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의 탄생식 날 선한 세 요정은 오로라에게 하나씩 축복의 선물을 주었다.
그리고 움짤을 못 찾은 메리웨더가 마지막 선물을 주려는 순간
어둠의 요정 말레피센트가 나타나 공주에게 저주를 내린다.
공주의 16번째 생일 해지기 전 그녀는 물레바늘에 손가락을 찔려 죽을 것이라고.
아직 선물을 주지 않았던 메리웨더는 말레피센트의 저주를 약화시키고 진실한 사랑의 키스로 깨어나리라고 내용을 고치는 선물을 주게 된다.
정주행에 정주행을 거듭하며 한번씩 해봤을 생각, 메리웨더는 무슨 선물을 주려고 한걸까?
말레피센트의 저주를 약화시키는 내용의 선물, '아직 선물을 주지 않은 메리웨더가 이 저주를 해칠 수 있을것이다'.
메리웨더는 비록 자신이 선물을 줬을지언정 그 내용의 본인이 가진 본래의 의지가 많이 담긴 것은 아니었다.
말레피센트가 난입한건 예상 외의 상황이었고 메리웨더는 분명 처음에 의도한 다른 선물을 오로라에게 주려고 했었다.
과연 그 선물이란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은 영미권에서도 가끔 회자되며 토의가 진행되곤 했다. 구글에 'What is the Merryweather's original gift?'라고 검색하면 그 흔적을, 지혜와 친절 등 '좋은 것'하면 생각나는 온갖 것들을 들이밀며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던 것을 볼 수 있다.
플로라와 포나가 준 선물을 생각하면 일단 좋은 것이란건 분명하단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디즈니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작품 중 하나인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보자.
여기선 선물을 주는 여섯 명의 요정과 저주를 거는 초대받지 못한 마녀 카라복스가 나온다.
이들이 공주에게 준 선물을 살펴보자면,
솔직한 요정: 순결과 정직, 그리고 순결
밀가루 꽃 요정: 아름다움
부스러기 요정: 빵, 러시아 문화에서 빵은 환영과 행운의 상징이기에 '행운'을 줬다고 해석할 수 있음.
카나리아의 요정: 고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목소리
격렬한 요정: 열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라의 요정이 선물을 주려는 순간 마녀 카라복스가 나타나 저주를 내리고, 아직 선물을 주지 않았던 리라의 요정이 저주를 고치는 선물을 준다. 본래 주려고 했던 선물은 '지혜'라고 한다.
여기서 이들이 '요정'이라는 것과 선물 중에 디즈니 영화와 겹치는 게 있다는 점에서 메리웨더의 선물도 활용되지 않은 셋 중 하나일거라 짐작할 수도 있다.
메리웨더의 포지션이 리라의 요정과 같기에 '지혜'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디즈니에서 낸 공식적인 답변은 '영원한 행복'이 그것이다.
이는 플래티넘 에디션 DVD의 시놉시스에서 확인가능한데 사진자료를 구하지 못해 한국어 더빙판에 포함된 설명문들을 발췌해보겠다.
과거 월트 디즈니를 비롯한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제작진이 직접적으로 단언한 바는 아니지만 공식 DVD의 설명과 더빙판의 시놉시스 모두 '영원한 행복'이라고 말하는걸 보면 정황상 맞는 것으로 보인다.
실사판인 <말레피센트>에서도 원작의 메리웨더에 해당하는듯한 플리틀이 주는 선물도 이를 반증한다.
"자라면서 슬픈 일은 절대로 없기를, 하루하루 행복한 일만 가득하기를.(My wish is that you’ll never be blue, only happy, all the days of your life)."
참고로 여기서 선물을 주지 못한, 원작의 포나에 해당할 티슬위트는 아마 '노래'의 선물을 줬으리라 짐작할 수도 있다.
사진은 배우 주노 템플로 티슬위트를 연기한 사람.
읽으면서 선물이 뭘까 상상해보던 사람들은 김 빠졌을 수도 있을것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플래티넘 에디션의 설명문을 모르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행복'이 정답이라고 추측한 사람들이 내놓은 설득력있는 의견을 가져와 해석해 보았다.
"요정들의 선물은 그들 각자의 이름으로 나타내는 힘과 닮았다. 그렇기에 꽃을 뜻하는 플로라(Flora)는 아름다움, 동물 군을 뜻하는 포나(Fauna)는 아름다운 노래와 동물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준 것은 일종의 암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날씨를 뜻하는 메리웨더(Merryweather)는 오로라가 날씨처럼 활기차고 장난기 많게 자랄 수 있는 선물을 줬을거라 생각한다."
"플로라는 봄의 여신의 이름이다. (로마 신화의 봄과 꽃의 여신 플로라를 말한다) 그렇기에 오로라는 외면적인 미 뿐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도 갖추게 되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OST 중 'The gifts of beauty and song'에는 이러한 가사가 있다. "어디를 가든지 그녀는 봄기운과 함께 할겁니다!(She'll walk in springtime wherever she goes!)"는 오로라의 영혼이 항상 맑고 아름다우리란걸 의미한다.
포나는 동물과 자연을 관장하는 여신의 이름이다. 그녀는 또한 예언의 여신이기도 하다. (이 또한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신 포나를 일컫는다.) 오로라에게 노래의 선물을 준 것은 그녀가 예언과 의사소통의 능력이 부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의 뮤즈는 신들과 영웅들의 서사를 노래했다.) 그렇기에 오로라는 마법같은 목소리로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었고, 필립은 브라이어 로즈의 노래를 들었을 때 그녀가 나무의 요정이라 생각했다.
메리웨더는 여신의 이름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의 이름은 유쾌하고 행복한 사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오로라가 받았을 선물은 기쁨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포나는 자신들이 '선하고, 친절하고, 기쁨과 행복을 가져오는 마법만 할 수 있다(can only do good, dear, to bring joy and happiness)'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메리웨더는 대답한다. 말레피센트를 뚱뚱하고 못생긴 두꺼비로 변신시키면 자기에게 행복이 올거라고. 어떤 면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이 선물을 준것이라 볼 수 있다. 메리웨더는 행복과 즐거움을 관장한다. 그리고 행복의 부산물은 무엇인가? 사랑이다. 오로라가 필립의 키스로 깨어날 때, 그녀는 왕국과 자기 가족과 함께 행복해질 것이다."
쿠오라에 올라왔던 같은 내용의 토론에 Joseph C. Lee라는 닉네임의 유저가 낸 의견이다. 위와 약간 비슷하지만 이 사람은 로마 신화의 여신들과 메리웨더란 이름의 정확한 뜻을 해석해서 내용을 유추했다는 점이 흥미롭다.(merry- 명랑한, weather- 날씨). 조셉은 의견을 끝마치며 아름다움과 노래, 그리고 행복은 정말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학다고 말했다.
두번째 세번째 문단이 다소 직역으로 적어놔서 무슨 소린가 싶을수도 있는데, 우선 포나는- 필립은 오로라의 목소리에 이끌려 그녀와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오로라를 저주로부터 구원해줄 '진실한 사랑'이다. 자신을 구해줄 사람을 이끌었다는게 그녀에게 부여된 '예언적인 능력'이었을 거다, 조셉이 말하고자 한 바는 그것이었을 것이다.
또한 메리웨더는 '행복'에 관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메리웨더가 말레피센트를 뚱뚱한 두꺼비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자 플로라와 포나가 자신들은 그런 마법은 못 부리는거 알지 않냐고 말하고, 영화 내내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벼락과 화염을 부르는 말레피센트와 달리 요정들은 소형화, 색 바꾸기, 바위를 비눗방울로 바꾸기 등의 평화로운 마법만 부린다.
그런데 메리웨더는 디아블로를 돌로 만들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평화'와는 거리가 먼 마법이다. 더군다나 살아있는 생물을 돌로 만드는 능력은 고대 설화와 구전 속에서 부정한 존재들이 갖춘 능력이었다.(메두사, 바실리스크 등)
조셉은 메리웨더가 말레피센트를 두꺼비로 만들면 '자기'가 행복할거라며 그녀가 행복을 관장한다고 말한다.
이걸 바꿔말하자면, 행복하면 된다는 뜻. 디아블로를 돌로 만드는게 메리웨더에게 행복한 일이고 그래서 이런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것. 해석이 좀 싸이코패스같다면 '말레피센트의 충복을 없애 더 이상 선한 자들이 해를 입지 않게 하여 행복을 추구한다'도 가능할 것이란걸 알아주길 바란다.
개인적인 감상을 좀 적자면 이 사람의 의견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선한 마법만 쓸 수 있다면서 디아블로를 돌로 만든건 뭘까 아무리 공부해도 답이 안 나왔는데 궁금증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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