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성 입구에서 김밥 한줄과 쵸코렛 한개, 귤 세개로 보급품을 조달하고 ,

오래간만에 찾아온 따뜻한 날씨에 약간의 용기를 발휘하여 의상능선을 넘기로 했다.

 정면에 칼날같이 날렵한 산이 의상봉. 그 뒤가 용출봉...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은 북한산성 다섯문(동서남북문과 대성문)중 하나인 대서문.

대서문 왼편으로 성곽을 따라 내려가면 산성중 가장 낮은 산성계곡에 위치한 수구문에 도달하고,

오른편 성곽을 따라 올라가면 의상봉 정상근처까지 성곽이 이어져 있다.

의상봉은 이 성곽을 따라 오르는 것 이 제맛이지만

너무 가파르고 오르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겨울철에는 특히 위험하다.

새봄이 오면 그 길로 가기로 하고 오늘은 오른편 북한산초등학교 뒤쪽으로 난 길로 오르기로 했다..

의상봉 안내표지판과 눈이 많이 쌓여있는 등산로. 

  3부능선에서 본 의상봉.

의상봉중턱에서 바라 본 은평뉴타운과 지축동 그리고 삼송택지지구.

평평한 땅에는 어김없이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건너편 노고산앞으로 창릉천이 흐르고 있다.

8부능선쯤에 대서문에서 올라온 성곽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의상봉 정상.

의상봉 건너편에 마주선 원효봉.

맛있는 찐빵 같기도 하고 푸근한 어무이 젓가슴 같기도 하고...

북한동계곡에서 백운대 오르는 계곡이 위로 가파르게 치솟고 있고 

우축으로는 대남문으로 향하는 계곡이 완만히 이어지고 있다.

 늠름한 북한산의 위용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안보이는 인수봉 

 저 능선을 따라 구비구비 12km를 둘러쌓은 북한산성을 둘러 본 숙종은,

\'긴팔 원숭이도 반드시 기어오를 수 있을지 근심하네\'라며

외침에 대비할 수 있는 천혜의 요지를 확인한 후 안심하고 돌아갔다.

 앞으로 가야할 길 -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등등등

의상봉을 거쳐 이어지는 성곽

 성벽안쪽의 등산로

의상봉과 용출봉사이 안부에 위치한 가사당암문. 

새로 복원한 여장

 암문을 통해 본 백운대.

* * *

1637년 병자호란시 남한산성으로 대피했던 인조가 사십일을 버티다 삼전도로 끌려나와 굴욕적인
삼궤구고두례(三跪九叩頭)의 항복의식을 행했다.  단군이래 가장 치욕적인 사건을 격은 후 외적침입시 왕의 안전을

도모하기위해 한양 뒷편에 위치한 천혜의 요지 북한산에 산성을 축조하게 되었다.

그러나, 북한산성 축조는 병자혼란을 격은 지 무려 70년이 넘는 후에야 이루어졌다.

병자호란시 청나라와 맺은 화약(和約)중

\'성곽의 증축·수리는 사전에 허락을 얻을 것\'이라는 조항이 있어,

청나라와의 외교분쟁을 걱정하고 나아가 청의 재침입을 두려워하는 성곽축조를 반대하는 세력의 입장이 강했기 때문에
숙종 재위 말기인 숙종 37년(1711년)에야 우여곡절끝에 북한산성 축조가 가능했다.

자주국방의 힘을 기르지 않고 외세의 눈치만 보는 세력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여

안스럽기 짝이 없다.

북한지(北漢誌)의 북한도(北漢圖)1,2,3 

 숙종은 북한산성 축조가 이루어진 다음 해에 북한산성에 올라 그 심정을 시(숙종 어제시 6수)로 읇었다. 

난리에 대비한 계획이 깊어 새 성에 거동코자

새벽에 남문을 나서니 북과 나팔 소리 울린다.

날랜 기병 수천이 나뉘어 행차를 따르는데,

바람 훈훈하고 해는 기니 마침 여름이로다.

서문 초입에서 한 번 머리 둘러 보니

기개가 장건하고 마음이 웅대해져 내 근심 풀리네.

나라 도성 지척에 금성탕지의 견고한 성 있는데,

어찌 우리 백성 수호하는 서울을 버리랴.

험한 길 10리를 걸어 행궁에 이르니

우뚝 솟은 시단봉이 바로 동쪽 곁에 있네.

노적봉 머리엔 구름이 아직 안 걷히었고

백운대 위에도 아직 안개가 자욱하네.

저 동대(東臺)에 오르니 하늘에 오른 듯하고

일천 봉우리 깎아지른 듯 서서 구름에 접해 있네.

외적(外賊)이 감히 접근 못할 뿐만 아니라

긴팔 원숭이도 반드시 기어오를 수 있을지 근심하네.

의장대 이미 앞서 가 돌아오는 길에 벌리어 섰고

성 동쪽으로 어가(御駕)가 나가는데 역시 길이 험하도다.

천천히 가면서 두루 살펴보니 뛰어난 경승이 많은데

더군다나 맑은 강 둘리어 그 흥취가 적지 않네.

도성암이란 절간 지나니 평탄한 길 나오고

바람과 먼지 눈에 가득한데 해는 저물어 가네.

남녀들은 숲처럼 모여 서서 의장행렬 바라보고

원한을 품은 이들 어가 앞에 하소연할 걸 허락하였네.

* * *

가사당암문에서 용출봉으로 이어지는 성곽들

 용출봉 바로 밑 암벽에 새겨진 이름모를 각자(刻字)

다음에 자세히 보자.

 용출봉에서 본 백운대 모습.

 이어지는 성곽 길

 용혈봉에서 뒤돌아 본 용출봉과 의상봉.

증취봉에서 바라본 백운대 전경.

노적봉을 얼굴로 한 달마대사 형상이 떠오르는 듯...나만 그런가?

대동문, 동장대 등이 있는 북한산성 주능선 모습.

가운데 계곡이 모이는 곳 인근에 임금이 거처하는 행궁지의 터가 남아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을 대신 바라봐 주고 있는 이름모를 등산객.

 세월에 부너진 여장(女墻)

 이어지는 성곽

증취봉아래 부왕동암문 못미친 곳에 서있는

죽순처럼 탱탱하고 붓끝처럼 날렵한 아름다운 바위와

그 바위에 기대어 아픔을 참고 견디고 있는 단풍나무가 있다.

오래간만에 만났다.

다시 이어지는 성곽

 부왕동암문위 복원된 여장.

적을 경계하고 침입에 대항하는 총안

 나월봉을 우회하고 가던 중 지나 온 의상능선을 돌아보고...

나한봉 정상.

의상능선과 비봉능선이 시야에  모두 들어오고 북쪽 저지대의 조망이 좋은 이곳은 성벽라인을 돌출시켜 쌓은 곡장방식 성벽으로, 
이는 경계를 수월하게 하고 전투시 방비를 용이하게 하였다.

지금은 그 흔적만 확인할 수 있다.

성곽을 복원하면 시원한 전망대 역할을 할 것 같다.

나한봉과 문수봉사이에 있는 716봉(?)에서 바라본 나한봉.

 716봉(?)에서 바라본 비봉능선.

 청수동암문위 눈쌓인 성곽.

청수동암문

문수봉을 우회하여 도달한 대남문.

* * *

 똑딱이 용량이 초과되자 북한산성계곡으로 빛의 속도로 하산하며

금위영 유영지와 행궁터를 지나고 산영루를 지나

술과 음식과 사람들이 뒤석여있는 세상으로 내려왔다.

아!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