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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그녀들의 가정실습 또한 고달프다。 (외전+미완)

Pi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2.08 00:22:09
조회 1192 추천 21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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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부생활은 고달프다。』 시리즈 단편.


[방과후] - 그녀들의 가정실습 또한 고달프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떠난 학교에 창문으로 스며 들어오는 저녁놀이 교실 안을 붉게 물들인다.


어두워지는 길가에는 하나 둘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학생들로 가득 차 시끌벅적하던 학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적막함을 내뿜고 있었다.


보통 때라면 나도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향해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겠지만, 본의 아니게 학교의 가정실습실에 남아 두 명의 요리치에게 요리를 가르쳐 주고 있다.


"왜 이렇게 됐지……?"


침대에 누워 게임기를 두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가정실습실에 남게 된 원인인 두 요리치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이, 이세하 이것보다 더 작게 썰어야 하는 거야?"


"……야, 적어도 네가 쓰는 지우개 크기만큼이라도 썰고 말해라."


"그, 그렇지만……."


슬비는 큼지막하게 썬 양파와 나를 번갈아가며 울상을 짓고는, 양손으로 눈가의 맺힌 눈물을 닦고는 다시 식칼을 고쳐잡고 양파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맵냐?"


"……눈이 너무 매워."


"참아. 그것밖엔 답이 없다."


"……불친절한 선생 같으니."


슬비는 중얼거리더니 볼을 작게 부풀리곤 불만이 가득 담긴 시선을 보내왔다. 키로 보나 외모로 보나 삐친 중학생같아 귀여워 보이긴 하지만 방금 일을 속에 담아두겠지.


저녀석, 뒤끝 심하니까. 그래도 상관없다. 여태까지의 울분을 싹 다 풀어버리자.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이 분홍머리를 골릴 수 있을 지 모르니까.


"그럼 불친절한 선생은 더욱 더 스파르타로 나갈까 합니다. 각오는 됐겠죠, 대장?"


"죄, 죄송합니다……."


그렇게 몇분동안 슬비를 살펴주고 있자, 옆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시선을 힐끗 돌리자 찰랑거리는 흑발의 주인인 유리가 팔짱을 끼고는 자기 앞에 놓인 양념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양념장을 바라보고 있던 그 시선을 그대로 미끄러지듯 내 쪽으로 돌렸다.


"세하야, 이 양념장 약간 짜게 하는 편이 좋은 거야?"


"……너 닭볶음탕 만들기로 했다며. 그럼 약간 짜고 맵게 만들면 되지."


"약간 짜고 맵게……? 그럼 이정도면 되겠네."


유리는 양념이 묻은 손가락을 핥으며 맛을 음미하고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닭이나 빨리 손질해. 그러다가 언제 다 만들래?"


"에이, 손질이야 대충하면 되지!"


"모르는 소리! 요리의 시작은 손질, 그리고 칼질이다! 칼질이 무뎌지면 그 요리는 결국 최고가 될 수 없는 거라고!"


"따, 딱히 최고까진 되고 싶지 않은데……?"


"시끄러. 양념장은 다 만들었으니까, 이제 닭 손질하고, 양파랑 감자, 당근, 그리고……."


"대파?"


"그래, 대파. 그것들만 썰면 나머진 냄비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돼."


"오케이~!"


생닭을 한 손에 잡고 다른 한 손으론 식칼을 돌리며 유리는 사전에 내가 가르쳐 준 대로 닭을 손질하기 시작한다.


야, 야, 아무리 식칼보다 긴 칼을 평소에 쓰고 있다고 해도 그렇지, 위험하게시리 칼 돌리지 마라.


나는 탁자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탁자에 철푸덕 엎드려 창문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진짜 왜 이렇게 됐냐…….






×         ×         ×






점심시간.


매점에서 산 빵을 입에 털어넣고 교실로 돌아왔다. 그대로 내 자리에 앉아, 여느 때와 같이 가방에서 PS V○ta을 꺼냈다.


다른 쉬는 시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점심시간. 선생님들도 점심을 먹으러 가기 때문에 복도에서 어슬렁 거리던 선생님에게 게임기를 적발당해 압수당할 가능성이 적은 이 시간!


오전 수업시간으로 인해 피폐해진 내 정신을 게임으로 회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시간이다. 5교시 예비종이 치기까지 대력 23분 정도 남았구만…….


나는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며 게임기의 버튼을 눌러갔다.


몇분이 지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시계 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앞으로 10분.


재차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시선을 게임기 쪽으로 향했다. 다시 게임에 집중하고 있자 점심시간동안 게임으로 HP를 회복하겠다는 내 희망을 깨부수듯, 가녀린 두 손이 책상을 내리쳤다.


쾅!


"으아아아아악?!"


깜짝 놀라 한심한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내 분신과도 같은 PS V○ta는 교실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날 놀라게 한 장본인은 별 것 아닌 일로 호들갑 떨지 말라는 투로 물어왔다. 아니, 누구나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큰소리를 내면 놀라거든?


속으로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있자, 교실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내 분신에서는 매우 불길한, 초반에 많이 들어 익숙해진, 가능하면 듣고 싶지 않은 BGM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는 불길한 이미지를 억지로 구석으로 밀어넣으며 마음을 다잡고 교실 바닥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곳에는 매우 선명하게 두 단어가 나타나 있었다.


"게임……, 오버……."


아아아아아아아안 돼애애애애애애애!!


중간중간 세이브는 해놨었지만 조금만 더 하면 클리어라 세이브 안 해놨단 말이야! 내 50시가아아아아아아안!!


허무하게 사라진 50시간에 절망하고 있자, 모든 일의 원흉인 인물은 내 어깨를 토닥이며 활기찬 미소를 띄우곤 말했다.


"Don't mind!(신경 쓰지마!)"


"원흉인 네가 말하지 말라고, 네가!"


뭐야, 이거! 어쩔거야! 이대로 내가 절망해서 팬텀이라도 튀어나오면 어쩔 거냐고!


"어……, 음……. 미안……?"


"사과하는 말이 왜 의문형인 건데?"


나는 따지기를 포기하고, PS V○ta를 주워 가방에 집어넣고 내 HP 회복 타임을 망친 인물을 쳐다본다.


"그래서, 갑자기 뭔데 서유리?"


"그게 말이지……."


유리는 거기서 한 차례 말을 끊는다. 뭔가 말하기 부끄러운듯, 볼을 긁적이며 얼굴을 약간 붉혔다.


대체 뭐길래 얼굴을 붉히는 건데? 괜히 나까지 부끄러워지잖아. 게다가 남들이 보면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라 왠만하면 빨리 말해주셨으면 합니다만…….


"내, 내일 있는 가정 수행평가 말이야."


"아아, 가정실습? 분명……, 조를 만들고 그 조끼리 음식 한 가지를 정해서 만드는 거였지 아마?"


고등학생 2학년이나 돼서 가정실습이란 걸 하는 학교는 아마 몇 곳 없을 거다. 다른 학교 같으면, '내년이면 수능치는 애들한테 무슨 가정실습?' 이라며 코웃음을 치겠지.


가정실습 다시 시작한 것도 우리 학년부터라는데……, 귀찮게 왜 다시 시작하는 건지 모르겠다.


"맞아, 맞아. 그래서 말인데……."


"안 할거야."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뭔 말을 할지 대충 예상이 가거든. 보나마나 내일 가정실습이니 요리 좀 가르쳐 달라는 거겠지.


"미리 말해두겠는데, 그런 거 그냥 대충 만들면 되잖아. 어차피 가정 과목은 비중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


"어? 세하 너, 가정 과목 비중이 크지 않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맨날 자고 있어서 모를 줄 알았는데."


"딴 건 제쳐 두더라도 너한테 그런 소릴 들으니까 살짝 울컥한다?"


아무리 엎드려 자고 있었다고 해도 설마 예체능 계열인 애보다 모르겠냐. 그리고 맨날 자고 있진 않거든? 그냥 가끔, 아주 가~끔, 그날 새벽에 레이드 뛰게 될 때 빼고는 학교에서 안 잔다고.


"어쨌든! 사실 수행평가 자체는 상관없어. 우리 정미정미한테 내가 손수 만든 요리를 먹여주고 싶어서 그렇지!"


"아……, 그러셔?"


이녀석……, 웬일로 정미랑 같은 조를 안 했나 싶었는데 다 꿍꿍이가 있었구만. 그리고, 그런 대사는 보통 상대가 남자일 때 쓰는 대사 아니냐?


"그래서 말인데!"


"싫다니까."


"적어도 끝까지 들어는 주고 말해!"


아니, 끝까지 안 들어도 뭐라고 말할지 뻔히 보이는데 들을 필요가 뭐가 있냐고. 이 몸은 학교 마치고 나면 피방 가서 열렙해야 해서 바쁘단 말이다. 훠이훠이.


고개를 돌려 유리를 무시하고 있자, 교실 앞문에서 벚꽃색 머리카락이 살랑거리는 소녀가 우왕좌왕 거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됐고, 이슬비다. 소녀는 무슨 얼어죽을. 것보다, 쟨 왜 남의 반 교실 문 앞에서 저러고 있는 거냐고.


왠지 모르게 귀찮은 일이 될 것 같아 고개를 돌리려고 하자,


"아."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 젠장.


나와 시선을 마주친 슬비는 그대로 교실로 들어와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슬비는 내 앞에 서 있던 유리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유리 너도 와 있었구나."


"어서와, 슬비야!"


유리도 슬비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가만히 있기엔 멋쩍어, 나도 오른손을 들어 슬비를 반긴다.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던 거야?"


"아아, 내일 있을 가정실습 때문에~. 세하한테 요리 좀 가르쳐 달라고 하고 있었어."


"그러는 너야말로, 평소엔 자기 반 안에만 있으면서 웬일로 남의 반에 찾아왔냐?"


"어……, 그게……."


나의 물음에 슬비는 내게서 시선을 돌리곤 우물쭈물하며 뭔가 말하기 부끄러운듯, 얼굴을 약간 붉혔다.


이거 데쟈뷰? 방금 전에도 비슷한 광경을 본 것 같습니다만……. 너희, 한동안 같이 다녔더니 행동도 비슷해진 거냐?


일단 슬비의 이런 상태를 보아 드물게도, 아주 드물게도 날 찾아온 것 같다.


"뭔데?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말해. 점심시간 다 지나가잖냐……."


"아, 알고 있어!"


그렇게 말하더니, 숨을 한두 번 고르곤 마음을 다 잡은 듯,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시면 이쪽까지 긴장됩니다만…….


"나한테도 요리 가르쳐 줘."


……그럼 그렇지. 이녀석이 점심시간에 번거롭게 날 찾아올 이유는 대충 그런 쪽일테니까.


마침 둘 다 앞에 있겠다……, 확실하게 말해두자.


슬비와 유리를 바라보며 아까부터 속에서 끓고 있던 말을 끄집어냈다.


"귀찮으니까 싫어. 다른 사람 알아봐."



쿠궁.



뭔가, 만화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소리가 뇌내에서 자동으로 재생된다.


"……."


내 대답에 반응이 없자 슬쩍 슬비 쪽을 바라보니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아니아니, 예상 외의 대답을 들었다는 듯이 절망하고 있지 말아주실래요? 누가 그런 귀찮은 일을 '그래' 하고 덥석 하겠냐? 그런 건 엄청 할 일 없는 녀석한테 부탁하라고."


『그래서 너한테 부탁하고 있는 거잖아.』


"뭐?"


아, 젠장할. 빡쳐서 SAN치가 떨어진다…….


"그리고 확실한 경험자이기도 하고. 그치?"


"세하, 너만한 애가 어딨다고 다른 곳에서 찾아? 널 놔두고 다른 사람을 찾는 건 시간 낭비밖에 안 돼."


과거의 실적을 인용해 일을 척 맡긴다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만……. 하여간, 이런 일이 생기니까 요리같은 건 할 줄 알아도 좋을 게 없다는 거라고.


요리를 할 줄 알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불구하고, 누군가가 요리를 해야하는 일이 생기면 이유불문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다 해야하는 분위기가 된다.


말로만 옆에서 도와준다고 하지, 그런 인간들은 처음에만 거드는 척하고는 자기들 놀기 바쁘니까 내팽겨친다. 중학교에서도 한 번 있었지…….


젠장. 다시 한 번 생각해봐도 열받는다. 게임 계정이나 해킹 당해서 절망의 구렁텅이로 자빠지라지.


다만, 그렇다고 요리할 줄 아는 게 나쁜 것뿐이라는 것도 아니다. 요리할 줄 알면 외식하는 일이 의외로 줄어들어서 돈을 아낄 수 있다. 그리고, 그만큼 아낀 돈은 그대로 내 용돈이 되는 거지.


그나저나 이 인간들, 지금 자기들이 부탁하는 입장이란 건 알고 말하고 있는 건가…….


"왜 내가 할 일이 없을 거라고 단정 짓는 건데? 나도 엄청 바쁜 몸이거든?"


"게임 관련된 일로 바쁘다고 하는 거면 한동안 작전실에서 게임기 못 두들길 줄 알아."


"사실 엄청 한가합니다."


"말 바꾸는 거 빠르네……."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게임은 내 영혼이라고. 이슬비 녀석, 치사하게 게임을 인질로 잡다니……. 두고보자.


"하아……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가르쳐주면 되잖아."


"예이! 세하 멋쟁이!"


"진작 포기하고 그랬으면 좀 좋아?"


사람이 가르쳐준다고 해도 이 분홍 머리 아가씨는 그걸 가지고 또 물고 늘어진다. 그러니까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냐고.


"……가르쳐주는 거 그만둘까."


"게임."


"좋아! 어디 한 번 열심히 가르쳐 줘 볼까나!"


"하여간, 세하는 게임하면 눈이 자다가도 뒤집어진다니까."


"그걸 말하자면 '자다가도 눈이 뜨인다' 겠지."


"뭐 어때! 사소한 건 넘어가자구!"


짜, 짜증나……. 쓸데없이 텐션 높아서 괜히 더 짜증난다. 정말이지, 왜 이 세상은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가 않는 걸까. 난 그저 평화롭게 게임을 하면서 지내고 싶을 뿐이건만.


나한테 파란 너구리나 스탠드가 있었다면 그나마 편했을 텐데 왜 거지같은 차원종은 있고 그런 것들은 없는 걸까…….


한동안 여자애들과 얘기를 하고 있자 옆에 있는 남자들 무리에서 중얼거리며 나를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아까부터 싸늘한 기운이 나돌던 게 너희들 때문이었냐. 나를 노려보는 남자 무리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보니…….


'저 미연시 주인공같은 자식……, 나가 죽었으면…….'


'부럽다……. 빌어처먹을…….'


'떨어지거나, 쪼그라들거나, 꺾여버려라……!'


이를 갈며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무서워, 무섭다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저주를 받아야 하는 건데…….


한창 때의 남학생으로서 여자애들과 얘기해보고 싶은 너희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나라고 딱히 얘기하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고.


이번만 해도 혼자만의 시간(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얘들 쪽에서 먼저 말 걸어온 거란 말이야.


이대로 계속 저주를 듣는 것도 무섭기에, 슬비와 유리가 부탁하는 대로 방과후 가정실습실에서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각자 반과 자리로 돌려보냈다.





×         ×         ×




그리고 방과후.


마지막 수업이 마치고, 반사적으로 가방을 메고 집으로 향할 뻔했지만 슬비와 유리에게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을 떠올리고 다시 가방을 내려놓았다.


당장이라도 이대로 교실 문을 나가 집으로 튀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뒷일이 무섭기에 하는 수 없이 가정실습실 열쇠를 가지러 교무실로 향하기로 했다.


유리의 모습이 안 보이는 걸 보아하니, 한 발 먼저 E반에 있는 슬비를 마중 나간 것 같군. 알아서 데려오겠지 뭐. 유리가 자리에 없음을 확인하고, 교실 문을 나가 앞에 있는 중앙 계단을 내려간다.


교무실 문 앞에 도착해, 흐트러진 교복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한두 차례 숨을 고른다. 여긴 몇번을 와도 긴장된단 말이지……. 딱히 혼나러 오는 것도 아닌데 참 신기하다.


하도 수업 시간에 졸아서 죄의식이 있는 건가……. 죄송합니다!


마음 속으로 졸았던 과목의 선생님들에게 사죄를 하며, 교무실 문을 두드리고 손잡이 부분을 잡아 천천히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자리에 계시는 선생님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가장 안쪽 자리에 계시는 가정 선생님을 발견해 다가간다. 귀가 준비중이시군.


하긴, 가정과 체육 과목은 주요과목이 아니라서 보충 수업이나 야자시간 때까지 남아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


"선생님."


한창 귀가 준비로 바쁘신 가정 선생님을 부른다. 


"엉? 뭐냐?"


앳된 목소리 때문일까. 학생으로 판단했는지 경어(敬語)가 아니다. 돌아보신 가정 선생님의 입에는 삼각김밥이 물려 있었다. 아무리 배고파도 그렇지, 교무실에서 삼각김밥 같은 거 먹어도 되는 겁니까…….


"아아, 아까 5교시 쉬는 시간에 내려와서 가정실습실 열쇠 달라고 했었지?"


"네."


말을 마치자, 선생님은 삼각김밥을 마저 입 안에 집어 넣으시곤 다시 책상 쪽으로 돌아선다. 그리고는 서랍을 열어 여러 열쇠가 담긴 케이스를 집어 꺼낸다.


케이스의 뚜껑을 열어 <가정실습실> 이라고 스티커가 붙어있는 열쇠를 찾아 꺼내고는 내 손에 올려둔다.


"연습을 하는 건 좋지만, 제대로 정리하고 돌아가야 한다? 다 쓰면 실습실 문 잠그고, 교무실 문 바로 옆에 달려있는 저 통에 넣어두면 돼."


오른손으로 문 옆에 달려있는 회색 통을 가르키며 말하시곤, 케이스의 뚜껑을 닫고 다시 서랍 속에 넣어둔다.


"선생님은 이제 곧바로 퇴근하시는 건가요?"


"그렇지. 가정이나 체육같은 수업은 주요과목이 아니니까 남아있을 필요도 없고. 남아있는다고 해봤자 시험기간뿐이니까. 시험기간이 되면 주요과목이건 뭐건 열심히 좀 공부해라."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며 선생님은 어깨를 으쓱이시곤, 책상에 놓여져 있는 종이 뭉치를 톡톡 정리하여 가방에 넣는다. 젠장, 무진장 부럽다. 누군 차원종이 나타나면 늦은 시간이건 뭐건 출동해야 하건만.


"후우……."


나는 대답인지 한숨인지 모를 어중간한 숨소리를 목구멍에서 쥐어짜냈다.


"그래도 너희같은 클로저들은 야자 빼주잖아. 투덜거리지 마. 차원종이 안 나오면 그대로 집에 가서 쉴 수도 있잖아."


생각하고 있는 걸 읽힌 것 같다. 선생님 에스펍니까? 


"얼굴에 부러워 죽겠다고 쓰여있었다 이녀석아."


그러니까 내츄럴하게 남의 생각 읽지 말라고요……. 내가 원래 표정에 다 드러나는 타입이었던가. 다음부터는 조심해야지.


귀가 준비를 다 마치신 선생님과 함께 교무실을 나간다.


"어쨌든 실습실 다 사용하고 나면 정리하고 가라."


"네."


가정 선생님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뒤로한다. 단정히 했던 교복을 다시 풀어 헤치며 중앙 복도로 나온다. 역시 교무실같은 곳은 분위기가 답답해서 들어가기가 싫다.


팔을 뒤로 젖히며 기지개를 키고, 가정실습실에서 쓸 앞치마가 있는 교실을 향해 다시 계단을 오른다. 하루에 몇번이나 이 망할 계단을 오를려니까 죽겠다…….


교실 문을 열어 뒤쪽에 위치한 자신의 사물함으로 다가간다. 그대로 사물함 문를 열고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앞치마를 챙긴다.


"하아……. 진짜 가기 귀찮다."


불만을 내뱉으며 사물함 문을 닫고, 슬비와 유리를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는 없기에, 곧바로 가정실습실로 향했다.


가정실습실로 내려가자, 문 앞에는 슬비와 유리가 수다를 떨며 기다리고 있었다.


"아, 저기 세하 왔다. 세하야 빨리 빨리!"


내려온 나를 알아채고, 유리는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겼다. 것보다, 빨리 뭐? 문 열라고?


"이세하, 어디서 꾸물거리다가 이렇게 늦게 와?"


저 분홍머리 대장님은 보자마자 핀잔을 주시는군.


"……보면 모르냐? 열쇠 가지고 왔잖아. 그보다, 이런 건 니들이 챙겨야 하는 거 아니냐?"


손에 들려있는 열쇠를 흔들어 보여주며 투덜거리자, 유리는 윤기 있는 머리를 찰랑거리며 다가와 내 목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열쇠야 누가 가지고 오던 뭐 어때서 그래~. 오늘 하루종일 앉아서 자고 있던 널 운동시켜준 셈 쳐."


"……운동같은 소리하네. 그런 걸로 운동이 되겠냐. 그리고 나만 잤다는 듯이 말하고 있는데, 너도 수업 중에 엎어져서 자고 있는 거 다 봤거든?"


운동은 무슨 운동……. 것보다, 팔에 부드러운 뭔가가 닿고 있으니 풀어주셨으면 합니다만…….


"세, 세하 너만큼은 안 잤다 뭐!"


"헹, 웃기시네. 믿을 만한 소릴 해라 좀."


볼을 붉히면서 그런 소릴 해봤자 설득력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이세하, 됐으니까 얼른 문이나 열어. 연습할 시간 다 가잖아."


"알았다, 알았어. 유리 너도 이 팔 좀 풀어줘."


목에 둘린 팔을 툭툭치며 빨리 풀어달라는 사인을 보내니 유리는 '쳇' 하며, 투덜거리곤 내 목에 두른 팔을 풀었다. 쳇은 뭐냐, 쳇은. 목 졸라 죽일 셈이었냐.


쓸데없이 시간 잡아먹지 말고 빨리 문이나 열라는 대장님의 말씀에 늘 그래왔듯이 건성으로 대답하며 가정실습실에 걸려있는 자물쇠를 풀어 문을 열었다.


『우왓…… 냄새…….』


문을 열자, 안에서 풍겨오는 세제 냄새와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무리 쓸 일이 없었다고 해도 그렇지, 내일 실습실 쓸 거면서 왜 환기 안 시켜놓는 겁니까…….


"……일단 환기부터 시켜야겠네. 이세하 넌 뒤쪽 창문 열어. 난 앞쪽 창문 열 테니까."


"알았……, 슬비 너 위쪽에 손은 닿이겠냐?"


"읏, 그,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빨리 열기나 해!"


슬비는 얼굴을 붉히곤 아래쪽 창문부터 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대장님의 콤플렉스 중 하나를 건드린 듯하군.


한 소리 더 듣기 전에 창문을 열러 안쪽으로 들어간다. 소매를 걷고 팔을 뻗어 위쪽 창문부터 하나둘 열어간다.


위쪽 창문들을 열고 아랫쪽 창문을 열기 전에 슬쩍 슬비 쪽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홍조를 띤 슬비가 유리에게 안겨 창문을 열고 있는 뭔가 굉장히 훈훈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니, 부끄러워서 홍조를 띄울 정도면 처음부터 유리보고 열라고 하면 될 거 아냐……. 뭣하러 안기면서까지 열려고 하냐고.


창문을 전부 열고 사용할 탁자를 하나 고른 뒤, 우리는 그대로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환기될 동안 탁자 위나 좀 닦자. 먼지가 쌓여서 이대론 못 쓰겠다."


"대체 여기 얼마나 사용 안 한 거야? 먼지가 쌓여 있는 걸로 봐선 한동안 안 썼던 것 같은데."


"몰라, 관심없어."


어차피 며칠만 쓰고 다시 방치될텐데 뭐. 굳이 알아봤자 뭐해.


"이세하, 넌 그냥 다 관심 없지?"


"실례거든? 게임에는 관심 넘친다. 너무 넘쳐서 석봉이랑 같이 부산에서 열리는 G-STAR 같은 곳도 매해 빠짐없이 갔다온다고."


"……그냥 게임 폐인이잖아."


내 대답에 질렸다는 듯, 슬비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뭐. 어쩌라고. 저번에 갔을 때 대회 같은 것도 열어서 석봉이랑 둘이서 상품으로 PS V○ta도 타왔거든?


'폐인 함부로 까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단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라는 명언도 있다고.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우리 같은 게임 폐인들이 게임을 함으로써 세계의 경제를 돌리고 있다고 해도 좋다.


"그것보다 유리가 가르쳐 달라는 이유는 알겠는데, 슬비 너는 왜 가르쳐 달라는 거야?"


유리라면 모를까 이 녀석한테는 나한테 가르침을 받으면서까지 요리를 배울 이유가 없을 것이다.


가정 실습이라고는 해도, 내신에 그렇게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기에 설령 요리를 전혀 못 한다고 해도 별 문제가 없다. 도저히 못 하겠다고 해도 선생님이 도와주면 그만이니까. 그걸로 점수가 떨어지거나 하지도 않는다. 조의 협동과 음식의 맛이니까.


그렇기에 더욱 그녀에게 있어서 내게 배우면서까지 가정 실습에 임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배운다는 건 분명 뭔가 이유가 있다는 것이겠지.


이유를 묻자,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뭐야, 말할 수 없는 이유라도 있는 거야?


"아……, 무리하게 듣겠다는 건 아니--"


"……머."


내 말이 끝나기 전에 사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어깨를 떨며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은 여태까지 보지 못했을 정도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각오를 다진 듯 말을 이어 나갔다.


"머, 먹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네?"


뭐라고?
























전에 응모용으로 단편을 썼다가 윈10으로 업글할 때 백업을 안 해둬서 날라갔었던 단편입니다.

다행히 노트북에 중간까지 썼던 게 저장돼있어서 중간부터 다시 써봤습니다.

제목에 써 있듯이 미완....


그리고 제발 일상물 좀 씁시다 핫산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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