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1-6부 잡상) 아버지들을 닮아가는 아들과 딸

말몽의 고양이(182.212) 2017.10.17 23:16:40
조회 1215 추천 63 댓글 10
														

유년기 에피소드가 전반부에 중요하게 배치된 경우, 당연히 후반부에 유년기 에피소드에 뿌려둔 복선을 회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드라마 작가의 경우 그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때 “왜”라는 의문에 답해지지 않은 것들, 즉 유년기 에피소드에서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은 장면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3부 재찬과 홍주의 유년기 서사가 풀리면서 확인된 사실은 

예지몽이 매개되었건 매개되지 않았건 그날의 비극(남철두 버스 기사와 정일송 경감의 죽음)은 두 아버지들의 의로운 ‘선택’이었다는 사실이다.


#1. 아버지의 선택이 불러온 홍주의 트라우마 - 두려움과 자책


러나, 아버지의 선택을 앞에 두고 홍주는 예지몽을 막지 못한 자신의 무력함을 자책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못 바꿔요.”  

4부 어퓨굿맨 회차 편의점 씬에서 꿈을 바꾼 사실을 두고 뿌듯해하는 우탁의 경우와 달리 홍주는 두려움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이것은 재찬의 등장 후 꿈이 바뀌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하였음에도 

홍주가 아버지의 죽음이 남긴 트라우마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도 재찬처럼 꿈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강초희 화상 꿈 에피소드’를 통해 

기자의 길을 다시 걷기로 결심한 그 순간에서조차 홍주는 쉽사리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다. 

트라우마가 홍주 내면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아 왔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것은 단지 자신의 죽음(초록색 우산 꿈이 가리키는 미래)에 대한 공포라기보다는 

홍주의 내면에 깊이 똬리 튼, 

‘꿈’은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 '꿈'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보았으면서도 막을 수 없었다는 자책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홍주는 기자로 죽는 꿈을 꾼 뒤 기자 생활을 포기했었다.

그렇다면 홍주는 기자를 그만 두는 선택을 통해 ‘초록우산, 파란 옷 죽음’이 가리키는 미래를 바꾼 것일까? 아니다. 

그 꿈이 가리키는 것은 ‘기자로서의 홍주’가 죽는 미래를 가리키는 것이지, ‘기자가 아닌 홍주’가 죽는 미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홍주는 그동안 기자를 그만두는 선택을 통해 꿈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 꿈이 가리키는 미래로부터 도피한 것에 불과하다. 


#2. 아버지의 선택이 불러온 재찬의 트라우마 - 아버지에 대한 원망


한편, 재찬은 아버지의 선택을 앞에 두고 

4부 어퓨굿맨 회차에서 신희민의 ‘정의와 호기론’을 떠올리며 

'사람들은 아버지의 선택을 정의라 부르지만, 나는 그것을 호기라고 부른다'는 원망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는 1부 이후 재찬 자신이 해온 행위들(검사로서 사람들을 구한 행위들)과는 모순되는 반응이다. 

꿈에서 본 홍주의 모습이 너무 슬퍼 보여서 꿈을 바꾸려 한 행위는 자신이 그동안 부인해 왔던 아버지의 선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호기’ 때문에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버렸다며 아버지를 원망해오던 재찬은 

그러나 홍주를 만난 이후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 

따라서 4부 어퓨굿맨 회차에서 재찬이 아버지의 선택을 두고 호기라 불렀던 것은 

홍주를 만나기 전까지 재찬의 어린 시절을 지배해온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가 강력한 것은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아버지가 죽기 직전에 어린 재찬에게 보여준 사랑 때문이다.

어린 재찬의 잘못(성적표 조작)을 꾸짖기는커녕 오히려 품어준 아버지의 드넓은 사랑.

재찬은 아버지를 가장 사랑한 순간에 아버지를 잃은 것이다. 

홍주를 만난 후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의 선택과 동일한 선택들을 해 가면서

재찬은 서서히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은 그것을 뚜렷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단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아버지들의 선택 - 남철두와 정일송의 선택과 유언


홍주가 개입을 했건 안 했건 남철두는 그 순간 버스기사로서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160킬로미터로 날아오는 강속구가 두려웠지만 포수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그는 강속구(운명)를 피하지 않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의연히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 

남철두는 피할 수 없는 꿈, 운명 따위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 

남철두는 자신의 직분을 다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며, 

“포수론”으로 딸에게 자신의 유언을 남긴 것이다.


정일송은 자신의 아들에게 

“자동차도 몰고, 키도 좀 크고, 비행기도 퍼스트 클라스 타고..9급보다는 높은 검사로 시작했으면 좋겠고.”와 같은 소망을 남겼지만, 

그 자신은 경감으로서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 선택을 하고 편의점에서 생애를 마감한다. 

그러나 재찬은 알았을까? 

아버지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죽음으로 남길 수밖에 없었던 마지막 유언은 

아버지의 죽음이 보여주는 ‘어떤 선택’ 그 자체였음을. 

아버지는 재찬이가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건 자신처럼 자신의 역할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 것이다. 

정일송 경감이 집에서는 재찬이의 평소 모습처럼 헐랭한 모습을 보여도 

경감으로서는 매우 엄격하게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자. 


#4, 아버지들을 부인하면서도 어느새 닮아가는 아들과 딸들...


두 아버지들의 선택 앞에서 그 동안 홍주는 두려워했고, 재찬은 원망해왔다. 


그러나 홍주는 재찬을 만나면서, 횡단보도 씬에서 재찬의 손을 잡으면서 

점차 ‘꿈은 바꿀 수 없다’는 두려움과 자책에서 벗어나 

시속 160킬로미터의 강속구를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다.


재찬 역시 홍주를 만나면서, 찰나의 순간 드러나는 진심과 조건 없는 응원의 마음을 직시하면서,

아버지의 선택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선택들을 해 왔고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아버지를 닮아가는 아들이 되어가고 있다. 

집에서는 여전히 헐랭하지만, 검사실에서는 조그만 사실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신중하고 정의로운 검사로 자라나고 있다.


점점 아버지들을 닮아가는 아들과 딸. 

아버지들의 선택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어느 순간 갑자기 그들 앞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장 과정 자체에 조금씩조금씩 스며드는 것이다.


#5. '모르페우스'는 왜 홍주, 재찬, 우탁의 앞에 나타났는가?


그리고, 이 글 초반부에서 제시했던 "왜"가 다시 수면에 떠오른다.

예지몽은 왜 홍주에게 나타나기 시작했는가?

재찬은 왜 꿈을 바꾸는 선택의 화신(化身)으로 나타났는가?


우탁이 극중에서 제기한 가설, ‘보답설’(은혜갚은 까치 모티프)은 아직까지는 맥거핀 쪽으로 의심하는 중이다. 

설령 그것이 맥거핀이 아니라 진짜 ‘보답설’에 따라 재찬과 우탁의 경우가 설명된다 하더라도

애초에 홍주가 예지몽을 꾸게 된 이유는 밝혀져야 한다. 

‘모르페우스’(꿈의 신)는 왜 홍주에게 나타난 것일까? 그리고 그 꿈을 왜 재찬과 우탁에게도 나눠준 것일까. 

그것이 우리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롭게 느껴지는 관전포인트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와 관련하여 나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탈영병’과 관련된 13년 전의 사건에 숨겨진 여러 ‘선택들’에 주목하고 있다.



viewimage.php?id=3ab5d92ae0cb37b37db3d3b006&no=29bcc427bd8677a16fb3dab004c86b6fad513288d8b02351345831bd34e64077337e3fdec7568e181dfdb6ef8512dc7c779174a006d2aa28d6ddaa1e9114a3

홍주 아버지가 버스의 '대장'으로 받아낸

  시속 160킬로미터의 '새까맣게 타버린 '(계속 들어야  종소리)

  어린 홍주가 슬픔과 자책, 두려움 속에 내던져 버렸고

viewimage.php?id=3ab5d92ae0cb37b37db3d3b006&no=29bcc427bd8677a16fb3dab004c86b6fad513288d8b02351345831bd34e64077337e3fdec7568e181dfdb6ef8512dc7c779174f6568eac2ddf8da21e9114a3

 공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탈영병의 총에 맞아 순직한 정일송 경감의 아들,

  아버지를 가장 사랑한 순간에, 아버지를 잃어버린

  어린 재찬이 다시 주워서 어린 홍주에게 건네 주었다. 

  - 1,2부 잡상 두개의 키워드 (1) Justice 수정 재인용

추천 비추천

63

고정닉 1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공지 ■■■■■ 당신이 잠든 사이에 갤러리 가이드 ■■■■■ [8] 공없는영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9.29 18125 98
공지 당신이 잠든 사이에 갤러리 이용 안내 [6] 운영자 17.09.27 13444 48
34762 코로나 백신의 실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라 . 진리센세이션(223.39) 23.06.15 155 0
34708 옛날드라마가 재밌다 ㅇㅇ(110.70) 23.03.31 239 0
34707 오늘 꼬꼬무 [1] ㅇㅇ(211.201) 23.03.09 368 0
34665 블레 사고싶음 ㅇㅇ(116.121) 22.09.29 306 0
34664 띠발나운다 ㅇㅇ(125.177) 22.09.15 321 0
34663 당잠사 블레 특전포함 ㅇㅇ(121.148) 22.09.01 452 0
34662 웨이브로 뒤늦게 찾아봤는데 재미지네 맘마미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31 596 1
34659 몇달에 한번씩 정주행하는데 볼때마다 ㅇㅇ(223.39) 22.08.24 401 0
34658 당잠사 불만인점 ㅇㅇ(119.70) 22.07.21 514 0
34657 이 배우진으로 왜 조용히 지나갔나 했더니... ㅇㅇ(61.74) 22.07.06 636 1
34656 하드 정리중 과거 소소한 낙서 자짤 털이 ㅅㅇ.(125.177) 22.07.05 494 1
34655 졸잼인데이거ㅜㅜㅜ 루시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4 491 0
34580 2022년 국립대학교 입결 ㅇㅇ(220.87) 22.04.26 429 0
34565 이거 다시한번 봐볼라햇는데 [1] ㅇㅇ(39.7) 22.01.20 846 0
34564 라면 ㅇㅇ(218.152) 22.01.11 494 0
34562 새벽감성에 한번보고잠 모찌모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2.25 465 0
34561 잠든사이킹받네그려 ㅇㅇ(121.150) 21.12.21 529 0
34545 개재밋다... 내가 왜 이걸 이제 봣지 ㅇㅇ(59.30) 21.10.13 575 1
34544 수능끝나면 이거부터 정주행할거야 ㅇㅇ(223.39) 21.10.12 545 0
34542 이상엽 존나 무섭노... ㅇㅇ(211.211) 21.10.09 550 2
34541 크리스마스 때 맨날 보는 ㅇㅇ(124.62) 21.10.04 605 0
34539 첫방 4주년이네 ㅇㅇ(14.40) 21.09.27 524 2
34536 니네 올해 설마 이번 크리스마스도 솔로 ? ㅇㅇ(101.101) 21.09.02 511 0
34524 아마도 당잠사 등장인물 mbti는 [1] ㅇㅇ(121.141) 21.08.05 1156 1
34523 당잠사 너무 재밓다… ㅇㅇ(121.141) 21.08.02 586 0
34522 남자들 천국이네요 연정(52.231) 21.06.10 664 0
34521 이 드라마에서 제일 판타지인건 (223.38) 21.05.20 896 8
34520 즐거운 밤 이야기 연정(121.78) 21.05.16 604 0
34518 아니 진짜ㅠㅠㅠㅠㅠ 시험기간인데 [1] ㅇㅇ(223.38) 21.04.16 905 0
34517 벚꽃키스 장면 촬영지 어디야?? [1] Ysali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31 1002 0
34516 혹시 블루레이 팔 갤러있어? [1] ㅇㅇ(218.144) 21.03.25 1086 0
34515 당잠사 포토에세이 ㅇㅇ(182.217) 21.03.23 964 0
34513 카페 알바도 예지몽 꿀 수 있을듯 [3] ㅇㅇ(154.16) 21.03.13 972 0
34511 영화 삼ㅌ반 보는데 당잠사 배우들 많아서 반갑더라 ㅇㅇ(223.39) 21.02.08 698 0
34509 홍주배우 어제 팬서트에서 오스트 불렀더라 ㅇㅇ(223.62) 21.01.24 666 2
34502 블루레이 [3] ㅇㅇ(58.229) 20.12.18 1128 0
34501 당잠사 포토북+포토카드 [2] ㅇㅇ(218.237) 20.12.14 1232 0
34500 블딥 어때 ????? [3] ㅇㅇ(118.219) 20.12.11 1186 0
34499 당잠사 이틀만에 다 봤다 [4] ㅇㅇ(1.254) 20.12.08 1131 1
34498 말몽이 팬아트 [2] 행복하자애들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2.08 1023 19
34496 애옹 애옹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2.01 682 0
34493 여러분 당잠사 재밌나요?? [13] ㅇㅇ(39.7) 20.11.24 1769 3
34492 보고싶다ㅠㅠ [1] ㅇㅇ(117.55) 20.11.19 1000 3
34491 작가님 지금 작품에 홍주랑 재찬이 나옴 ㅠ [4] ㅇㅇ(211.36) 20.11.09 2305 28
34489 블딥 갖고싶다ㅜㅜ [1] ㅇㅇ(116.36) 20.11.03 1037 1
34486 난 왜 인생드라마가 계속 바뀔까 ㅇㅇ(114.199) 20.10.01 870 2
34485 당신이 잔든 사이에 0000(223.62) 20.09.26 674 0
34484 와 내가 방금 정주행 마쳤는데 와 진짜 이 드라마를 왜 몰랐지 [2] 0000(223.62) 20.09.26 1247 15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