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없음 주의※

'제 2의 김훈 중위 사건'

내가 전역하던 주간에 서울역에서 빼들은 시사 주간지의 제목이다.

그렇다... 소대장이 죽었던 것이다.

98년 말이었던 것 같다.

병장 짬이 차오르고, 군대에서는 행보관 외에는 그 어떤 계급도 무섭지 않던 시기...

원래대로라면 06:30 기상나팔이 울리고 난 다음, 한참을 비비적 거린 후에

옷 입혀주기 당번 이등병의 도움을 받아서 간신히 일조점호로 나가던 무렵...

요란한 소리에 05:00이 되기도 전에 기상을 해버렸다.

"1소대장님 죽었지 말입니다!!!"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난다. 

1소대장은 꽤나 마른 몸매에, 항상 면도를 2~3일은 안 한 스타일.

키는 174cm 내외? 깡말랐지만, 꽤나 자기 소신이 있던 사람.

GOP에 있을 무렵...

중대장: "야! 1소대장아. 전투화 좀 어떻게 안 되겠냐?"

철책 순찰 돌고 온 1소대장의 전투화에 진흙 덩어리가 달라붙어서,

아예 동계 방한부츠보다 더 커져 보였던 것이었다.

(장교의 품위를 지키라는 중대장의 잔소리였겠지...)

임진강 주변 GOP는 습지가 많아서, 비가 내리거나 습하면

전투화에 진흙이 엄청 달라붙는다. ㅇㅇ;;

1소대장: "하핫! 전투화 속은 관리가 잘 되서 복실복실합니다! 하핫!"

...

그런 1소대장이 죽었다.

사인은 뇌... 막... 거시기 막 출혈? 잘 모른다. =_,=;

원인은 1소대 부소대장이 1소대장을 구타하여 발생하였다.

하극상이다.

1소대 부소대장은 키 185cm 이상에 몸무게 110kg 이상.

요즘이야 길가다가도 흔히 보지만... 당시에 이런 거구는 부대에서 흔히 볼 수 없었다.

범행동기는 부소대장의 외박 요청을 소대장이 기각하면서부터.

당시 일직사관을 서던 1소대장에게 부소대장이 주말 외박 요청을 하였는데,

1소대장이 이를 기각하면서 옥신각신하다가 드잡이질이 생겼고,

부소대장의 밀침(?)에 소대장이 밀려나면서, 재수없게 벽(혹은 바닥)에 머리를 찧고 사망...

당시 우리 모두가 정말 재수가 없었던 것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일직하사(내 1주일 고참이다)가...

역대급 고문관이었다.

간신히 글씨를 읽고, 내용따위는 전혀 모르는...

정말 어떻게 군대를 왔는지가 궁금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징집대상 90% 현역 투입? 조까라 그래라. 너와 나 모두를 위해서 병신은 그냥 사회에 있게 둬라.)

이 인물에 대해서 증언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컴공과 95학번 동기이자, 입대 동기인 어나덜 최병장 - 자대 배치는 다름.

(신교대도 같이 나왔고... 행군때 발목이 나간 나를 부축해서 10km 이상 같이 걸어준 정말 고마운 친구).

"아놔... 나 분대장 교육가서 그 색뀌 만나서... 레알 빡씨게 교육 받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 병신 때문에 완전 편했어!"

- 복학 후 어나덜 최병장의 첫 인사 -

솔직히 분대장 교육 빡쎄다.

신교대 이상의 체력 훈련 + 군사 중등 교육이 접해진 훈련이니깐.

그런데 조교들이 내 고참 고문관 줘패느라, 다른 분대장 훈련생들이 편했다는... -_);;;;

여하간 살인사건 목격자가 이런 병신 하나 뿐이니...

군대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겠나?

당연히 사실 은폐겠지.

그런데 사건은 얘기치 않은데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는데...

애저녁에 전역한 우리(2소대) 소대장이 보험사에 취직하면서, 당연히 1소대장도 고객으로 모셨는데...

1소대장이 죽은걸 보니, 전직 2소대장이 이상한거라?!?

당연히 2소대장이 부대에 방문해서(면회), 이놈 저놈 들쑤시다가...

저 병신 고참놈이 당일 일직하사 선 것을 알게된 것이지.

그 이후에 병신 고참놈한테 정보 빼돌리는건 일도 아니었을테고...

여튼 이래서 나름 깔끔(?) 한 하극상 살인 사건이 외부로 빠져나가게 됐음.

당시 김훈 중위 사건도 있었고... 군에 대한 불신이 많던 국민들... 또 그것을 바라보는 언론들...

마구마구 부풀려서 제 2의 김훈 중위 사건이네 뭐네 떠들었는데...

결국은 살인 및 하극상을 벌인 부소대장은 무기징역(확정 됐는지는 모름)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고...

고참 병신색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보다 1주일 먼저 전역하고...

나도 전역하면서, 이제는 사회인이 되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서울역에서 뽑아든 주간지가

마침 1소대장을 다루고 있던 글이어서 당황했었지.

...

1소대장님! 명복을 빕니다.

나 당신 꽤나 좋아했어요. ㅜㅠ

fin.

Epilogue.

부대에서 사단이 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부대원 찢어발기기.

덕분에 나는 1소대로 편입되어, 무려 부소대장(2~3일 간)을 맡은 후 다시 분대장이 되어서...

제대하기 직전까지 분대장으로 굴렀다(이 무슨... ㅜㅠ)

추신1. 정말 소대장 죽은 썰은 안 쓸 것이라 생각했는데...

술쳐묵고 들어온 김에 메모장에 쓰기 시작한 것이... ㅜㅠ

죽은 1소대장도 그렇고, 아직도(아마도) 수용시설에 있을 1소대 부소대장도 그렇고...

왠지 같이 복무했다는 것 만으로도 미안한 느낌이다...

추신2. 어쩌다 화석이 갑갤에 들어왔냐고 묻는 개럴이 있는데...

원래 화석이 있었는데, 네놈이 들어온 것임. ㅇㅇ;;

DC에 밀갤밖에 없던 시절... 아니, DC에 쿨갤, 힛갤, 각 카메라갤 밖에 없던 시절부터 상주했었음. ㅎㅎ;;

갑갤에 오는 이유는 단 한가지...

땅끄나 공중기갑(특히 A-10) 보면 멋지잖아!

난 아직도 순수한 마음에 기갑을 보러 갑갤에 온다.

앞으로도 계속. ㅎㅎ;;

(그러니 짤방좀... 계속... 하앍!!!)

(땅꾸도 좋아하는데, 땅꾸킬러도 좋아하는 이 상반된 마음이란!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