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 지망생으로서, 12회까지 보고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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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드라마 작가 지망생으로서, 12회까지 보고난 느낌

ㅇㅇ(58.141) 2017.06.28 17:00:02

조회 3203 추천 39 댓글 21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글을 쓴지 한 4년 쯤 된 닝겐이다. 아직 입봉은 못했지만...

공부할 겸 모니터할 겸 방송중인 드라마의 초반부는 웬만해선 보려고 하는데,

최근엔 중반부 이후 뒷심을 유지하는 드라마가 몇 없더라. 6~8회 정도에서 포기하는 드라마가 대부분.

하지만 쌈마는 12회까지 빠지지 않고 잘 보고 있다.

스토리텔러로서 쌈마를 보면 많은 장점과, 또 많은 아쉬움이 있는 드라마인 것 같다.

우선 첫째 장점은 대사다. 임상춘 작가님의 대사는 정말 좋다.

어제 방송분만 봐도

"총알 세 방 중 두 방은 맞아줄 거야"

"내무반이야?"

"넌 매초마다 날 죽였어" 같은 대사들이 마음 속을 맴돈다.

드라마를 보고 난 뒤에 머리에 남는 대사를 쓰는 건 정말 어렵다. 그런 점에선 정말 엄지 척!

두번째 장점은 떡밥을 뿌리는 능력이다.

황복희 여사가 검색어 1위를 하는 것만 봐도 작가님의 떡밥력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 뿐이랴? 지금까지 뿌려놓은 게

중국집 음식들,

뭔 짓 벌일지 알 수 없는 경구, 남일이, 혜란이 등등 다양하다.

이런 떡밥들은 다음 회차 궁예를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잔재미를 준다.

세번째 장점은 개그감이다.

어제 동만이가 침대 수리하는 거 보고 새삼 감탄했다.

아, 이 작가님 똘끼있구나.

대사를 잘 쓰는데 똘끼까지 있으니 이 정도면 무사시 뺨치는 이도류 검객이다.

장점 세 가지를 적었는데 사실 이 글을 쓴 주 목적은 다음이다.

재밌게 보고 있는 쌈마에서 아쉬운 부분에 대한 얘기들.

먼저, 이건 내 추측인데 - 그래서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

임 작가님은 글을 쓸 때 상황을 먼저 쓰고 감정을 만드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를 들면 어제 방송분에서 인턴이 설희한테 사과한답시고 불러내서 물 맞는 씬을 보자.

이 씬은 사실 창작자 입장에서 말하면 설희한테 물 뿌릴 기회를 주기 위해 쓰여진 씬이다.

덕분에 인턴은 헤어진지 하루 된 여자를 찾아가 당신 남친과 만나고 싶다고 선언하는 사이코 같은 년이 되는 거고.

동만이가 애라랑 서산 모텔에서 동침할 때 보면

동만이가 바퀴벌레가 무섭다고 애라 방에 들어오는데,

상황은 재밌지만 이건 인물의 감정이 진실하지 않은 씬이다.

바닷가에서 자란 서산 촌놈이 바퀴벌레에 경기를 일으킨다? 심지어 벌레 잡는 진드기 닥터가?

또 '동만이 녀석이 애라랑 같이 있고 싶어서 일부러 저러나?' 라고 생각해보면,

동만이의 순수함이라는 설정도 깨지는 게 되는 거고.

나아가 주만이가 인턴 집에서 잠을 자게 되는 상황은 솔직히 정말...

그냥 주만이가 인턴에게 마음이 흔들려서 그렇게 한 것으로 그렸으면 안 됐을까?

왜 말로는 연락하지 말라면서

사고 처리 도와주고, 대리운전 해주고, 택배 들어주고, 남의 옷방에서 잠까지 자는 이중인격자를 만들어야 했을까.

인턴은 왜 그 경황없는 와중에 sns에 같이 있다고 올렸을까.

이 갤 어디서 본 것처럼 인턴이 제갈량 같은 전략가라서 설희 보라고 일부러?

인턴이 그런 전략가라면 다음 날 주만이한테 대리님이 저 안고 설희야 라고 했어요 라는 얘기는 왜 했을까.

본인한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얘기인데 말이다.

이유는? 설희는 인턴의 sns를 봐야 쳐들어 올 수 있고 주만이는 그 말을 들어야 헤어질 때 감정이 더 살기 때문에... 가 아닐까.

물론 상황을 먼저 만들고 감정을 대사로 정리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인물의 감정선, 캐릭터가 흔들리는 건 피해야 하지 않을까.

이 드라마에 몰입하는 것을 가장 많이 방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동만이의 캐릭터다.

동만이는 '눈치없는 바보'와 '세상 멋진 직진남' 을 왔다갔다 하는데

나는 이것이 순전히 '설레는 씬'을 만들어 내기 위해 편의적으로 쓰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시 말해 동만이는 설레는 씬이 필요한 순간엔 한없이 멋진 대사를 하는 직진남이 되고

그렇지 않은 순간엔 눈치없는 바보가 된다.

물론, 요즘 회차엔 대체로 직진남으로 정리가 된 것 같지만 말이다.

글이 너무 길어졌다. 더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다음 기회에...

출처: 쌈, 마이웨이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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