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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마지막 업뎃 -2

늒삐(182.230) 2015.12.09 21:09:38
조회 1504 추천 28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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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마지막 업뎃 -1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closers&no=1286836&page=1&exception_mode=recommend




 류금태는 그들의 아래층인 일층에 사는 한국인 프로그래머였다. 그는 마흔이 넘었고, 미연시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넓적한 앞머리가 이마에 내려와 있었다. 금태씨는 프로그래머로서 성공하지 못했다. 20년간 게임을 만들었지만 주목할 만한 어떤 작품도 내놓지 못했다. 그는 항상 우수상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었지만, 실상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지난 몇 년간 이따금 포카카오용의 작은 게임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다.



 그는 전문 프로그래머를 쓸 여유가 없는 그 지역의 작은 게임 회사들에게 프로그래머 노릇을 해주어서 약간의 돈을 벌었다. 그는 소주를 많이 마셨으며, 여전히 언젠가 그가 만들 걸작에 대해 이야기 했다. 체구가 길고 마른 그는 누구든지 게임에 대해 말하면 사정없이 비난했다. 그는 스스로를 위층 두 젊은 캐릭터들을 보호할 준비가 되어있는 감시견으로 여겼다.



 시영은 불빛이 희미하게 켜진 그의 작업실에서 심한 술냄새를 풍기는 류금태를 찾아냈다. 한 구석에는 20년 동안이나 걸작의 첫 제목이 써지길 기다려온 노트북이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시영은 그에게 하피의 생각에 대해 말해주었다. 시영은 하피가 너무 약해지면 정말로 이번 업뎃처럼 둥둥 떠서 가 버릴까봐 얼마나 두려운 지 말했다. 류금태의 눈은 눈물로 흠뻑 젖어있었지만, 그는 그런 어리석은 생각에 경멸을 퍼부었다.  



 “이런!” 그가 소리쳤다. “평범한 업뎃이 지나가기 때문에 죽는다는 그런 바보같은 사람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어?그런 이야기는 들어 본 적도 없네. 어쩌자고 하피의 머릿속에 그런 멍청한 생각이 들게 내버려 두었나? 아, 가엾고 불쌍한 하피.”



 두사람이 올라와보니 하피는 잠이 들어 있었다. 시영은 창틀까지 차양을 끌어내리고, 류금태에게 다른 방으로 가자고 몸짓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창밖으로의 간판을 걱정스레 보았다. 차가운 비는줄기차게 눈과 섞여 내리고 있었다. 류금태는 낡은 회색 겉옷을 입고 서부의 광부처럼 의자에 앉았다.



 다음날 아침 수가 한시간 자고 눈을 떠보니, 하피가 멍한 눈을 크게 뜨고 내려진 녹색 차양을 응시하고 있었다.



 “차양을 올려 줘. 보고 싶어.” 하피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시영은 지쳐서 그 말을 따랐다. 그런데 잠깐만! 밤새 유저가 후려치고 사나운 댓글이 휘몰아쳤는데도, 간판에는 아직도 업뎃날이 남아있었다. 간판에 붙은 마지막 한주 이었다. 

 “마지막 업뎃 날이구나.” 하피가 말했다. “간밤에 분명 지나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댓글소리를 들었거든. 오늘 지나가겠지. 그럼 나도 동시에 죽을거야.”



 “얘, 얘!” 시영이 지친 얼굴을 베개 쪽으로 기대며 말했다. “네 생각을 하지 않을 거면 내 생각이라도 좀 해 줘. 난 어쩌란 말이니?”



 하지만 하피는 대꾸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것은, 신비롭고 머나먼 마지막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의 캐릭터이다. 그녀를 사랑과 게임에 연결하는 끈이 하나하나씩 풀어짐에 따라 그러한 망상은 더 억세게 그녀를 사로잡는 것 같았다.



 낮이 지나가고 황혼 속에서도 두 사람은 그 외로운 업뎃날이 간판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여전히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밤이 되자 악플이 다시 휘몰아쳤고, 유저는 여전히 창문을 두들기며 낮은 차마에서 뚝뚝 흐르는 비를 맞았다. 



 날이 충분히 밝자 하피는 차양을 올려 달라고 가차 없이 말했다.



 그 업뎃날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하피는 오랫동안 그 날을 보며 누워 있었다. 그러더니 가스난로 위에 올려진 메이D 수프를 휘젓고 있는 시영을 불렀다.



 “내가 나쁜 아이였어 시영.” 하피가 말했다. “내가 얼마나 나빴는지 보여주려고 무언가가 저 마지막 업뎃날을 저기에 남아 있게 했나봐. 죽길 원하는 건 유저에 대한 죄야. 내게 메이D와 에어리얼 세팅이 된 위상날개를 줘. 가만, 베개로 나를 받쳐주면 앉아서 네가 튜닝하는걸 볼래.”



한 시간 후 하피가 말했다. “시영, 언젠가 공항에서 테러리스트들을 무찌르고 싶어.”








이튿날 보나는 시영에게 말했다. “이제 위험에서 벗어났어. 당신이 이긴거야. 이제 충분한 홍보와 관리만 있으면, 그걸로 된 거야.”



 그날 오후, 시영이 침대로 가 보니, 하피는 누워서 아주 빨간 빛깔의 도무지 쓸모가 없는 튜닝의 마이스터 쌍검을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시영은 한 팔로 하피과 베개와 모든 걸 껴안았다.



“....네가 할 말이 있어, 귀여운 아가씨.” 시영이 말했다. 



“류금태씨가 오늘 병원에서 돌아가셨어. 겨우 이틀 앓으셨을 뿐이야. 첫날 아침에 건물 관리린이 아래층 그 분방에서 아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금태씨를 발견했대. 구두며 옷은 온통 젖은 데다 얼음처럼 차가웠대. 그런 험한 밤에 어디를 갔다 왔는지 아무도 상상도 못했어. 그러다가 사람들이 아직도 불이 켜져있는 노트북과 원래 놓여있던 자리에서 끌어온 책상, 흩어져있는 노트 몇 개, 그리고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업데이트 내용을 발견했어. 얘, 창밖을 봐. 벽에 붙어있는 저 마지막 업뎃날을. 댓글이 달려도 조금도 흔들리거나 움직이지도 않는 게 이상하지 않았니? 아, 하피. 저건 류금태씨의 걸작이란다. 마지막 업뎃날이 떨어지던 날 밤, 그분이 저 자리에 다시 업데이트 하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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