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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 ME _9

그작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2.09 23:55:18
조회 785 추천 17 댓글 10

														

KILL ME _9












 

아무리 진이냐고 물어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확신했다. 진이가. 진이가 돌아왔다. 나의 살고 싶다는 비겁하고도 뻔뻔한 말 한 마디에. 바보같을 정도로. 아니 너무 바보 같아서 눈물이 났다. 내가 뭐라고. 신혜성이 뭐라고. 강하고 당당한 전진이 저렇게 달라질 수 있는건지. 자신의 울음소리를 듣고서 달려오는 진이의 다급한 발걸음에 결국 주저앉았다.




"킬러도 죽는 게 무섭긴 한가봐?"




무서웠다. 무서워서 빌었다. 살려달라고. 그런 애원에 달려와 나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 진이는 그런 존재였다. 목숨을 살려준 댓가로 뭔들 못 가졌을까. 그런데도 진이는 바라는 게 없었다. 계속해서 몸을 차지하고 싶지도 않아했고. 나에게 뭔가를 하라는 명령조차. 진이는 단지 웃어줬다. 그럴 말할 자격도 없는 나의 부탁에.





신혜성.





너무도 오랜만에 들리는 진이의 목소리. 어딘가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 진이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 암흑 속에 감춰진 모습을 뒤로 또다시 흘러나오는 목소리. 눈을 감았다 다시 뜬 그 순간에 내 앞에 나타난 전진. 신혜성과 전진. 단 둘만의 공간에서. 오로지 단 둘만이서 만날 수 있는 바로 그 순간.





말해.





명령을 했다. 나는 지금까지. 부탁이란 껍데기를 안고서 내가 진이에게 내린 건. 절대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신혜성이니까. 그런 생각하나로. 수행한 나의 모든 말. 진의 눈에서 모든 것이 읽혔다. 반대로 나의 눈에서는 대답 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그 어떠한 대답보다 성의 없는.





살고 싶다고.





진이가 내민 손. 그 손으로 향하는 나의 손이 떨렸다. 저 손을 잡아버리는 그 순간에 하늘로 흩어져버리진 않을까. 잠시동안의 꿈처럼. 눈을 감았다 뜨면 차가운 총구만이 자신을 기다리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아주 어리석고도 답답하기 그지없는 그 두려움을 깨부순건 진이었다. 다가서던 나의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리고선 조심스레 나의 손에 입 맞췄다. 그리워여서일까. 따뜻하고도 부드러운 진의 온기. 나는 입을 열었다.





...살고 싶어. 나 살고 싶어, 진아.





진이의 미소. 그 뒤로 다가오는 진이의 손. 마침내 나의 눈을 덮고서.





신혜성이 그렇다면.







#







눈을 떴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지는 몸의 감각. 손가락 하나의 까닥거림까지 신선한 자극이었다. 방금 전까지 신혜성이 떨어트린 눈물을 닦아냈다. 손등에 닿은 눈물이 형광등의 빛에 반짝거림과 동시에 바로 앞에서 지랄하던 놈의 턱을 가격하고 총을 빼앗았다. 탕. 당황하는 그 놈의 표정따위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 뒤를 이어 곧바로 뒤에 있던 두 놈까지 처리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얼굴에 튄 피가 흘러내렸다. 조준이 빗나갔나. 피가 많이도 묻었다.




"...신혜성?"




방심한 탓이었을까. 목소리를 듣고서야 알아챘다. 총을 겨누려던 자세를 고쳐맸다. 김동완. 그 놈이었으니까.




"...무사한거야?"




신혜성의 안위를 먼저 묻는 건 마음에 들었다. 분명 이 놈도 죽은 놈들과 한 패일텐데. 그 와중에 신혜성을 걱정하는 건 과도한 오지랖인가. 아니면 신혜성을 넘보는 건가. 생각해보니 둘 다 별로였다.




"말해봐. 어떻게 된거야? 정말 너가 전진이야?"




맞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라고 해야할까. 총구를 머리에 긁적였다. 생각해보니 굳이 이 놈과 마주서서 놀아줄 필요가 없었다. 신혜성이 나를 불러준 지금. 내가 필요한 건 신혜성과의 시간이니까. 너랑 노닥거릴 시간 없다고. 신혜성이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그 놈의 시야를 막고 돌파했다. 감히 신혜성에게서 나를 떨어트린 죗값으론 목숨으로도 부족하지만. 신혜성때문에 산 줄 알아.




"신혜성!"




코트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신혜성 이름을 외치는 꼴이라니. 비웃음을 짓고선 달려나갔다. 지리적인 정보는 이미 마지막 사냥때 전부 기억해두었으니 탈출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갑작스레 뒤에서 울린 총소리만 아니었다면.




탕.




반사신경으로 겨우 팔뚝에 스치는 것으로 끝났지만. 신혜성이었다면 즉사. 정확히 심장을 노렸다. 뒤를 돌아보았다. 살려준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비인데. 김동완. 그 놈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더이상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신혜성을 건드린 순간. 그 놈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곧 떠나게 될 죽음의 강을.



총알의 개수를 확인했다. 3발. 신혜성을 건드린 놈의 최후로는 너무도 깔끔한 마무리였다. 숨을 한 번 고르고. 코너를 돌아 그 놈을 다시 마주했다. 탕. 탕. 자신을 맞추지도 못하는 총알 소리따위가 들릴 리가 없었다. 단지 조준. 그리고 저격.




털썩.




자초한 일이었다. 김동완. 그 남자가 먼저 총을 당겼다. 자신의 총알은 정당방위였다. 비록 그 총알 하나가 꿰뚫어버린 머릿속이 온통 엉망이 되고. 나의 머릿속까지도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해도.




"김동완!"




쓰러지는 김동완 뒤로 달려오는 남자. 아주. 너무나도 아는 남자. 신혜성이 눈을 뜨지 않아야 할텐데.




"...신혜성."




이민우라는 남자.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총을 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남자를 쏠 정도로. 신혜성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부터 구역질이 나지만. 문제는 신혜성. 신혜성이 이 남자를 원하는 것 같으니까. 그게 너무 잘 느껴지니까. 신혜성의 마음을 가졌다. 그 하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그런 나를 두고 신혜성이 선택한 건 이 남자였으니까.




"...아니 전진이라 불러야 되나."




고이 잠든 신혜성. 영원토록 깨지 않는다면. 그냥 이렇게 곁에서 보기만 해도 좋다면. 지금 이 남자를 쏴. 스스로의 유혹이 파고들었다. 신혜성이 바라보는 남자. 멍청하게도 그걸 모르는 저 남자. 이 바보짓에 내가 낄 이유는 없어. 그냥 비켜주면 되는거야. 그러면. 그러면 되는데. 그렇게 되면. 더이상 신혜성을 바라보는 것도. 신혜성을 위해 내가 있어야 할 이유도. 모두 사라지고. 나 또한. 그런데 내가 그딴 선택을 내릴 수 있을리가 없잖아.




"..."




발소리. 계단에서 올라온다. 바닥을 구르던 총 하나를 줍는다. 8발. 발자국 소리로 봐서 기껏해야 여섯 쯤 될까 싶지만. 더이상 시간을 끌면 귀찮아진다. 신혜성을 위해서라도. 지체하지 말고 도망쳐야했다. 그러기 전에. 슬쩍 뒤를 돌아본다. 절대 믿기지 않는다는. 나를 보는 이민우의 눈빛. 그 시선에 물을게. 정말로 몰랐어? 단순하게 신혜성이 이딴 인간이 아니기를 바랬던 건 아니고?




"...신혜성, 정말 너가 전진이야?"
"...그래. 어때? 이런 신혜성을 마주한 기분이."




돌겠어. 차라리 하늘이 무너지지. 그러면 한 번에 끝날텐데. 이건 너무 잔인하잖아. 사람을 놓고. 그냥 나도 쏴버리지 그랬어. 그 실력이면 내 심장 정도는 눈 감고도 뚫 수 있었을텐데. 신혜성에게 심장이 뚫리는 기분은 어떠려나. 짜릿할까. 아플까. 그것도 아니면 행복하려나. 아니. 그건 아니겠다. 신혜성은 이미 무너졌어. 내 앞에 서 있는 건. 신혜성이 아냐. 이 세상에 더이상 신혜성은. 그 어디에도.




"할 말 없으면 실례."
"신혜성!"




마지막으로 부른 신혜성이란 이름에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 건. 뭘 뜻하는 걸까. 영원한 신혜성과의 이별인가. 내가 알고 있던 신혜성은 죽었다. 전진에게 먹혔다. 돌아오지 않는다. 그럴리가 없어. 나의 신혜성이. 내가 보았던 신혜성은 진짜였고. 살아있었고. 신혜성 그 자체였어. 신혜성이 살인마일리가. 신혜성이 전진일리가 없어. 없잖아.



외로운 절규. 차갑게 식어가는 김동완을 품에 안고서. 이미 끊어진 목숨줄을 잡아당기고 놓지 않는 신혜성의 환영. 영혼 없는 미소를 띠면서. 그대로 총을 겨눴을. 상상이 아닌 현실. 이미 벌어진 일. 엎어진 물. 돌이킬 수 없는. 더는 눈을 뜨지 않는 김동완도. 그런 김동완에게 박혀있는 총알의 주인도. 바뀌지 않는. 부정해도. 밀어내도. 어떻게든 만나게 되있는 필연적 진실.



 

"...그 동안 사람 취급 해줘서 고마웠다. 김동완."







김동완은 죽었다.







신혜성이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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