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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앱에서 작성

ㅇㅇ(39.7) 2018.11.22 23:30:42
조회 1713 추천 31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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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독신주의자입니다. 
주변 친구들이 슬슬 결혼한다고 청첩장 날려오는 것을 보면 저도 결혼할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뭐, 몇년전인가 결혼할 뻔 하기도 했지요. 

잠깐 개인사를 말씀드려보자면, 오래 만났던 여자친구가 있었고,여러모로 잘 맞았기에 진지하게 결혼이야기도 했었지만,상견례에 앞서 양가 몇번 오가다가 결국은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해 포기하게 되었습니다.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 잠들기전 감성 풍만해지는 시간이 오면 내가 조금 포기할걸 그랬나하는 후회도 들지만차분하게 생각하면 역시나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쓰게된다면 아마 '전에 비슷한 글 올리지 않았냐'는 반응이 나올만큼 진부한 스토리입니다. 
집과 혼수, 시집살이, 여자친구의 향후 진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집과 혼수는 전통적 관습을 따르길 바라면서, 시집살이는 못시키며 요즘 세대에는 집안일 같은거남자라고 안하는 것 아니라고 미리부터 사위 정신교육하는 처가와 그것에 동조하는 여자친구 모습에 질렸고 
'남편 길들이기'로 훈수질하는 여자친구의 친구, 언니들, 그리고 그것에 충실히 따르는 여자친구에 정떨어져결국은 결혼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여자친구를 원망하는 마음이 분명 컸지만, 지금 차분히 생각해보면 당시의 여자친구가 나쁜 사람도,이기적인 사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보다는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자리잡은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가 잘못된 것이지요. 
지난 반세기동안 이어져왔던 고부 갈등은 곪고 곪아, 결국은 터져 내렸어요.그 잔재가 남아있긴 하지만, 더 이상 며느리들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 아니고,고된 시집살이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 되었습니다. 

또한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아내상은 더이상 지향되지 않으며집안일은 아내의 일이다 라는 고정관념으로부터 탈피하여 남편 역시 가사에 참여하도록 종용되고 있습니다. 

양성평등을 위한 사회 개혁은 여성도 정당한 교육의 기회와사회 참여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하였고,그것은 좋은 직장, 갖고 싶은 직업을 위해 남녀가 경쟁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이전 시대가 워낙 기울어져 있었기에 그것을 빨리 맞추기 위해서편법으로 할당제와 같은 약간의 무게추와 유리발판이 여성에게 주어지는 것은... 뭐 어쩔 수 없었다고 칩시다. 
다 좋습니다. 조금 미묘한 부분이 없지않아 있지만 정말 다 좋았습니다. 

남편과 시댁은 집을 장만해 아내를 맞이하도록 하고,남자는 집안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력을 갖추어야 하고,국방의 의무와 같이 고되고 위험한 일은 남자에게만 부여되는 일들이그 반세기 전과 다를바 없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강요되고 있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똑같은 교육을 받고, 똑같이 시험치고, 똑같이 대학에서 공부했으나군대를 가지 않아 2년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자친구는 그 친구나 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몇 천만원의 혼수비용만을 마련하면 되었기에yolo를 외치며 살아올 수 있었기에 결혼 후 가정을 지탱하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자신의 삶이비참하게 느껴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에게 강요되는 집 마련에 대한 부담도 자신이 포기하는 삶의 무게보다 무겁지 않다고생각할 수 있었겠죠.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 풍족한 삶을 보장해줄 수 있는 다른 훌륭한 신랑감들에 대한 아쉬움이 생기고그런 남편들을 가지고 있는 친구나 언니들의 이야기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네, 뭐 결론은, 저의 조건이 저의 여자친구, 나아가서 결혼 적령기에 있는 여성들로 하여금 박탈감을느낄 수 밖에 없게 만들만큼 비루한 것이 모든 것의 원흉이었겠습니다. 

하지만 몇번을 되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결혼 적령기에 있을 대부분의 남자들보다는 훨씬 많은 것을가지고 있었던 제가 대부분의 결혼 적령기에 있을 여자들의 기대치에 한참 못미친 다는 것은 분명 저의 잘못도, 제 전 여자친구 혹은 결혼 적령기의 모든 여자들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어느 순간엔가 비틀어져버린 이 사회구조는사회 생활을 시작한 두 남녀가 뼈빠지게 일하고 근검절약해야 간신히 양쪽 모두가 그럭저럭 고개를 끄덕일 만한 조건이 간신히 만들어질까 말까한데,비극적이게도 그러한 부담은 일방적으로 남성에게 강요되고 있습니다. 

어딘가에 있는 허리띠 졸라메고 있을 여자 A는 주변의 다른 여자 B의 yolo한 삶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고어딘가에서 yolo를 외치고 있을 남자 C는 주변으로부터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는 사람 취급을 받고 있지요. 

그나마 약간은 예비 신랑의 부담을 덜어주는 예비 신부는 주변으로부터너가 그정도로 양보를 할 것이라면 예비 신랑을 철저히 길들여(?) 다른 생각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교육을 받고 있습니다.왜냐하면 결혼을 하지 않으면 해외여행이나 다니며 혼자서 즐겁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텐데결혼을 해줌으로서 그러한 것들을 포기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저의 전 여자친구도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모질이 남편,정신교육 똑바로 시키겠다고 꼬투리 잡고 통제하기 시작했고,저는 그것을 참아줄 수 없었기에 결국 헤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몇번인가, 먼저 결혼한 선배들이 '결혼하면, 결혼하려면 다 그런거야'라고 위로해왔지만그럴때마다 저는 더더욱 결혼과 결혼문화가 혐오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네, 지금 다시 생각해보아도 저는 결혼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뭐, 전 여자친구의 '당신과 결혼해서 내 신세 망했어'와 같은 신세한탄을들어주며, '그래, 당신이 나 만나서 고생하고 있지, 항상 고마워.'라는 식의위로를 건네는 삶을 참을 수 있었다면 어떻게든 결혼해서 아웅다웅하며살아갈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저는 결혼 못하는, 혹은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남자는 대다수의 여성들이 만족할 수 있을만한 조건을 갖출 수 없습니다.그것은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양성평등이 성취되면 성취될 수록 더욱 심해지는 현상이 될 것입니다.왜냐면 지금의 흐름을 보아서는 언제까지고 여성들에게 만족스러운 배우자란, 자신보다는 나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남편일 것이고, 여성이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될 수록 그 허들은 높아질 테니까요. 
그렇다고해서 여성들이 나쁜짓을 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저의 행복을 위해서 결혼을 포기했듯, 여성들도 자신의 행복한 삶을 버리고 행복하지않을 결혼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결혼 못하는 남자에게도 잘못이 없고, 불만족스러운 배우자를 택하지 않는 여자에게도 잘못은 없습니다. 
그저 어디선가 꼬여버린 이 빌어먹을 사회구조가 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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