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소개로 들어가게된 나무위키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난 이곳이 인류 문명의 최종 종착지라고 생각했다. 집단 지성의 그 자체. 무엇이든 검색창에 때려 박기만 하면 엔하위키는 나에게 모든 걸 설명해주고 정리해주고 평가해줬다. 그렇게 나는 나무위키에 매료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무위키에서 인생의 답을 찾기 시작했다.

연이은 사건사고 뉴스에 분노할때면, 난 어김없이 나무위키에 들어가 그곳의 텍스트와 함께 분노하며 화를 풀었다. 정치에 화가날때면 민주주의부터 시작하여 프랑스 혁명까지 타고 들어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심지어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이 필요할 때에도 나무위키 검색창을 활용했고, 그때 마다 나무위키는 나를 조언해주었고, 위로해주었고, 정답을 알려주었다.

난 거기서 관리자까지도 되었고, 난 여전히 인생의 많은 시간을 나무위키에 쏟아 부었다. 위키가 절대적 진리가 될 수 없다는 것 쯤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나무위키에 접속해 답을 찾던 습관이 몸에 베이자 언제부턴가 나무위키의 서술이 내 생각이 되었고 나무위키가 내리는 평가가 내 평가가 되었다. 위키와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는 사람을 가르치려고 하기도 했다. 스스로는 부정했지만 나무위키의 서술이 내 삶의 절대적 진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인련의 사건들이 연속으로 터지면 어디서부터 이 문제가 시작되었는지 찾는 것부터가 고역이다. 물론 그런거 신경 안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당장 먹고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까.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하는 성격이고, 혼란스러우면 혼란스러운 원인을 찾아 보아야 속이 풀리는 성격이다. 난 어김없이 나무위키에 들어갔다. 역시 나무위키는 시간순서대로 사건을 정리해주었고, 그에 대한 평과와 판단까지 내려주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나 둘씩 나무위키와 상반된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의심이 들었다. 조금 더 다양한 의견을 찾아보고 평가보다는 공감을 먼저 하기로 했다. 그러자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바로 수능이다. 그래서 나무위키를 접었다. 나무위키를 해서 나의 등급이 올라가지는 않으니까.. 저번에 모의평가를 했는데 677이 나왔다. 나무위키가 원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