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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모퉁이를 돌아 너를 마주한 순간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5.23) 2015.07.24 00:27:10
조회 937 추천 11 댓글 4


처음 팔짱꼈던 순간이 생각났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갑자기 내린 여름 소나기에 어쩔 줄 몰라 들고있던 책을 머리에 쓰고 교문 밖으로 달려나가 뛰었다.
소나기는 쉽사리 그칠 생각이 없었고, 육교 아래서 비 를 피하고 있던 찰나 누군가 내게 와 남색 우산을 씌워주고 비에 젖은 내 책을 들어주었다.
당황해서 놀란 나를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웃어보이는 네가 순간 너무 멋있었고 난 들킬까봐 괜히 짜증냈다.
그렇게 작은우산 속 에서 너는 왼쪽 어깨를 젖어가며 나를 씌워주었고 나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다  네가 비를 계속 맞는 것 같아 눈 질끈 감고 너의 한쪽 팔에 매달려 꼭 붙어 걸었다.
그 순간 너는 움찔해서 말이 없어졌고 나 역시 얼굴이 빨개져 눈도 못 마주치고 종종걸음으로 너를 따라갔다.
서로 부끄러움이 많아 손도 제대로 못 잡았었던 우리는 집에 가는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처음 서로의 살결이 닿았을 때의 분홍이고 빨강이고 노랑이고 초록인 우리 사이의 긴장감을 아마 너도 느꼈으리라, 너의 왼쪽어깨와 나의 책들이 비에 젖는지 마는지는 생각 할 수 없었다.
우리는 딱 그만큼이었다. 더 이상의 어떤 것은 없었다.  딱 학생만큼 풋풋했다.
그 후로 비가오는 날이면 너를 항상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오늘,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와서 길 모퉁이를 돌아 너를 마주한 순간, 변한 게 하나 없는 너를 보며 반가움에 다가가려 했으나 너의 바로 옆에,  나는 몇 천 번 용기내고 함부로 손 댈 수 없던 너의 오른 팔에 다른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온전히 나의 사람인적은 없었지만, 왜인지 마음아파 씁쓸하게 웃으며 지나쳤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온다.
농도 짙은 추억들을 이제 희미하게 흘려보내라는 비가 내 창가에, 내 기억 속에 부지런히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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