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이 해지고 실밥이 터지고, 담배 연기에 색이 바래다 못해 원래 색이 뭔지도 모르게 된 지저분한 시트에 누워서 곰팡이가 슬은 천장을 바라보다가 또 다시 담배를 물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콘돔에서 흘러나온 정액을 보며 멍하니 라이터를 켜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머금었다 내뱉었다가 연기 때문에 눈이 쓰라려서 눈물이 고였다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부은 뺨에 눈물의 소금기가 닿아 따끔거린다.

담뱃재가 시트에 떨어져 구멍나는 모양을 관찰하다가 한 손에 담배를 든 채 눈을 감으면서 이대로 불이 나서 전부 없어져 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옆에 누운 키세가 욕을 하면서, 그 담배 좀 끄라고, 목 아파서 죽겠다고, 잠에 취했는지 정말 담배 연기 때문인지 잠긴 목소리로 투덜거리면 웃는지 우는지 모를 얼굴로 깨진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 마는 하이자키는 창녀처럼 실없이 헤프게 웃었다.



싫으면 안 오면 되잖아. 왜 자꾸 오는데.

끊으라고. 작작 해, 몸에 좋지도 않은 거.

너 나가면 담배 말고, 뭐, 마약이라도 할까봐?



지랄한다, 미친년아. 키세는 결국 짜증을 냈다.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잠이나 쳐 자. 키세는 피곤해 보였다. 예전에는 좀 더, 응, 좀 더 예쁘고, 피부랑 표정이 맑고...그랬는데. 키세는 성격만큼 얼굴도 까칠해졌다. 말투도 많이 변했다.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겉으로는 상냥하던 키세는 최근 욕설이 늘었다. 천천히 오르락 내리락 하는 키세의 가슴께를 만지작거리다 품에 파고들며 골골거리는 소리를 냈다. 키세는 내가 애교를 부리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어린애인 척, 순진한 척 구는 것을 좋아한다. 키세는, 내가, 자신을 사랑하는 척 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 이제 진짜 자살 안 해...응? 약도 끊었어.

닥쳐, 좀.

너 오지마. 안와도 돼, 이제, 진짜야...

씨발년...



벌써 몇 번이나 키세를 설득하는데도 키세는 들어주질 않는다. 정말 자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또 약속했는데 계속해서 집에 찾아온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키세가 찾아오면, 키세는, 재떨이를 집어 던지며 욕을 하거나 내 머리채를 잡고 화를 냈다. 그러고는 마지막에는 이렇게 엉망으로 섹스하고 누워서 실없는 소리나 주고받고 있다. 정말로 자살 안 할거야. 약속할게. 답잖게 사근사근 달래도 봤지만 요지부동이다.



자? 료타, 자? 대답이 없다.
그럼 내일은 더 조용한 방법으로 자살해볼게. 약속이야.
들었을까? 자고 있었을까?
들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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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토끼같은 재기년 보고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