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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스포) 왜 바다는 모아나를 선택했을까?

ㅁㄴㅇ(218.156) 2017.04.15 00:19:55
조회 5100 추천 70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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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모아나를 본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봤을법한 이 질문에는 문장이 하나 더 숨어있다.

'왜 바다는 (테피티의 심장을 가져다 주기 위해) 모아나를 선택했을까? 직접 하면 될텐데'

이 질문은 작중에서 마우이도 하는 질문이지. 


그러나 블루레이를 감상하면서 나는 이 질문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이 질문 이전, 그러니까 전제를 깨고 다시 질문해보자.


'바다는 무엇을 위해 모아나를 선택했을까?'


위의 질문과 아래의 질문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바로 '바다가 테피티의 심장을 가져다주기 위해' 모아나를 선택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핵심은 엔딩이었다.


만약 '모아나가 마투누이로 돌아가서 섬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났다면 나는 바다의 선택에 의문을 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아나는 그러지 않았다. 사람들을 이끌고, 바다를 항해했다.


애초에 제작자들이 모아나의 이야기는 '천년간 항해가 끊겼다가, 다시 시작한 이유'를 설명하려고 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제 모아나의 시점이 아닌, 바다의 시점으로 영화를 보자.


모아나의 시점에서 마투누이 부족은 섬에서 천년간 평화롭게 살아왔다. 축복받은 환경속에서 부족함없이 지내왔다.

바다의 시점에서 마투누이 부족은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고, 도태되고 있는 멸종위기의 생물들이다.


바다는 생각한다 '아 이새끼들은 답이 없구나, 뒤지기 전에 구해줘야해

하지만, 이새끼들이 도통 바다로 나올 생각을 안 하네? 아니 고작 천 년 전에 항해하면서 바다와 소통하던 애들 아니냐? 그 DNA어따 팔아먹었냐?'


그러다가, 바다는 모아나를 보게 된 거지


모아나는 바다가 원하는 자질을 갖춘 거였어. 위험에 대항할 용기,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 족장의 딸 등등....

그리고 바다는 프린세스 메이커, 아 프린세스가 아니지, '보이저 메이커'를 시작한다.


모아나가 처음 바다에 나왔을 때, 모아나의 배는 부서지고, 좌절을 맛본다. 왜 바다는 돕지 않았을까?


이러한 의문에도 이제 아귀가 맞아떨어지기 시작한다.


결국 좌절과 실패는 무언가의 부족함을 깨닫게 하거든, 모아나가 처음 탄 배가 부서지고 나서, 할머니의 도움으로 새로운 배를 얻는다. 그리고 자신들의 선조가 누구인지도 깨닫게 되지.

새 카누를 얻고 두번째 항해, 암초를 넘은 모아나는 항해가 미숙해서 배가 뒤집히고, 폭풍우를 만나 표류한다. 해적 카카모라를 만났을 때는 배를 운용할 줄 몰라 마우이의 도움조차 되지 못한다.

결국 용감하게 심장을 다시 되찾아 온 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은 모아나는 마우이에게 부탁을 하나 한다.


'나에게도 항해술을 가르쳐 줘'


이건 바다입장에서 쾌재를 부를 일이었으리라고 본다.


그렇게 마우이와의 여행을 통해 모아나는 무려 천년 전에 명맥이 끊긴 항해술을 배우게 되고, 바다에서의 위험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왜 바다는 제멋대로였을까? 왜 이상한 곳에서 돕지 않다가, 다시 돕는 걸까?


이제 슬슬 답이 나온다.


바다는 '다시 사람들이 항해하도록' 만들기 위해 모아나를 선택한 것이다.

이걸 생각하고 모아나를 다시 보면, 노를 방향타로 쓰기, 밧줄묶기, 손으로 별자리를 이용해 방향찾기, 수온으로 방향알기와 같이 간단히 넘어간 장면이 바다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장면이고, 힘주고 찍은 장면들은 바다입장에서는 별거 아닌 장면이 되어버리는 역전이 발생한다.


만약 바다가 사사건건 도와줬다면? 그건 바다에 사는 다른 생물들에게 형평성에서 어긋나는 것이지.

그리고 만약 그랬다면 모아나는 항해술을 배우려고 했을까? 아마 집에 돌아가 다시 섬에 틀어박히거나 어줍잖은 실력으로 배를 몰다가 비명횡사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바다에 대한 긍적적인 이미지로 인해 바다로 부족들에게 나가자고 권했다가 아무런 준비없이 나가서 단체로 수장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모아나를 비롯해 부족 사람들을 사사건건 도와준다면 사람들은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할테지....

그리고 그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미 나오잖아. 바로 '마우이'가 그 결과지.

바다는 이 '마우이 엔딩'을 반복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바다는 어떻게보면 '제멋대로'인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거야.


단순히 테피티의 심장을 돌려놓는 것에서 끝난다면 바다의 행동은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바다의 행동이 '항해'를 가르치기 위해서라면, 분명 영화가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애초에 바다는, 아니 대자연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고기를 떠먹여주는 게 아니라 고기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좋은 교육이라고 하잖아? 바다는 이 말을 그대로 실천한 거야.

테피티의 심장으로 인한 저주는 단순히 계기였을 뿐이지, 그 계기를 이용해서 바다가 의도하는 건 사람들이 다시 항해하는 법을 배우고 바다로 나와서 새로운 섬을 찾고, 섬과 섬이 교류하면서, 자연에 맞서고, 변화에 적응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라는 것이라고 본다. 바다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이 말이야.


영화의 끝에서, 그렇게 테피티의 심장을 돌려놓고, 새 카누를 받은 모아나는 마우이에게 권하지.

함께 모투누이에 가지 않겠냐고, 훌륭한 항해사가 필요하다고 말이야.


그러자 마우이는 대답한다.

'이미 하나 있잖아'


그래. 이 여행으로, 그리고 알수 없는 행동으로 바다가 얻은 건 '부족을 이끌고 천년 전에 끊긴 항해를 다시 시작할 훌륭한 항해자'를 얻은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모아나를 보니까 보는 관점이 달라지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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