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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Unsteady - 6

세기말닌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2.08 02: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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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의 집은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그런 언덕의 중턱에 있었다. 아파트는 아니었고, 그렇다고 빌라도 아니고. 

 유정의 집은 한옥이다. 솔직히 의외였다. 

 집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았다. 허나 외양이 볼품없지는 않았고 또 그렇다 하여 거만하지도 않았다. 집은 나이를 먹었으되 세월 앞에 피폐하진 않았으니, 마치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 같았다. 

 ……그녀는 언제부터 이곳에 살았을까? 

 그는 문득 유정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들의 부모와 부모, 또 그들의 부모와 부모를 생각하였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고, 제이는 그저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힐 뿐 이었다. 심장이 이유 없이 아렸다.

 ……유정은 안에 있을까? 

 초인종은 군데군데 닳아 색이 바랬다. 벨 부분이 유난히 누렇게 떠 있다.

 개 짖는 소리가 문득 먼 곳에서 아련하였다.   


 ‘테인이가 친구를 때렸어요.’


 말은 족쇄처럼 무거웠다. 제이는 들어가려다 말고 대문 앞에 멈춰 섰다. 말이 흩어지다 말고 뭉치며 가로등 아래서 귓전을 맴돌았다. 

 팔의 윤곽이 주홍색으로 물들었다. 그는 불안한 듯 손을 몇 번 쥐락펴락했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하여 반복했다. 하지만 발은 여전히 못 박힌 듯 떨어지지 않았다. 사지가 물먹은 듯 무거웠다. 

 

 ‘하루만, 테인이의 아버지가 되어주세요.’


 푸르게 깔린 저녁이 아가리를 벌리고 그 어둠 너머에서부터 손을 수천 갈래로 뻗어오는 것 같았다. 조명이 간혹 나지막이 깜빡이며 죽은 거미처럼 발작하였다. 

 답답함에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아도 거기엔 별이 보이지 않고, 구름 낀 하늘엔 그저 가로등 불빛만 스미어 천지가 온통 검고 불그스름했다. 

 밤안개까지 옅어 동네엔 기이한 어둠만 흘렀다. 그는 하릴없이 신발 바닥만 땅에 몇 번 문질렀다. 

 집 안에 불은 켜져 있는데 인기척은 있는 지 없는 지 모호하기만 했다. 단지 그녀가 하였던 말 만 사방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남자는 산처럼 주저앉은 마음을 부여잡고 쩔쩔매며 여자와 아이의 집 앞에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여자와 아이는 너무도 크게 느껴졌고 반대로 자신은 너무나 작게만 느껴졌다. 

 발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제이는 자리에서 고아처럼 쪼그렸다.

 

 남자는 본디 세상 그 누구보다 용감했다.  

 그는 최초의 영웅들 중 하나였고 지금까지 살아오며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전투를 겪었다. 

 그는 극지에서 얼었고 사막에서 타올랐으며 바다에서 휩쓸렸고 숲속에서 찢기며 산 위에서 부서졌고 하늘에서 추락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것은 언제나 남자였다. 죽은 것은 적들이었고 남은 것은 제이였다.

 무엇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적들의 우두머리들조차 한 때는 그의 앞에서 쩔쩔 맬 정도였다. 그는 진실로 강했고 힘을 잃은 다음에도 마음만큼은 용맹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지금 밤 아래에 선 채 단지 겁에 질리고 있을 뿐 이었다. 용맹함 아래 누더기가 된 마음은 기어이 혼자 일어서지 못했다. 

 주저앉은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결국 여자의 가녀린 목소리였다.


 “제이……씨?”


 유정은 어둠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 제이는 무릎 위에 얼굴을 누인 채 옆을 바라보았다. 남자가 유정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모습이 마치 가로등 불빛에 깎여 뼈대만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유정이 황급히 달려왔다. 


 “여기서 뭐하시는 거 에요?”


 “유정 씨가 찾아오라고 그랬잖아.”


 “세상에, 집에 사람이 없으면 폰으로 연락이라도 하셔야죠. 문 앞에서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요.”


 유정이 손을 잡아 제이를 일으켜 세웠다. 갈라진 콘크리트 위로 슬리퍼 끌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슬리퍼가 꽤나 귀여웠다. 색과 무늬가, 분홍색에 곰돌이다.


 “슬리퍼…….”


 “……네?”


 “매력적이군.”


 유정의 입가로 실소가 옅게 새어나왔다. 제이도 작게 웃는다. 

 그녀는 행색이 말이 아니다. 평소의 깔끔한 오피스 레이디는 간데없고, 눈앞의 유정은 긴 팔 티셔츠에 후드조끼를 걸치고 아래엔 후줄근한 운동복을 입었다.

 이전엔 상상도 못했던 모습이다. 하지만 제이는 이내 미소를 치우고 만다. 


 “그보다 어디 갔다 왔어? 힘들게 올라왔더니 아무도 없어서 다리 빠지는 줄 알았다고.” 


 제이는 넌지시 운을 띠운다. 말투는 가벼운데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녀는 남자의 물음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헝클어진 머리가 불안감을 대신 증명하고 있었다. 개가 컹컹, 다시 짖어댔다. 


 “혹시 여까지 오면서 아무도 못 봤어요?”


 그에게 대답 대신 질문이 날아들었다.


 “응. 아무도 못 만났는데, 갑자기 왜?”


 제이의 말에 유정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대신 아무 말도 않은 채 그녀의 앞에 서있을 뿐 이었다. 그들 사이로 침묵만 깊게 패였다. 

 유정이 입을 열었다.


 “테인이가 말도 없이 집을 나갔어요. 오늘 제이 씨가 집에 오니까 학교 갔다 오면 다른데 가지 말고 있으라고 했는데……얘가 도대체 또 어딜 간 건지.”


 유정의 표정엔 당황함이 역력하다. 쓸어 올리는 머리칼의 밑동이 땀으로 젖은 채 차갑게 식어 있었다.


 “전화는 걸어 봤어?”


 “제가 그걸 왜 안 해봤겠어요?”


 유정이 자신의 폰을 건넸다. 핸드폰 안에는 빨간 수화기 표시만이 하나 가득 그려져 있었다. 수신 거부, 수신 불가, 수신 보류. 그는 아이가 남긴 거절의 내역을 눈으로 새기듯이 읽었다. 글자 하나하나가 마치 외부의 모든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인데?”


 그가 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뭐가요?”


 “나는 걔가 지금쯤 수용소에 갇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제이 씨, 지금 농담이 나와요?”


 유정이 눈살을 찌푸렸다. 핀잔에 제이는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솔직히 반쯤은 진담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정말로 테인이가 수용소에 갇혀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클로저가 민간인을 폭행하는 건 중죄에 해당했다. 설사 먼저 잘못이 없었다 해도 가볍게 상대를 밀쳤다는 이유로 처벌받게 되는 것은 언제나 위상능력자 쪽 이었다. 

 그가 전역당한 이유도 표면적으론 민간인 폭행이지 않았던가? 그가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 이었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모든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문득 그는 그 철언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한 말이다.  

 하지만 어떤 힘은 원하지 않아도 마치 인생처럼 찾아오는데, 우리의 의지는 무력하고 선택권은 빼앗긴 패처럼 사라진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그 때 어떤 모습으로 책임 앞에 서있어야 하는가? 사람들은 그것에 대하여 한 번 이라도 생각 해 본 적 있을까? 단 한 번이라도? 

 힘은 멋대로 날아와 등 위에서 책임이 되었고 그대로 남자를 있는 힘껏 짓눌렀다. 어깨가 순간 빠근하였다.

 ……나는 고통스럽다……그렇다면 테인아, 너는 어떠니?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유정은 받을 리 없는 전화를 연신 걸어대고 있었다. 끊기지 않는 수신음이 밤 위로 외롭게 들렸다. 

 그녀의 모습은 가로등을 등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뒷모습만이 부자연스럽게 밝을 뿐 이었다. 

 ……그 얘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것 일까?

 제이는 테인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하지만 아이의 모습은 눈앞의 집만큼 낯설어 그 형태가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공염불처럼 흩어졌다. 생각은 계속 정처 없이 표류했다. 아이는 남자에게 너무도 낮선 존재였다. 그는 소년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었다. 소년 뿐 만이 아니라 유정도, 서희도 그에겐 마찬가지였다.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문득 물어봐도 돌아오는 것은 정적밖에 없었다. 그는 신발 끝을 담배 끄듯 땅에 몇 번 비볐다. 잔돌 긁히는 소리가 나지막이 거칠었다. 

 유정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네요. 그냥 들어가죠.”


 핸드폰 불이 뚝 끊겼다.


 “……저기, 괜찮겠어?”


 “별 수 없잖아요, 본인이 이렇게까지 완강한데. 자기 하나 정도는 알아서 하는 아이고 하니까 평범한 의미로 걱정이 되거나 하진 않지만……. 자세한 건 내일 혼이라도 내면서 말해야죠. 일단 오늘은 우리끼리 할 얘기 먼저 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유정 씨가 괜찮겠냐고?”

 

 그 말에 그녀가 가벼이 미소를 띠웠다.


 “괜찮아요, 겉보기엔 어려 보여도 제이 씨 보다는 훨씬 믿음직한걸요? 자, 어서 들어가요.”


 어서 들어가요. 그녀의 말에 걸음이 다시금 멈춘다. 늙은 대문이 끼이이익, 하고 집 대신 허리 굽혀 인사했다. 

 유정의 집은 어둡고도 밝았다. 오래된 마당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친숙했다. 불빛이 마당 안 수돗가에 퍼져있었고 담장 아래론 어둠이 숯가루를 바른 것처럼 짙었다.

 

 “안 들어오고 뭐해요?”


 유정은 벌써 집 안 저 편에 있었다. 마른 물줄기가 마당 곳곳에 흔적만 남아있다. 수돗가 근처에 바가지 몇 개가 색색으로 엎어져 있었다. 테두리 주변이 거칠거칠 한 것이 자주 사용한 흔적이 역력하였다. 

 누가 썼을까, 하고 제이는 문득 생각해본다. 테인이일까? 아니면 그녀일까? 아니야, 둘 다 일지도 몰라. 

 

 유정은 아침과 함께 머리를 감고 저녁에 돌아오면 노곤함을 떨치려 아담한 발을 씻었을 것이다. 수돗가의 물은 맑고 깨끗하니 여자의 몸엔 청아한 향이 매일매일 살결에 스미었을 테지. 짙은 머릿결은 더욱 풍성하게, 오밀조밀한 발 이곳저곳은 더욱 건강하고 청결하게. 얇은 종아리는 어떻고? 그럼 유려한 쇄골은? 가녀린 목덜미는? 그리고, 그리고…….

  아아, 테인이는 어떨까? 

 올해 여름은 유난했으니 아이 역시 또래들처럼 하이얀 윗몸을 내던지며 더위 내내 물놀이를 했을 터. 

 고무호스의 끝을 눌러 물을 흩뿌리며 무지개를 만들거나 혹은 친구들에게 물장난을 치거나, 그러다 문득 맑은 물방울 햇살 위 가득 흐드러지면 어른들 몰래 은미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소년과 소녀는 빛 사이에서 비밀을 나눈다. 얼굴과 얼굴 사이로 햇빛이 파고들어 윤곽은 흐릿하였고 그리하여 서로의 경계는 국경처럼 잘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보나와 테인이의 모습이 속삭이던 그들 위로 순간 선연히 떠올랐다. 

 제이는 화들짝 놀라며 상념에서 깨어났다. 사방이 다시 검고 적적해졌다. 환각에라도 빠진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던 눈앞에 너무나 선명하게 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집의 기억이다. 그것은, 집의 기억이었다. 집은 어둡고 우활한 그에게 곱디고운 삶의 편린을 보여주었다.  

 제이는 다시 대문 앞에 서 있다. 집은 현자처럼 침묵하며 자리에 그대로 바위처럼 앉아 있었다. 

 갑자기 서희 생각이 났다. 그녀는 오늘도 춥고 외로운 행성에 얼음과자의 집을 지어 살고 있을까? 마녀는 아직도 거기에 있을까? 


 “제이……씨?”

 

 목소리를 따라가니 마루 앞에 있던 유정이 어느새 옆에 서 있었다. 걱정스런 눈빛이 그를 조심스레 응시한다. 

 괜한 걱정을 끼쳤을까, 제이는 민망하여 평소처럼 태연히 사과를 건넸다.

 

 “미안, 뭐 좀 생각하느라.”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해요? 아까도 말했지만 테인이라면 안심해도 괜찮아요. 못해도 최소한 제이 씨 보다는 믿음직하니까요.”


 “지금 열세 살짜리 얘가 가출인지 외박인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너무 태평한 거 아냐?”


 그의 말에 유정이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은 대충 짐작 가는 곳이 있긴 한데……그래도 어쩌겠어요? 보아하니 동네엔 없는 거 같고. 핸드폰은 가지고 나간 거 같은데 받지를 않으니……. 그보다 인심을 너무 잃으신 거 아니에요? 요즘 얘들한테 얼마나 막대했으면 테인이가 저렇게 질색을 다 해요? 반성 좀 하셔야겠네요, 제이 씨?”


 “……뭔가 억울한데?” 

 

 “억울하긴요, 다 자업자득이거든요?”


 “아니, 그러니까 내가 테인이에게 뭘…….”


 “아이 참, 됐으니까 빨리 들어오기나 해요.”


 그녀가 일순 손을 안으로 화악 잡아끌었다. 덕분에 발끝이 문지방에 걸렸다. 그는 곡예라도 하듯 외다리를 서며 마당 위로 제자리걸음을 뛴다. 꼴이 우스꽝스러웠는지 유정이 볼을 부풀리며 짧게 웃었다. 


 “웃지 마, 누구 때문인데!”


 제이는 부끄러워 그만 소년처럼 짐짓 소리쳤다. 


 “알았어요, 알았어. 그보다 신발장은 저기 있어요. 뭣하면 제가 넣어드릴까요?”


 유정의 눈가가 뒤집힌 초승달마냥 위로는 둥글고 아래론 옴씰하게 감기었다. 그녀가 웃자 주변의 안개가 바람에 걷히듯 금세 옅어졌다. 공기가 빈자리로 청명하게 밀려들었다. 지독히도 현실감 없는 풍경이었다. 마치 이상한 나라에 빠지기라도 한 것 같았다. 

 제이는 유정에게 잡혔던 손을 본다. 서로가 닿았던 자리에 그녀의 온기가 짙은 흔적처럼 남아있었다. 손가락을 살며시 새끼고양이 집듯 감아올리던 서희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봄 같은 여자다. 제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겨울이 목전인데……그는 잠시 대문 밖을 바라본다. 밖은 여전히 뿌옇다. 

 어스름은 익숙하고 따스함은 낯설었다. 그는 또 다시 멈춰 섰다. 멈춘 발걸음을 그녀가 다시 이끈다. 그는 끌려가듯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밖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



 예전에 나무집을 본 적이 있었는데, 사람이 집에서 사는 게 아니라 거꾸로 사람이 집에 얹혀살고 있는 느낌이라 거북했던 적이 있었다. 

 유정의 집은 밝고 안락한데, 제이는 어쩐지 주변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자꾸만 소름이 끼쳤다. 마치 묘지에라도 들어온 느낌이었다. 집에 살았던 이들의 시간이 벽과 기둥에서 기어 나와 그에게 이래라저래라 떠들어재끼는 것 만 같았다.   

 서희의 집이 시간과 기억이 박리된 장소였다면, 반대로 유정의 집은 그것들이 나뭇결 하나하나 마다 스며들어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는 느낌이었다. 얼핏 보면 비슷한 두 사람인데 조금만 파고드니 서로 이렇게나 달랐다.

 문득 머리 위가 차가워 만져보니 손바닥에 물이 묻어나온다.


 “죄송해요, 제이 씨. 잠시만 비켜볼래요?” 


 유정이 양동이를 가지고 와 내가 서있던 곳에 내려놓았다. 양철로 된 몸 이곳저곳이 울퉁불퉁하고 더러웠다. 너무 낡아서 언제부터 썼는지 느낌도 오지 않을 정도였다. 마치 오래된 초등학교 창고에나 있을 법 한 물건이었다.


 “내년엔 지붕을 새로 얹든가 해야지…….”


 유정이 민망한 듯 혼자 중얼거렸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호응이라도 하듯 양동이 안에서 경쾌했다. 

 그녀는 냉장고로 가더니 갈색 병 두 개를 꺼내 그 중 하나를 제이에게 갑작스레 건넸다.


 “일단은 한 잔, 어때요?”


 말투가 갑자기 발랄하게 바뀐다. 제이는 속으로 탄식을 삼켰다. 

 ……또 이거냐?

 현진건이 어째서 술 권하는 사회를 썼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즉석에서 몇 모금 들이키니 차가운 맥주가 몸속을 타고 내려가며 식도와 위장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빈속인데 하며, 


 “저기, 뭐 먹을 거 없어? 생각해보니까 오늘 한 끼도 안 먹었어.” 


 제이가 묻자 유정은 부엌으로 가 이내 저녁 한 상을 내온다. 식탁 위는 간출한데 막상 있을 건 다 있어 상차림이 전혀 빈약해보이지 않았다. 

 우거지국과 같이 나온 밥은 따끈하여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제 보니 반찬도 꽤 푸짐하다. 김치는 직접 담근 것인지 향이 독특했고 잘 버무려진 미나리 무침이랑 무생채는 간이 세지 않고 신선했다. 멸치볶음은 짭쪼름하니 간장의 맛이 적당했고, 무엇보다 멸치가 딱딱하지 않아 식감이 좋았다. 

 문득 국에 곁들인 청양고추를 씹으니 입안이 매콤하면서도 시원하였다. 그는 밥 한 그릇을 만족스럽게 해치웠다. 제대로 된 밥을 먹어본 적이 언젠지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깨끗이 비운 국그릇에 수저를 올려놓자 유정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입에 맞는 거 같아 다행이네요. 라면보다는 훨씬 낫죠?”


 “혹시 이 음식들, 전부 유정 씨가 만든 거야?”


 제이가 남은 맥주를 싹 비우며 물었다. 어조에 신기함이 잔뜩 묻어있었다.

  

 “절 너무 무시하시는 거 아니에요? 당연히 다 제가 만들었죠. 김치는 가을쯤에 시골에서 어머니랑 같이 담갔고요 나머지 음식은 다 제가 했어요. 아, 무생채는 유리하고 슬비가 같이 만든 거 에요.”


 “뭐? 걔네가 만들었다고?”


 “네. 저번에 둘이 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저랑 같이 만든 거 에요. 어때요, 잘 만들었죠?”


 ……금시초문이다. 언제 다들 그렇게 친해졌지? 

 밖은 어두워 보이지 않았고 창문은 그저 제이의 모습만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창문을 한동안 응시했다. 


 “아, 그러고 보니 테인이에게 혹시 뭐 받은 거라도 있어요?”


 “응? 아니, 아무것도 없는데.”


 “그래요, 테인이가 저번에 저보고 제이 씨에게 쿠키 받은 적 없냐고 묻던데요?”


 ……쿠키?

 그는 문득 메고 온 백팩 안을 뒤져본다. 안에는 가방 주머니 한 구석에 쿠키 봉지가 하나 있었다. 봉투를 만져보니 안의 쿠키는 거의 가루나 진배없는 상태가 되어있었다.


 ‘보나가 직접 구운 거 에요, 나중에 팀원들하고라도 나눠서 먹어보세요.’


 며칠 전 기억이 떠올랐다. 상담이 끝나고 도연이 갑작스레 준 물건이었다. 보나하고 테인이가 같이 만들었다 그랬는데, 나눠서 먹으라는 뜻이 본래 그거였었나 보다.

 거짓말 해 봤자 나중에 들통 날 게 뻔 하고, 제이는 하는 수 없이 본래 형체조차 알 수 없게 된 쿠키를 유정의 앞에 내밀었다. 쿠키를 내미는데 시선을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자 잔뜩 흐려진 유정의 표정이 대번에 들어온다. 미간이 복잡한 모양으로 찡그려져 있었다.

 

 “……미안.”


 변명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 반사적으로 사과를 하고 말았다. 유정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봉투를 열어 그나마 모양이 남은 쿠키 한 조각을 집어먹었다. 입이 탈 없이 오물거리는 걸 보니 맛 자체는 썩 괜찮은 모양이었다.

 살짝 눈치를 보며 가루를 찍어 한 입 먹어보자 혀 위에 담백하고도 달달한 맛이 훅 퍼진다. 얘들 둘 다 요리 실력이 꽤 괜찮은 모양이었다.


 “맛있네요.”


 “……그러게.”


 “누구 씨가 신경 써서 가지고 왔으면 더 맛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미안.”


 그는 또 사과하고 만다. 무안한 마음에 가루만 그득 담긴 봉투 안을 마냥 쳐다보고 있는데 유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테인이가 학교 다니고 있었던 건 알고계세요?”


 “대충은 알고 있었어.”


 그녀가 운을 띠우는 것 같아 남자는 조용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혹시 어디까지 알고 계세요?”


 물어오는 눈이 무척 진지하다. 섣불리 아는 척 해봤자 괜히 일만 커질 것 같아 제이는 그냥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

 어차피 제이가 아는 거라곤 그 얘가 한국 나이로 올해 13 살에 초등학교 6학년 이며 내년에 중학교 1학년이 된다는 것 정도다.

 그의 대답에 유정은 그저 손가락만 이리저리 꼬아댔다. 도저히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침묵이 그대로 한참을 길어졌다. 그녀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일단은 죄송하다는 말부터 드려야 될 거 같아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일단 학교 측이 알고 있는 사항부터 말씀드려야 할 거 같은데……일단은 제이 씨와 테인이 간의 관계 말인데요…….”


 그는 그저 듣기만 했다. 유정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흐린 말 뒤에 숨은 현실은 마냥 불길하게만 느껴졌다.

 유정의 목소리가 희미한 꼬리처럼 따라붙었다. 깍지 낀 가느다란 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말이 계속해서 뚝뚝 끊겼다.


 “저기, 그게…….”


 “그냥 얘기해. 뭔지는 몰라도 말 안 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잖아. 유정 씨도 그래서 날 이렇게 집까지 부른 거고.”


 그의 말에 유정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요, 제이 씨 말 대로네요. 하아, 그럼 빠르게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테인이는 현재 호적상 지호섭 이라는 사람의 양자로 등록되어 있어요. 정말 죄송해요, 너무 당황스럽겠지만 제이 씨도…….”


 “뭐?”


 제이가 입을 벌린 채 자리에서 반 쯤 일어났다. 

 ……지호섭 이라니, 당신 미쳤어?


 “……그거, 누구 이름인지는 알고 쓴 거야?”


 유정은 그의 물음에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남자의 손이 소리 없이 꽉 쥐어졌다.


 “설마 유정 씨가 그런 건 아니겠지?”


 “네?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제가 뭣 때문에 그런 짓을 했겠어요?! 저도 그게 제이 씨 아버님 성함인줄은 며칠 전에 알았다고요! 저도 처음엔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아, 됐고, 그럼 누구야! 누가 그딴-”


 “……데이비드요.”


 말끝이 퍼져나가 벽을 쳤다. 집이 무너지는 착각에 머리끝이 쭈뼛거렸다. 

 제이는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유정의 눈은 식탁 위의 긁힌 자국만을 응시하고 있을 뿐 이었다.

 ……데이비드가? 형이? 그보다 왜 테인이를 가명까지 쓰면서 양자로 둔갑시켰지? 아니, 설마 진짜 양자로 들였나?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가명을 썼지? 어째서 내 아버지의 이름을 썼지? 

 일어난 생각들로 머리는 이미 혼란스러운데 그 뒤로 이어지는 유정의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싸운 이유는……보나 때문이에요.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나도 요즘 학교 다녀요. 테인이랑 같은 학년은 아니고, 알아보니까 대학교부속여중 2학년으로 되어있었어요. 이유는 지금부터 말씀 드릴 거니까 정확히 알고 있으셔야 해요. 이번 주 금요일에 상대방 부모님이랑 면담이……”


 나머지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그건 한쪽 귀로 흘러들어 머릿속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입이나 코로 빠져나왔다. 그는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았다. 수명이 반쯤 닳은 형광등이 새것 옆에서 누렇게 떠 있었다. 

 제이는 눈앞으로 테인이를 떠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의 얼굴은 까맣게 칠해져 지워지지가 않았고 때문에 표정도 뭣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이윽고 그려지지 않는 얼굴 위로 익숙한 소년의 모습이 겹쳐졌다. 

 ……또냐?

 문득 옆이 시끄러워 주변을 둘러보자 익숙한 이들이 또다시 곳곳에 서서 제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집의 기억들도 한패가 돼서 그를 형체 없이 둘러쌌다. 

 제이는 최근 일로 다시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인생과 여자는 고양이같다는 거. 그래서 쫒아가면 도망치고 도망가면 쫒아온다는 거. 

 그건 아버지가 제이에게 했던 말 이었다.




========




 최근 공모전 준비로 인해 업로드가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려워 보이기는 합니다만 노블엔진 쪽 끝내고 현재 시드노벨 준비 중 입니다. 


 그런데 기획서에서 번번히 막히더군요. 최근 출판 경향보면 기획서 보고 정하던데...-_- 


 심지어 요즘은 글 하나도 안읽어보고 기획서만 보고 뽑는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쪽 업계는요. 


 라이트노벨 말고 다른 쪽으로 알아보자니 더 막막하고.


 근데 솔직히 이런 걱정 하는것도 내가 글을 못써서 하는 걱정이지.....잘 쓰면 뭘 쓰던 무슨 걱정 이겠습니까?


 

 저에게 잘쓴 글이 뭐냐 묻는다면 주제가 잘 조율 된 서사와 표현 간에 잘 녹아들은 글이라고 하겠습니다.


 근데 본인은 이걸 못하고 있네요. 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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