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로 입덕부정기 겪고 있었는데..
이제 부정하지 않을래 나 입덕이다!

어떤 갤러가 남과여는 드라마 끝나고 보라는 얘기를 했지만

그냥 너네들이 기홍이 인생캐라고들 하고
요즘같은 겨울에 보면 더 좋을 것 같다고도 하고
무엇보다 좀 시리고 쓸쓸해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이었는데
마침 도깨.비도 안 하는 날이고...

오늘처럼 찬바람 부는 날 새벽 한 시 반 정도면 보기 좋겠다 싶어서 무작정 다운받았다. 그리고 보기를 진짜진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누군가는 소재를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고 뜬금없이 사랑에빠지는 두 주인공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난 아니었어. 보기 전에 섣부르게 감정이입 안 될까봐 걱정했던 과거의 나를 때려주고 싶을 지경이야.

이건 뭐랄까.. 다 그렇겠지만 내가 겪어 보지 못한 생활들이거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 그리고 그렇게 배우자가 있는데도 누군가와 낯선 곳에서 사랑에 빠지는 것.

근데, 그게 공감은 못할지언정 전부 이해가 되는 거야.

항상 기다리고 있는 모습부터
된장찌개를 좋아한다는 말을 기억해 밥 먹자고 하는 거,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거는 거,
계획도 없이 바다 보러 가서 돌아가지 말까요, 하는거,
거기서 농담아닌데, 로 이어지는 짧은 대화까지.

각자 자신의 가정의 일원으로서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부터
호텔로 찾아가 문을 열어젖히는 여자의 마음,
결국 끝끝내 호텔 방 문을 열지 못하고 울음을 삼키는 남자의 마음,
택시 안에서 그렇게 울던 여자의 서러움과
운전대를 잡은 채 갈등하는 남자의 시선, 그리고 거기에 담긴 감정의 무게까지.

한 씬도 낭비할 씬이 없었어

하다못해 그냥 눈이 펑펑 내리기만 해도 거기서 둘의 감정이 느껴지더라.

내 인생 최고의 멜로 중 하나로 기억될 거 같다.
왜 다들 기홍이를 인생캐라고 하는지도 드디어 알게 되었네.
다만 생각보다 센 수위에 좀 놀랐어.
혼자 보길 정말정말정말 잘 했다는 생각..!
한 십년 정도 흐른 후에 보면 또 다르게 다가오겠지

새벽에 쓸데없이 감성이 북받쳐서 잡소리가 길었다
꽁은 내가 본 최고의 멜로눈깔이야 정말이야

이제 천천히 커프 정주행을 달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