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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만약 레비아가 늑대개가 아니라 검은양 소속으로 들어갔다면

레비아는당신을(180.70) 2015.09.30 02:27:11
조회 781 추천 14 댓글 8

* 본편 설정상으로는 레비아가 검은양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어차피 막 나가는 팬픽이라 그 설정은 무시하기로 한다.


* 검은양 인물들의 약간의 성격개변이 있을 수 있지만, 본편에는 없는 인물이 추가된 것으로 인해 어느 정도 변화가 일어났다는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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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jhn7u




"....여기까지가 이번 작전의 내용이야. 질문 있어?"



A급 차원종 섬멸 작전(임시 명칭)에 대해서 모두 설명한 다음 이슬비는 다른 팀원들을 둘러본다. 하지만 한 명, 아니 한 마리에게는 도저히 눈길이 가지 않는다.



"저기 이슬비님. 말씀 드릴 게 있어요. 지난번에 말렉 근처에서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씀드렸었죠. 전에는 불길한 기운이 그냥 지켜보고 있기만 했지만, 이번에는 개입해 올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죠?"



바로 그 눈길이 가지 않는 대상이 질문을 해 왔다. 하필이면. 이슬비는 목구멍 바로 아래까지 차오르는 화를 억누르면서 말을 내뱉는다.



"너에게 질문하라고 한 말이 아니야, 차원종. 너는 우리가 시키는 대로 차원종들과 싸우는 게 전부야. 너의 의견 같은 건 필요없어. 알겠어?"



"야, 이슬비. 아무리 그래도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먼저 질문하라고 한 건 너잖아. 그래 놓고 왜 화를 내는 거야?"



차원종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이세하가 차원종의 편을 들고 나섰다. 차원종을 썰고 다녔던 영웅의 아들이 이제는 차원종의 편을 들고 나설 줄이야. 역시 저 놈의 지방덩어리가 문제인 건가. 역시 쓸데 없는 짐덩어리를 받아들이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해야 했다.



"나는 같은 검은양 팀원들에게 물어봤을 뿐이야. 차원종 따위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지는 않았어."



"너...... 정말!"



"다들 진정해. 중요한 임무를 앞두고 우리 끼리 싸워서 되겠어? 그리고 리더에게 질문할 게 있는데 괜찮을까?"



제이 아저씨가 이세하를 말리면서 팀원 내의 갈등을 중재하고 나섰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제이아저씨의 도움만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훌륭한 리더가 되기로 했으면서, 부끄러운 일이다.



"네.... 말씀하세요."



"한기남 씨의 제보도 있고,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는 수상한 인물이 다음 번 작전 때 개입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 그렇다면 그 인물이 개입할 경우를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차원종이 했던 것과 거의 같은 질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사리에 맞는 말이다. 결코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차원종을 불러내는 인물이 이 사태를 일으킨 거라면, 그 인물을 상대하는 것 까지도 대비해야 한다.



"일단은.... 그 인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는 게 문제네요. A급 차원종과 수상한 인물 양 쪽 모두를 상대하게 되면 전력이 분산될 수 밖에 없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차원종을 불러 냈다는 그 인물을 체포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만약 A급 차원종과 수상한 인물 둘 다 출현한다면 그 때 검은양 요원들은 모두 수상한 인물을 체포하는 데 투입할 거에요. 그리고 그 동안 차원종은 A급 차원종을 상대로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하면 되겠죠."



이세하가 나와 제이 아저씨의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본 뒤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 보인다. 제이 아저씨는 이마를 손으로 살짝 짚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골치아프다는 뜻이겠지. 내 입으로 말한 거지만 정말로 엉망진창인 작전계획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임무에 사적인 감정을 담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도저히 감정을 억제 할 수가 없다.



"그러면 더 질문은 없는 걸로 알고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작전 시작 30 분 전에 모두 집합해 주세요. 물론 차원종도."



나는 해야 할 말만 빨리 마친 다음 동아리 방을 나간다. 쾅 하고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가 들리지만, 다른 생각들이 너무 많아서 거기가지 신경을 쓸 수가 없다.



"동생, 이번에는 동생이 너무 지나쳤어. 아무리 그래도 리더인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돼지."



"아저씨까지..... 물론 저도 슬비가 왜 저러는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요!"



"이세하님. 저를 위해서 그렇게 화를 내실 필요는 없어요. 이슬비 님이 저를 미워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거에요. 저는.... 차원종이니까요."



"아무리 차원종이라고 해도 지금은 우리 팀원이야. 그리고 너가 저지른 짓도 아닌데 왜 너가 미움을 받아야 하는 거야? 이건 잘못된 거잖아?"



문을 닫아버렸지만 나는 문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세하의 말이 옳다. 내 부모님을 해친 원수는 저 차원종이 아니다. 내가 하고 있는 짓은.... 아주 유치한 화풀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차원종을 앞에 두면 이성보다도 먼저 감정이 앞서버린다.



"리더.... 인가."



주머니에서 리모컨을 꺼낸다. 김유정 요원님과 내가 하나씩 갖고 있는 리모컨, 차원종이 폭주할 때, 차원종의 폭주를 멈추기 위한 안전장치. 김유정 요원님은 나에게 이 리모컨을 맡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차원종이 폭주를 일으키면 가장 먼저 죽는 것은 바로 옆에 있던 우리들이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누군가는 리모컨을 가져야 하고, 김유정 요원님은 고민 끝에 나에게 리모컨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리모컨이 어떤 원리로 차원종의 폭주를 멈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리더인 나의 손에 검은양 모두의 생명이 걸려있다. 정말로, 정말로 긴급한 때에만 리모컨을 사용하라고 거듭 강조한 이유는 알 수 없어도, 나는 검은양 모두를 위해서라면 리모컨을 망설이지 않고 누를 것이다.



"모두들, 긴급출동이에요. 방금 전 쇼핑몰 일대에 차원종 다수가 출현했다고 해요. 아마도 우리 쪽 전력을 분산시키려는 양동작전인 것 같아요."



김유정 요원님이 다급하게 달려오면서 우리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그냥은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걸까. 이 쪽은 고작 다섯명 뿐인데, A급 차원종 공략에만 달려들어도 모자란 전력인데, 여기까지 보낼 전력은 없다.



"김유정 요원님. 특경대의 힘으로... 막는 게 어렵나요?"



"보고에 따르면 B급 차원종들 상당수가 섞여 있어서 특경대 만으로는 저지하기 힘들다고 해요. 역시 누군가는 그 쪽으로 가서 힘을 보태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 작전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김유정 요원님. 마침 비는 전력이 하나 있어요. 차원종을 그 쪽으로 보내도록 하죠. 시간벌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을 거에요."



"음.... 알았어. 네 의견대로 할게. 그러면 너는 예정대로 작전을 수행해 줘. 내가 양 쪽을 모니터링 하고 있겠지만, 슬비 네가 리더 역할을 잘 해줘야 돼. 알겠지?"



"네, 알겠어요. 맡겨주세요. 차원종이 없어도.... 저희 힘만으로도 A급 차원종을 해치울 수 있다는 걸 보여 드리겠어요."



김유정 요원님이 나에게 부탁을 해 왔다. 그렇다면 그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 예전에는 차원종의 힘을 빌리고 나서야 A급 차원종을 저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들 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반드시, 이번 작전을 성공시켜야 한다.



"크아아아앙!"



그리고 우리들은 혈투 끝에 겨우 A급 차원종을 해치우는 데 성공했다. 아무리 약화된 상태라고는 해도 A급 차원종은 절대로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5명이 모두 한 몸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다면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우리들은 임무를 성공시켰다.



"김유정 요원님. 임무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저.... 쇼핑몰 일대 일은 어떻게 되었나요?"



"아, 그 쪽 일이라면 무사히 끝났어요. 레비아양이 출현한 B급 차원종들을 섬멸한 덕분에 특경대와의 협동 작전도 쉽게 풀렸어요."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이 쪽은 5명이 A급 차원종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낑낑대는데, 저 쪽은 차원종 혼자서 B급 차원종들을 다수 해치워 버렸다. 물론 A급 차원종과 B급 차원종의 차이는 정말 큰 것이지만, 이래서야 도대체 누가 더 활약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차원종 끼리 소모전을 벌이는 것을 기대한 것이지, 차원종이 활약할 무대를 만들어 주려던 것이 아니었다.



"이슬비님, 임무 성공 축하드려요! 지금 막 임무를 마치고 달려오는 길이에요."



내 심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차원종이 환한 미소로 나를 반기면서 말을 걸어온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내린 지시는 차원종들을 저지하라는 거였지 섬멸하라는 게 아니었어. 도대체 누가 너에게 그런 지시를 내렸지? 김유정 요원님이야?"



"아니요. 하지만 저는 특경대 분들이 조금이라도 다치는 게 걱정되어서..."



"차원종 주제에 인간을 걱정해? 게다가 누구 멋대로 지시를 무시하고 행동해도 된다고 했어?"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들었어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그렇게 같은 차원종을 죽이는 게 좋아? 지시도 무시하고 혼자서 다 쓸어버릴 만큼?"



"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오직 인간님들을 위해서...."



"착한 척은 이제 집어 치워! 이제는 듣기도 지겨워!"



너무 감정이 격해져서 손이 올라가려던 것을 겨우 억제했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약간 균형을 잃으면서 비틀거린다.



"이슬비님! 괜찮으세...."



차원종이 이 쪽을 향해 달려든다. 그래. 역시 차원종은 인간의 적. 내 부모님의 원수. 이게 바로 차원종의 진짜 모습이다. 팀원이니 뭐니 해도 차원종은 차원종은. 다를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나는 리모컨을 눌러 버렸다.



"꺄아아아악! 잘못.... 잘못했어요... 다음 부터는 제멋대로 굴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제발....."



레비아가 목걸이를 붙잡고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보인다. 작전을 마치고 쉬고 있던 다른 팀원들이 달려오던 것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굳어진 것이 보인다. 아마도 나도 같은 표정이겠지. 나는 순간 정신이 멍해져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니, 지금이 뭘 해야 하는지, 언어를 구성하는 방법 자체를 잊어버렸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으니까.... 목걸이를...... 어서........ 목걸이를......"



고통에 울부짖는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떨어뜨렸던 리모컨을 주워서 스위치를 내렸다. 차원종은, 아니, 레비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마른 기침을 하고 있다.



"김유정 요원님.... 이건.... 이건 도대체 뭐에요! 도대체 저는 무슨 짓을 한 거에요?"



"정말, 정말 미안해요. 제대로 설명을 해 주지 않은 제 잘못이에요. 그 목걸이는 차원압력 발생 초커라고 하는데, 리모컨을 누르면 목걸이에서 차원압력이 발생하면서 목을 조이게 되죠. 차원종인 레비아양의 것은 특별한 것이어서, 다른 초커들 보다도 몇 배나 강력한 차원압력을 발생시킬 수 있어요. 만약 레비아양이 사람이었다면, 지금 발생한 차원압력만으로 충분히 죽을 수 있을 정도에요.



미안해요. 그냥 목걸이를 쓸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제가 너무 안일했어요. 하지만 검은양 그 누구에게도 그 목걸이의 끔찍한 기능을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것이 이런 결과가 된 것은 다 제 잘못이에요."



아니다. 모든 것이 다 내 잘못이다. 내 부모님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레비아에게 화풀이를 했던 나의 치졸함이 만들어 낸 결과가 이것이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으면서도, 감정을 더 우선시 해 버린 나의 잘못이다. 리더라는 완장이나 차고 있으면서, 팀원을 팀원으로 생각하지 않고 짐덩어리나 도구 취급을 했던 내가 나빴다. 리모컨의 기능이 무엇인지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차원종으로부터 공격받는다는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서 리모컨을 눌러버린 내가 전부 잘못한 것이다.



"고... 고맙습니다. 목걸이를 멈춰 주셔서..... 이슬비 님?"



"........미안해."



"........네?"



나는 레비아를 끌어안았다.



"미안해,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그동안 아프게 해서 정말로 미안해.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레비아가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어. 다 내 잘못이야. 이렇게 아픈 걸줄 알았으면 리모컨을 갖지도 않았을 거야. 그 목걸이가 이런 건 줄 알았다면.... 아니야. 다, 전부 다 내가 잘못한 거야. 그러니까 죄송하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하지 말아줘.



레비아는 정말로 칭찬을 받아야 할 일을 했는데, 나는 레비아에게 고통만 줬어. 나는.... 리더 이전에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자격도 없어."



"저는....... 괜찮아요. 미움받는 것도, 고통받는 것도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차원종이니까, 그러니까 고통을 받는 것도, 미움을 받는 것도 당연...."



"당연하지 않아! 당연.........하지......않아."



지금 얼굴을 흐르는 것이 무슨 액체인지도 알 수가 없다. 땀인지, 눈물인지, 콧물인지, 그것조차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명확하다. 내가 저지른 죄에 대해서 레비아에게 사죄하는 것, 지금은 무엇 보다도 그것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휴우. 인간은 도대체 어디까지 떨어진 거지?"



강남을 비추는 노을이, 눈물색으로 번져가면서 울음소리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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