜만입니다. 스님.
주지: 부모님을 뵈러 오신 것입니까.
덕만: (신위가 있는 쪽을 흘끗 보더니) 선왕 폐하가 생각이 나 시간을 내 들렀습니다.
주지: 마침 승만공주께서도 절에 머물고 계십니다. 알고 계시는지요?
덕만: (?) 승만이요?
주지: 예, 국반전하의 신위도 이곳에 모셔져 있질 않사옵니까.
덕만(E):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생각이 떠오르고) 승만...! 신국에 남은 유일한 성골.
덕만: (방 바깥에 있던 내관을 향해) 너는 가서 승만공주를 모셔오너라.
내관: 예, 폐하.



#9 절 일각(낮)


탑 근처에서 서성이던 덕만. 내관이 승만을 데려온다. 승만은 덕만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지만 무채색의 무명옷을 입고 있다.

승만: (덕만을 향해 예를 취하고) 오랜만에 뵙습니다. 폐하.
덕만: (살짝 미소) 그래, 어머니의 장례때 보고 처음이로구나. (승만의 옷을 보고) 아직도 불가의 뜻을 꺾지 않은 것이냐?
승만: (민망한 듯 웃고) 어머니를 설득 중이온데, 쉽지 않습니다.
덕만: (잠시 아쉬운 듯 하나, 표정을 감추고) 잠시 걷겠느냐?
승만: 예.


덕만, 먼저 걷고 승만이 따라 걷는데.


덕만: 국반께서도 이곳에 모셔져 계시지?
승만: 예, 그렇습니다.
덕만: 국반께서도 진심통으로 인해 돌아가셨다고 하던데?
승만: 그런 줄로 알고 있습니다.
덕만: (돌아보며) 너는 괜찮은 것이냐?
승만: (대수롭지 않게) 예, 저는 어머니를 많이 닮아서요.
덕만: 그래... (아픈 미소) 나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나보다.
승만: (무슨 말인지 모르고 덕만을 보다가, !!) 폐...하, 설마....
덕만: 의원의 말이,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하더구나.
승만: 허면 당장 조정에 알리고 안정을 취하셔야지요.
덕만: 그래,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리 할 수가 없구나. 내 후계를 안정시키지 못했어.
승만: 춘추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덕만: 춘추가 내성사신이 된지 이제 겨우 삼년이 조금 넘었다. 그 아이의 세력이라곤 일부의 황실세력과 복야회의 반쪽짜리 가야세력 뿐이야. 알천의 육부세력, 유신의 가야세력... 모두 나의 신하는 될 지언정 춘추의 신하가 되기에는 너무 큰 존재들이다. 아직 춘추가 다스릴 그릇들이 아니야. 게다가 춘추는 부족한 정치경험을 보완해줄만한 명분도 부족하다. 나완 달리 춘추는 성골이 아니니까. (정색하고 승만을 돌아보며) 해서 난... 나와, 춘추를 이어줄 다른 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승만: (!)
덕만: 부족한 정치경험을 채워줄 수 있는, 성골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가진, 그러면서도 춘추를 경계하지 않을, 권력욕이 없는 그런 자.
승만: 설마 저를 부르신 까닭이...
덕만: 처음부터 널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만... 지금은 그리 생각하는 구나.
승만: (복잡한데)
덕만: (그런 승만을 안타깝게 보고) 당장 답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네 결심이 설 때까지는 버틸 수 있어.
승만: ......(고민하다, 덕만을 보고) 언젠가는 폐하께 보은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덕만: (?)
승만: 폐하께서 승하하시기 전, 뜻을 이룰 수 있어 다행입니다.
덕만: 무슨 말이냐?
승만: (그리운 미소) 어릴 적, 어머니와 같이 피접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정인을 만나 마음을 나누었었지요.
덕만: (!) 정인이 있어? 헌데 어찌 스님이 되겠다 한 것이냐.
승만: (슬픈) 신국에서 성골은 망국 출신인 진골과도 혼인하기 어려워, 야반도주를 해야 하는 자들입니다. 그런 제가... 이두품의 평민과 혼인하겠다 고집을 부리면, 죄를 뒤집어 써야 하는 자는 제가 아니라 그이가 되겠지요.
덕만: (알 것같다. 승만이 안타깝고)
승만: 굳이 혼인하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다만 마음을 나누고, 서로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요. (덕만 보고, 미소) 그 이가 있던 안강성에서 난리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가슴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덕만: (!) 안강성... 허면 그때 그 자도...
승만: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주동자는 아니었으나 젊은 혈기에 때려죽인 병사가 수어명인지라, 살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합니다. 그리고 그 목숨을 공주셨던 폐하께서 살리셨지요. 그때 그 빚을, 제가 갚을 수 있어 기쁩니다.
덕만: (고마우나, 한편으론 미안하다) 괜찮겠느냐?
승만: (보면)
덕만: 황제란 자리는 본디, 누구와도 마음을 나눌 수 없는 자리다. (스스로에게 말하듯) 떳떳한 이름 석자가 있건만, 누구에게도 불릴 수 없는 자리이며, 아끼는 신하에게도, 소중한 조카에게도, 심지어 마음을 나눈 정인에게도... 그저 임금이고, 주군이어야 하는 외롭고 따분한 자리다. 네 정인에게도... 결코 곁을 내어줄 수 없는 자리야. (안쓰러운) 그래도, 괜찮겠느냐?
승만: (차분한 미소) 어차피 이제는 영영 곁을 줄 수 없는 사람입니다.
덕만: (보면)
승만: (보고) 백제와의 전쟁에 자원하여, 불귀의 객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니까요. (현실을 받아들인, 그러나 슬픔이 어린 얼굴) 해서 스님이 되어 그 이의 명복을 빌어주려 했습니다. 허나, 폐하의 명을 받들어 그 사람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이 곳, 이 신국을 지키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덕만: (위로하듯) 네가 있는 곳이기에, 그 자는 그토록 이 곳을 지키고 싶어했을 것이다.
승만: (보면)
덕만: (안쓰럽지만 고마운)



#10 절 문 앞(낮)


문을 나서는 조금은 편안한 표정의 덕만. 그러나 곧 얼굴이 굳고.


승만(E): 국혼을 하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상대등께서도... 용태에 대해 알고 계시는 것이옵니까?
덕만: (괴롭다. 중얼거리듯) 비담....



#11 인강전 앞(밤)


피곤한 얼굴로 들어오는 덕만. 기다리던 비담이 걸어온다.


비담: (정인을 보는 눈빛) 폐하.
덕만: (복잡한)...어인 일이냐.
비담: 문안을 드리러 찾았습니다. 하루종일 어딜 다녀오신 것이옵니까.
덕만(E): (보며) 너를 걱정하기에 앞서, 신국의 미래에 대해 걱정했고, 네 얼굴을 찾기 전에 신국의 후계를 찾아 헤맸다. 이젠 정말... 어쩔 수 없는 왕인가보다.
비담: (답이 없는 덕만이 이상한, 재촉하듯) 폐하.
덕만: 선왕을 모신 사찰에 다녀왔다.
비담: 사찰에는 어찌... (오우선의 일이 생각나고, 굳은 얼굴로) 송구하옵니다. 폐하.
덕만: (살짝 미소) 괜찮다. 그 일은 잘 해결되지 않았느냐. (말을 돌리듯) 들어가자. 바람이 춥다.


덕만, 걸어가려는데, 갑작스런 흉통이 온다. 멈칫하고 가슴을 감싸쥔다.

비담: (놀라) 폐하!
덕만: (서둘러 가슴이 아닌 다리를 감싸고) 괜찮다. 오늘 절을 너무 많이 올렸나보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구나.


뒤따르던 내관, 덕만의 앞으로 가 둥이 보이게 꿇어앉고.

내관: 업히시옵소서, 폐하.

덕만, 아무렇지 않게 업히려는데. 비담이 저지한다.

비담: 제게 업히십시오. 폐하.
덕만: (당황한) 아니다. 어찌 네 등을...
비담: 뭐 어떻습니까. 내관의 등이나, 소신의 등이나 무엇이 다르다구요.
덕만: 어찌 내관과 상대등을 비교하겠느냐. 괜찮으니 물러나거라.
비담: (물러나지 않고, 따뜻하게) 제가, 업어드리고 싶어 그럽니다.
덕만: (보고)


#12 절 일각(낮) 회상

승만: 혹여, 상대등께 상처를 줄까 두려워 부러 멀리하지 마십시오. 폐하.
덕만: (보면)
승만: 지금 제가 가장 후회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와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그토록 짧을 줄 알았더라면,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걸 그랬다구요. 그럼 지금보다는 더 많은 추억을 뒤적이고 살 수 있었을 텐데. (덕만보고) 떠나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고 싶어 하지 않지만, 남는 사람들은 같이 보낸 시간들을 붙잡고 사는 법입니다. 허니, 진정으로 상대등을 위하신다면... 더 많은 시간을, 상대등과보내세요. 폐하.



#13 인강전 앞(밤)

덕만: (미소) 무거울 것이다.
비담: (피식 웃으며 등을 내주고)
덕만: (업힌다)

비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덕만은 편안하게 등에 머리를 기댄다.


덕만: (허공을 보며) 비담.
비담: (이 시간이 꿈같고 소중하다) 예, 폐하.
덕만: ...선위할까.
비담: (표정 굳고) 백제와의 전쟁은 폐하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소신과 사량부가...!
덕만: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고 말 끊으며) 아니다. 그 때문이 아니야. 그저... 조금 힘들어서, 힘이 들어서... 쉬고 싶을 뿐이야.
비담: (그런 덕만이 안쓰럽다.)
덕만: 선위를 하면 나는 더 이상 황제가 아니고, 너는 상대등이 아니다. 네 어머니의 유지는... 영영 물거품이 되고 말아. 그래도 괜찮겠느냐?
비담: 폐하께서 선위하시면, 저는 폐하를...(덕만이라 부를 것입니다. 말을 삼키고) 폐하의 이름을 부를 것입니다. 천년의 이름따위가... 어찌 정인의 이름을 부르는 호사에 비하겠습니까.
덕만: (꿈을 꾸듯 허공을 짚는 눈빛) 선위하고 서라벌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작은 사찰을 세우고, 텃밭을 만들고.
비담: (보다가, 장단을 맞춰주듯) 작은 집도 하나 지어야지요.
덕만: 그래, 작은 집을 짓고. (농담처럼) 명색이 선왕과 전상대등이니, 굶어 죽지 않을만큼의 곡식은 관아에서 내 주겠지. (눈을 감고, 이루지 못할 꿈을 꾸듯) 사찰에는 조악하게 깎은 목불하나면 충분하겠지. 낮에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죽을 쒀 나눠주고, 밤에는 잘 익은 곡주를 들고 찾아오는 유신이나 알천공과 술잔을 기울이고.
비담: (농담인줄 알지만, 역시 상상만으로도 좋다.) 밭는 제가 갈겠습니다.
덕만: 김은 내가 매마.
비담: 파종은 제가 하지요.
덕만: 가축은 내가 기르고.
비담: (보다가, 장난스레) 닭은 꼭 기르셔야 합니다.
덕만: (눈 감은채 피식 웃고) 그래.
비담: 꿩도, 오리도요.
덕만: 알았다.
비담: 폐하께선 소고기를 좋아하시니, 소도 서너마리 키우구요.
덕만: (웃으며) 함부로 소를 도축하는 것은 불법이니라.
비담: (피식 웃고) 보십시오. 이리 법도 운운하시는 분이 선위는요, 무슨.


인강전 계단을 오르는 비담. 덕만은 비담의 등을 더 가깝게 껴안는다.


덕만(E): 선위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이나, 오롯이 덕만으로, 여인으로 살 것이다. 그것이... 내 마지막 꿈이고, 소원이니라.





선덕여왕은 복습할때마다 후반부 보면 짠내나 죽을거같다. 특히 덕만이가 비담에게 편지쓸때 보내는 사람으로 덕만 이름 쓸때.....ㅠㅜㅠㅜ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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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247 블래 디트 << 이 새끼들이 걍 젤역겨움ㅋㅋㅋ ㅇㅇ(185.230) 22.04.23 58 0
387246 1516바드 아브버스 날먹 출동!! ㅇㅇ(194.59) 22.04.23 54 0
387245 직업만보고 걸러지는거보니 화나노 극특보드들 날먹 씹오짐 ㅇㅇ(146.70) 22.04.23 52 0
387243 강선이형이 푹 고아낸 갈비찜가자 ㅇㅇ(128.1) 22.04.22 58 0
387242 병신같네 왜그랬지 ㅇㅇ(165.22) 22.04.22 52 0
387241 특화낮으면 뷰웅신팔찌임 ㅇㅇ(37.120) 22.04.22 50 0
387240 개꿀잼 대사 자노~~ ㅇㅇ(37.120) 22.04.22 47 0
387237 도화가주제에 흩뿌는 왜쳐빼는거 ㅇㅇ(177.54) 22.04.21 52 0
387236 그니까 많이 키워서 직각악세 가격좀 낮춰 십새들아 ㅇㅇ(82.102) 22.04.21 52 0
387235 어 10트 더 누를때까지 단식투쟁이야 ㅇㅇ(200.25) 22.04.21 49 0
387233 보석 << 걍 가지고만있어도 계속 가치하락진행중 ㅇㅇ(200.25) 22.04.20 53 0
387232 결국 3오의 기습사멸이 미래였노 ㅇㅇ(185.191) 22.04.20 53 0
387231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하지말라고 씹새들아 ㅇㅇ(45.84) 22.04.20 48 0
387229 이새끼가 건슬보다 쌘데 건슬만 쳐맞음 ㅇㅇ(185.245) 22.04.19 59 0
387228 진짜 세구30도 이제 허벌인듯 ㅇㅇ(194.34) 22.04.19 58 0
387227 타대가 쉬운거 누가 모르노 ㅇㅇ(212.83) 22.04.19 54 0
387226 카던 ㄹㅇ 개 좆병신 ㅇㅇ(167.172) 22.04.19 53 0
387224 ㅋㅋ 병신 굿~  꺼어어억~ ㅇㅇ(195.146) 22.04.18 59 0
387223 열받으면 환류하세요 ㅇㅇ(185.252) 22.04.18 56 0
387222 악마화 참기보다 더 빡셀듯 ㅇㅇ(185.252) 22.04.18 53 0
387220 맨날 망치들고 장애인 마냥 행동하더니 진짜 저능아가 된거임? ㅇㅇ(159.89) 22.04.17 55 0
387219 방섬하고 월섬내연하고 치적60퍼이상 차이나버리니까 ㅇㅇ(219.248) 22.04.17 58 0
387218 하루종일 처맞고 약포 유지를 못함 ㅇㅇ(84.247) 22.04.17 60 0
387217 강제로 알낳게해서 후라이해먹자나 ㅇㅇ(45.138) 22.04.17 53 0
387216 살려내살려내살려내살려내 ㅇㅇ(109.248) 22.04.17 57 0
387214 이제 정흡은 진짜 도태될듯 ㅇㅇ(46.166) 22.04.16 52 0
387213 저럴거면 워로드 하고말지 ㅇㅇ(122.10) 22.04.16 54 0
387212 개미젿구녕만큼씩오르던데ㅋㅋ ㅇㅇ(169.57) 22.04.16 55 0
387211 서곡 쿨마다 꼬박꼬박 돌릴꺼임 ㅅㄱ ㅇㅇ(178.175) 22.04.16 50 0
387209 위모처럼 피가 마이너스로 까일수준으로 맞으면 피1까진 봐주게 ㅇㅇ(45.84) 22.04.15 53 0
387208 쓸데 없는 어슬 빼고 진작 해줄걸 그랬노 ㅇㅇ(103.108) 22.04.15 54 0
387207 버스트 각인을 쓰면 장검스킬을 못쓰개됨  ㅇㅇ(104.166) 22.04.15 54 0
387206 가지무침만 좆같이 처내는데 ㅇㅇ(146.70) 22.04.15 52 0
387205 백헤드딜러아니면 버가시랑 다를게 뭔가싶음 ㅇㅇ(200.25) 22.04.15 55 0
387203 자꾸 도약의정수 생기물약 풀어 이새끼;; ㅇㅇ(129.227) 22.04.14 5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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